진보신당을 “비판적”으로 지지 한다

이 블로그에 나는 나름 진보적인(?) 관점을 지닌 경제 분석 글을 주로 올렸다. 그런 한편으로 정치에 관한 이야기, 특히 정당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정치인의 이름은 몇 번 거론했으되 정당에 대해서는 거의 거론하지 않은 것 같다. 왜 그랬는지 생각하면 딱히 이유는 없다. 원래 블로그란 손가는 대로 끼적거리는 데니까 뭐 이유를 댈 이유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정당을 지지하여 왔는가 생각해보면 나름 일관되게 좌파적 성향을 지닌 정당, 또는 정치인을 지지하여 왔었다. 한 5년 정도 민주노동당의 당원이기도 하였다. 많은 이들이 그랬듯이 나 역시 대선 이후의 엑서더스 대열에 동참하였다. 사실 그 이전부터 이번 대선과 비슷한 스타일의 지역위원회에서의 갈등 때문에 상당히 오랜 동안 애정 없이 지내온, 쉽게 말하면 당과의 별거상태로 지내긴 했었다. 아무튼 대선을 계기로 탈당했다.

하지만 진보신당에는 입당하지 않았다. 왜 가입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우선은 귀차니즘인 것 같다. 민주노동당의 탈당도 귀차니즘 때문에 상당히 지체되었으니 할 말 다했다. 두 번째는 태생에 대한 불만이다. 현재로서는 명백히 노회찬/심상정 당의 모양새다.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셋째는 정당정치에 대한 회의감이다. 민주노동당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면서 느낀 점이다.

나 스스로 정치적 지향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 지속적인 화두인데 최근 내린 결론은 적어도 사회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이 결론이다.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서 나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표현이 결국 ‘자기파괴적 자본주의자’다. 자본주의적 삶을 지향하면서 끊임없이 그 한계를 알아채며 좌절하는 그런 녀석인 것 같다.

현실에서는 ‘자기파괴적 무산계급’이 상당히, 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 분명히 경제지표로 보면 우리나라 인구 구성의 절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을 상태에 놓여 있음이 분명한데 그들은 어찌된 일인지 자신들의 경제적 상태를 고착화 내지는 악화시켜줄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자기파괴적’이다. “경제를 살리자”라는 근본 없는 구호에 도취된 것인지 알량한 자산으로 인해 허위의식을 갖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모순된 투표행태임은 분명한 것 같다.

이 모순은 집권당뿐 아니라 전 집권당의 의원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야당을 지지하는 이들에게서도 제법 발견된다. 적어도 집권당의 지지자보다는 덜 모순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현재의 정치현장에 유의미한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남겨놓는 데에 철저히 실패한 전임대통령의 서민적 이미지를 ‘노간지’라 부르며 환호하는 팬덤 현상을 보면 박근혜에게 박정희의 향수를 느끼며 환호하는 이들과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더욱 희극적인 모습은 현재의 신자유주의화 현상에서의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시의 집권당(이름도 잊혀져 가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알리바이를 주장하는 이들의 행태다. 현재의 의료보험 민영화나 은산분리 등에 대해 게거품을 무는 이들이 실상 전임 정부가 그러한 초석을 다지는 일을 해온 데에 대해서는 편의적으로 눈을 감는 모습이 불쌍하기도 하고 용감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적어도 알아야 할 점은 막말로 통합민주당이 다수당이 될지라도 기차는 달린다는 점이다.

자꾸 맥 빠지는 이야기뿐인데 결국 이번 선거 최대의 관전 포인트는 한나라당이 단독 개헌가능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냐 하는 것일 것이다. 사람들 눈이 삐었다든지 세상이 미쳐가고 있달 지 푸념해봐야 현실은 그런 상태다. 결국 이런 비참한 한국의 정당정치 상황에서 나는 정당정치에 대한 회의감을 뒤로 한 채 투표장으로는 갈 것이다. 그리고 나의 계급적 이익을 완전히 대변한다고는 여겨지지 않지만 가장 근사치로 접근한 진보신당을 선택할 것 같다. 그것은 ‘부패한 보수’대신 ‘무능한 보수’를 지지하자는 그런 비판적 지지가 아닌 다른 의미에서의 비판적 지지라고 스스로 이름붙이고 싶다.

“찍어줄 테니까 좀 똑바로 해봐”

14 thoughts on “진보신당을 “비판적”으로 지지 한다

    1. foog

      당을 하나 건설합시다. ‘자기파괴적 자본주의자 당’.. 줄여서 자자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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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엔디

      스타워즈의 자자 빙크스가 생각나네요.
      만들면 진성당원 입당하겠습니다. ㅋ 그나저나 13번은 아쉽습니다. 1~2석은 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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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류동협

    이상하게 제 주변에는 13번이 많군요. 저역시 한국에 들어가서 투표할 수만 있다면 제일 나아보이더군요. 좀더 좌파적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하지만 아직 시작단계라 차차 나아지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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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이상할 게 뭐 있습니까.. 본인의 성향이 그러하니 주변에 그런 이들이 모이는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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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투표하고 왔는데 미술관 같은데 가면 2천원 할인받을 수 있는 확인증을 주네요. 사람은 지난 대선에 비해 훨씬 없어서 최저의 투표율이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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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술관 박물관 궁전 등 공공기관뿐 아니라 ‘영화 관람 할인권’을 주었으면 좀더 투표율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20대 대학생들이 투표하고 데이트하러 가지 않았을지.. 물론 영화관에게 부담하라는 게 아니라 영화진흥기금인가 하는 걸 제해주는 조건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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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룸

    분명히 경제지표로 보면 우리나라 인구 구성의 절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을 상태에 놓여 있음이 분명한데 그들은 어찌된 일인지 자신들의 경제적 상태를 고착화 내지는 악화시켜줄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자기파괴적’이다.

    ===> [동의한표]

    거기에 어제 온종일 떠나지 않은 생각이 … 몇년 동안 올랐다고 믿었던 월급이 인플레이션과 맞닿아 하나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니 *_* 그래도 같이 가난해졌다면 박탈감이 덜하긴 했을 것 같단 생각도 하게 됩니다.

    ===> 진보신당/창조한국당 —–> 아직도 갈길이 정말로 멀어서 빨리빨리에 익숙한 저 같은 사람은 숨막혀 죽을 것 같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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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같이 가난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연봉생활자 상위 10%가 1억 이상이라는데 편차가 더 벌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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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민노씨

    요즘 이래 저래 멍때리고 있다가 이제야 읽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재밌다는 표현이 적절할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세상이 망한 건 아니니까…
    그래도… 그래도..

    추.
    은산분리..라는 표현도 쓰는군요.
    전 처음에 오타가 아닌가 했다능..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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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실질적으로 금산분리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이미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하는 것은 전혀 제재를 받지 않으니까 말이죠. 엄밀히 말해 현행 제도가 규제하고 있는 것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입니다. 하지만 뭐 현재의 금융주체들의 모습이 하도 변태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관계로 은산분리 제도가 온존되어도 별 의미는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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