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버블은 Y2K 탓?

HedgeFund.net 의 뉴스레터가 전해온 The Fed and Bubbles 라는 제목의 글의 일부다.(원문보기)

“Y2K에 관해서 금융기관, 기업들, 그리고 Fed 는 수많은 자동화 시스템의 기능이 정지될까 두려워했다. 결과적으로 Fed는 그러한 잠재적 기능마비가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경제효과의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에 금융 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이는 기술주 거품을 가속화하는데 일조하였다.”
“As we approached Y2K, financial institutions, corporations and the Fed all became nervous that many automated systems would simply become non-functional. As a result the Fed injected liquidity into the financial system in the late 1990s to offset any slowing economic effects that such potential dysfunctions would create. This helped fuel the tech bubble.”

이는 매우 독특한 해석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기술주 거품, 특히 90년대 후반부터 촉발된 이른바 닷컴 버블에 대해 알고 있는 바와 상당히 다른 해석이기 때문이다.

‘기술주 거품’은 어떻게 보면 주식시장에 내재된 본성 중 하나다. 서구 자본주의 체제에서 주식시장이 본격화된 이후로 주식시장은 주기적으로 당시의 첨단기술로 무장한 회사의 주식에 열광하였다가 패가망신하는 모습을 반복하여왔다. 철도, 자동차, 라디오, 항공기, 컴퓨터, 인터넷 등이 대표적인 기술주였고 시장참여자들은 이들 기술주들이 득세할 때마다 이전의 교훈은 아랑곳없이 기술주의 광기에 동참하였다.

기술주 거품에 관해서는 인베스토피디아의 아래와 같은 해석이 일반적이다.(원문보기)

“기술주 거품의 형성 동안 투자자들은 집단적으로 거대한 기회가 있다거나 시장의 ‘예외적인 시기’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다. 간혹 새로운 운율이 그러한 주식가격을 정당화하는데 동원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펀더멘탈은 장밋빛 전망과 눈먼 투기에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하는 경향이 있다.”
“During the formation of a tech bubble, investors begin to collectively think that there’s a huge opportunity to be had, or that it’s a “special time” in the markets. This leads them to purchase stocks at prices that normally wouldn’t even be considered. New metrics are often used to justify these stock prices, but fundamentals as a whole tend to take a backseat to rosy forecasts and blind speculation.”

그런데 왜 HedgeFund.net은 이러한 상식적인 설명보다는 Fed의 유동성 공급에 따른 거품론을 주장하는 것일까? 이는 전체 글이 가지는 목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글에서 필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에서 금융기관들이나 헤지펀드 등이 일방적으로 비난받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그 대신 그는 그린스펀 시절의 예측할 수 없는, 또는 지나치게 큰 폭으로 변동하는 정책을 탓하고 있다.

즉 시장의 미세한 조율자로 기능하여야 할 Fed가 지나치게 큰 폭의 이자율 조정으로 시장의 정책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바로 그러한 취지로 기술주 거품 역시 Fed의 Y2K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과 그에 따른 ‘불필요한’ 유동성 공급(주1)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의 경제현상에 대한 해석은 미래의 경제에 대한 예측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어렵다. 다들 시장참여자였고 다들 일정한 영향을 미쳤으니 서로 남 탓하기 일쑤고 제각각의 이론에 기대어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는다. 그러므로 사실 진실은 여전히 묘연하다. 기술주 거품이 Y2K라는 그들 말이 사실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본문의 fuel 이 가지는 의미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제각각일 수 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여하한의 해석은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다는 점이다.

하여튼 시간 있을 때 한번 연구해볼만한 주제일 것 같다.

알림 : 개인적으로 애독하고 있는 블로그의 주인장이신 알파헌터님께서 댓글에 Fed의 유동성 공급설은 일반화되어 있는 주장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일단 독자 분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인지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글의 전체 요지는 그 주장의 사실 여부가 키포인트는 아니니 만큼 별도로 수정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읽으실 때에 알파헌터님의 설명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참고할만한 글

(주1) 다만 그 유동성을 기업에 제공하였다는 것인지 주식매입자에게 공급하였다는 것인지 혹은 다른 어디에 공급하였다는 것인지는 설명이 없다. 사실 이 점이 궁금하다. 도대체 어디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는 것인지?

6 thoughts on “닷컴버블은 Y2K 탓?

  1. beagle2

    RSS 리더에 뜬 제목을 보고 ‘무슨 얘기일까? 기계의 오류에 관한 얘기?’ 궁금해하며 클릭했는데 확실히 독특한 해석이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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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기계적 오류에 의한 거품은 아니고요. 하나의 사회적 현상에 의한 원인이라는 견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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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알파헌터

    독특하지 않습니다.
    닷컴버블의 원인은 Y2K로 보는 것은 일반적인 견해이며 당시의 통화량을 보면 증명이 되는 사항입니다. 월가에서도 일반적으로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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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랬군요. 과문한 저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논지인지라 신선하달까 의아하달까 했었습니다. 역시 독자분들이 뛰어나시니 제가 배우는게 많네요. 🙂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한번 당시 통화량이랄지 관련 글들을 살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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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j4blog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말도 하더군요. 아마 Y2K로 떼돈 번 업체들 많을겁니다. 컴퓨터 보안이니 시스템이니 하는 업체도 덕분에 돈 맛을 봤다더군요. 또 다른 시스템상의 오류가 예상되는 년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기억력이 붕어 수준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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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Y2K .. 진실은 무었인가요? 너무 준비를 철저히 잘 해서 시스템 마비가 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희대의 사기극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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