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의혹에 실효성마저 의심되는 고유가 종합대책

얼마 전에 미국 정부가 ‘돈 배급(그네들 식의 표현에 따르면 세금환급[tax rebate])’(주1) 를 실시키로 한 결정에 대해 나는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는 어이없는 글을 이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주2) 그 후 실제로 미국 행정부는 개인에 300~600달러, 결혼 가정에 600~1200달러 등 총 1000억 달러 규모의 세금 환급이 실시하여 1억3700만 명이 세금 환급의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모든 월령의 미국산 쇠고기를 부위 가리지 않고 통째로 수입하겠다고 호기롭게 까불다가 최근 정신이 혼비백산해진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는 그 치유책 또한 ‘미빠’답게 미국에서 수입하기로 한 모양이다. 즉 우리나라에서도 ‘돈 배급’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오늘 당정협의를 통해 돈 배급 등을 골자로 한 ‘근로자·자영업자 등을 위한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연봉 3600만 원 이하 근로자 980만 명과 종합소득금액 2400만 원 이하 400만 명의 자영업자가 최대 24만원의 소득세를 돌려받게 된다. 1톤 이하 자가 화물차 260만대에 대해서도 유류세 환급이 이뤄진다고 한다. 지원 규모는 총 7조원정도라 한다.

돈 배급이라는 형식은 거의 같으나 목적은 비슷한 듯 틀리다. 미국은 이른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급격한 경기후퇴(recession)에 대비해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즉 벤 버냉키를 비롯한 FED의 멤버들은 경기후퇴(recession)와 물가인상(inflation)이라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을 적에 그나마 물가인상이 낫다는 판단 하에 헬리콥터 살포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로 소비자에게 돈을 배급하는 비상처방전을 내놓은 것이다.

FED의 판단과 미 행정부의 결정이 경제정책적인 측면에 경도하여 있다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그것은 그 정도의 진지한 고민조차 결여된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로 급조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이 정부의 경제당국은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을 용인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 환율을 조작(?)하여 수출을 진작시키겠다는 1메가적 사고로 경제를 운영하여 왔다. 그러다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민심이 폭발직전에 놓이고 고유가로 화물연대 등이 파업전야에 놓이게 되자 유류환급금 형태로 돈을 되돌려 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주3)

그것이 다분히 정치적임은 그 시행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그나마 그 시행이 즉각적이었다. 우리는 빨라야 올 10월에 환급받는다. 현재진행형의 급격한 물가상승의 대비책치고는 어이없는 느림보 정책이다. 그 효과도 의심스럽다. 미국에서조차 시행 후 그나마 월마트와 같은 저가형 할인점에서 정도가 매출이 신장되었을 뿐 오히려 자동차 판매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관련 기사 보기)(주4) 세금환급보다 고유가에 의한 소비위축이 더 심각하다는 증거다. 그런데 이 정부는 10월에 환급받는 푼돈(주5)으로 무슨 경기 진작을 기대하겠다는 것일까.

(주1) 보통 연말정산 후 실시하는 세금환급(tax refund)하고는 다르다. 그 환급은 세금의 과다납부를 돌려준다는 소리다. 예전에 직장동료가 왜 세금환급분에 대해서 이자를 돌려주지 않느냐고 한 적이 있는데 옳은 말이다.

(주2) 물론 당초 예상과 달리 아직 사회주의 국가라는 선언은 하지 않고 있다

(주3) 그나마도 이 대책을 내놓자마자 관련업계로부터 벌써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4) 미국의 금융전문가는 소비자들이 환급액의 40% 정도를 소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당히 낙관적인 예측이라 할 수 있다.

(주5) 미국의 경우 우리 돈으로 평균 약 70만원씩 환급받은 반면 우리의 경우 최대상한 3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9 thoughts on “표절 의혹에 실효성마저 의심되는 고유가 종합대책

  1. 이뉴

    후우.. 저 미국에서의 환급 조치때도 미국 내에서 어떤 교수는 그 돈으로 뭐 할거냐고 인터뷰하는 기자에게 “기자라면 이 돈의 사용처를 예상하는 기사를 쓸게 아니라 정부가 이 돈, 1000억 달러라는 돈을 가지고 할 있는 일이 고작 이거밖에 없었냐고 써야 하는거 아닌가? 이 돈으로 미래를 위하여 공립 학교를 더 세울수는 없었는가? 이 돈으로 저소득 계층에게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도록 도와줄 수는 없었나? 이 돈으로 에너지 대책을 마련할 수는 없었는가? 따위의 기사를 써야지 여기서 이런 인터뷰질이나 할때가 아니다”라고 갈궜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 닿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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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교수님이 참 옳으신 말씀 하셨네요. 아직도 우리사회 역시 날로 먹으려 하는 기자들이 꽤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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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초하

    그나마 어렵게 나온 정책마저 베끼기 식의 표절 정책이란 말입니까?
    참 한숨만 나오네요… 쩝.
    실효성이나 그 효과가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반응들도 그리 좋진 않으니…
    잘 지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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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화물연대는 즉각 이 정책의 실효성을 비판하면서 파업에 돌입한다하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잘 지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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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NekoNeko

    궁금한게 있어서 몇 자 남겨봅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에서 세금 환급마저 없었다면 소비자들이 유가 상승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 피해를 더 많이 받지 않았을까요? 즉 세금 환급이 그나마 완충 역할을 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또…. 이 돈을 사실상 헬리콥터에서 살포하는 것보다는 다른 재정 지출에 쓰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할 것이라는 부분은 저도 공감합니다만 그래도 한국의 경우 유류세율을 조정해 석유 가격을 변경시켜 시장을 왜곡시키는 것보다는 가격은 그대로 놓아두고 소득 보전을 해 주는 방법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은데요. 실제 또 한국의 세금 환급은 저소득층을 환급 최우선 대상으로 잡고 있구요. 이를 굳이 꼭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야 할 필요성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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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말씀하신대로 세금환급이라도 하는 것이 나았겠죠. 다만 그 효과는 윗글에서도 언급하였고 다른 글들에서도 투입비용 대비 효과를 의심하는 편이고요. 우리나라는 그런 정책을 들여오면서도 정작 지급시기는 올해 말로 해놓으니 더욱 효과면에서는 의심스럽군요. 그런 면에서 다분히 정치적 꼼수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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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NekoNeko

    아.. 투입비용 대비 효과 측면을 얘기하시는 거군요. 그렇다면 미국은 세금환급을 불경기에 대한 비상대책으로 쓴 까닭에 기회비용 측면에서 그 효과에 대한 비판이 좀 더 강하게 제기될 수 밖에 없고 한국의 경우는 경기 부양보다는 유류세 환급의 성격으로 볼 수 있겠지만 역시 전체 환급 예산 규모에 비해 소득 보전 효과가 미비할 수 있겠다는 전개를 해 볼 수 있겠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급조된 측면은 있기는 하나 일단 소득 보전이라는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foog님 의견으로는 이 조치가 한국이 recession과 inflation중 무엇을 선택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보시지만 한편으로 범위를 경기 부양/불황 방지 측면까지 확장하지 않고 유류세 환급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굳이 그 선택이 전제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7조 규모의 예산 방출은 투입대비 산출의 관점에서 지나치지 않나 싶군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그나저나 화물연대 파업은 정말 복잡하고 골치아픈 사안인데… 이것이 어떻게 전개될 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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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화물연대의 파업은 이번만큼은 제도언론에서조차 노동자들도 아닌 것들이 사보타쥐한다는 비난은 하지 못하더군요. 그만큼 지금 사람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음을 그들도 아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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