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분배에 관한 단상

경제가 어려울때는 분배보다는 성장이 우선이라고 외친다.. 하지만 경제가 아무리 잘되더라도, 재벌(대기업)들, 돈있는 자들이 잘살지… 하루살이 일용직 근로자는 항상 어렵게 산다.”

이 생각에 대한 (예전의.. 어쩌면 현재도?) 나의 생각…

우리가 이야기하는 성장은 무엇인가? 지구적인 차원에서 성장을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자연의 개발을 통해 물질문명이 얼마나 발전하였는가의 문제를 말한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담론에서 거론되는 성장이란 사실 개별국가의 성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결국 성장이란 지구적 차원에서 생산되는 ‘부(Wealth)’가 어떻게 개별국가에 분배되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결국 성장은 분배의 또 다른 모습임을 알 수 있다. 성장은 노동의 결과이고 분배는 그 성장의 대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장과 분배’ 이분법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분배란 무엇인가? 국가단위에서 보면 국가단위로 할당된 부가 어떤 계급에 의해 향유되는가 하는 문제가 핵심 포인트이다. 부는 어떤 형태로든 분배가 된다. 그것이 적정하게 배분되었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어떠한 분배가 적정한 분배인가? 이는 또다시 성장, 즉 국제적인 관점에서의 분배의 문제와 동일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오늘날 국적을 불문하고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미만의 삶을 영위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극빈층의 상당수는 소위 남반구, 즉 빈국에 집중되어 있다. 애초에 개별국가에 대한 분배가 현재의 경제 체제 하에서 정당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필자는 현재의 분배가 정당한 노동의 결과가 아니라고 보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배라는 단어는 그러한 국제 간 분배 불균형의 일국적 표현이다.

그렇다면 현재 분배되어야 할 부의 크기가 나눠가져야 할 사람의 전체효용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한가? 많은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고 필자 역시 상당부분 동의한다. 나라사이에서건 개인사이에서건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분배가 적당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최빈국들은 인간 이하의 삶의 조건 속에서 굶어죽거나 약이 없어 죽어가고 있으며, 기타 국가들은 신용카드 남발, 각종 대출상품의 남발 등의 가수요 유발을 통해 경제 사이클을 유지시켜 나가고 있다.

요컨대 성장과 분배 이분법에 있어 ‘성장’은 사실은 분배의 또 다른 표현이며 보다 정확하게 성장은 지구적 차원에서 창출된 ‘부(Wealth)’의 표현양식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는 명백히 분배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 부를 오직 교환가치 실현을 통한 일국의 가치전유(즉 국가간 분배가 잘못 표현된 용어로써의 국가의 성장)로만 사고하는 방식은 이러한 전제조건을 무시하고 있는 허위의식이다.

한 나라의 분배의 양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개인의 분배를 유보시키라는 주장이 대표적인 허위의식이다. 최빈국의 인민들이 분배를 유보하여 오늘날 그들이 잘살고 있는가, 그들이 정말 하루 2달러밖에 얻을 수 없을 만큼의 노동밖에 투여하지 않았는가 라는 질문을 해보면 의외로 답이 쉽게 나온다. 이런 원론적인 문제를 되짚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성장론자들은 그들의 성장우선론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설파할 것이다. 최고급의 거품욕조에서 샴페인을 즐기며…..

2004-04-19

7 thoughts on “성장과 분배에 관한 단상

  1. NekoNeko

    전 조금 다르게 봅니다. 예를들어, 현재 한국 최고의 갑부가 현대의 정몽준씨라고 하는데 3조 정도 재산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예를들어 4천만 국민 모두에게 1/n씩 나누어 준다고 하면 일인당 약 7만 5천원 정도씩을 분배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규모의 경제나 기회비용의 측면을 생각해 봤을때 정몽준에게 3조 재산이 가 있는 것이 더 큰 파이를 생산하는데 나을지 국민 모두에 7만5천원씩 나누어 주는 것이 소득 증대 효과 측면에서 더 나을지 고려해 볼때 아무래도 전 전자쪽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는 이 성장의 혜택이 과연 어떤 분배 시스템에 의해서 배분되는 가 하는 점인데 한국 정도의 경제 규모와 인프라를 갖춘 나라라면 이 분배 방식을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논의할 필요가 있겠지요. 하지만 정말 하루 2달러 미만을 벌어들이는 개도국의 사람들은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이들은 예를들어 하루 노동을 해서 어떤 물건을 만들더라도 그 물건을 팔 시장이 없습니다. 설사 갈 수 있는 장터가 있더라도 다들 소득수준이 고만고만하니 물건을 사 줄 사람이 없고 또 이런 장터에서는 경찰보다 깡패가 더 활개치기 마련입니다.

    결국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세계화가 이들을 먹여살리는 바람직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즉, 아프리카 오지에서 만들어진 1불짜리 바구니를 미국의 소비자가 사 줄 수 있다면 이것이 원조보다 바람직한 개도국 지원 방안이 아니겠냐는 것이죠.

    물론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자본주의는 물신을 숭배한다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1불짜리 made in china 물건을 구입하면서 가격이 아닌 중국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떠올리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죠. 또 1불짜리 made in china 제품과 2불짜리 made in africa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요. 결국,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을 제공하고, 노동력이 많은 사람들은 노동력을 제공하서 서로 trade를 해야 경제 성장이 이루어 지는 것이니까요. 분배 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이러한 가능성이 없어지는 문제가 있지 않는가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어쨌거나 성장과 분배의 문제는 쉽게 결론내리기 참 여러운 토픽입니다. 특히 분배는 어떤것이 적절한 분배인가부터 정의하기가 어렵죠. 간단한 예로 두 사람이 서로 100원을 투자해서 20원을 번 다음 반반씩 10을 가져가면 무난한 거래일텝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쪽이 200원을 투자하고 다른 쪽은 그대로 100원을 투자하면 50원의 이익을 벌 기회가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여기서 200원을 투자하는 사람은 50원 중 자신이 39원을 가져가고 11원을 파트너에게 주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100원을 투자하는 사람은 계속 여기에 투자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판을 깨고 나와야 할까요? 기존의 주류경제학 프레임워크에서는 참가하는 것이 개인적 효용 증대 측면이나 사회적 효용 증대 측면에서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실제 이것은 참 다루기 어려운 문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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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출장 다녀와보니 좋은 댓글을 올려주셨군요. 차분히 읽어보고 제 의견을 댓글로 달도록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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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ayhawk

    제 사고체계에서 이 논의는, 이미 좀 많이 물 건너간 주제가 되었죠.

    대안적 핵심은 “재분배(Redistribution/Relocation)”가 아닌가요?
    그라쿠스 형제는 물론 피살당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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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라쿠스 형제가 누군가요? 재빨리 검색해봐야겠군요. ^^;
      여하튼 이 주제는 신중을 기해서 써야할 것 같아 이어지는 글을 쓰는데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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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login

    성장을 통해 국가의 경제발전이 많이 이루어져 있는 나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도성장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킨 나라 대표적으로 미국만을 보아도 그들의 빈부의 격차는 엄청납니다. 국민들의 평균소득은 오릴지언정 아무리 경제발전을 해도 빈곤층이 없는 나라는 없다는 것 입니다. 전 그래서 지금 현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것 입니다. 시장논리데로 규제를 풀어주면 알아서 성장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 성장이 재대로 된 분배가 된다하여도 언제나 우리 사회 깊숙한 곳에는 빈곤층이 있을 것 입니다.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이건요..

    저는 성장으로 인한 재분배는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돈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닌 먹는 것, 아픈 것은 국가가 책임을 질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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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이건요..”

      그 이유를 찾는 것이 경제학의 주요한 과제 중의 하나죠.
      어떤 이는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이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소수의 시장참여자들이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을 착취하기 때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또 다른 이유를 대고…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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