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에 대한 단상

오늘날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큰 변수인 국가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역시 중국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10억 인구를 자랑하던 거대한 중국대륙이 마오쩌뚱의 지도하에 사회주의 국가노선을 채택하여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가 사실상의 자본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이후, 초기에는 전 세계에 저가상품 공급을 통하여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가능케 하였고(주1) 최근 들어서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통하여 더 이상 자본주의의 저가상품 공장이 아닌 사실상의 제1세계로의 편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칠 것 없는 행보는 한편으로는 강대국과 주변국들에게 경계의 대상이기도 한 동시에 기회의 땅이라는 두 개의 얼굴로 존재하여 왔다. 전 세계적으로 그랬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저임금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하였고 현지 부동산 가격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 정도로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이른바 ‘중국을 사자(buy china)’라고 이름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이 buy china의 최신판은 사실상 박현주 씨가 진두지휘하는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일 것이다. ‘박현주’라는 브랜드에 모여든 수 조원의 ‘안 물으마’ 자금이 직감적으로 투자한다는 펀드에 몰려들었고 박현주는 이 자금의 승부처로 중국을 지목하였다. 한편 이러한 박현주의 중국 사랑에 반기를 든 이가 있으니 그는 흥미롭게도 재야의 주식이론가로 알려진 – 그러나 이미 어엿한 정통 이론가로 대접받는 –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박경철씨다.

어느 쪽 말이 옳을까? 현재까지의 결과로만 놓고 보면 박경철 씨의 주장이 우세한 듯 하다.

그래서 2002년 이후 세계의 투자자들이 세계성장 엔진인 중국의 성장에 기대어 시장을 바라 보았다면, 이제는 반대로 중국이 가진 문제점들, 이를테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국에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경우에 ,과도한 부채비율을 가진 중국기업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로 초점을 바꾸어야지, 그래도 여전히 장기적으로 본다면 중국은 발전 할 것이다. 때문에 중국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는 안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투자한다면 당신의 투자는 엉망진창이 돠고 말 것이다,[주식시장의 유연성과 공진화, 시골의사]

이 글에서 보듯이 그의 통찰력 있는 전망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현재까지의 우세를 점치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박현주 펀드의 막대한 손실이 현실로 드러났다는 그 사실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은 지난 6월 29일 국내 47개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중인 공모형 주식형 펀드의 상반기 순자산총액 변동과 순현금 흐름의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올 상반기 주식형 펀드에서 18조 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그중에서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손실이 가장 컸다. 미래에셋은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4조 3258억 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조 8517억 원 등 모두 7조 1775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손실액 2위를 차지한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이 2조 3870억 원의 추정 손실을 입은 것에 비하면 세 배나 많은 수치다. [벌써 7조 원 까먹은 ‘박현주 펀드’의 미래, 일요신문, 2008.07.11]

물론 펀드 손실이 모두 중국 주가의 폭락 때문만은 아니지만 해외펀드의 60% 이상이 중국에 투자되어 있었다고 하니 그의 애틋한 중국 사랑이 현재의 결과에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사이트 펀드가 활동을 개시한 이후 전 세계의 주가는 너나 할 것 없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난히 중국을 위시한 신흥 경제개발국의 주가추이가 불안한 것은 이들 국가가 각종 사회 인프라의 확충이 미흡한 상태라는 점, 경기과열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원자재 가격과 유가의 상승으로 말미암은 시장충격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크다는 등의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전현기 우리은행 소주지점 부장이 분석하는 박경철 씨가 중국증시에 부정적인 네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그는 중국 증시에 대하여 부정적인 요인으로 중국 기업 재무제표가 부정확하고 주식을 살 만한 사람은 다 샀으며 베이징올림픽 이후에 전망이 더 비관적이며 중국에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가 매우 고평가되어 있어 상하이 A지수는 2500선까지 더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박현주vs시골의사, 중국예측 승자는?, 머니투데이, 2008.6.2]

그가 꼽은 이유들이 대체로 바로 앞서 말한바와 같이 급격한 경제발전에 부수되는 대표적인 성장통일 것이다.

물론 천하의 박현주 씨라고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다만 그는 중국경제에서 그러한 제약조건을 뛰어넘는 가능성을 보았을 것이고 그 가능성은 모르긴 몰라도 중국이 21세기 자본주의 열강에 안착할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기대감이 사실이건 아니건 경기변동과 그로 인한 증시변동은 어쨌든 박현주 씨의 희망사항이 너무 장기적이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때로 예언자는 너무 시대를 앞서나가기도 하는 법이니까.

개인적으로 중국증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팍스넷 같은 주식사이트에 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거기엔 수많은 의견이 난무하고 있고 그 중에는 분명히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글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주2) 나 같은 범부는 그러한 낯간지러운 예측은 못하겠고 이것 하나만은 지적하고 싶다. 요컨대 중국 경제는 21세기 자본주의의 리트머스 종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여태까지 자본주의 중국이 걸어온 길은 제3세계의 못 사는 자본주의 국가가 신흥강국으로 도약하는 전형적인 노선을 답습하였다고 할 수 있다. 중공업 위주의 산업정책, 농촌을 희생시키는 일극의 지역주의적인 경제, 저임금을 경쟁력으로 하는 수출경제, 환율에 대한 강한 국가통제 등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이러한 일사불란한 경제노선을 가능케 하는 권위주의적 정부 등이 그것이다. 오늘날 자유무역 주창자들은 이러한 것들이 후진적 경제의 유산이고 청산되어야 한다고 말들하곤 하지만 사실상 세계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은 이러한 노선을 채택하여 성장하여 왔다. 중국은 그러한 노선이 공산당 일당독재와 거대한 인구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상승효과가 더욱 뛰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 자본주의는 – 사실상 세계 자본주의 모두 – 이제 고유가로 대표되는 인플레이션에 직면하여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지금 미의회나 일부 진보세력까지도 고유가에 투기세력에 의한 거품이 끼어있다며 이들만 제거하면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현재의 유가와 기타 생필품의 높은 물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또한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것은 이제 자본주의가 사실상 그동안 사실상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유가가 더 이상 일부 강대국의 의지로는 통제되지 않는 실질적인 희소자원이 되어간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작금의 중국 자본주의는 현재와 같이 화석연료, 특히 석유에 맹목적으로 의존하는 구태의연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답습하며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대체에너지의 비율을 늘리고(주3) 더불어 에너지 효율적인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여야 할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자본주의는 석유 없이 해석이 불가능하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21세기에 자본주의가 살아남으려면 혹은 그것이 불가능하고 다른 체제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석유에 대한 중독에서 탈피하여야 하기 때문이다.(주4)

그리고 나는 자본주의의 석유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경제 강국으로 성장코자 하는 중국에서 보다 전향적으로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제약조건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회 인프라의 미비가 오히려 새로운 경제체제의 실험의 가능성이기도 하거니와 20세기 말 중국이 세계 자본주의에 미쳤던 영향처럼 새로운 실험 또한 21세기 자본주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주1) 그 바람에 전 세계의 제조업 공장은 해고와 비정규직화라는 살벌한 구조조정이 일상화되었다

(주2) 멈춘 시계가 하루 두 번 정확하게 시간을 맞추는 것과 비슷한 이치로

(주3) 근데 사실 중국은 그나마도 대체에너지의 전체 에너지 기여율이 나름 높은 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이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하니 어찌 보면 발등의 불은 우리나라가 더 뜨겁다

(주4) 중국이 자신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을 미국과 같은 식욕으로 석유를 소비한다고 가정해보라. 현재의 수급상황이나 가격을 고려할 때 거의 지탱할 수 없는 경제구조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8 thoughts on “중국경제에 대한 단상

  1. 늦달

    워렌 버핏이 중국 증시를 거품중의 상거품이라고 경고 했을 때 다들 들은 척도 안하던데, 이제와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죠.

    반면에 버핏의 동료인 짐 로저스는 중국 증시가 지금과 같은 반등기를 겪고난 후에는 다시 욱일승천할 것이라고 예상했던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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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듣기로 짐 로저스는 그야말로 중국주식을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을 때에 열심히 담아놓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아직까지는 중국증시 미래가 밝다고 말할 여유가 있을 겁니다. 반면에 박현주 씨는 상투잡고 미래가 밝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니 그런 말하는 본인의 맘도 편치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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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우재

    오..언젠가 중국이 무너진다는 논리를 미국과 중국의 인구와 자원사용, 그리고 중국이 미국을 모델로 발전하면 세계가 망한다는 도올의 논리로만 알고 있었는데, 좀 더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겠습니다.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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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분명 21세기 중국 자본주의 노선은 이전의 자본주의 노선과는 달라야 겠죠. 사실 이전의 자본주의는 제국주의 시절의 식민지로부터의 자원수탈을 기반으로 성장한 것이고 본문에도 언급하였다 시피 석유를 기반으로 한 대량소비를 전제로 한 시스템이었으니까요. 중국으로서는 두 요소 모두 녹록치 않은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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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승환

    여기는 당장 인플레이션과 실업 문제 등 해결할 게 너무 많아서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나아가기도 힘들 것 같습니다. 덕택에 미국이랑 갈등은 계속되고 끼인 한국만 지못미로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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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지금은 발등의 불이 뜨겁겠지요. 물론 더 뜨거운 횃불이 다가오고 있는 중이고 중국정부도 그것을 알고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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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토양이

    경제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데, foog님 글 읽으면서 많이 배우고 얻어가요.
    좋은 글 언제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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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도 사실 아직 경제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글을 쓰느라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더 알게되는거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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