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카드회사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멋진 비즈니스모델

카드회사는 어떤 고객들을 가장 좋아할까? 답은 아마도 ‘불량고객’일 것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카드 회사는 무절제하게 카드를 긁어대고는 결제일에 돈을 입금하지 못해 연체해가며 엄청난 연체이자를 물어대거나 습관적으로 현금서비스를 받는 그런 고객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다. 당해본 이는 알겠지만 연체이자 장난 아니다.

그렇다면 계층이나 특정 집단을 기준으로 볼 때 어느 집단이 가장 불량스러운 고객일까? 죄송한 이야기지만 대학생들이 아닐까 싶다. 다른 계층이나 집단과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고정수입이 없으면서도 소비성향이 강하고 불규칙적인 생활은 하는 집단이 그들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적어도 나는 학창시절을 그렇게 보냈다 -_-;) 특히 성실한 학생이라 할지라도 학자금 융자와 같은 이유로 카드론을 쓰게 되면 그로 인한 카드회사의 수익은 여타 계층보다 훨씬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카드회사로서는 이런 매력적인 시장에 어떻게 접근하는가가 이만저만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카드회사들이 이들 폭식성의 소비자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 비법이 공개된 모양이다. 바로 학교로부터 정보를 사는 것이다. Business Week 가 최근 The College Credit-Card Hustle 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폭로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주요 대학 또는 동창회와 카드발급 은행들 사이에 학생들의 정보를 거래하는 계약이 수십 건 이상 된다고 한다.

Using state public disclosure laws, BusinessWeek has obtained more than two dozen confidential contracts between major schools and card-issuing banks keen to sign up undergraduates with mounting expenses for tuition, books, and travel. In some instances, universities and alumni groups receive larger payments from the banks if students use their school-branded cards more frequently.

같은 기사에 보면 이렇게 학생들을 팔아먹은 학교에는 미시간 대학, 미네소타 대학, 사우스플로리다 대학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특이 아이오아 대학 동창회는 그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은 2007년 5월 학생들에게 “학생들에게 더욱 유리한 금융혜택. 당신의 아이오와 대학의 자부심을 과시할 이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라는 낯 뜨거운 문구 등이 인쇄된 광고전단을 직접 보냈다고 한다.

먼 나라 이야기라고 웃어넘길 수 없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 시장에서 개인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인데(주1) 정보강국이라는 우리나라 역시 보안개념도 희박한데다 돈 욕심은 많아서 인터넷 사이트나 여러 회사에서 개인정보를 거국적으로 거래하는 데는 남에게 뒤지지 않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니 국내 유수 대학이라고 이런 짓을 안 하고 있으리라는 보장을 누가 할 수 있을까.(이거 무고죄로 검찰 수사 받을만한 멘트일까?)

여하튼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돈은 학교도 춤추게 하나보다.

(주1) 이런 80년대 꿘스러운 표현은 참 오랜만에 써본다

17 thoughts on “대학과 카드회사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멋진 비즈니스모델

  1. 하느니삽

    그런데 카드회사가 불량고객을 너무 좋아하다가는 망할 수도 있죠. 우리나라 카드회사들도 한때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해줬다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죠. 당시 최대의 카드회사였던 LG카드도 망해서 채권단에 넘어갔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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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맞아요. 아슬아슬한 사업이죠. 우리나라에서는 LG카드의 교훈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미국의 카드업계는 끄떡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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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dlinuf

    어처구니가 없군요. 국립대학 캠퍼스 한복판에 멀티스크린 영화관과 쇼핑몰을 짓는 나라인데 저런 개념 반푼어치 없는 짓도 못할 것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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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비즈니스위크지는 얼마 전에도 미국의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엉터리 건강보험을 파는 사례를 폭로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최근 이런저런 돈벌이를 많이 궁리중인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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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eagle2

    바로 그 불량고객이 저였습니다. ㅠ.ㅠ

    대학생 시절 가진 거는 쥐뿔도 없는 주제에 더더군다나 게으르기까지 한 주제에 겁도 없이 카드를 긁어대다 정말 엄청나게 혼났죠.

    그나저나 미국도 조만간 카드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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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조만간이 아니라 실제로 지금도 이 문제가 잠복해 있는 것 같습니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 다음 타자는 스튜던트론과 오토론이라고 이야기가 들리곤 했는데 카드론이라고 멀쩡하지는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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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이 장사를 시작해보려면 우선 카드사 직원이나 학교 직원이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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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비트손

    한국이나 미국이나 경제관념이 제대로 박히지 않는 건 국적을 불문하고 유사하군요. 저 학창 시절만 하더라도 카드값으로 고뇌하는 불쌍한 중생들이 여럿 있었죠. 미국도 아슬아슬한 밧줄을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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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어느 나라 어느 계층이던지 빚으로 땡겨 쓰면 과소비하는 경향이 있겠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또 광고에서 그걸 부추기고요. 절제하는 소비생활이 미덕인 것 같습니다. 물론 자본주의는 싫어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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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책공

    저런걸 보면 저희 부모님의 경제교육은 확실한듯..

    절대 외상이나 빚은 금물입니다 지금도 그렇지요

    대한민국에서 빚 없으면 부자라던데, 돈은 없어도 빚 없어서 좋긴 합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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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도 나름 무차입주의로 살고 있습니다. 한때 빚을 얻었더니 그게 꽤 질기게 가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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