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인천 앞바다에 배만 들어오면!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라면 이제 ‘론스타’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기에 굳이 이들에 대해 설명을 하진 않겠다. 이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동물적인 투자 감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행정당국이나 사법당국의 권위도 아랑곳하지 않는 ‘의연한’ 태도로도 유명하다. 그런 론스타가 또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지난달 21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어찌된 사연인지 진행상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 론스타 HSBC와 외환은행에 대한 매매계약 체결
  • 금융위원회에 상기 건에 대한 매각승인 신청
  • 상기계약 만료일 7월 31일로 다가옴에 따라 6월 21일 한국정부에 서한 발송
  • 정부는 외환은행 매각승인 검토 착수 방침정하고 25일 공식발표

론스타가 무슨 서한을 보냈느냐 하면 앞서 말했듯이 금융위의 심사지연으로 말미암아 계약이 파기되고 당초 계약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처분할 시 그 차액만큼 한국 정부에 청구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손실 추정액은 약 20억불을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론스타는 이 느림보 한국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을까? 소송에서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이득이 있을까?

법조계의 입장은 소송 자체의 성립가능성 여부와 승소가능성에 회의적이다.

  • 금융위의 행정절차가 언제까지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 때문이다.
  • 금융위가 매각승인을 론스타가 현재 당사자인 재판의 결과를 보고 추진하겠다고 한만큼 소송이 가능한 사유인 정부의 ‘부작위’나 ‘불법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 국내 영업소가 없는 해외법인이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담보예치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담까지 안아가며 소송을 벌일지도 의심된다고 한다.

결국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한 이번 도발은 다분히 허풍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찌 되었든 그들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연루되어 있기에, 그것이 해결나기 전까지는 한국 땅에서의 먹튀는 어려워 보인다. 뭐 어찌 보면 특별하다 할 것 없는 그들의 도발에 대해 따로 글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위와 같은 상황이 한미FTA가 비준 발효된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져서다.(관련기사)

사건의 재구성

  • 론스타 HSBC와 외환은행에 대한 매매계약 체결
  • 금융위원회에 상기 건에 대한 매각승인 신청
  • 론스타 매각승인 지연을 사유로 국제중재 신청(주1)
  • 중재위원회 투자이익 실현 방훼를 사유로 론스타 승소판결(주2)
  • 한국정부 판정결과 불복시 미국의 무역보복 또는 한국의 현금보상(주3)
  • 상황종료

요컨대 금융위나 언론은 지금 한미FTA가 비준 발효되지 않았으니 그나마 론스타가 서한이 건방지다느니 발칙하다느니 하며 기분 나빠할 수 있는 것이지 한미FTA만 비준 발효되면 – 인천 앞바다에 배만 들어오면(주4) – 상황 종료되는 것이다. 이전 정부에서 한미FTA를 잘 만들어 놓으신 덕택에 영어도 안 되는 공무원이 제3국에 가서 거기 민간인 중재관들 앞에서 헌법은 인용도 못한 채 그쪽에서 정한 자체규정으로 난도질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재판결은 아마도 – 매우 아마도 –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의 불법성 여부와 관계없이 그들의 투자는 보호받아야 한다는, 그리고 그들의 투자이익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릴 것이다.

나는 투자가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주5) 그러나 그 투자가 불법성을 바탕으로 하였을 개연성을 무시하고서라도 보호받아야 한달지, 어느 나라에 투자를 하였음에도 그 나라의 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제3국에서 투자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판가름하여야 한다는, 바로 현재의 한미FTA가 보장하고 있는 것들은 근대 민주주의가 이룩해놓은 국민국가의 존재의의와 시민사회의 비판기능을 모조리 부정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반대한다.

(주1) 론스타는 결정적으로 ‘부작위’나 ‘불법성’ 따위의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발목을 잡는 국내법정을 무시하고 투자를 보호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국제중재를 신청할 수 있다. 이는 한미FTA가 ‘투자자의 정부제소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3국에서 민간기구의 판결에 따라야 한다는 위헌의 소지가 있는 이 조항은 그 판결의 판단기준에서 국내법조차 배제시킨다.

(주2) 한미FTA(11.28조)는 투자에 주주권, 주식 및 그 밖의 회사 지분참여 형태를 포함한다. 따라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은 완벽히 투자에 해당한다.

(주3) 한미FTA(11.26조)에 따르면 판정 미준수시 무역보복이 가능하며 이를 막으려면 현금을 상대국에 지불하여야 한다.

(주4) 실제로 배는 노무현이 만들어 놓았고 이제 이명박이 그 배를 인천항에 들어오게 하려고 무진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주5) 실제로 아직도 많은 공공기관은 정체불명의 공공성을 이유로 당초 약속한 정당한 투자분 회수를 ‘불공정하게’ 방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15 thoughts on “론스타, 인천 앞바다에 배만 들어오면!

  1. Odlinuf

    비유가 참 적절하십니다. ^_^ 이런 기조의 글을 언젠가 한번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정부에 대해 느끼는 바는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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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리고 또 하나 아픈 사실은 일부 애국적인 행동주의자들도 그들이 무엇을 반대하는지, 왜 반대하는지를 잘 모른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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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karus

    미국 연방은행도 아니고 텍사스의 일개 투자회사가 한 나라 정부를 상대로 큰 소리를 치는 걸보면 참 안습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 “투자자의 정부제소권”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의 론스타가 보인 행동들은 서막에 불과할테니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걱정입니다. 승자독식의 모노폴리가 실현되어가는 세상을 보는 듯해 답답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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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딴 소리인데 원래 모노폴리라는 그 유명한 게임을 고안한 사람은 그 게임을 통해 모노폴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일깨워주려고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과연 게임을 하다보면 수익성있는 사업지역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막강한 파워를 가지게 되는가를 절절히 실감할 수 있죠.

      한미FTA는 론스타와 같은 국제금융자본에게 바로 그런 무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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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eagle2

    한미 FTA가 체결된 상황에서라면, 론스타가 헐값매각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판결이 나오거나 재판이 진행중이어도 그것과는 별개로 론스타와 HSBC간의 거래에서 론스타측에 불이익이 발생했다면 얄짤없이 보상을 해줘야 된다는 건가요?

    아직도 감을 못잡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 모델을 만들어 설명하신 덕분에 뭔가 손에 잡히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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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입니다. 현재의 재판과 투자자산의 매각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법리도 통하니까요. 암튼 재판 자체도 저는 의심스럽습니다. 과연 그들이 이헌재나 진념같은 몸뚱이를 건드릴 수 있을런지…

      이야기 복잡해질까봐 생략했지만 론스타가 스타타워 등을 매각하였을 때에 그에 대해 국내 조세당국이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과세한 행위도 제소사유에 해당합니다. 제가 보기엔 론스타가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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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양국 국회가 비준을 거부하면 발효되지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고요. 게다가 오바마도 현재까지는 한미FT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 대한 배려 차원이라기보다도 자국의 노조와의 이해관계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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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승환

    아무리 그래도 론스타가 벌인 일은 꽤 지난 일인데 FTA의 투자자 보호는 소급 적용도 가능합니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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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아~ 소급적용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만약 한미FTA가 발효되었으면 이와 같은 사례에선 위의 시나리오대로 적용된다는 예를 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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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Jayhawk

    두가지가 생각나는데,

    하나는 ‘피를 부르리라(There Will Be Blood)’이고
    다른 하나는 ‘사악한 자와 어리석은 자는 종국에 대가를 치르게 되지만 그첫번째는 어리석은 자이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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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는 jayhawk님 멘트에 엉뚱하게 가장 좋은/나쁜 상사형 농담(?)이 생각나는군요. 그 농담에 제시된 4가지 유형 중 최악이 바로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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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이번 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어 뭐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추측하기로는 한미FTA나 여타 FTA에 따른 ‘투자자의 정부제소권’과는 약간 성격이 틀린 것 같습니다.

      즉 인용한 케이스나 기타 국내외 입찰과 이에 따르는 계약들에는 통상 ‘중재’ 조항이 들어갑니다. 이는 양 당사자가 합의 하에 재판에 가지 않고 한 방에 일을 해결하기 위해(또는 재판으로도 갈 수도 있고.. 이는 협약에서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중재조항을 둬서 특정 중재원을 지정하곤 합니다. 이 케이스는 국제입찰이었기에 당연히 국재상사중재원을 지정해둔 모양입니다.(뭐 싱가폴에서 할 수도 있고 다른 제3국도 있겠죠) 바로 그곳에서 한화와 맥쿼리가 이면합의한 이른바 풋옵션이 대한생명 인수의 큰 흐름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버린거죠. 예보는 멍청해서 몸버리고 돈잃고… 뭐 그런 케이스겠네요. 한화는 교묘하게 협약을 활용한 거고요.

      암튼 반면 한미FTA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외국인투자자가 – 이게 아마도 미국에 법인만 두고 있으면 다 해당사항있지 않을까 싶네요 – 개입된 행위에 대해서는 양 당사자간에 그렇게 합의하고 자시고가 없고 무조건 국제중재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죠. 무차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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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본 사건의 중재판정부가 한화그룹이 대한생명 입찰과정(‘01.3~’02.12)에서 호주의 맥쿼리생명과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기망하였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기망행위가 대한생명 매매계약을 무효·취소시킬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은 아쉬운 대목임. 공사는 금번 중재판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서 중재판정문을 면밀히 검토하여 콜옵션의 이행 등 구체적인 사항을 공사의 법률자문기관등과 협의하여 추진해 나갈 예정임.”
      [대한생명 국제중재 관련 중재판정 결과, 예금보험공사]
      http://www.kif.re.kr/kif/SearchAll/OthersDetail.aspx?NodeID=402&ControlNo=49379&IsM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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