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과 hedge에 대한 간단한 설명

뉴스에서 보도하는 유가는 사실 선물시장에서의 가격이다. 이 시장에서 거래자들은 유형(有形)의 석유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장래에 – 통상 몇 달 후에 – 어느 시점에 약정된 가격에 석유를 교환하는 계약들을 교환한다. 그러한 계약을 통해 기업들은 초기에 가격들을 묶어둠으로써 포지션을 헤지한다. 항공사는 연료가격이 올라감에 따른 그들의 익스포져(exposure)를 줄이기 위해 선물계약을 구입하기도 한다. 반대로 석유회사들은 미래의 가격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이윤을 확실하게 하기위해 선물계약을 팔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 대신 석유 공급업자가 선물계약을 사서 그들의 위험을 증가시키면서 유형의 석유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된다면?[유가는 조작되는 것인가? 中에서]

이 문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hedge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여야 한다. 우리말 사전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자.

1 산울타리, 울타리;울타리 같은 것(⇒ fence [유의어])
a dead hedge 마른 나무 울타리
a quick(set) hedge 산울타리
2 경계;장벽, 장애 《of》
a hedge of convention 인습의 장벽
3 (손실·위험 등에 대한) 방지책 《against》;(내기에서) 양다리 걸치기;【상업】 연계 매매(連繫賣買), 다른 상거래로 한쪽 손실을 막기

여기에서는 3번의 의미로 쓰였다. 즉 손실이나 위험에 대한 방지책, 그리고 매우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일종의 양다리를 걸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즉 개념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김치가게 하는 A가 한달 후에 현재 한 포기 1천 원 하는 배추를 살 생각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포기 1천5백 원으로 오를 것 같았다.(꿈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주셨다) 그래서 배추 파는 B한테 가서 한달 후에 한 포기 1천원에 배추를 사겠다고 약속한다. A는 결국 배추가 5백 원이 되든 2천원이 되든 포기당 1천원에 가격을 고정시켰기 때문에 위험을 방지한 셈이다.(그런데 배추는 5백 원으로 폭락하여 A는 할아버지 욕을 엄청 했다) 결국 A는 한달 후에 자기가 팔기로 예정되어 있는 김치의 원가상승을 헤지하기 위해 배추를 미리 사두는 양다리 걸치기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어쨌든 결국 현재 각종 경제신문이나 전문가용 자료에도 hedge 는 그냥 그 영단어를 우리말로 표기한 ‘헤지’가 쓰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유가폭등으로 인해 운영비용이 크게 증가하여 손익이 크게 줄었다 한다. 심지어 운행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날수도 있다. 그래서 심지어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권장하기도 하였다 한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내 관련부서 혹은 어드바이저가 현재 배럴당 110달러인데 3개월 후 배럴당 115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고 하자. 그런데 그 시점에서 1만 배럴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선물시장에서 1천 배럴짜리 10계약에 대해 롱포지션, 즉 계약을 사들인다. 그들의 예측대로 유가가 115달러까지 갔다면 그들은 5만 달러를 절감한 셈이다. 오히려 구매한 계약을 그 시점에 다른 이에게 넘기면 5만 달러를 버는 셈이다. 물론 필요해서 샀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제 석유공급업자 C를 보자.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배럴당 110달러가 100달러로 떨어진다고 예측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들은 현물시가인 110달러 언저리에 미리 팔아두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자신들이 3개월 후 시점에 인도할 10만 배럴에 대해 지금 가격인 110달러에 계약을 판다. 그들의 예측대로 가격이 100달러로 떨어졌다. 그러면 그들은 더 손실을 입을 100만 달러를 그대로 지킨 셈이다. 그런데 이 미친 석유 공급업자 C가 선물계약을 파는 대신 사들였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는 예측대로 유가가 10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공급할 현물 석유에서 100만 달러의 기회비용을, 선물계약에서 추가로 1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여 총 200만 달러의 거금을 하늘로 날려버렸다. 확실히 미친 짓이다.

그렇다면 이 미친 짓이 대단한 짓이 되게 하는 방법은? 10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시장을 뒤집어서 115달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바로 현물시장의 벤치마크 지수가 되는 선물시장에 엄청난 양의 롱포지션을 선점하여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즉 위의 계산대로 C는 10만 배럴짜리 10계약을 파는 대신 거꾸로 사들인다.(자기들은 판매업자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주1) 그렇게 되면 3개월 후 결과가 어떻게 될까? C는 현물을 팔아서 100만 달러의 추가이익을 얻게 된다. 선물계약가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물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이익을 얻게 된다.

바로 이것이 저자들이 주장하는 선물시장 조작을 통한 현물가격의 부당이득의 원리다. 물론 이에 대해 시장참여자, 경제분석가, 심지어 학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특히 폴 크루그먼은 평소 다소는 진보적이었던 학문적 입장에서 벗어나 자기는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말하건 데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뒤흔들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체적인 논지는 현물을 매점할 만큼의 여유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Guillermo Calvo 같은 거시경제학자는 석유수요가 (특히 단기적으로) 매우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약간의 재고만으로도 충분히 선물시장에서의 개입이 가능하다고 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수요나 공급의 급격한 변동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 물론 언론은 이 변동폭이 상당하다고 떠들지만 – 믿어지는 시점에서 많은 평범한 소비자들은 후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편인 것 같다.

(주1) 물론 10계약 따위로 시장을 조작, 또는 매점한다는 불가능하지만 여기서는 그 정도의 분위기가 이미 성숙되었다는 것을 가정하고 말하는 것이다.

5 thoughts on “선물시장과 hedge에 대한 간단한 설명

  1. foog

    딴 얘기인데 미국언론들이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부산을 떨더군요. 10년 만에 상황이 뒤바뀐 것에 대해 충격먹었나 봐요. 사실 실속도 하나 없는 것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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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제 어설픈 설명보다는 네이버 지식인이 나을 것 같습니다만 .. 제 글이라도 도움이 되신다면 조만간 올리도록 합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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