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철

선거권을 갖게 되고 최초로 찍은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 거의 천연기념물과 같은 이였기 때문이다. 당시 ‘민중회의’던가 하는 정체불명의 단체를 조직하여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였기 때문이다. 후보를 낸 선거구는 몇 군데였는가 하면… 서울 모선거구와 내가 살던 곳의 선거구 달랑 두 군데였다. 나는 자못 그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그 후보를 선택하였다. 그 민중의회의 대표는 ‘오세철’ 교수였다.

그의 이름은 그 뒤로도 마이너 중의 마이너로 등장하였다. 민주노동당이 세워져도 그의 이름은 더 좌측에 있었고 매사에 약간 결벽증이다시피 할 정도로 자신의 길만을 고집하였다. 한번은 어떤 대담을 읽은 적이 있는데 여태 사회주의자로서의 삶을 살면서도 부끄럽게 연세대 교수라는 쁘띠적인 위치에 온존하고 있었다며, 교수직을 사퇴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그의 글을 읽어본 기억도 많지 않다. 때로는 그의 언행이 너무 교조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고작 조직원이 일곱 명이라는 사노련이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 너무 이상론 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모든 언행을 공감하기엔 내가 너무 때가 많이 묻어 있었나보다.

여하튼 분명한 사실은 그만큼 숨김없고 사심 없고 모순 없는 삶을 살아온 이도 흔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노동운동의 대부를 자처하다 도지사가 되고 여당으로 들어가고 야당으로 들어가고 비록 좌파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제도권으로 들어가고, 호위호식하고 갈등하고 좌절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그는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한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가 옥중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조직의 공개적인 사회주의 운동은 어떠한 숨김도 없이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왔다. 긴급체포할 이유도 전혀 없이 그는 항상 그가 있었던 곳에 있었다. 그런 그를 이제야 검찰이 긴급체포한 것이다.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도대체 오세철 교수가 사회주의 기치를 든 지가 언젠데 이제야 긴급체포를 하는지 헛웃음이 나온다.

그 분의 청년과 같은 기백을 지지한다.

25 thoughts on “오세철

  1. beagle2

    저는 2006년까지만 해도 좌파 쪽엔 전혀 신경을 안써서 이 분에 관해선 전혀 모르는데 다만 사노련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대체 왜 체포한 건지 정말 이해가 안 가더군요. 나라를 자본주의 사상 외엔 다른 건 용납 않는 신정국가로 만들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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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이명박 정부는 너무 유치해서 대응하기가 좀 쪽팔린 면이 있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부쩍 드네요.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대놓고 노동자만 콕콕 찍어 탄압하고 강단좌파는 떠들라고 내버려뒀는데 이명박 정부는 어째 그런 학습효과도 없는지… 참 신기한 정부네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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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태양광

    오세철인가 하는 분이 어떤 분인진 모르겠습니다만, 아직 남북이 양체체로 나뉘어져있고 북쪽은 통미봉남이라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아직도 우리와 경쟁상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은 됩니다.
    실패한 체제의 망상 개인이 혼자 지니고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사회적으로 그 망상을 퍼트려서는 안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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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어핀드

      북한이 우리의 경쟁상대인 것하고 오세철 교수의 사상이 뭐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부터 설명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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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저는 개인적으로 태양광님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제 블로그에 많이 오셔서 진지한 대화를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서로간의 오해도 풀리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고요. 제 생각엔 오세철씨에 대해 현행법으로 걸만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태양광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법에 저촉되지 않아도 “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해가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 취해도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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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눈팅족

    윗분 좀 뉴스나 보고 오심이 -_-;;

    저분은 북한도 까고 중국도 까는(독재라고) 그런 양반이고

    전통때도 안잡혀 갔다는 얘기가 버젓히 뉴스에 나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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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세계에서 가장 큰 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는 청와대에서 밥먹고 한 초라한 사회주의 조직은 검거되는 세상이네요. 세상은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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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rie

    foog님,정말 이 정부는,이 정권은 최하라는 생각이 듭니다…..질이 낮아도 너무 낮다는 생각이요..스모모클럽 글중 포기하니 맘편하다 라는 글이 있더만 전포기해도 맘이 안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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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책공

    이명박정부는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이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옳으니 사회주의는 틀렸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적이다 이런 생각을 지닌듯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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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번에 어느 분님 글 읽으니 경제학 강사의 수업을 듣는데 그 강사가 민주주의 반대말이 공산주의라고 했다더군요. –; 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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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책공

      사실 ~주의의 반대는 무엇이다 분명히 말할순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사회주의=공산주의 이 등식도 아닌데 말입니다. 도개걸윷모 보다는 ‘도아니면 모’라는 생각이 우리나라에 판치는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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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oog

      사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는 반대되는 말이라기보다는 역사적 단계로 보았었죠. 사회주의자들은요. 자본주의자들이야 오히려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자본주의여 영원하라.. 사회주의는 한때의 유행.. 그쯤으로 생각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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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태양광

    오세철씨가 정확히 어떤 분인지도 모를뿐더러

    전 일단 나름의 사유가 있기때문에 저렇게 잡혀들어간거라고 일단 판단을 해 봅니다.

    물론 국가기관의 신뢰성이 현저히 떨어진 지금 상황에서야, 아무래도 저거 미친거아니야?

    라는 반응이 당연히 나오겠지만요.

    어쨌건 체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안을 계속 강구해야 하는것은 당연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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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태양광님이 말씀하시는 체제란 어떠한 체제를 말하시는 것인가요? 흔히 말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말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자본주의 체제’를 말하는 것인가요? 전자의 것이라면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것과 자유민주주의 상에는 하등의 갈등이 없습니다. 후자를 말하는 것이라 하여도 현실태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알려진 수많은 국가에서 또한 사회주의 노선을 표방한 수많은 정당들이 체제와 조화를 이루며 유지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노동당, 프랑스의 사회당, 이탈리아의 좌익민주당, 스페인의 사회당 등 유럽 유수의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당 내지는 의회내 주요세력이었고 지금 남미에서도 많은 사회주의 정당이 평화로운 보통선거를 통해 집권하고 있습니다. 과연 태양광님이 말씀하시는 ‘체제의 안정성’은 위 나라들에서 지켜지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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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참고해서 말씀드리자면 현행법상으로 분명히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IS라고 이른바 국제사회주의자들의 조직이 검거된 적이 있는데 이들을 아무리 살펴봐도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바가 없어 다 풀려났습니다. 이번 케이스도 그러한 케이스라고 여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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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beagle2

    이미 소식을 들으셨겠지만 사노련 회원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었다고 합니다. 기각사유는 “사노련이 국가의 변란을 선전 선동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조성된 단체라는 점, 또는 그 활동이 국가의 존립 및 안전이나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점에 대한 소명의 부족”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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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아니오 beagle2님을 통해 첨 접하는 소식이네요. 예상이야 했었지만 다행이네요. 지난 1년간 이 사건(?)을 검토했다던가 하는 검찰은 뭘 검토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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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foog

    ” 차 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은 자유주의민주주의 국가다”면서 “‘나는 사회주의가 좋다’라고 생각할 자유가 있지만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사회주의로 뒤덮을 자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략) 차 대변인 역시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초반 민중당 노동국장, 구로갑 사무국장을 지내며 당시 민중당 교수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오 교수와 같이 활동한 바 있다. 차 대변인은 민중당 노동운동위원회 기관지 ‘노동자의 길’ 편집장을 지낼 정도로 핵심 인물로 활약했다. 이재오 전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잘 알려진 민중당 출신 인사들인다.”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20080827184233

    사람에게는 신념과 실천이 중요하지만 때로 염치나 일관성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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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히치하이커

    이런 추억이.

    맘 같아선 어디 타임머신이라도 있으면 지금 난리브루스를 추는 애들 전부 다 태워서 옛날로 돌려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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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오늘 낮 2시 타임머쉰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 검사 등 20여 명이 기계고장으로 인하여 4차원에서 행방불명 되었다고 합니다.”

      “끼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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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ryan

    “‘나는 사회주의가 좋다’라고 생각할 자유가 있지만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사회주의로 뒤덮을 자유는 없다”라..

    하하.. 이른바 사노련 ‘괴담’이군요. 이거 무서워서 살겠습니까.. 오 교수같은 순수한 서생으로 전복될 나라에서 말이죠..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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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한마디로 배반의 역사라고 할 수 있죠. 동지라 부르던 것들은 권력과 돈을 향해 말갈아타면서 남아있는 이들에게 저주를 퍼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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