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모기지 거인의 법정관리, 그리고 이후의 향방에 대한 메모

프레디맥과 패니메에 대한 법정관리 조치에 대해 시장근본주의자들은 혹평을 서슴지 않고 있다. 우선 공화당의 Sen. Jim Bunning 의원은 상원은행위원회(The Senate Banking Committee )의 발언에서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여전히 살아 있고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또한 Cato Institute는 Fannie and Freddie: Socialist from the Start라는 글에서 두 회사가 시작부터 사회주의적인 것이었고 사기업이었던 적도 없거니와, 이번 사태는 ‘시장의 실패’가 아닌 ‘정부의 실패’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러한 비난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공기업이 가지는 역할, 그리고 그 정치적 함의에 대한 해묵은 논쟁의 연속선상에서의 해프닝일 뿐이다.

즉 극단적인 시장근본주의자들은 시장이 고유의 모순으로 인한 실패 때문에 정부로부터 구제를 받을 경우 이를 시장의 자율과 자정기능을 해친 것이라고 보고, 이를 사회주의적(주1) 조치라고 비난한다. 심지어는 정부가 회사의 부실을 책임져야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경우에도 종종 그렇다.(주2) 종내는 그러한 역할을 주도하는 중앙은행, 미국의 경우에는 Fed의 존재의의 자체를 부정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주로 그들이 존재한 적이 없는 완전한 자유방임의 자본주의를 이상향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파수꾼이나 서는 그야말로 야경국가를 바라지만 자본주의 역사에서 그런 적도 없었거니와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지 않다. 총자본에게 있어 그들의 방패막이로서의 국가의 역할은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존재는 일단 일련의 의사결정이 모든 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뿐 아니라 납세자들의 돈을 모아 유사시에 자본의 위기를 방어해주는 지원병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따지고 보면 ‘이익은 사유화되고 비용은 사회화된다’는 점에서 패니와 프레디는 자본주의의 사생아가 아니라 적자(嫡子)다.(주3)

한편 진보진영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제로 주택소유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만큼 채권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단순히 사기업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차원에서 머물기보다는 좀 더 급진적이고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단순히 회사의 경영 상태를 정상화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강화되는 금융조건으로 인해 지불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모기지 이용자들의 자금을 저리에 재융자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진보를 위한 센터(the 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Andrew Jakabovics는 대공황 시절 정부가 직접 유동성을 공급했던 Home Owners’ Loan Corporation의 경험을 참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헨리 폴슨도 이야기하고 있다시피 이번에 정부의 손아귀에 놓인 두 기업들의 미래는 차기 정부가 결정할 것이다. 존 매케인은 알란 그린스펀이 내놓은 안대로 두 회사를 정상화시킨 후 비싼 값에 시장의 되판다는 일종의 재민영화안을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 반면 오바마는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MotherJones.com은 그와 민주당이 급진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에서는 금지된 단어인 s-word 즉 사회주의(socialism)적인 조치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개연성,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돈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고 진단했다.(주4)

결론적으로 이번 부동산 시장에서 촉발된 신용위기는 대공황 시절의 그것과 닮아있으면서도 미국의 막대한 쌍둥이 적자, 금융의 증권화 및 세계화, 원자재 가격 급등 등과 맞물려 그 폭발력이 더욱 광범위해질 개연성이 크다. 1930년대에는 미국만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전 세계 금융시장이 저당 잡혀 있다. 따라서 이번 美행정부와 차기 정부의 어떻게 대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향후 전 세계 자본주의의 모습이 크게 바뀔 것이다.

(주1) 물론 더 극단적인 이들은 ‘공산주의’니 ‘빨갱이’와 같은 표현을 쓰겠지만

(주2) 이런 이들은 십중팔구 자본과의 물적인 이해관계의 공유 차원이 아니라 “진정으로” 학문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순수한 시장근본주의자들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분들이 몇 명 있긴 한 것 같다.

(주3) 우리나라의 허다한 공기업 설립이나 운영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데 그 중 한예를 들자면 포항제철을 들 수 있다. 포항제철은 설립당시 그 비용의 절대다수를 일본으로부터의 배상금에 의존하였다. 이 금액들은 항일독립유공자들이나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었으나 박정희 정부는 포항제철 설립에 투여해버린 것이다. 소위 ‘조국의 근대화’라는 명분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항변할 수는 있겠지만 그럼 그 조국 근대화에서 정당한 피해보상을 받았어야 했던 이들이 얼마나 혜택을 입었는가 하는 문제는 별도로 생각해보아야 할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주4) 프레디와 패니가 민주, 공화 양당에 얼마나 집요한 로비를 펼치는가는 이 기사를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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