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점까지의 짧은 관전평

헨리 폴슨과 벤 버냉키가 만든 – 조지 부시는 아직도 그 개념도 이해 못할 – 구제금융 안이 일단 의회 지도자들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폴 크루그먼은 폴슨의 안이 좌우 모두에게 욕을 먹는데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정말 욕지기 나오는 사기협잡질이지만 다른 대안도 마땅히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그 거시적인 이유는 지난 번 “‘이익의 사유화, 비용의 사회화’에 대한 단상”에서 잠깐 밝혔듯이 적어도 현재의 상태는 사회화된 소비에 대한 생산 및 투자주체인 기업들을 – 사기업, 공기업 여부를 떠나서 – 방치할 경우 발생할 사회적 비용이 그 효용(그 효용이라면 부실한 기업운영을 하게 되면 망하게 된다는 교훈을 다른 기업들에게 심어주어 기업운영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보다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미시적인 이유라면 현재의 위기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즉 아들 부시의 이라크 전쟁이 민영화라는 측면에서는 이전의 전쟁과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 것처럼 이번 금융위기는 쉐도우 뱅킹 시스템(주1)이라는 이전 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주2) 그러하기에 결국 문제해결은 ‘어떻게’가 아니라 ‘언제’인가가 관건이라고 생각될 만큼 구제금융이 시급하고 절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딜레마는 여전한데 그 대표적인 사례는 자산가치 측정의 어려움이라 할 것이다. 지금 미행정부가 사주겠다는 – 역경매라는 방식을 통하여 – 부실기업의 자산은 사실 그동안 일반인들은 알지도 못하던 복합금융상품이다. CDO, CDS 는 기본이고 온갖 복잡한 이름이 붙은 파생금융상품이 난무한다. 그동안 이런 물건을 주물럭거리던 금융회사들은 미국회계기준에 따라 이 상품들을 재무제표 상의 소위 레벨3( Level3 ) 라는 계정항목에 처박아두고 있었다고 한다.(더 자세한 설명 보기)

시가평가도 안되고 시장도 형성 안 되어 있는 상품은 거기에다 넣어두라고 미국회계규칙에 되어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해당기업들도 그 상품을 만지던 사람들이 아니면 그 존재조차도 잘 몰랐다. 그런데 이제 그 듣보잡 상품들을 국가가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무슨 인간문화재가 만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도자기도 아니고 이런 상품이 가격표도 안 붙어 있으니 난감한 노릇이다. 아~ 물론 이제 와서 취득가격에 사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따라서 이제 구제금융안이 의회를 통과되어도 그것의 실행과정에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자원낭비, 그리고 비도덕적인 사기협잡이 판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와의 타협안에서 부실기업의 경영진 보수를 제한한다고 합의하였다는데 그것이 벌써 협잡질이다. 회초리라도 몇 대 때리고 시작해도 시원찮을 텐데 혼도 안내고 월급까지 주겠단다.

나중에 시간되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번 사태를 조명해보도록 하겠다.

(주1) 이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기에는 다양한 측면이 있으나 이른바 은행(월스트리트)과 실물(메인스트리트) 간의 관계보다 (투자)은행들 간의 관계, 그리고 상품거래가 더 주된 역할을 차지하는, 관계당국의 규제망에 잘 걸려들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주2) 그렇기에 사실 현재 구제금융안의 입안자들 중 다수 역시 현재 정확한 원인진단능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폴슨은 인너써클이었으니 어느 정도 내막을 알겠지

3 thoughts on “현재 시점까지의 짧은 관전평

  1. foog

    내 친구 하나가 경제학자 Charles Kindelberger가 신용경제에 대한 두 가지 법칙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첫째, 누구나 그들이 지나치게 (사업을) 확장을 하면 그들은 구제받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둘째, 만약 누군가가 지나치게 (사업을) 확장하였다면 그들은 구제받아야 한다.
    A friend told me the economist Charles Kindelberger had two rules for a credit economy. Rule one was everybody should know that if they get over-extended they will not be bailed-out. Rule two was if everybody gets over-extended they must be bailed out.
    http://www.thomaspalley.com/?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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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ayhawk

    via http://money.cnn.com/2008/08/14/pf/sivy_investor.moneymag/index.htm?postversion=2008081708

    글쓴이에 따르면,

    우리(협의로 투자자)에겐 아는 것이 있고,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알 수 있는 것에는 [금리의 방향, 정책의 변화, 비이성적인 경제동향,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투자 비용] 등이 있고, 알 수 없는 것에는 [시장의 타이밍, 시장의 변동폭] 등의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알 수 없는 것이 많고, 득세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 시장에 자주 들락날락하지 말자.
    – 우량기업을 주시하자.
    – 위험한 것에는 손대지 말자.
    – 성장성을 생각하자.
    – Return(예컨대, 배당)이 쥐꼬리라도 있는 걸 택하자.
    – 결과가 실망스러워도 계획을 고수하자.

    정도입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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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누가 ‘부동산개발은 타이밍이야’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절실히 와닿은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거시경제를 잘 알고 경제용어를 꿰뚫고 있어도 시장에 시기적절하게 또는 차분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단기적으로는 패배할 가능성이 크긴 하죠.

      “결과가 실망스러워도 계획을 고수하자”

      특히 이 항목은 개인의 주식투자에서야 어떡하든 고수할 수는 있어도 정치적 결정에서는 정말 엄청난 주문인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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