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의 경제인식은 옳은가

요즘 범여권의 대안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문국현 후보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순석춘 원장이 가진 대담을 엿보았다. 역시나 재계의 신사다운 깔끔한 이미지에 어울리게 경제에 대한 주관도 뚜렷하였고 그것의 표현도 세련되어 보였다. 그러한 착한 CEO라는 이미지가 현재 상승세에 있는 그의 지지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가 진정 反한나라당 전선의 후보가 아닌 反신자유주의의 기수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일단 신선하게도 재계의 CEO 출신답지 않게 그는 反신자유주의를 외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입장은 그간 그가 유한킴벌리의 CEO로서 노동의 유연화 전략을 통하여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적인 노동통제 전략이 아닌, 평생학습과 고용증대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추구해온 그의 실천과 일맥상통하다는 점에서 단순한 레토릭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또 노동자를 단순한 생산요소로 간주하는 냉혹한 이윤논리와는 선을 긋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자유기업원 공병호 소장과의 인터뷰에서도 기업의 주인이 누구냐고 다그치는 그에게 ‘도요타에 가서 물어도 (기업의 주인은) 종업원과 지역사회의 것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하였다 하니 제법 신선하다. 다만 손 원장과의 대담에서 보면 그는 소위 ‘강성노조’에 대한 거부감도 일부 있는 것 같고 노동자 경영참여에도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위와 같은 부분은 오히려 사소한 부분이다. 그의 계급적 입장에 비추어보면 색다르기까지 하다. 문제는 그가 산업자본의 경영 대리인으로 종사해왔다는 점,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경제관을 발전시켰다는 정황에 따른 상황인식의 한계에 있다. 즉 그는 신자유주의의 또 다른 핵심 기제의 하나인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내지는 우위전략에 대해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난맥상은 손 원장이 본격적인 질문을 던지자마자 드러난다. 

“(상략) 중소기업을 실제로 육성하자면 정책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 중에 무시할 수 없는 게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다. 문제는 현재 금융기관 대부분이 외국자본, 심지어 투기자본에 잠식당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금융정책을 추진해도 이들 금융회사들이 말을 듣지 않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강조가 신선하면서도 아쉬움을 느끼는 대목이 이 때문인 것 같다.”

이 질문은 손 원장이 우회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오늘 날 남한 땅에서의 금융 자유화로 인한 신자유주의적 병폐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진 것이다. 즉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의 수중으로 넘어간 상업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회피하고 수익성 높은 부동산 담보 가계대출에 집중하면서 발생한 자본의 순기능 저하에 대한 문 후보의 의견을 물은 것이었다.

그런데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사채금융의 고금리를 개탄하다가 갑자기 하도급 비리 등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국제사회에서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이라는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에 손 원장은

“질문의 핵심은 금융산업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정책과제다. 한국의 금융기관은 거의 외국인 손에 들어가 있는 것이 현실 아닌가. 가령 미국과 견주면 미국 은행법에는 은행 이사조차 미국의 시민권이 있어야 가능한데 우리는 지금 그런 정도도 없는 거 아닌가.”

라면서 자신의 본래 질문의 의도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사실 대답이 너무 질문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쯤 되어서야 문 후보의 금융산업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금융제도도 개혁할 여지가 있지만, 우리나라가 국제금융센터가 되려면 전문 인력이 수천 명이 늘어나야 하고, 5년, 10년 걸려서 해야 될 일이 많다. 그리고 또 우리나라의 모든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그 이전에 해야 할 일은 매년 400억 달러가 투자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40조원만 해도 우리 중소기업들 다 살리고도 남는다.”

역시 딴 소리다. 은행의 국적성을 따지고 드는 손 원장의 질문에 우리나라가 국제금융센터가 되려면 아직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같은 ‘금융’자만 들어갔지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그의 인터뷰 전 과정을 지켜보면 손 원장이 가지고 있는 경제순환논리와 문 후보가 가지고 있는 논리를 비교해볼 수는 있다.

도식적으로 보자면 손 원장은

외국자본의 국내 은행 잠식 -> 공적인 기능으로써의 은행 기능 마비 -> 중소기업 대출 대신 가계금융 집중 -> 중소기업 자금난, 신용카드 대란, 부동산 시장 과열

의 문제점을 제시했다면 문 후보는

대기업의 하도비리 심각 -> 부정부패로 인한 국제신용등급 하락 -> 생산적인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 -> 중소기업 자금난

이라고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순진한 것이다. 문 후보가 생각하는 외국자본은 “아주 사람을 중시하는” 자본으로 우리나라가 부정부패만 해소하면 무디스가 신용등급도 올려주고 자본도 유입되어 중소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무디스가 언제부터 착한 나라에게 선물 안겨주는 산타클로스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근본적으로 그가 간과하고 있는 점은 뭐 하러 현재 금융권 등 국내에 쌓여 있는 막대한 잉여자본을 놔두고 외국자본 타령이나 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막말로 금 팔아 나라 구하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도 아닌데 말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그의 문제는 손 원장이나 장하준 교수 등이 제기하고 있는 은행의 국적성의 중요성 및 금융시스템을 비롯한 경제전반에 대한 국가개입주의의 필요성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하자면 길어지기 때문에 여기에서 정리하자면 인간 문국현은 산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는 각론에 있어서는 그의 기업철학에 따라 어느 정도 신자유주의적 방식과는 다른 길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것을 국가에 적용하여 보려 하는 모양이다. 문제는 국가는 개별 기업처럼 열심히 생산만 해서 잘 내다 팔면 끝나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산업자본의 상투를 틀어잡고 있는 금융자본, 그 금융을 자유화시켜 무한투자를 가능케 하고 투자의 한 푼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미FTA에 투자보호 조항을 집어넣으려는 초거대 국가와 싸워야 하는 것이 국가의 현실이다.

문 후보가 진정 反신자유주의 후보가 되고 싶다면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좀 더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사이트
문국현 후보와의 대담 전문
반신자유주의 대선을 만들 문국현의 가능성

4 thoughts on “문국현의 경제인식은 옳은가

  1. 한방블르스

    잘 읽었습니다. 아직 전문을 읽지 못하여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기는 좀 그렇군요.
    하지만 저번 문후보와 블로거들의 만남에서도 질문과 답변의 상이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였는데 이 글의 손원장처럼 다시금 질문을 하지 않아 그냥 넘어가곤 하였음을 보았습니다. 좀 심하게 이야기 하자면 동문서답이고 포인트를 이해를 못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좀 안타까운 남이었는데 철학과 인지의 부족인지는 잘 모르겟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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