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노조 때문에 GM이 망했다?

RenCen.JPG
RenCen” by Yavno at en.wikipediaOwn work (Original caption: “I created this image entirely by myself”).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John Quelch 교수가 최근 How General Motors Violated Your Trust 라는 글을 통해 GM이 왜 망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느 변방 나라의 어느 장로님이 노조를 GM이 망하게 된 주원인으로 지적하였고 언론이 ‘노조경제학’ 운운하면서 화답한 것과는 사뭇 다른 해석이다. John Quelch가 제시한 GM이 망한 여덟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Focus on products, not customers.(소비자가 아닌 생산물에 집중한 것)
2. Too many products, too many brands.(너무 많은 생산물, 너무 많은 브랜드)
3. Too many dealers.(너무 많은 딜러들)
4. Losing market control.(시장통제의 상실)
5. Bigger is better.(더 클수록 좋다)
6. No global brand.(세계적 브랜드의 부재)
7. Not invented here.(여기서 발명되지 않았다)
8. Finance focus.(재무에의 집중)

정확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Quelch 교수가 거론한 이유들을 보면, 거대기업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교과서적인 관료주의의 오류들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혁신부재 상황은 노동자가 경영에 참가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는 한에는 상당부분 경영진의 잘못이다. 그러한 상황을 우리 통치자와 언론은 노동탄압의 도구로 사용하려 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본 글에는 노조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지만 댓글을 보면 노조에 관한 언급도 등장한다. 주요 댓글을 살펴보자.

I’m surprised (well, not really) there was no mention of the terrible union deals.(Nick)
형편없는 노조와의 협약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이 놀랍다(음 사실은 아니지만).(Nick)

I have to disagree with Nick. “…terrible union deals…” have little to do with the current situation at GM. On the contrary, I believe that unions deserve to as for even more money. The bulk of overhead is not in the union salaries, but in management and managerial bonuses. So, cutting down on managerial overhead is the way to go. By the way, Lucent did just that – they laid of 1000 managers.(Aleksey)
나는 Nick의 견해에 반대한다. “..  형편없는 노조와의 협약 ..”은 이번 GM사태와 거의 관련이 없다. 그와 반대로 나는 노조가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엄청난 간접비에 노조의 임금은 없었다. 그러나 관리자급과 경영진의 보너스는 있었다. 그러므로 경영진의 간접비를 삭감하여야 하는 것이 가야할 방향이다. 그런데 Lucent는 그저 1000명의 관리자를 해고했을 뿐이다.(Aleksey)

진실은 알 수 없다. 내가 알기로도 분명 미국의 자동차 노조는 어느 노조보다도 강력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노조였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대가가 위의 Aleksey가 말하듯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는 정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한 기업의 흥망성쇠가 오로지 강성노조의 횡포나 굴복에 좌지우지하는 것 인양 호도하는 반노동적 기업관으로는 상황을 전혀 개선시킬 수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노조를 기업몰락의 원흉으로 보는 이가 국민은 어떻게 볼지 또 한번 걱정스럽다.

22 thoughts on “강성노조 때문에 GM이 망했다?

  1. Adrian Monk

    오바마의 당선에 자동차노조 측의 도움이 컸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얼핏 들은 것 같은데, 사실일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나저나 노조와 기업경영원리를 일반화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삼성은 노조가 없어서 잘나간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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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삼성은 노조가 없어서 잘나간다고 하는 것과”
      링크해놓은 한국경제 기사가 이와 비슷한 논조를 전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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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architect

    프레임이란 단어를 알고 나서 MB의 프레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fact를 가지고,
    글을 써주시니 즐겁게 읽게 됩니다.

    MB의 무식한단순함과 완전히 한쪽으로만 치우진 말실수들도,
    이제는 언론에서 언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하고 말하는 건지, 그 전 대통령등은 정치가라 그럴수도……
    라고 생각했지만, 이 사람은 자기 스스로도 정치가가 아니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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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프레임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상황이군요. 어떤 상황이 되어도 경직된 자기 프레임으로만 사고하는 습성… 다른 이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안타까운 상황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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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경이야 전경련이 주인이니 뭐 그런 기사 쓰는 건 당연하고요..

    미국 자동차가 망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요즘 유행하는 패러디 포스터에 쓰인 대로 ‘shitty cars’를 만들어 왔다는 거겠죠…

    임금은 물론 경쟁국인 한국과 일본에 비해 높은 게 사실이지만..
    독일 오토메이커보다 임금이 높을까요?

    개인적으로 헬스케어나 연금 부분을 모두 회사가 감당했다는, 미국적인 원인이 한몫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독일과 한국, 일본은 나라가 감당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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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연금을 국가가 아닌 기업이 부담하는 것은 미국의 독특한 노사문화긴 하죠. 반면 어떻게 보면 국민연금이 복지국가의 틀로써 이해할 수도 있지만 기업의 비용을 사회에 전가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할 수도 있고요. 자본주의 복지국가의 양면성이랄까요? 여하튼 그 임금보전성 비용이 자동차 3사의 몰락을 자초하였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들이 이러한 보상체계를 갖추어 온 것은 잘 아시다시피 1940년대 에서부터였고( http://foog.com/381 참조) 신자유주의 창궐시대에는 그러한 비용을 헤지하기 위해 확정지급형을 확정갹출형으로 전환하여 기업의 비용을 감소시키려 노력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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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레이

    전, 복잡한 경제 이론은 잘 모릅니다만, 우리나라가 뭔가 거꾸로 가는게 아닌가, 요즘 자꾸 그런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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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빨간여우

    mb의 사고방식에 문제가 많은건지, 머리가 나쁜건지는 쥐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고,
    gm의 파산에 노조의 문제가 강하게 대두된 적은 거의 없었죠. 이번 상원과 노조와의 협상은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내면을 살펴 보면 이해가 되는 거구요.

    풍자우화 한편을 트랙백에 걸어 놓고 가겠습니다. 한번 살짜기 웃어 주시고
    즐거운 한주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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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Pingback: 행복한 하루를 위한 속삭임

  7. ozworld

    요새 자꾸 미국 자동차와 노조의 이야기를 경체 침체와 이어서 끌고 가는 한국 중앙지들이 얄미웠는데, 참 훈훈한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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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beagle2

    적어도 한국에선, 지배자들이 저런 망발을 일삼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이제는 “또 지저귀는구나” 하게 됩니다. 문제는 국민들이 이번에도 10년 전처럼 속아주느냐 하는 것인데… 이게 진짜 큰 일인데… 큰일 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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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Ha-1

    확실 현재 위기의 진원지인 금융계가 무제한의 지원을 받는 것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까이는 감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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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sunlight

    좋은 포스팅에 감사…
    그런데, 궁금한게 있습니다. 미국은 건강보험이 회사별로 되어 있으니 기업별 수익의 분배로 볼 수 있겠고, 한국은 전체주의식이니 한국이 뜯어고쳐야 할지…? Big 3는 무엇보다 경영 실패에 기인할 텐데(왜냐하면 아직도 괜찮은 기업은 수없이 많으므로) 주인장은 그 문제엔 무지 똘레랑스를 견지하는 듯해서… 특별한 애정이 있으신지?
    한 가지 더 의문을(주인장이 싫어하시겠지만)… 미국이든 어디든 경쟁력이 모자라면 어쩔 수 없이 죽어야 할 판인데, 왜 Big 3는 ? 이런 의문이 드는 군요. 뭐 미국이 살리겠다면 살겠지만, 이것 때문에 나중에 오바마가 된 통 쓰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그리고 MB가(여기서는 쥐로 통합니까?) B3 살려야 한국경제도 좋아진다고 대인배적(?)인 멘트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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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제공하는 국민단위의 연금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이 “전체주의식”인지는 따로 고찰해야할 문제인 것 같군요.

      경영실패의 문제에 대해서 똘레랑스를 견지하신다는 말씀이 무슨 의미로 하신 말씀인지 제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제가 이해한 바로만 말씀드리면 어떠한 조직에서든 누적되는 관료주의와 경영실패, 그리고 비효율은 그 조직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고 이는 GM, 투자은행, 나아가 미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에서 지속적으로 불거져나왔던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그렇다고 그 조직을 그냥 망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순리냐 하는 문제는 별도로 고민해야할 문제로 현 상황에서는 누구든지 이에 대해 갈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위기의 주범 투자은행은 살리고 유탄을 맞은 자동차산업은 죽이느냐 하는 소리가 꽤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기도 하니까요. 어떤 식으로 풀리든 오바마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될 것 같네요.

      대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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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omahawk28

    위와 관련된 내용으로 오늘 민노당 홍희덕 의원이 쓴 글을 보았습니다

    “…2000년 이후 GM이 거둔 이익의 대부분은 자동차 판매가 아니라 GM의 금융자회사인 GMAC이 거둔 것입니다. GM의 금융자회사인 GMAC은 자동차 할부금융, 모기지 투자등에 집중하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치명타를 입고 다시 모회사인 GM이 몰락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죠. 한마디로 제조업을 등한시하고 금융에 올인하다가 치명타를 입은 것이지 어디 존재하지도 않는 “강성노조”의 요구로 인해 몰락한 것이 아닙니다………….”

    앞서 그가 말하는 GM이 투자설비를 지나치게 늘렸다는 것과는 모순되는 말이긴 하지만 GM이 모기지 투자에 집중했다는 말은 이글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투자은행들이 모기지를 대부분 사들인 줄 알았거든요.
    이런건 온통 노조 이야기 뿐인 언론들 속에 묻힌 걸까요?
    ..그리고 유동화증권은 도대체 스며들지 않은곳이 없단 말입니까 ㅡㅅ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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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도 2000년대 초반 GM이 오토론 분야를 계속 확대하여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당시에는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문제는 역시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고 임계점이 도달하기 전에 위험을 헤지하는가 하는 것도 있다고 여겨지네요. AIG나 시티그룹에게도 공통으로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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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foog

    “미국 자동차 빅3 몰락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거의 일치한다.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3사들이 지난 신자유주의 10여년의 과정에서 기술경쟁력 강화를 도외시하고 GMAC(GM Acceptance Corporation)과 같은 금융부분을 키워 단기수익을 추구하다가 결국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08121917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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