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value)’와 ‘부(wealth)’

이번 금융위기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자인 Nick Beams라는 분이 2008년 말 호주에서 가졌던 강연의 일부분을 발췌한 내용이다. 현재 약 5편까지 진행되고 있고 기회가 되면 주요부분을 발췌하도록 하겠다.[원문보기]

끊임없이 증가하는 생산과정의 범위는 자본주의 경제의 금융구조의 변화를 추동한다. 이는 이제 자본이 축적과정을 이어나가기 위해 개별 자본가들의 능력 이상으로 자라나야 함을 의미한다. 그것은 사회 전체의 자원을 빨아들여야 한다. 두 가지의 거대한 금융적 발전이 이를 가능케 했다. 신용과 은행시스템의 발전, 그리고 합자회사 혹은 주식회사의 출현.

사회 모든 분야의 돈이 은행으로 모이게끔 만드는 이른바 신용이라는 것은, 자본주의 기업에게 개인이나 심지어 개인들이 모인 집단의 능력을 월등히 초과하는 규모의 자원을 제공한다. 자본가는, 마르크스가 설명하길, 이제 다른 사람들의 돈의 단순한 관리자가 될 뿐이다. 이 돈이 없으면 루퍼트 머독도 평범한 시민에 불과할 뿐이다.

자본을 공급하는 대가로 은행은 노동계급으로부터 착취한 잉여가치의 일부를 이자지급의 형태로 수령한다. 은행과의 대출계약이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채권자에게 정기적인 이자지급을 약속한다. 즉 그 소지자는 소득을 보장받는다.

주식의 발행을 통해 설립되는 주식회사의 경우에는 화폐자본을 공급한 대가로 재산권을 보장받는다. 그들이 회사의 일부에 대해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매체인의 주주라고 해서 당신이 가게에 들어가 그 회사의 부분적인 소유주라는 이유로 물건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 상품은 기업화된 법인의 소유물이다. 당신이 보장받는 것은 배당의 형태로 지급되는 이익의 일부분이다.

신용과 주식소유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갖게 되었다. 채권과 주식과 같은 소득 형태를 수여하여 그것들이 거래되는 금융시장. 그리고 이들 금융자산의 가격은 오르고 떨어진다. 그래서 그것들을 사고팔면서 이윤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신용 혹은 주식의 형태로 제공되는 화폐는 노동력과 생산수단을 구입하는데 공급된다. 그것들은 생산자본이 되어 노동계급의 잉여가치를 착취하는데 관여한다. 이는 또한 화폐만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과 채권은 마르크스가 “상상의(imaginary)” 자본, 혹은 가상(fictitious)자본이라 부른 것들이다. 그것들은 최종적으로는 생산자본이 착취한 잉여가치의 지분을 소득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의 세계에서, 즉 가상자본의 세계에서는 금융자산을 거래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는 황홀한 세계다. 환상의 세계다. 왜냐하면 여기서는 화폐의 조작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관리자의 영리한 조작과 거래를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노동이 모든 이윤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짧은 문단을 통해 강연자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조력자로서의 금융과 자본시장의 성격이 잘 묘사하고 있다. 다만 마르크스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다소 혼란의 여지도 있을 것 같다. 특히 강연자가 가치는 노동으로부터 창출되고 이자나 배당은 그것의 일부일 뿐이라고 하였으면서 다시 가상자본을 통해 스스로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모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value)’와 ‘부(wealth)’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가치는 그것이 화폐로 표현되기 전의 모습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것의 측정단위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명확치 않은 것 같으나 – 또는 내가 무지해서 모를 수도 –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노동시간의 형태로 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부는 마르크스주의에서 그것의 명확한 의미를 부여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화폐의 형태로 표현이 가능하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축적되는 – 정확하게는 전유되는 – 막대한 부는 사실은 한 사회, 혹은 전체사회의 가치(value)를 뛰어넘는 화폐증발로 인한, 즉 일종의 인플레이션에 의해 촉발된 거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예컨대 유동성의 비정상적인 공급을 통해 올라간 부동산 가격은 가치의 증가가 아닌 화폐가치의 절하라 할 수 있다.

7 thoughts on “‘가치(value)’와 ‘부(wealth)’

  1. Pingback: seoulrain's me2DAY

  2. 남궁JO

    사실 맑스의 이론은 그럴 듯 하면서도 억양적으로 굉장한 거부감을 자아내서, 별로 동의하기 싫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튼 잘 읽었습니다.

    Reply
    1. foog

      그러시군요. 거부감이야 취향 문제이니 뭐라 충고드릴 말씀은 없네요. 너무 정색을 하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죠. ^^;

      Reply
  3. LieBe

    맑스주의의 기본 이론의 근간인 자본주의는 끝없이 팽창하기 위해 계속 먹을 것을 필요로 한다의 또다른 개념의 리바이어던의 모습은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한 것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 예측은 현재 자본주의의 한계점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Foog 님 덕분에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요즘은 이런 글 읽을 블로그가 거의 없더군요….ㅜㅜ

    감사합니다…..헤헤

    Reply
    1. foog

      자본주의는 확실히 리바이어던이죠. 그나저나 그 책은 맨날 앞장 몇장만 깔짝대면서 읽지도 못하네요. –;

      Reply

댓글을 남겨주세요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