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언론이 아닌 이유

이유는 다른 것이 없다. 올라오는 기사를 보면 언론이라고 하기가 참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언론이라 하면 자기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같은 보수지여도 조선은 상대적으로 동아보다는 자기 목소리가 있다. 현 정부에 대해서도 – 물론 저간의 사정이 있는 것 같지만 – 조선은 일정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논조를 편다.(지들이 보수의 정수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동아는 그러한 뚝심이 없다. 자존심도 없다. 그저 청와대 찌라시에 맛 들여서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음의 두 기사다.

이 대통령 강한 불신표명에 공공기관장 ‘긴장'(조선일보)
李대통령 “조직혁신 자신없는 사람 떠나야”(동아일보)

34개 공공기관의 청와대 업무보고 소식을 전한 두 개의 기사를 비교해보자. “도덕적 약점없이 출범한 정권”의 수장이신 이 장로님께서 “조직에 대한 자신이 없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는 초법적인 협박성 발언으로 분위기를 급랭시켰다는데 같은 보수지가 같은 사안에 대해 전하는 내용이 사뭇 대조적이다.

적어도 조선은 장로님의 발언 이후 이어진 공공기관의 업무보고내용을 전달하여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동아의 기사를 보면 이건 기사가 아니다. 이렇게 따옴표가 난무하는 기사는 보다보다 처음 본다. 그냥 이 장로님의 발언전문을 인용하면서 사이사이에 추임새만 집어넣은 것이다. 이런 글이 기사면 내 글은 퓰리처상 감이다. 그래서 동아일보가 언론이 아닌 것이다.

27 thoughts on “동아일보가 언론이 아닌 이유

  1. LieBe

    전 신문을 볼때 사설란을 가장 먼저 봅니다…

    심지어 헤드라인 보다 더!!!

    그런데…….조중동의 사설은,…이건뭐…

    그중 요즘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건 역시나 동아일보더군요…

    애널X킹은 그러려니 하지만 (뭐 사조야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그것도 제대로 못해서 우왕좌왕 뭔소릴 하는지 모르겟는 모습을 보면….진짜 저런게 한국의 3대 조간이라는게 한숨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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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세벤

    조중동 중에서는 굳이 따져보자면 조선이 그나마 제일 나은 듯 합니다. 기사 배치도 그렇고 기사 내용도 그렇고 사설에서도 그렇고..
    어차피 도토리 키재기하는 꼴이지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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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두해

    똥은 똥입니다… 똥에 지휘고하가 어디 있습니까?
    똥은 거름이라도 쓰죠… 조중동은 어디에도 쓸 데가 없군요…
    소망교회 찌질이들이나 아직도 맹박이가 위대해보이는 천민들의 오르가즘을
    워주기에만 필요한 물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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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unlight

    “똥은 똥입니다. 똥에 지휘고하가 어디 있습니까?”라는 말이 전체 글을 함축하고 있군요.(포스팅과 댓글 모두.) 제가 보더라도 두 기사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조선일보가 좀더 주체적인 생각을 했다고 도저히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그런데 저 기사 가운데 어떤 것이 이장로의 초법적인 발상이고 태도인 겁니까? 형식논리로만 보면 (그동안 고액 연봉이나 업무태만으로 많은 지탄을 받은) 공기업의 구성원들은 경제난국을 맞이하여 힘을 합해 열심히 잘해보자. 이런 얘기 같은데요…
    그 이면에 대한 분석은 두가지를 동시에 봐야 공정하다고 봅니다. 하나는, 내가 제시하는 게 옳으니 나를 거슬리면 모가지다. 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주어진 여건에 맞춰 각자 창의성을 이끌어내서 이 난국을 헤쳐나가자 … 이렇게 볼 수도 있겠는데 말입니다. 혹시 주인장은 애초에 글러먹은 인간이니 무슨 말을 해도 다 개소리다…
    이런 겁니까?(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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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공공기관의 장은 임기제입니다. 그런 사람들한테 노조와 친하게 지내서 대충 지내려면 물러나라고 이야기하는 자체가 초법적인 소리입니다. 제 글이 어디에서 “애초에 글러먹은 인간이니 무슨 말을 해도 다 개소리다”라는 뉘앙스가 풍기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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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Crete

    foog님의 센스에 그만 무릎을….^_^

    “이런 글이 기사면 내 글은 퓰리처상 감이다.”

    올 한해 너무나 많은 좋은 글에 수도 없는 insight를 얻었습니다. 따로 감사 드릴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새해 하시는 일에 큰 성취 있으시기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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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남이 쓴 댓글을 foog님이 쓴 걸로 오해하고 광분하는 댓글이 몇몇 보이네요. 일반적인 난독증은 두뇌에 문제가 있는데 이 경우는 시력에 문제가 있는 듯. (시각도 뇌에 연결되긴 하지만;;)

    “퓰리처상 감” 정말 재밌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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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아침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댓글들 때문에 정신이 잠깐 외계에 나가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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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아이군

    동아 일보 가봤다가 간만에 큰 웃음이네요.

    맥주가 차가우면 얼음에 넣었다가 먹으면 된다와 동급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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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남궁JO

    두해님, 말을 가려서 쓰셔야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군요. 아직 국내 신문 구독자의 40%는 조선일보를 보고 있으니까요.
    소망교회 찌질이와 천민들로 구성된 사람들=조선일보 구독자(=40%) 라는 발언은 위험천만해 보이는군요. 더군다나, 제 부모님도 아직 조선일보를 보시고 계시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면…순간 울컥하네요. 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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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1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네요. “말을 가려서 쓰셔야”라는 의미인 것인가요? 그렇게 이해해도 제가 조선일보 구독자들을 우습게 본 정황은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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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dlinuf

      바로 위 두해님 댓글에 민감하게 반응하신거 같은데요. 🙂
      그리고 남궁JO님, 댓글을 달려면 올바른 자리에 좀 달아 주셔야죠. 저를 포함해 여러사람이 오해하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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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남궁JO

      꽥; foog님 죄송합니다; 제 의도가 엄청나게 왜곡되어 foog님에게 전달되었군요. 이 포스팅에 대하여 불쾌한 사항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두해님의 덧글에 불쾌함을 느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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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oog

      네 저도 나중에 살펴보니 두해님의 글에 대한 댓글이더군요. 아무튼 두 분 지나친 흥분은 건강에 좋지 않으므로 자제해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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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푸른곰

    동아일보사는 기자 공채에서 한글 2벌식 자판으로 받아쓰기로 뽑는 것 같군요.
    저게 기사라고 하느니 푸그님께 퓰리쳐를 드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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