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금융화

한국 금융시장의 해외자산 대체투자 모델에 대하여

현대자산운용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오피스빌딩 투자펀드의 판매사를 네 곳이나 확보하고도 판매일정을 다음달로 석 달째 연기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삼성전자가 100% 책임임차하는 미국 텍사스 달라스 오피스빌딩 투자펀드를 준비했지만 4월로 예정된 판매일정을 8월까지 미뤘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기 부진이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모집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총액인수한 증권사가 물량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수익자 모집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매도자가 딜을 깨버릴 우려도 생겼다. [공모 부동산펀드 ‘잠시 멈춤’이 옳다]

지난번 글에서도 코로나19 사태에 즈음하여 한국 IB시장에서 해외자산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는데, 더벨의 이 기사에서도 이런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어 소개한다. 그동안 해외자산에 대한 대체투자의 절차는 자산운용이 해당자산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확보하면 사업타당성분석을 거쳐 증권사에서 이를 총액인수한 후에, 이들 자산을 최종적으로는 통상 기관투자자에게는 사모펀드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는 기사에 나오는 것처럼 공모펀드를 통해 팔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최근 몇 년간 유행처럼 번져 왔던 투자모델이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간 이런 투자모델이 한국에서 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홍기빈 씨의 말처럼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라는 현대자본주의의 진행과정이 한국의 상황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도시화를 통해 전 세계의 주요도시에는 오피스 지구가 경쟁적으로 생겼고, 지구화를 통해 한국 투자자도 에든버러의 빌딩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고, 유휴자금이 풍부한 한국의 투자자가 사모펀드니 공모펀드니 하는 금융화를 통해 빠르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이다. 한국의 증권사의 IB 비중 확대는 이런 투자 과정에 가속도를 붙이는 역할을 했다. 총액인수를 통해 매도자와 최종 매수자 간의 거래의 간극을 좁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견으로는 해외자산 대체투자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면서 이미 팬데믹 이전에도 참여자들의 오버슈팅의 추세가 있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모델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팬데믹을 핑계 삼아 급격하게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당분간 참여자들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투자모델에 대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에서 이 모델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1 다만, 투자자는 여태 간과하고 있었던 새로운 리스크를 감안한 수익분석 모델의 철저한 검증과 위험분산책을 요구할 것이다. 그런 모델 구축이 가능할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세계 경제 위기 : 한 마르크스주의자의 분석 (5)

다음은 사회주의평등당(the Socialist Equality Party) 호주지부의 국가서기인  Nick Beams가 2008년 11월과 12월에 걸쳐 호주 여러 도시에서 가졌던 강의를 요약 발췌한 내용이다. 번역이 일치하지 않은 점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시드니 대학의 Dick Bryan과 Michael Rafferty는 그들의 유용한 연구 ‘자본주의와 파생상품(Capitalism and Derivatives)’에서 파생상품의 필수적인 기능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 그들이 “묶는(binding)” 기능이라 칭하는 것인데 현재의 자산을 미래의 자산과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고정 환율 시대의 몰락에 의해 초래된 점증하는 불확실성과 리스크로 인해 이 파생상품이 발전하였다.

파생상품은 또한 “섞는(blending)” 기능을 지니고 있다. 즉 서로 다른 형태의 금융자산을 균등하게 만드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회사채와 주식을 서로 맞바꾸는(swapping) 계약이 있을 수 있다. 이 계약은 채권시장의 금리추이나 주식에 대한 배당의 추이의 상대적인 경향에 따라 실행될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둘은 모두 회사의 미래소득에 대한 청구권이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파생상품의 활용은 이러한 리스크를 감소시킨다.

파생상품의 활용은 하나의 자산의 특징을 다른 자산의 특징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다. 즉 금융자본은 어느 특정한 형태로 묶이기보다는 보다 보편적인 형태로 발전해나갈 수 있다. 이는 – 자본의 축적의 기본인 – 이윤의 전유가 금융시장 작동에 점점 더 의존해가는 조건 속에서는 굉장히 중요해졌다.

물론 다른 금융자산과 마찬가지로 파생상품은 투기의 주요한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그들이 이전의 규제 시스템의 붕괴에 의해 초래된 자본주의 경제의 객관적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달하였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시작된 파생상품은 역사적인 금융재앙이라는 리스크를 초래하면서 끝을 맺었다.

자본주의 발전의 곡선에 있어서의 터닝포인트

금융화를 바라봄에 있어 하나 더 고려하여야 할 과정이 있다. 증권화 현상이 그것인데 모기지 위기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

국가의 규제시대에 미국은행들은 소위 “3-6-3 모델”로 운용되었다. 돈을 3%에 빌려다가 6%에 빌려주고 은행 임원은 3시에 골프장에 간다. 이 모델은 1980년대 급격한 금리인상과 이어진 경제의 금융화 현상에 따라 무너진다. 은행들은 이제 펀드들을 위한 다른 금융기관과 경쟁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은 대출을 빌려주고(originated) 은행이 보유하고(hold) 이자를 수취하는 예전의 모델을 기초로 해서는 불가능했다. 여신후 보유(originate-and-hold) 모델은 상당량의 자본이 장기로 묶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은 좀 더 빠른 속도로 그들의 자본을 순환시킬 수 있는 한에서만이 이윤을 증대시키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이 보유하는 금융자산을 증권으로 바꿔서 팔아버리는 방식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데 IBM이나 GM같은 회사가 발행한 채권과는 달리 모기지의 경우 정해진 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은행은 어떻게 다양한 모기지를 채권처럼 거래될 수 있는 증권으로 바꿀 수 있고, 그럼으로써 투자자들이 인수자산의 안정성을 살필 것 없이 오직 이자율과 상환기간만 신경 쓰면 되게끔 만들 수 있는가?

그 해답은 모기지의 풀을 만들어서 모기지 상환으로부터의 돈으로 이자를 지불하는 일련의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그 풀은 다양한 리스크에 다양한 지불조건을 구분하는 여러 개의 트랜치로 나눠진다. 신용평가기관이 리스크 평가를 제공한다. 이 기관들은 다양한 리스크 모델을 개발하여 평가하였다. 많은 경우 채권들은 최고의 등급을 부여받았다. 증권화 과정은 “여신후 보유(originate-and-hold)” 모델을 “여신후 분산(originate-and-distribute)” 모델로 대체하였다.(주1)

미국에서는 1930년대 이후 집값이 전국적으로 하락한 적이 없었기에 집값이 계속 뛸 것이라는 일반적인 가정 하에 모기지는 지불능력에 상관없이 이루어졌다. 모기지는 언제든지 갱신되었고 주택은 이윤을 남기고 거래되었다.

우리는 이제 이 위기의 다양한 구성요소와 그 역사적 함의를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그것은 단순히 대규모의 손실의 창출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축적(accumulation) 시대의 총체적인 붕괴를 바라보고 있다. 이 시대는 1970년대의 위기에 대한 반응에서 싹텄다.

은행과 금융기관은 더 이상 “여신후 분산(originate-and-distribute)” 모델을 이어갈 수 없다. 또한 과거의 모델로도 돌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레온 트로츠키가 “자본주의 발전의 곡선”이라 부른 변곡점에 도달하였다. 1970년대의 위기와 1980년대의 하강에 이어 새로운 상승국면이 1990년대에 자본의 국제순환에서의 초저임금의 노동력의 합병에 기초하여 시작되었다. 이는 축적의 새로운 양식을 가능케 했지만 파괴적인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원문보기]

(주1) 개인적으로는 여신후 분산 모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금융기능이 존재하는 한에는 여신은 있어야 하고 그 후 그 여신의 처리방법은 보유나 분산, 그 둘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보유와 분산이 가지는 계급적 함의는 별도로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