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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가? 또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현대사회에서 법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가? 보통 대의민주제를 채택한 국가에서라면 당연히 우리가 의회에 보낸 의원들이 만든다. 다만, 형식적 의미의 입법, 즉 법률제정은 의회만이 할 수 있지만, 실질적 의미의 입법은 의회만이 아니라 행정부나 법원과 같은 그 밖의 국가기관도 하고 있다 할 것이다. 어쨌든 입법행위는 국가라는 공적주체가 수행하는 행위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과연 현실이 그럴까?

ALEC은 무엇일까? 스스로 초당파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그 조직은 익숙한 혐의자들인 코크스, 엑슨 모빌 등이 후원한 보수적인 활동 조직이다. 그러나 그런 유의 다른 그룹과 달리 이들은 단순히 입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입법자에게 완벽한 법률초안을 제공하는 등 문자 그대로 법을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에서는 ALEC이 쓴 50개 이상의 법안이 소개되었고 문구 하나 하나가 거의 적용되었다. 그리고 이런 법안들은 종종 법이 된다.[Lobbyists, Guns and Money]

미국이 “로비스트의 천국”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많은 로비스트들은 그들이 대변하는 이해집단의 이익이 각종 제도, 특히 법률에 적용되도록 워싱턴 정가를 배회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그런데 폴크루그먼이 소개하고 있는 ALEC은 이러한 수동적 역할을 뛰어넘어 법안 자체를 작성한다고 한다. 물론 FTA와 같은 무역협정에 기업이 직접 작성한 안이 쓰이기도 한다니 그리 놀랍지는 않다.

어쨌든 폴크루그먼의 고발에 따르면 ALEC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노조파괴, 환경기준 약화, 기업을 위한 세금면제”등이라고 한다. 이 단체가 스스로 주장하는 바의 그들의 목적은 “자유 시장, 제한적 정부, 연방주의, 그리고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제퍼슨주의자적인 원칙을 증진”하는 것이라고 한다. 토마스 제퍼슨이 이 문구를 읽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지만 반색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여기 또 다른 입법과정을 보자.

베네수엘라의 외무장관 니콜라스 마두로는 이 나라의 노동법의 밑그림이 이제 거의 최종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확인했다. 대통령령으로 5월 1일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 노동법은 베네수엘라의 현존하는 고용법률을 철저히 점검한 것이며 출산휴가에서부터 직장 내의 조직화까지 모든 것을 포괄할 것이다.

“우린 권리, 안정성, 그리고 일할 권리를 보호할 법적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논쟁하고 있다… 노동법은 최고 단계의 사회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도구의 하나다.”

[중략]

현재까지 19,000 건이 넘는 제안이 위원회에 제출되었는데,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논쟁의 주요 논점은 노동자의 임금과 사회적 복지뿐만 아니라 노동일, 생산의 사회적 관계의 재규정에 관련된 것들이다.[Drafting of New Venezuelan Labour Law Moves into Final Phase, Instrument for “Highest Stage of Socialism”]

베네수엘라에서의 소식이다. 새로운 노동법을 만들고 있는 중인데 입법과정에서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노동자, 사회 집산체, 정치정당, 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미국도 (또는 우리나라도) 노동법 제정 및 개정에 노조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통로는 ALEC처럼 금권에 의한 입법 로비에 한정되어 있거나 (노사정위와 같은) 들러리적인 성격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요컨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쥔 이들이 공공연히 입법과 같은 권리의 공고화 과정을 주도한다. 노동자 계급이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어 노조가 힘을 얻게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입법 로비 집단의 소수에 머물고, 그 과정도 기득권자의 과정을 흉내 낼 뿐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처럼 거대조직 뿐 아니라 개별 노동자도 합당한 경로를 통해 제안을 하고 입법과정에 반영된다면 그 또한 매력적인 일이 아닐까?

공항철도, KTX 민영화, 코레일, 그리고 노동자의 죽음

‘공항철도’는 현대건설, 동부건설 등 컨소시엄이 지난 2007년 3월23일 개통 후 운영하다 수요창출에 실패해 정부의 합리화 정책에 의해 2009년 11월30일 코레일에 인수됐다. [중략] 코레일은 재정부담 증가라는 정부고충을 고려하고 철도운영 전문기관의 노하우를 살려 다각적인 영업활성화 노력으로, 인수 이듬해인 2010년에 1일 평균 이용객을 인수 이전인 2009년보다 37% 증대시켰다.[민간실패 ‘공항철도’ 코레일 인수 후 이용객 급증]

민간투자사업으로 시행되었던 인천공항철도는 운영수입이 당초 예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민영화가 얼마나 큰 폐해를 끼치는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될 정도로 악명이 높았던 사업이다. 인용한 기사의 제목대로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이용객이 크게 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기사제목은 코레일의 각고의 노력 끝에 이용객이 증가한 것으로 비춰지는데, 과연 그게 가장 중요한 변수였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사실상 이용객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 여겨지는 ‘인천공항~서울역 구간’ 개통은 코레일 인수 후인 2010년 말 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기사를 살펴보면 코레일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레일 전국역 공항철도 승차권 발매’ 등 코레일만이 수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축적된 운영 노하우를 통한 비용절감이랄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코레일 만의 장점이라고 내세울 수 있다. 기사는 이런 비용절감 노력을 비교적 자세히 적고 있다. 즉,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인천공항철도는 열차횟수를 2배, 운행거리를 3배 늘린 반면, 운영인력은 21%로 최소화하고 급여를 동결하여 운영을 효율화시켰다고 한다. 이런 노력 등이 모아져서 결국 인천공항철도의 채산성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고 철도노조 분들을 찾았었다. 그 자리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 분들은 그런 사고는 너무 흔하고, 맨날 장례식 쫓아다니는 게 일이라고 했다. 구조조정으로 인력은 모자라고,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아주 위험한 방식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 매달려 타고 뛰어내려 작업을 한 뒤 다시 뛰어오르는 (‘비승비강’) 작업까지 한다고 했다.[공항철도 노동자 다섯 명의 처참한 죽음 끔찍한 이윤추구 시스템이 죽였다]

공항철도는 사실 수익성을 떠나 국제공항과 수도권을 잇는 철도라는 명분을 가지고 출발한 사업이다. 이런 정책목표는 정부의 부외금융 수단인 민영화를 통해 추진되었지만 –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다양하게 혼합된 원인으로 인한 – 형편없는 운영실적 때문에 정부보조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시설을 코레일에 넘기는 또 다른 부외금융 방식으로 사업을 합리화(!)시킨 것이다. 코레일은 이에 조속한 사업정상화를 위해 인용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가혹하게 허리띠를 조여 왔다. 그 와중에 벌어진 철도노동자들의 죽음에서 정부의 ‘부실자산 떠넘기기’와 코레일의 허리띠 죄기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한편 코레일의 한 간부는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항철도를 민영화 실패의 대표사례로 비판하고 있다. 이 비판은 ‘KTX일부구간 민간위탁’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 두 사업은 단순비교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리가 있는 항변도 있다. 문제는 “공기업”이라는 코레일 또한 공항철도 사업자처럼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공존하며, 채산성이란 목표가 공익성에 앞서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코레일은 예전에도 노동자를 탄압하는 공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당시 사장은 “민주투사” 이철이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요구에 의해 부실자산을 떠안는 공기업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수익성을 떠나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추진되었던 철도산업은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한 이후, 본격적으로 채산성의 논리가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사는 여전히 공익적 목표를 유지하였겠지만 독립채산제가 된 공사의 특성상 인력 외주화 등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제표를 개선해온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진정 공익성을 이유로 KTX의 민영화를 반대한다면, 노동자의 죽음에 원인제공을 한 코레일 자체의 非공익적 체계에 대한 반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가 파업 때 읽어야 할 책 12선

“CEO가 휴가 때 읽어야 할 책 10선” 고르시는 기자님들. 올여름엔 “노동자가 파업 때 읽어야 할 책 10선”도 함께 골라주세요. [출처]

뻘트윗 전문 트위터러 @so_picky 가 어제 아침, 생각도 없이 이렇게 트윗했다. 그러자 초진지 명랑만화가 @capcold 옹께서 다음과 같이 답하셨다.

진짜로 한번 골라봅시다. 첫타로, ‘정치의 발견'(박상훈) 추천. [출처]

이렇게 해서 어제 하루 트위터에서는 #10Books4Workers 라는 해쉬태그를 붙여가며 10권의 책을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정종인 선생께서는 이러한 작업에 “로동자 10서”라는 애칭을 붙여주셨다.

“10 Books for Architecture”라고 이른바 “건축 10서”라는 로마시대 고전이 있다. (물론 난 표지를 열어보기만 했다) #10Books4Workers 라는 해시태그를 계속보니 “로동자 10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는 개드립이.. [출처]

어쨌든 책 열두 권이 선정되었다. “노동자가 파업 때 읽어야 할” 이라는 제목때문인지 주로 파업이나 투쟁, 그리고 체포시의 해결절차 등과 관련한 책들을 추천해주셨다. 어느 분은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고 농업으로 1억 원 버는 법”을 추천하셨는데, “파업하다 잘리면 먹고살아야 하니까”라는 아주 실용적인 추천사유를 적어주시기도 했다. 괄호는 추천인.

  1. 정치의 발견(capcold)
  2. 엥겔스 평전(so_picky)
  3. 무너지는 환상(babodool)
  4. 도시생활자의 정치 백서(dalwoo)
  5. 쫄지마 형사절차(anonymous_ol)
  6. 소금꽃나무(heenews)
  7.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hotgum_jo)
  8. 의자를 뒤로 빼지마(LoneStar_DHYi)
  9. 격정시대(likeseed)
  10. 자본주의역사 바로 알기(viciousfreak)
  11.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plabinu)
  12.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고 농업으로 1억 원 버는 법(Refugees2)

p.s. 이외에도 추천할만한 좋은 책을 알고 계신 분들은 댓글로 추천을 부탁합니다. 🙂

한미FTA, 한진중공업 투쟁, 그리고 “양심의 자유”

어떠한 당사국도 자국 영역내 당사국 또는 비당사국 투자자의 투자의 설립,인수,확장,경영,영업,운영이나 매각 또는 그 밖의 처분과 관련하여, 다음의 요건을 부과 또는 강요하거나, 이에 대한 약속 또는 의무부담을 강요할 수 없다. [중략] 자국 영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매 또는 사용하거나 이에 대하여 선호를 부여하는 것, 또는 자국 영역에 있는 인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하는 것.

한글번역본의 번역오류가 알려진 것만 300여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유명한 한미FTA 협정문의 제11.8조 ‘이행요건’ 조항의 내용이다. 이 문장에도 혹시 번역오류가 있는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그 의미는 크게 어렵지 않다. FTA를 체결한 양 당사국들은 “자국 영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매 또는 사용하거나 이에 대하여 선호를 부여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제11.3조 ‘내국민 대우’와 일맥상통하는 조항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조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양국의 향후 지방정치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유시민 씨가 지난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놓은 “로컬푸드 무상급식” 건을 보자. 당시 경기도 지사 후보로 나선 유시민 씨는 도내 생산 식자재로 급식을 제공하여 건강과 환경을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바로 위 조항의 “자국 영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 선호”하는 것이기에 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다. 협상 당시에도 이와 유사한 많은 지자체 조례가 비합치된다는 분석도 있었다.

한미FTA는 – 기타 대다수의 FTA를 포함하여 – 이밖에도 최혜국대우 원칙, 내국민대우 원칙, 시장접근제한 원칙 등을 통하여 내국인과 외국인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FTA는 문자 그대로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을 넘어서 투자 및 지적재산권 등을 포괄하는 ‘통합된 자유경제지역’을 지향한다. 주의할 점은 ‘내국인/외국인’에서 ‘인(人)’의 권리는 절대다수 자연인이 아닌 법인의 권리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FTA는 단순히 우리의 경제생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와 연관된 모든 제반활동, 정치, 문화, 사회, 노동, 보건, 환경 등에 판단기준이 되어버린다. 요즘 국회에서 무슨 공익적인 조치를 하나 하려해도,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어가는 외교부 통상교섭본부가 WTO나 FTA와 합치되지 않는다고 한마디만 하면 유야무야가 되고 말 정도다. 그런데 FTA로 자유(free)를 부여받은 것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법인, 즉 자본일 뿐이다.

물론 한미FTA에도 이른바 ‘노동장(labor chapter)’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항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조항의 의도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한국의 노동권이 침해됨으로써, 저가상품이 유입되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게 하려는 미국 노동계의 요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의미 있는 조항이긴 하지만 그마저도 분쟁해결절차가 별로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협정문은 이외에 노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은 없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보자. 이 사태는 근본적으로 입지 전략이 자유로워진 자본이 경영전략에 따라 입지를 옮겨버리는 바람에, 절대적으로 지리적 이동의 자유가 제약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져 버린 상황에 기인한다. 그런데, 한미FTA는 앞서도 말했지만 자본의 이런 입지이동의 자유를 한층 더 강화한다. 투자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한다는 것에는 타당성도 있을 것이나, 자본 대 노동의 구도로 보면 절대적으로 자본에 유리한 협정이다.

따라서 ‘한미FTA에 각종 독소조항이 있다’는 비판론자의 주장에 ‘다른 FTA도 다 들어있는 조항이다’라는 반박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내재한 FTA의 근본모순을 당연시하는, 하나마나한 반박일 뿐이다. 비판론자들 역시 FTA 자체의 반노동성보다는 한미FTA의 반미적 감성에 의존하였던 실기가 있다. 그럼에도 비판론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FTA가 가지고 있는 근본모순인 자본 대 노동의 권리보호장치의 절대적 비대칭을 계속 환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유시민 씨는 한미FTA 정책에 대한 성찰을 하라는 진보정당의 요구에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요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양심의 자유가 어느 범위까지 확대되는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반노동자성이 노골적으로 담겨 있는 FTA의 모순을 발견하지 못한 무지를 양심이라 하긴 어려워 보인다. 차라리 보수를 자처하며 FTA를 찬성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부합할지 몰라도 “진보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이가 요구할 자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진중공업 사태로 가보자. 사측이 노조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필리핀으로 제조기지를 옮겨버린 후 대규모의 배당을 실시한 정황을 비추어 볼 때, 그들은 어떠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경영상의 이유를 인정한다면, 이상적일지 몰라도 노동자도 같이 따라가던지 국내에서 다른 보상을 받아야 한다. 한국 노동자가 한미FTA를 통해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트위터에서의 본문에 대한 의견에 따라 본문 일부 수정

출처

거세당한 노동자는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Soul is the rhythm of sex. and it’s the rhythm of the factory too. The working man’s rhythm. Sex and the factory.”

더블린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음악영화 The Commitments의 대사다. 공장노동자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밴드에게 매니저 Jimmy가 소울 음악의 의미를 설명하는 장면인데, 노동, 섹스, 그리고 음악을 서로 연결시켜 이것들이 리듬이라는 공통요소로 묶인다는 논리가 인상적이다. 규칙적인 기계음을 반복하면서 노동이 이루어지는 공장이라면 이러한 주장이 그리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이러한 시각을 확장해보자면 노동의 박탈은 하나의 거세라고도 할 수 있다. 노동하지 않는 노동자는 기계로부터 떨어져 나간 부속처럼 그 존재의의 자체를 부정 당하는 것이기에, 거세당한 생물과도 같아진다. 아니, 거대한 기계로부터 거세된 생물의 생식기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을 잃은 남성 노동자는 일상의 삶에서도 남성적 힘을 잃은 性불능자로 낙인찍혀 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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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monty” by May be found at the following website: eBay. Licensed under Wikipedia.

이러한 가정이 바로 영화 The Full Monty의 전제조건이다. 입지우위를 상실하고 쇠락해버린 철강공업도시 셰필드에서 노동자들에게 미래는 없다. 그래서 해고노동자 가즈와 데이브는 가즈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공장에서 좀도둑질이나 시도하는 등 부질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가즈는 아내에게 이혼을 당했고, 데이브는 아내와 정상적인 성생활을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남성성의 상실.

탈출구 없는 그들의 삶에서 기회는 엉뚱한 곳에서 시작된다. 여성전용 남성 스트립쇼가 인기를 얻는 것을 본 가즈가 친구들에게 스트립쇼로 돈을 벌 것을 제안한 것이다. 이런 엉뚱한 계획이 세워진 데에는 스트립쇼를 본 여성들이 자신들의 배우자를 멸시하는 광경을 지켜본 가즈의 울컥함도 한몫했다. 즉, 자본으로부터 거세당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남성성의 과시에서 찾으려 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성공리에 스트립쇼를 마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일상을 박탈당한 이가 삶의 끈을 부여잡을 수 있는 다른 무언가로 – 예술, 스포츠, 이 영화에서는 스트립쇼 –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비슷한 설정으로 Brassed Off, Billy Eliot, 그리고 서두에 언급한 The Commitments가 떠오른다. 감동의 무게도 비슷하게 둔중하다.

코미디라는 장르가 당의정의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전제조건이나 전개과정이 실제 삶에서 벌어진다면 이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해고당한 일군의 노동자가 알랭드보통이 이야기한 “지위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이, 기껏 스트립쇼라는 사회적으로 백안시되는 노동행위였다는 사실은 희극적이라기보다 오히려 비극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 쇼무대에서 주인공의 아내들이 남편들의 모습에 흥분하는 상황을 통해 지위에 대한 불안의 해소(흥행성공을 인한 물질적 보상)와 남성성의 회복이라는 극대화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물론 제작진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이런 상황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거세된 노동자로서의 남성성은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쪽의 성공이었을 뿐이다.

21세기 자본주의. 이러한 거세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가즈와 데이브처럼 스트립쇼를 통해 뽕도 따고 임도 보는 운 좋은 노동자는 그리 많지 않다. 지금도 노동자 김진숙은 한진중공업의 대량해고에 맞서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이고,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에서는 수많은 해고노동자가 식량보조카드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거세된 자존심은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질문이다.

정주영과 전태일, 희망의 차이

정주영 씨의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와 전태일 열사의 전기 ‘전태일 평전’을 연달아 읽었다.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이 두 인물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고 또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 먼저 공통점에 대해 살펴보자면 둘 다 가난한 부모사이에서 맏아들로 태어났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가출을 했고, 초인 같은 의지로 현실에 맞섰다. 하지만 그 끝은 달랐다는 것이 결정적 차이점이다. 정주영 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남았지만 전태일 씨는 자신의 몸을 불살라 스러진 미천한 노동자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나는 이 두 초인이 어디서 길이 갈라져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다시 틈만 나면 거리를 쏘다니면서 좀더 나은 일자리를 찾았다. 그러다가 쌀가게 ‘복흥상회’ 배달원으로 취직이 된 것은 당시의 내 처지로는 이만저만한 행운이 아니었다. 우선 안정된 직장인데다 점심과 저녁을 먹여주고 월급이 쌀 한 가마니였다. [중략] 쌀가게 2년 만에 나는 주인아저씨로부터 복흥상회를 인수할 의향이 없느냐는, 전혀 생각 못했던 제의를 받았다.[이 땅에 태어나서 나의 살아온 이야기, 정주영, 솔출판사, 1998년, pp32~36]

하루는 그가 구두를 닦으러 돌아다니다가 평화시장 근처에까지 와서 어떤 학생복 맞춤집(삼일사) 앞에 ‘시다구함’이라고 써 붙인 광고를 보았다. 그 다음날 그는 찬물에 깨끗이 목욕을 하고 헌 누더기 옷을 떨어진 곳을 깁고 깨끗이 빨아서 다려 입은 후, 다시 그곳을 찾아갔다. 주인은 몇 마디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취직을 시켰다. 이렇게 하여 태일은 오랫동안의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임금노동자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중략] 이것이 전태일이 처음 시다생활을 시작할 때에 대한 기록이다. 14시간 노동에 커피 한 잔 값밖에 안 되는 일당 50원, 기막힌 저임금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전태일 평전, 조영래 지음, 도서출판 돌베개, 1991년, pp95~97]

둘의 삶이 엇갈린 한 지점이다. 정주영 씨는 후덕한 쌀가게 주인 밑에서 쌀 한가마니의 월급을 받으며 급기야 그 가게를 인수하는 기회를 잡게 된다. 본인 스스로도 “이만저만한 행운이 아니”였다고 술회하고 있다. 전태일 씨 역시 떠돌이 생활에서 임금노동자로 언뜻 더 나은 직장으로 옮겨간 듯 했다. 하지만 그가 찾아간 곳은 실은 일당 50원에 고된 노동을 반복해야 하는 ‘노동지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그 지옥 같은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전태일 씨의 삶마저 앗아간 무덤이 되어버렸다.

알다시피 전후 한반도는 남북한 할 것 없이 처절한 가난에 찌들어있었다. 절대다수의 국민이 가난했고 나라도 가난했다. 자본주의 체제를 선택한 남한은 미국의 원조를 구걸해가며 근근이 살아가는 입장이었기에 산업화가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바로 그 경로에 정주영 씨와 전태일 씨가 같이 동참한다. 한명은 자본가로서 다른 한명은 노동자로 말이다. 입장이 달랐던 만큼 둘의 노동에 대한 시각도 달랐다. 정주영 씨는 노동자의 희생은 일정정도 불가피한 것으로 전태일 씨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나라 전체가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마치 독립 운동하는 투사들처럼 밤도 낮도 없이 일했던 그 시절 사람들이 몹시도 그리웠다. 훨씬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훨씬 부족한 대우를 받으며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거의 몸으로 때우는 노동을 하면서도, 그때는 다 같이 국가 경제 발전에 한 역할을 하는 산업 역군이라는 사명감과 긍지가 있었다.[이 땅에 태어나서 나의 살아온 이야기, 정주영, 솔출판사, 1998년, p310]

이것이 정주영 씨의 기억이다.

끝날이 인생의 종점이겠지. 정말 하루하루가 못 견디게 괴로움의 연속이다. 아침 8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하루 15시간을 칼질과 다리미질을 하며 지내야 하는 괴로움. 허리가 결리고 손바닥이 부르터 피가 나고, 손목과 다리가 조금도 쉬지 않고 아프니 정말 죽고 싶다. 육체적 고통이 나에게 죽음을 생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고통이 더욱 심하기 때문이다. [중략] 언제나 이 괴로움이 없어지나.[전태일 평전, 조영래 지음, 도서출판 돌베개, 1991년, p125]

미싱사의 노동이라면 모든 노동 중에서 제일 힘든(정신적, 육체적으로) 노동으로 여성들은 견뎌 내지를 못합니다. 또한 3만여 명중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연령 15세의 어린이들로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이들은 회복할 수 없는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전부가 다 영세민의 자녀들로서 굶주림과 어려운 현실을 이기려고 하루에 70원 내지 100원의 급료를 받으며 1일 15시간의 작업을 합니다.[전태일 평전, 조영래 지음, 도서출판 돌베개, 1991년, p209]

이것이 전태일 씨의 기억이다.

둘 다 비슷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지만 시각은 천지차이다. 정주영 씨는 노사가, 아니 나라 전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일했다고 묘사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하지만 전태일 씨는 “견뎌 내지를 못” 하는 노동환경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떻게 똑같이 가난한 이의 아들로 태어난 둘의 시각이 이렇게 다를까? 그 차이는 희망의 있고 없음이 아닐까 싶다. 정주영 씨는 일찌감치 쌀 한가마니의 월급을 받으며 희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전태일 씨는 희망이 꺾였다. 아무리 일을 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정주영 씨가 복흥상회를 인수하여 자본가의 길로 접어들면서 희망을 꽃피운 반면, 전태일 씨는 근로기준법에서 희망을 찾으려 한다. 하루 8시간만 일하면 된다는 놀라운 사실이 적혀져 있는 근로기준법을 발견한 그는 밤마다 꼼꼼히 법을 읽고 친구들에게 그것을 읽어주며 노동자의 조직화를 시도한다. 대학생 친구 한명만 있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되뇌고 다니던 때가 이 때다. 하지만 그의 주위에는 대학생 친구는 없었고 자신을 종처럼 부리는 사장, 현실을 외면하는 근로감독관, 저항을 억압하는 정보과 형사가 있을 뿐이었다.

나라에 의해 살해당한지 40년이 되는 올해 청계6가 버들다리를 ‘전태일 다리’로 명명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사이 노동자의 삶은 어느 정도 개선되어 휴대전화도 들고 다니고 승용차도 몰고 다닌다. 정주영 씨의 희망과 전태일 씨의 희망이 드디어 만난 것일까? 아직은 아니다. 얼마 전에도 한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전태일 씨처럼 분신자살하였다.(주1) 다리 이름이 어떻게 되건 평화시장의 비극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그런 상황이 과거형이 될 때는 아마 노동부 건물 앞에 전태일 동상이 세워질 즈음이 아닐까 상상해본다.

 

(주1) 바로 정주영 씨가 세운 그 현대건설을 위해 일하던 레미콘 기사였다.

“인천공항 민영화” 관전 포인트

▷김진애>오늘 국토위에서 상정이 됐고요.
▶정관용>제가 하루를 늦게 사는 거 같네요. 이미 상정이 됐다. 그 법안 내용은 저희가 얼마 전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만 지분 전체의 40%까지 넘기는 그 내용입니까?
▷ 김진애>바로 그렇습니다. 올 3월 달이었죠. 이게 발의됐던 게. 그때 내용 그대로인데요.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저는 그때 3월 달에 발의되고 이 법안에 대한 우려도 굉장히 커지고 반대도 굉장히 심해서 저는 이 부분을 도저히 추진을 못할 것이다 했는데 오늘 국회 상정을 하더라고요.
▶정관용>주요 내용을 다시 한 번만 간추려주세요.
▷김진애>이렇게 됩니다. 49%까지 기업매각이 될 수 있고요. 그 중에서 15%는 국내의 주식상장을 하고 외국 지분은 30%까지 한다, 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51%를 우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김진애 “인천국제공항 지분 매각,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다”]

2010년 9월 17일자 노컷뉴스 기사다. 이와 관련 국회 홈페이지를 들어갔지만 관련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같은 날 예산결산특위의 회의록을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면 국토위의 담당자가 게으른 것 같다.

각설하고.

인천공항 민영화, 정확히는 인천공항공사의 지분매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안의 내용은 현재 정부에서 100% 소유하고 있는 지분을 49%까지 매각한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비판자들이 의문을 품는 것 중 하나가 정부의 지분매각 논리인데 공항운영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라는 논리는 아래와 같은 그간의 성적표를 보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음모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2005년~2008년 공항서비스(ASQ) 평가 1위'(국제공항협회)
‘2006년~2008년 세계 최고공항'(<글로벌트래블러>지)
‘2009년 아·태지역 최고공항'(프로스트앤설리반)
‘2009년 동북아항공마케팅 최우수공항'(루트디벨럽먼트)
‘2008년 세계공항 톱10 중 3위'(<포브스>지)
[‘황금알 낳는’ 인천공항 왜 지금 민영화하나?]

재무제표를 확인 해봐도 확실히 인천공항공사는 우량기업이다. 그렇기에 비판자들은 현재 인천공항공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도 대안일 수는 있다.

즉, 공항산업의 업황을 놓고 볼 때에 그리고 그 중에서 인천공항의 위치를 판단할 때 어느 특정 시점이 지분매각을 통해 주식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판단된다면 지분매각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비판자들의 시각은 지분매각을 통해 공항요금 인상 등 이윤극대화 추구행위를 통해 공공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 점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국토부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이용료, 서비스 등에 대한 규제 및 경제력 집중억제 등 민간 지분참여에 따른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해외사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필요한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 지분매각 후에도 인천공항공사는 정부지분이 51%를 넘는 공기업체제를 유지하며, 정부는 항공감독당국으로서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므로 공공성이 훼손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ㅇ 대부분의 해외공항은 51% 이상 지분이 민간에 매각된 경우에 공공성 확보를 위한 규제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인천공항은 51%이상 지분을 정부가 보유할 것임에도 국민의 우려를 반영하여 보다 실질적인 규제제도를 도입할 것입니다.
□ 지분매각에 앞서 공항이용료 인상, 서비스수준 저하, 해외 헐값매각 등 국민의 우려사항에 대한 대책을 면밀히 검토 보완하여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입니다.
[출처 : RE 인천공항공사 선진화방안]

국토부의 답변대로 정부지분을 51% 남겨둔다면 공기업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맞되, 그것이 “공공성을 훼손되는 일이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이 되느냐 하는 것에는 나도 그렇고 비판자들도 의문시하고 있는 것 같다.

정관을 봐도 실질적으로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사회가 상당히 신축적으로 – 그것도 비상임 이사들의 권한이 상당할 정도로 세고 – 운용될 개연성이 있어 세부운영방안을 어떻게 수립할 것이냐가 관건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염려하고 있는 또 하나의 부분은 과연 “공공성”이란 것이 이용자 편의만 도모하면 되는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거기에서 나아가 노사관계의 공공성을 따지자면 인천공항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핵심 논리는 해외 공항전문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고 허브화 기능을 높이며 민간자본의 유입으로 조직의 효율성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가 내세운 이런 모든 이유를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인천공항공사는 전 공항운영 인력의 88%가 이미 아웃소싱 되어 있다. 개항 후 현재까지 연평균 11%의 매출 성장과 연평균 18%의 영업이익을 이뤄내며 급성장 중에 있다.[인천공항 민영화 정책은 철회해야 / 강용규]

이것은 한겨레신문에 실린 강용규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조합위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인천공항 민영화를 반대하며 이미 공항의 효율이 충분히 달성되었다는 근거로 88%의 아웃소싱 현황을 들고 있다.

물론 아웃소싱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많은 경우 아웃소싱이 파견근로를 통한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함에, 그것이 경영효율의 근거라고 주장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즉, 이미 민간에게 지분매각을 하지 않았더라도 인천공항공사는 상당부분 민간기업이 추구하고 있는 인건비 최소화를 통한 비용절감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사도 이윤추구 집단이니까.

지난 15일, 청소노동자들이 소속된 용역회사가 1년 3개월 간의 시간외수당 미지급에 대해 2010년 9월 20일까지 체불임금의 50%를 지급하기로 한 것. 나머지 50% 임금은 10월 15일까지 완전하게 지급하기로 했다. 사측의 체불임금 지급은 공공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의 지속적인 항의와 집회 등으로 이뤄냈다. 회사가 지난 6월 합의한 체불임금 지급을 번복하자, 기존 노조에 가입돼 있던 청소노동자 400여 명이 공공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가입한 것. 이후 조직된 조합원들은 약속을 파기한 용역회사에 대해 항의 집회와 1인 시위 등을 지속적으로 벌여왔다.[인천공항 청소노동자, 체불임금 받는다]

인천공항이 이익을 창출하는 한 방법이다. 이것이 그들의 운영효율의 주된 원천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노릇이겠으나 적어도 노사관계에 있어서 인천공항공사는 코레일과 같은 다른 악덕(?)공사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4일 인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공항공사가 최근 공항 내 40여개 아웃소싱 업체 관계자들에게 10% 예산 삭감을 통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공항공사의 이번 조치는 수많은 직·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이번 방침을 철회할 것을 공항공사 측에 촉구했다.[인천공항公 아웃소싱 예산 삭감 방침…’시끌’]

또한 공사는 현재 88%에 달하는 아웃소싱 비용에 대해 일방적으로 10% 예산 삭감을 “통보”했다. 어느 분이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상생을 주장하고 있는 와중에 공사는 예외인 모양이다. 이렇다면 그냥 민영화를 해?

소유의 주체가 우리가 말하는 공공성의 중요한 판단근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그 주체가 어떠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역시 중요한 판단근거다. 공공이 소유한다고 공공성이 당연시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