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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이었던 마르크스

만약 이런 국유화 조치들이 사회주의 냄새가 난다면 그것은 칼 마르크스의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라 그루초 마르크스의 그것에 가깝다.
If these nationalizations smack of socialism, it is closer to the Marxism of Groucho than of Karl.

앞서의 글에서 인용한 기사의 다른 멘트다. 프래니와 AIG의 국유화 조치 등 美행정부의 일련의 행동들이 우왕좌왕 개념이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Floyd Norris라는 기자의 미국식 유머다. 사실 이 농담을 이해하려면 그루초 마르크스 Groucho Marx 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칼 마르크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마르크스 집안사람인데 미국의 코미디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코미디언이다. 기자는 바로 그래서 이번 조치들을 그루초의 마르크스주의라고 비꼰 것이다.  이번 기회에 그의 영화를 몇 편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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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x 하면 어떤 인물이 떠오르는지? 사회진보운동이나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Karl Marx 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Marx (들)이 있다. 옛날 코미디 팬이라면 머릿속에 이들을 떠올렸을 법하다. 그들은 바로 30~40년대 헐리웃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표주자로 활약했던 Marx 형제들이다. Chico, Harpo, Groucho 등 세 명이 가장 널리 알려진 – 초기에 Gummo 와 Zeppo 라는 다른 두 형제가 같이 활동하였으나 곧 은퇴하였다 – 이들 형제는 서커스단에서의 오랜 무명생활 끝에 헐리웃에 진출하여 반사회적이고 무질서한 슬랩스틱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었다.

Marx Brothers 1931.jpg
Marx Brothers 1931” by Ralph F. Stitt – This image is available from the United States Library of Congress‘s Prints and Photographs division under the digital ID cph.3c26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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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들의 코미디에는 세 형제의 나름의 캐릭터와 특기가 일관되게 연출되는 일종의 시트콤 또는 시리즈 – 그러니 사실 개별 영화의 제목은 ‘Marx 형제 무엇을 하다’ 정도 되어야 맞을 – 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Chico 는 이탈리아 악센트가 강한 영어를 구사하는 캐릭터로 뛰어난 피아노 연주가 장기이며, Harpo 는 농아의 역할을 하지만 뛰어난 하프 솜씨와 재밌는 표정연기를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Groucho 는 – 이 분이 때로 장남으로 오해를 받는데 사실 Chico 가 둘째고 이 양반은 셋째라고 – 숱 검댕이 눈썹과 네모난 수염을 하고서는 아무데서나 시가를 벅벅 피워대면서 상대방을 조롱하는 반영웅적인 캐릭터로 형제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누렸다.

우디 알렌은 이러한 Groucho Marx 를 가리켜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코미디언이라고 칭송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그의 작품 The Purple Rose of Cairo 에서 그들의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서 푸념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였고, Marx 형제의 작품 Horse Feathers 의 삽입곡에서 영감을 받아 Everyone Says I Love You 를 만들기도 하는 등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들은 분명 Charlie Chaplin 도 아니고 Buster Keaton 도 아니다. 비록 그들의 작품에서는 Charlie Chaplin 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페이소스도 없고 Buster Keaton 의 작품과 같은 곡예 같은 스턴트이나 빈틈없는 극구성도 결여되어 있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식으로든 한 판 흐드러지게 놀고 즐기는 것, 바로 희극의 원초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순수정신이 구현되면 그것으로 그들은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Let’s Have Fun, It’s Playtime!

  • Monkey Business(1931)

그들의 세 번째 작품이다. Zeppo 까지 네 형제가 미국으로 향하는 유람선의 밀항자로 출연하고 있다. 배 안에서 만난 갱스터의 납치극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역시 형들의 뛰어난 활약에 비해 가장 나이어린 Zeppo 의 활약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 Horse Feathers(1932)

Groucho Marx 가 한 대학의 학장으로 취임하여 라이벌 학교와의 축구시합에서 이길 수 있도록 납치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다소 반사회적인 작품이다. 거기에다 이 학장은 자신의 아들(Zeppo)의 정부까지도 넘봐 마침내 나머지 형제들이 그 한 여인과 동시에 결혼한다는 황당하고 심지어 무정부주의적이기까지 한 결론으로 끝을 맺고 있다. 단어를 가지고 치는 말장난이 맛깔스러운데 먼훗날의 소위 개그의 원조가 바로 이런 스탠딩 개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A Night At The Opera(1935)

그들의 작품 중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인데 오페라 극단에서 벌어지는 치정과 성공의 스토리가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이 사이를 오가는 유람선을 배경으로 짜임새 있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작품들과 확실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거기에다 비발디의 오페라 등 여러 고전적인 노래의 향연, 예외 없이 등장하는 Marx 형제의 뛰어난 악기 연주 솜씨, Groucho 의 물오른 코미디 연기 등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어 그들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다. 이 작품에서는 Zeppo 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 The Big Store(1941)

백화점의 유산 상속자이자 인기가수인 Tommy Rogers(Tony Martin)가 그의 백화점 지분을 헐값에 넘기고 음악교육에 전념하려고 하자 백화점 경영진 중 하나가 그의 재산을 가로채려 하고 Marx 형제가 이 음모를 막는다는 모험극이다. 이 작품에서는 Groucho 의 노래와 군무 등 뮤지컬적인 요소가 대폭 강화되었다. 하지만 짧은 러닝타임 동안 이러한 볼거리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극적인 부분이 등한시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어정쩡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너무 무모해서 망하지 않는다

폴슨-버냉키 독트린은 “너무 커서 망하지 않는다”가 아니다. 바로 “너무 무모해서 망하지 않는다”이다. 만약 당신 회사가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게 될 정도로 충분히 문제를 일으킨다면 연방준비제도 의장 벤 버냉키와 미 재무부 장관 헨리 폴슨은 당신이 무너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The Paulson-Bernanke Doctrine is not “too big to fail.” It is “too reckless to fail.” If you get your company into enough trouble to threaten the financial system, Ben Bernanke, the Federal Reserve chairman, and Henry Paulson, the Treasury secretary, won’t let you collapse.
출처

일견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

한국인들이 비리에 둔해져버렸다는 외신보도

Pollsters and political analysts said South Koreans were so used to financial scandals involving chaebol executives that they were ready to withhold moral indignation and give Mr. Lee a chance to create jobs and curb soaring housing prices.

여론조사원과 정치 분석가들에 따르면 남한 국민들은 재벌 회장들이 연루된 돈에 관한 비리에 하도 익숙해져서 기꺼이 도덕적 분노를 억누르고 이씨(이명박 후보)에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치솟은 집값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하였다.

New York Times 의 “Economy Key in South Korea Election”라는 제목의 기사 일부다. 이번 선거로 말미암아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인은 도덕적 불감증에 걸린 이들이라는 편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비록 기자의 말이 아니라 정치 분석가의 말을 인용했다손 치더라도) 그리고 혹시라도 위 기사에서처럼 이명박 씨가 진짜 집값을 잡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한 표를 던지신 분이 계시다면 그 꿈은 잠시 접어두시라고 권하고 싶다.

원문보기 http://www.nytimes.com/2007/12/19/world/asia/20korea.html?ex=1355720400&en=a577a5d633841674&ei=5088&partner=rssnyt&emc=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