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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전세금이 집값을 올리나?

“비싼 전세금이 집값 올리기 전에 내집 마련할까”

이 카피는 분양광고가 아니다. 아니 사실 분양광고에 가깝다. 소위 “경제신문”이 연내 나올 신규분양분을 소개하면서 걸은 카피다. 사실 기사의 명목으로 내놓는 이런 분양정보는 정보의 성격과 함께 광고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 자연 기사도 은연중에 자극적으로 지금 분양을 받으라고 꼬드기고 있다. 기사 서문의 마지막 문장이 이런 성격을 잘 보여준다. “치솟는 전세금에 전세난민으로 떠도느니 이참에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전세난민”!

정말 무서운 말이다.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보다 싼 지역으로 떠돌아다니는 정처 없는 유랑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다. 그렇다면 전세금도 없어 떠도는 “전세난민”이 어떻게 집을 살 수 있단 말인가? 부모님에게 손을 내밀거나, 보다 현실적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행간에 깔려 있는 조언은 ‘어차피 전세금이 많이 올라 집값과의 가격이 좁아졌으니 기왕의 전세금을 합하면 돈 얼마 안 빌려도 되지 않느냐’는 오지랖 넓은 조언일 것이다.

그럼 “전세난민”들은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을까? 분양광고를 보면 “전세금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8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59.1%를 기록해 60%에 육박하고 있고 서울도 48.9%를 나타내며 50%대에 근접하고 있다”고 되어 있다. 결국 “전세난민”이 집을 사려면 현재의 전세금 이상의 돈을 융통해야 집을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데스크에서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질타하는 경제신문이 내놓은 대안이다.

그렇다면 과연 비싼 전세금이 집값을 올릴지에 대해 고민해보자. 일견 타당한 이야기다. 전세금이 오르면 집주인은 그 집이 보다 높은 교환가치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할 개연성이 높다. 그래서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고 싶어 할 것이다. 문제는 시장이 이에 동의해주냐다. 비싼 전세금의 이유가 주택소유에 대한 장점이 사라진 상황에서의 매매심리 위축, 이에 따른 수요증가의 결과라면 전세금과 매매가의 비례관계를 당연시하는 것에 의문을 품어볼 수 있다.

통계를 보면 반절은 맞고 반절은 틀린 것처럼 보인다. 17만호에 달했던 전국의 미분양 주택이 7만호까지 빠지는 등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어가는 듯 보이고, 지방의 경우 집값과 전세가가 동시 상승하는 등 집값과 전세가에 대한 비례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울을 놓고 볼 때 치솟는 전세가에도 불구하고 매매가는 계속 횡보하고 있다. 집값이 전세라는 운영수입외에 매매차익이 더해진 가치라면, 후자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국면이랄 수 있다.

즉, 그간 한국의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지역은 신용위기 이전까지 전세가에 크게 상관없이 줄곧 상승했었다. 그 시기는 집값 상승요인으로 참여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한 실망감 및 이에 대비한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 증대가 주로 거론되었다. 자연히 가계부채도 크게 늘어난 시기였다. 그 뒤 신용위기가 닥치며 집값과 전세가가 공히 떨어졌으나, 전세가는 바로 상승하였다. 하지만 매매가는 횡보를 거듭하며 전세가와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요컨대, 전세금과 매매가가 각각 설명변수와 종속변수인지, 또는 서로 비례관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임대소득을 위한 주택보유보다는 개발호재에 따른 매매차익 기대감이 훨씬 더 우세를 점했고 그것이 집값 거품을 키워왔던 시장에서 ▲ 경제침체, 인구구조 변화 등 매크로 시장 변화에 따른 집값 상승 심리 퇴조 ▲ 저금리 기조에 따른 전세 소득 저하 등의 상황에서 막연히 전세금이 오른다고 매매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그리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보론 : 트위터에서의 대화 펌
@changebetterr @EconomicView 전세금이 집값을 올리는 요소는 된다고 봅니다. 주식 배당정도 역할을 하는 거 같네요. 배당 좋다고 주식가치가 반드시 오르진 않지만 오를 요인은 되겠죠.
@EconomicView @changebetterr 말씀그대로 동의합니다. 배당이 주가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죠. 하지만 또한 상승기대감이 강하게 반영되죠. 특히 우리나라처럼 배당성향이 작은 나라는요. 결국 주식이나 부동산이나 둘 다 케인즈의 말처럼 미인대회에 가까울 듯.,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전세가가 오른다고 집값이 오르는 것을 당연시 하는 언론의 자세입니다. 전세:집값은 배당:주가와는 다른 성격도 있습니다. 글에 썼듯이 집값 정체 기대감이 전세에 몰리는 경향은 주식에선 찾아볼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