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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사찰” 정국에 대한 단상

KBS의 새 노조가 보도한 현 정부의 “불법 사찰”건이 선거정국의 뇌관이 되었다. 더 두고 봐야겠지만 구여권의 주장처럼 그들의 사찰은 “통상적인” 정보보고 수준인 반면에, 현 정부의 사찰은 더 깊숙한 밀착사찰로 보인다. 전자는 체제유지를 위한 공권력 행사 차원이고, 후자는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한 공권력의 사유화(私有化)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하면 공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행위가 더 악랄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의 행위를 이른바 “착한 사찰”이기나 한 것처럼 옹호하는 모습도 희한하다. 착한 사찰은 구조화된 폭력을 의미한다. 구여권의 “착한 사찰” 옹호하려면 각종 시위 현장에서 사복경찰이 카메라 들고 채증 하는 것도 칭찬받아야 할 짓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권력층은 반체제 세력이 체제를 전복하리라는 강박증에 – 때로는 타당하고 때로는 피해망상적인 – 시달렸고, 시민에 대한 일상적 감시를 구조화해왔는데 이런 구조적 폭력은 오히려 체제저항의 하나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MB정부가 과거정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건 결국 국가 운영원리가 유사한 패턴을 그린다는 이런 체제연속성에 물타기하는 행위다.

“정당한” 공권력 행사와 사익추구를 위한 공권력 사유화 중 어느 것이 더 나쁜 짓일까? 도덕적인 판단이 아닌 시민권 보호의 입장에서 보면 유사한 폭력일 수 있다. 대놓고 시민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라고 허용하는 실정법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진정 MB를 뛰어넘기 위해선 그런 구조화된 폭력기제에 대한 반성도 병행되어야 한다. “도로 노무현”이 답이 아니고.

문(재인) 고문은 “이명박 청와대가 ‘참여정부에서도 사찰이 이뤄졌다’며 물귀신 작전으로 기껏 든 예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조 2교대 근무전환 관련 동향보고’ 등 세 건”이라며 “이는 일선 경찰에서 올라온 정보보고”라고 설명했다. 문 고문은 “산업경제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대형사업장 노사협상과 노조 파업예측 보고로, 민간인 사찰이 아니다”고 덧붙였다.[문재인 “참여정부 사찰증거? 경찰 정보보고!”]

이게 구여권 인사의 사찰에 대한 인식의 한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