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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공기업 밀어서 잠금해제

현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이미 출범 전 선거운동을 하면서부터 민간투자로 시행하여 정부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물론 그 주장을 할 당시 이 사업은 좀 다른 이름이었다.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 사업”.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여당의 주요 인사들은 대운하 사업이 “민간자본을 유치해 사업하니 국가 예산과는 상관없다”고 주장하였다.

대운하 사업은 “한반도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으로 포장되었다. 한편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 “물 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대운하”가 “4대강”으로 이름을 바꾸고, “민간자본으로 추진할 만큼 사업성이 있는지, 정부 지원은 필요한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가 예산과 상관없다던 사업이 상관있게 된 시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소위 “대운하 국책사업단”을 운영하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2008년 3월 해체한다. 하지만 그해 4월 중순 슬그머니 사업단을 재가동하는데, 이 사업단이 위치한 곳이 바로 정부 과천청사 인근 수자원공사 빌딩이었다. 이때쯤이면 사업의 목적은 물류에서 치수(治水) 쪽으로 주안점이 옮겨진다. 한편 청와대는 4대강 정비사업과 대운하는 별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대운하 사업”은 물류를 목적으로 민간자본에 의해 추진될 사업이고, “4대강 정비사업”은 치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어서 별개가 되는 것인데, 어쨌든 강바닥을 파겠다는 것이 정부의 추진의지인 것이다. 이즈음에서 한 국책기관의 연구원이 “한반도 물길 잇기 및 4대강 정비 계획의 실체는 운하 계획”이라는 양심고백을 한다. 양심고백할 것도 없이 빤한 사안을 양심고백한 것이다.

어쨌든 강바닥을 팔 요량이던 정부에게는 이제 자금조달의 문제가 놓여 있었다. 물류를 위한 사업이라면 민간투자를 활용하면 될 텐데 치수라면 그것은 다른 이슈가 된다. 치수를 위해 민간이 돈을 대는 것은 명분이나 수익창출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수자원공사가 뒷돈을 대는 명분이 생겼다. 수자원공사는 “수자원을 관리하는 곳”이고 4대강 정비도 수자원 관리 중 하나니까 말이다.

국토부가 2008년 말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9년 업무추진계획에는, 이른바 “한국형 뉴딜 10대 프로젝트” 중 하나로 포장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등장한다. 결국 수자원공사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다 실패한 경인운하와 “4대강 살리기”에 동원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모두 35만6천여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38조4천억여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이 사업을 찬양했다.

최근 국정감사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은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이후 부채 증가율은 541%로 작년의 경우 부채가 약 12조5000억을 기록”했다. 이런 부실화의 원인은 경인운하와 4대강 살리기 이외에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친수구역조성사업”을 통해 회수한다는, 장부가액 8조원에 달하는 투자액의 회수가능성도 희박하다.


수자원공사 차입금 증가추이(출처 : 수자원공사 홈페이지)
 

그렇다면 왜 정부는 민간투자가 어렵게 된 사업에 정부가 직접 사업비 전액을 대지 않고 수자원공사를 끌어들인 것인가? 이는 정부재정투입이 적게 보이게 하려는 꼼수를 부리기 위해서다. 즉, 당초 민간투자를 통해 정부부담이 없게 하겠다는 호언장담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긴 하였지만 공기업을 통한 일종의 장부외조달(off-balance)을 통해 재정부담이 최소화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위장술이다.

즉, 4대강 정비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이나 부실화된 인천공항철도를 정부가 직접 매입하게 되면 정부의 대차대조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게 된다. 그러므로 형식상 정부의 재정악화와는 크게 관계없는 공기업들이 이러한 일들을 거듬으로써 현재의 재정악화 없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사기업이 앞서 말한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해 사업의 재무제표를 본사의 재무제표와 절연시키는 것처럼 말이다.[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공기업의 역할]

정부의 장부외조달(off-balance)의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민간투자사업이다. 이슈가 되고 있는 지하철9호선과 같은 도시 기반시설이 민간투자사업으로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는 앞서 본바와 같이 물류 등 투자비 회수방안이 거의 없는 순수한 공공서비스다. 비록 정부가 “친수구역조성사업”이란 미끼를 던졌지만, 이런 허접한 미끼를 물 투자자는 없다. 정부의 봉 공기업을 빼고는 말이다.1

수자원공사의 현재 상황은 특정정권의 무모한 사업의지가 어떻게 한 우량공기업을 말아먹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아주 생생한 사례가 될 것이다. LH공사처럼 명목상으로 임대주택 등 공공적 성격의 사업을 하다 부실화된 것도 아니고, 코레일처럼 KTX 등 첨단시설을 도입하다가 부실화된 것도 아니고, 정권의 삽질의지 실현을 위한 장부외조달(off-balance) 꼼수로 인해 강바닥을 파다가 부실화된 것이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이러한 리스크는 비단 정권의 민주성이나 사업방식에 따라 좌우되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독재정권이 더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고, 민간투자일 경우 좀 더 비공익적인 사업이 추진되기도 하지만, 대규모 사업 추진의 비합리성은 어찌 보면 대량생산사회에서 늘 존재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사업추진의 합리성을 담보할 시스템은 우리 문명사회가 풀어야할 주요한 숙제이기도 하다.

수자원 공사, 한때 좋은 공기업이고 직장이었는데… 이제 이명박이 부채의 늪으로 밀어서 잠긴 철밥통을 해제해버렸다. 누구도 그렇게 단기간에 하지 못했을 일을…

미국 부채에 관한 간단 메모

미국연방정부의 부채는 현재 대략 14.3조 달러로 알려져 있다. 누가 이 부채의 채권자이고 언제 이 부채가 증가했는지를 알려면 이 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편 이 부채 중 상당부분은 美재무부채권의 발행을 통해 조달되는데, 2011년 6월 현재 대략 9.4조 달러로 전체 부채의 65.7% 정도를 구성한다. 아래 그래프는 이 채권의 보유자 현황이다. 국내에서는 역시 Fed가 가장 비중이 큰 채권자이고 해외에서는 중국이 가장 비중이 큰 채권자다.


출처 : macromon.wordpress.com 

index

출처 : 미재무부의 자료를 재구성

재정통계 개편안의 꼼수

그러나 빚 많은 LH·수자원공사를 포함해 공기업 21개는 모두 원가보상률이 50%를 넘는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벗어났다. LH는 보금자리 주택을 짓느라, 수자원공사는 4대 강 살리기 사업 탓에 재정건전성이 나빠졌다. 2009년 말 LH의 부채 총액은 109조원, 수공은 3조원이다. 자산은 각각 130조원, 13조원으로 더 많다지만 국책사업을 하느라 빚이 늘어난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 기관을 “크게 밑지고 장사하는 비영리 공공기관은 아니다”라고 본 것이다.[LH 빚 109조, 수공 3조 나랏빚에 안 넣는다, 중앙일보, 2011.1.27]

1월 26일 조세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공청회에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통계 개편안에 대한 기사다. 기사내용 그대로 LH공사나 수자원공사는 소위 국책사업들이 주요사업들에 해당되느니만큼 해당 기관들의 부채를 국가부채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지난해 개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의 개정내용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제11조(손익금의 처리) ② 공사는 매 사업연도의 결산결과 손실이 생긴 때에는 제1항제3호에 따른 사업확장적립금으로 보전하고, 그 적립금으로도 부족할 때에는 같은 항 제2호에 따른 이익준비금으로 보전하되, 그 미달액은 정부가 보전한다. 다만, 손실보전은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보금자리주택사업,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산업단지개발사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익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에 한한다. <개정 2010.12.29>

일부 “공익사업”에 국한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LH공사의 부채를 국가가 보증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렇기에 공사채 금리도 저렴하게 유지하고 추가조달도 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정 이들 공사의 사업내용에 시장성이 있다고 간주한다면 적어도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공사가 수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부채는 국가부채로 간주함이 타당하다.

골드만삭스가 돈버는 법, 최신버전

그러나 그리스의 경우에 미국의 은행가들은 가상의 환율을 통한 특수한 종류의 스왑을 고안해냈다. 이를 통해 그리스는 100억 달로 또는 엔에 해당하는 실질적인 유로의 시장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금액을 수취할 수 있었다. 그러한 방식으로 골드만 삭스는 비밀스럽게 그리스를 위해 10억 달러의 추가신용을 조성해주었다.

일종의 스왑을 가장한 이러한 신용은 그리스의 부채 통계에 나타나지 않았다. 유로스타트의 보고 규정은 금융 파생상품과 관련한 거래들을 통합적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마스트리흐트의 규정들은 스왑을 통해 법적으로 완벽하게 회피할 수 있습니다.” 한 독일인 파생상품 딜러의 말이다.

몇 년 전에 이탈리아는 또 다른 미국 은행의 도움을 받아 진짜 빚을 감추는 유사한 트릭을 썼다. 2002년 그리스의 재정적자는 GDP의 1.2%에 달했다. 유로스타트가 2004년 9월 자료들을 검토한 후, 이 비율은 3.7%로 조정되었다. 현재 자료에 따르면 5.2%다.

때가 되면 그리스는 그들의 스왑 계약들을 상환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는 재정적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채권의 만기는 10년에서 15년까지이다. 골드만 삭스는 이 계약들에 대해 천문학적인 커미션을 받았고 2005년 한 그리스 은행에 이 스왑 들을 팔았다.[How Goldman Sachs Helped Greece to Mask its True Debt]

국가가 자신의 부채를 꼬불치는데 투자은행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설명한 슈피겔의 기사다. 골드만 삭스는 전형적인 통화 스왑에 특수한 조건을 끼워 넣어 거래당사자 중 어느 일방의 – 이 경우엔 그리스 정부 – 채무가 적게 보이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것이 슈피겔의 설명이다. 그 정확한 구조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여하튼 그리스가 이러한 꼼수를 부린 배경은 마스트리흐트 조약에서 EU 가입국에 요구하고 있는 조건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가입국들의 재정적자는 GDP의 3%를 넘을 수 없고, 이를 초과할 경우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되어 있다. 유럽이 경제공동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조치이겠지만 사실상 경제의 여건이 현격히 다른 국가들이 일률적으로 지키기에는 벅찬 조건이었다.

골드만 삭스는 고객의 그런 고충을 간파하고 적정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었다. 진정 뛰어난 투자은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그 서비스가 당장의 수요는 충족시키지만 궁극적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기기묘묘한 스왑 계약을 맺어도 갚아야 할 돈이 사라지는 법은 없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의 부채는 금융위기를 지나오면서 천문학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IMF는 선진경제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07년의 75%에서 2014년에는 115%까지 늘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나라는 사실 그리스를 포함한 PIGS가 아니라 미국과 영국이다. 엄한 돼지만 탓할 상황은 아니다.

미국의 빚잔치

1980년대 영국의 새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사이좋게 집권하면서 이른바 신(新)자유주의를 퍼뜨리며 내세웠던 주장 하나가 ‘작은 정부’였다. 민간경제의 활력을 위해 정부는 규제도 없애고 경제활동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한 다짐이 그것이다. 그래서 많은 공공기업들도 민영화하였다. 하지만 다음 표를 보면 그런 겉모습과 다른 내면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출처 : whittier.edu

미국의 국가채무의 증가추이와 그 기간 동안의 집권자 및 집권당을 비교한 그래프다. 레이건 시대에 확연하게 국가채무가 늘어났고, 이후 집권당에 관계없이 꾸준히 채무가 증가했지만 특히 아들 부시에 가서 하나의 변곡점을 형성할 정도로 부채가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그 돈 다 뭐했는지 지금 경제가 망가져서 또 오바마가 의회에 국가채무 한도를 올려달라고 부탁하고 나섰다.

美재무부 장관 티모시 가이드너가 금요일 의회에 공식적으로 10월 중순이면 부채한도를 초과할 수도 있으므로 12.1조 달러의 법적 부채한도를 올려줄 것을 요청하였다.
“의회가 한도가 차기 전에 행동을 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를 통해 시민들과 안팎의 투자자들에게 미국이 언제까지나 그들의 의무를 충실히 할 것임에 대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중략]
채권 딜러 예측통에 따르면 9월 30일 끝나는 2009 회계 연도에 2조 달러 정도의 순(純)신규부채가 발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2010 회계 연도에는 1.6조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Geithner asks Congress for higher U.S. debt limit]

미국이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천문학적인 부양계획(stimulus plan)을 통해 경기를 다시 살리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수확을 얻고 있는지 주가지수, 부동산 가격 등 실물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며 좋아들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기부양은 자금력을 갖춘 소비자를 통해서 가능한 법인데 바로 정부가 현재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소비자라는 점, 그리고 그들이 쓰고 있는 돈은 위와 같은 부채를 통해 조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신자유주의의 시발점으로 생각하고 있던 1980년대, 바로 그 시점이 역설적으로 국가가 보다 적극적인 소비자로 변모하였던 시점과 겹친다. 이들 채무는 아마도 국방비 지출, 사회복지 지출 등 달라진 국가의 역할 수행을 위해 쓰였을 것이다. 오히려 클린턴 시기에 그 추세가 꺾이는 듯했으나 아들 부시가 중동에서 쌈질하느라 빚을 확 늘려버렸다. 그리고 오바마는 이제 나라 안의 경제와의 전쟁을 위한 전비(戰費)조달을 위해 채무한도를 올리려 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전체 채무는 GDP대비 81%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정도는 대략 전 세계 국가들 중에서 22위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다.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이다. 2009 회계 연도에 그 비율이 12.3%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 정도 적자가 향후 몇 년간 지속된다면 가이드너가 아무리 우겨도 빚쟁이들이 더 이상 미국을 신뢰하지 못할 날이 생각보다 빨리 올수도 있다.

미국의 최대 채권자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시피 중국으로 전체 부채의 약 25%를 거머쥐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