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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에 대해 국민의 칠할이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아침에 다소 충격적인 기사를 접했다. 국민 중 일곱 명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기사였다.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중 한 항목이었던 이 조사결과는 어쨌든 한미 양국의 사드 추진 여부에 결정적 변수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른바 “여론몰이”에는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사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응답자의 뜻이 어떠하든 간에 정당한 여론조사라면 당연히 결과에 수긍해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여론조사의 방식이 다분히 결과를 유도하는 방식이라 여겨진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당사자들의 양식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근거해 볼 때 가장 큰 문제는 응답항목인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와 “중국 등의 강경 입장을 고려해 배치하지 말아야 한다”다.

여론조사 기법에 대해 과문한지라 알 수는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건데 저 항목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사드의 배치 여부에 대한 설문이라면 그냥 “예”와 “아니오”로 응답항목을 정하면 될 것인데, 왜 “북한의 위협의 대비하기 위해”나 “중국 등의 강경 입장을 고려해”와 같은 단서 조항을 붙이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이러한 단서조항이 응답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억측에 불과한가?


갤럽의 ‘동성애자의 권리’에 대한 설문조사다. 응답항목은 “합법화되어야 한다(should be legal)”와 “합법화되지 않아야 한다(should not be legal)”로 단순하다. 만약 후자의 응답항목을 “자녀들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합법화되지 않아야 한다”라고 바꾸면 응답결과가 당초의 응답항목 결과가 같으리라 생각되는가? 부모는 ‘우리 아이가 게이라면?’이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갈 것이다.

한국에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는 연합뉴스

한국에 ‘헝그리정신’이 사라졌나…노동의욕 61개국중 54위

오랜만에 추억의 걸작 ‘넘버3’를 생각나게 하는 신문기사를 접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최근 발표한 ‘2015 세계 인재 보고서'(IMD World Talent Report 2015)의 내용을 전하면서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을 함께 엮은 연합뉴스의 이 기사는 노동의욕이 저하된 트잉여들을 빡치게 하는 기사 제목 덕택에 아침부터 트위터 타임라인에 핫이슈로 등장하였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넘버3의 “헝그리 정신” 일화도 다시 화제다.

“전문가”에 의해 순위가 낮은 것은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받은 항목은 ‘노동자 의욕(Worker Motivation)’ 항목이다. 한국은 이 항목에서 조사국가 61개국 중에서 54위로 최하위권으로 머물렀다. 그런데 그 의욕은 누가 측정한 것일까? 바로 기업 임원의 설문을 통해 측정된 것이다. 고용주 입장에서의 주관적인 의견이다.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에 노동 의욕이 없다는 말은 누가 했을까?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다.

한편 가장 자발적으로 일한다는 평가를 받은 국가는 스위스,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나라다. 이 나라들은 세계 최고의 부국인데도 불구하고 전경련 상무의 분석에 따르면 “헝그리 정신”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국가랄 수 있다. 한편 전경련 상무는 “선진국이 아닌데 선진국인 줄 안다”는 말도 덧붙였다. 요컨대 우리 노동자들은 선진국이 아닌데도 선진국인줄 알고 헝그리 정신이 없어져서 기업 임원들 보기에 노동 의욕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한편 이와는 다른 분석을 하는 이의 의견도 기사에 언급돼있다. 허대녕 기초과학연구원 전략정책팀장은 “고급 일자리가 없는 것이 문제. 기업과 연구소의 환경도 미국 같은 나라보다 너무 열악하다. 야근이 잦은데다 고용 불안도 심하다”고 말했다. 이 의견은 앞서 전경련 상무와 반대되는 의견이다. 허 팀장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 노동자는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헝그리하기 때문에 노동 의욕이 없다는 의견으로 들린다.

실제로 보고서의 조사항목 중에서 한국이 ‘노동자 의욕’과 비슷한 순위에 머물러 있는(56위) 항목이 ‘생계비(Cost-of-living) 지수’다. 이 항목에서 우리와 비슷한 순위를 차지한 국가는 앞서 노동 의욕이 강하다는 스위스나 덴마크가 있다. 그런데 이들 나라는 임금이 우리나라보다 높다. 우리나라는 그 나라보다 임금도 낮고 노동시간은 더 긴데도 생계비는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면 전경련 상무보다 허 팀장의 분석이 더 설득력 있는 분석이 아닐까?

기업임원이 노동자의 의욕이 없다고 평가하고 기업이익대변단체 임원이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 그렇다고 비아냥거리고 그걸 그대로 기사제목으로 쓰는 상황. ‘넘버3’보다 더 웃긴 코미디다.

금리인상에 대한 일부 언론의 호들갑

한 유명 애널리스트가 금년 내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였지만 한국은행은 오늘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에서 2.25%로 0.25% 올렸다. 전 세계적 저금리 기조는 제2의 대공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공포심 속에서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극단의 처방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6월까지 16개월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었다.

이번 조치에 대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6월에는 `물가안정`을 넣는 등 이전에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올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전문가가 금리동결을 예측한 만큼 시장의 입장에서는 “전격적인” 조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장의 예측을 약간 앞서가는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정책수단도 좀더 다양화되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이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에 대해 김 총재는 “부채가 낮을 때 차입을 하는 계층은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이라며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대답하였다는데, 일정부분 공감한다. 더불어 위기 이전의 채무자들은 어쨌든 그동안 초저금리의 혜택을 누려왔다. 이후 차입자들은 사실상의 제로금리 상황임을 감안한 조달이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대도 일부 언론의 반응은 신경질적이다. 연합뉴스는 <건설업계 “금리인상에 뒤통수 맞은 기분”>이란 기사에서 시장참여자들의 반응을 전하고 있다. 차분한 반응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옮겨 적고 있다. 그리고 결론은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매일경제의 기사도 재밌다.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그 자체로도 서민들에게 부담이지만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 정부의 부양책에도 반응이 없을 정도로 위축된 부동산 시장인데 대출금리 인상은 치명적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29.남)는 “적금이 만기가 돼 대출을 좀 얻어서 작은집이라도 사볼까 했는데 금리가 올라서 망설여진다”고 말했다.[금리인상 소식에 가계·中企 `울상`]

0.25% 대출금리 인상이 어떻게 치명적인지의 예를 들었는데 A씨의 상황이 별로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적금을 얼마짜리를 타기에 집을 살 생각을 하는지도 궁금하고 0.25% 올랐다고 망설일 정도로 많이 대출을 해야 한다면 과연 그 “작은 집”이 얼마만한 집인지도 궁금하다. 매경은 가계를 대변하는 A씨와 중소기업이 금리인상의 직접적인 피해자라고 말하고 있다.

요컨대 일부 언론은 금융당국이 금리인상이라는 벌을 시장에 주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상도 달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러한 주문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당장 오늘 시장의 반응은 차분한 편이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이미 시장에 선반영되어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결국 이번 금리인상은 금리정상화의 단계에 불가피한 과정일 뿐이다. 벌이 아니다.

이산화탄소 저(低)배출이 친환경?

원자력 발전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엔 81.0%(매우 도움 14.3%ㆍ도움 될 것 66.7%)가 긍정적으로 답해 국민 대부분이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국민 82%, 원자력 `녹색성장’에 도움”]

원자력 발전이 전기를 생산함에 있어 화석연료 등 다른 연료를 통한 발전보다 적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는 것은 설문조사를 할 필요도 없는 ‘사실(fact)’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이 1㎾당 991g이라면 원자력 발전은 10g으로 약 100분의 1밖에 안 되기 때문에 원자로 건설의 수요가 급증하는 이른바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이제 한국도 원자로 수출시대!]

이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한 이가 어리석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응답결과를 가지고 “국민 대부분이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식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아전인수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낮은 것이 곧 친환경적인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의 어이없는 실수

연합뉴스가 CNN의 기사를 베껴 쓰면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기사는 북극 지방의 석유 매장량이 당초 예상을 상회할지도 모른다는 연구결과에 관한 <Survey: Arctic may hold twice the oil previously found there>라는 제목 기사를 번역한 <“북극 석유 매장량, 알려진 양의 2배”>라는 기사다.

“Based on our study, there are 40 [billion] to 160 billion barrels of oil north of the Arctic Circle,” said Gautier. The USGS had previously estimated the Arctic is home to 90 billion barrels of oil.[전문보기]

즉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당초 900억 배럴 정도 묻혀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 곳에 적게는 400억 배럴에서 맞게는 1,600억 배럴까지 될지도 모르겠다는 기사다. 추정량의 범위가 너무 커서 과연 최신예측이 기사제목대로 두 배의 매장량이 확인되었다고 봐야할지 반절의 매장량이 확인되었다고 봐야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원보고로써의 북극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자 하는 것이 기사의 의도인 것 같다.

한편 연합뉴스의 실수는 사족으로 달려있는 전 세계 석유소비에 관한 언급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The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a division of the Department of Energy, estimates that the world currently uses 30 billion barrels of oil a year.

CNN기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석유소비는 연간 300억 배럴 정도이다. 이 부분을 연합뉴스는 다음과 같이 해석해놓았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세계 석유 수요는 1일 3천억 배럴에 달한다.[전문보기]

연합뉴스의 정보에 근거하여 분석해볼 경우 북극의 매장량은 긍정적인 수치를 적용한다 하여도 전 세계가 반나절이면 다 써버릴 양밖에 안된다.

밋밋한 성폭행 기사 섹시하게 만드는 비법

사실 우리나라 언론이 좀 과도하게 심각한 면이 없잖아 있다. 특히 서구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방송이 그런 경향이 강한 것 같은데 서구의 뉴스는 쇼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우리네 뉴스도 이러한 경향을 따라가고는 있지만 아직 조금 경직된 듯한 모습이 남아 있다. 얼마 전 어떤 여자 아나운서가 뉴스 끝나갈 즈음 피식 웃었다고(정황상 비난받을 정황인 것은 같았지만) 바로 잘려버린 해프닝은 뉴스, 즉 언론이 가지는 경직된 권위에 대한 사회의 암묵적인 동의 속에 벌어진 일이라 할 수 있다.

신문은…

요즘 뉴스를 안 봐서 알 수 없지만 신문은 특히나 지면에 활자를 통해서 소식을 전달하니 만큼 더 인간적인 면이 배제된 듯한 느낌이 강하다. 그러기에 실은 남들 보기에는 코미디인 내용도(어느 신문이라고 명시하지는 않겠다) 본인들은 매우 심각한 언어와 화법으로 전달한다.

각설하고…

신문도 방송도 사건의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고 기자 자신의, 또는 매체 특유의 목소리만 소신 있게 – 물론 왜곡하지 않고 – 담아낸다면 조금은 어깨에 힘 빼고 이야기해도 크게 문제없지 않나 싶다. 신문기사라고 한 두 마디 특유의 농담이나 풍자를 집어넣지 말란 법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농담하지 말아야 할 데서 농담하면 이건 문제다. 연합뉴스가 3월 26일 “부산서 10대 성폭행 사건 잇따라”라는 제목으로 최근 사회를 두려움에 빠트리고 있는 성범죄 사건들의 한 토막을 전하고 있다. 제목은 평범하다. 다만 기사내용이 좀 거시기하다.

“[상략]경찰 조사결과 황군 등은 반항하는 김양의 손을 붙잡고 “맞고 할래, 그냥 할래”라며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사상경찰서도 이날 10대 여학생에게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로 윤모(18)군 등 3명을 구속했다.[하략]”(출처)

내용이 선정적이다. 황군은 김양에게 저 말 말고도 많은 말을 했을 것이다. 쌍욕도 했을 것이고 온갖 입에 담지 못할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기자에게 대충 그런 내용들을 함께 전했을 것이다. 그런데 기자는 유독 저 말을 기사에 집어넣은 이유는 뭘까. 아마도 기사가 너무 밋밋해서 그랬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기사 소재가 너무 평범했다. 아니 할 말로 십대들의 성폭행 사건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자행되고 있을 것이다. 사건전개도 뭔가 특이한 맛이 없다. 그저 그렇게 묻혀버릴 사건인 것이다. 그런데 이 기사를 살려낸 것이 바로 저 멘트다.

“맞고 할래, 그냥 할래”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어릴 때 삥뜯는 애들이 이런 말 자주 했는데’ 하며 피식 웃을 것이다. 기사에 한번은 눈길을 던져줄 것이다. 김양이 황군한테 저 말 들었다고 무서워서 성폭행을 당해도 참았을 리는 만무하지만 적어도 기사에 포인트는 준 셈이다. 고로 저 멘트는 바로 기자를 위한 황군의 립서비스였을 뿐이다.

그리고 연합뉴스의 기사를 받아 옮긴 중앙일보는 여기서 더 오버한다. 본래 기사의 제목을 바꾸진 않았지만 메인화면의 제목은 다음과 같이 바꿨다.

원 기사와 같은 취지로 사이트를 편집하는 이의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대목이다. 결국 나도 그 제목에 낚였다. 그리고 썩 유쾌하지는 않다. 여하튼 중앙일보의 제목 신공은 이전에도 한번 지적한바 있지만 그런 식은 내가 서두에 언급하였던 ‘어깨에 힘 빼고 뉴스 전하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저열한 방식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