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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보론]

이 글은 지난번 지하철9호선 민간투자사업의 수익구조에 관한 글에 대해 새사연의 이수연 연구원님께서 해주신 질문에 대한 답변 및 보론이다.

세후실질수익률 8.9퍼센트는 예상운영수입의 100퍼센트를 달성할 때 얻을 수 있는 ‘목표’ 수익률일 뿐이지, 실제로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신 거죠? 실제 보장해주는 건 수익률이 아니라 예상운영수입의 90퍼센트, 80퍼센트,70퍼센트인거구요. 사업자 입장에서도 수입에 집착하기보다는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게 적절하다는 거구요.[원문]

이에 대해서는 아래 표를 참고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지하철9호선의 예상운영수입이 매년 일정하다고 가정할 경우 운영수입과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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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민간사업자가 주무관청과 체결하는 실시협약 상의 약정수익률 8.9%는 실제운영수입이 예상운영수입의 100%일 경우 달성 가능한 수익률이다. 주무관청이 예상운영수입의 100%를 보장해주지 않는 한 – 즉 부족분을 지원해주지 않는 한 – 민간사업자는 순전히 자신의 노력으로 – 예를 들면 광고나 유치 이벤트 – 예상운영수입이 달성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런데 예전에 – 약 2005년 전까지 – 체결된 민간투자사업의 실시협약은 사업자유치를 위해 주무관청에서 예상운영수입의 일정비율을 지원해줬다.(주1) 본 사업의 경우 5년 단위로 끊어 90%, 80%, 70%를 보장해준다 한다. 만약 실제운영수입이 각 기간 보장범위에 미달할 경우 민간사업자의 운영수입은 정부의 보장범위에서 고정된다. 이 경우 내가 간략 계산한 바로는 수익률이 5.7%선이다.

만약 내가 해당사업의 사업자라면 둘 중 어느 대안을 택할 것인가를 고민해볼 수 있다. 당연히 원칙적으로 수요 및 예상운영수입을 적정하게 예측하여 8.9% 또는 그 이상의 운영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괜히 예상운영수입을 과다계상하면 정부보장 범위가 한정된 상황에서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인천공항철도로 대표되는 많은 민간투자사업이 수요예측에서 실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요 비판론자들은 <사업자의 예상수요 뻥튀기 -> 운영수입 보장 -> 수익률 챙기기>의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일면 타당한 면도 있지만 현실은 단순히 사업자의 부도덕으로만 몰아붙이기에는 복잡한 사정도 있다.

가장 큰 문제 하나만 지적하자면 사회간접자본시설의 수요예측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수의 선진국이 사회간접자본, 특히 교통시설의 수요예측에 실패하여 사업운영에 어려움을 겪거나, 심지어 사업을 접는 경우도 많다. 국가발주사업으로 진행한 양양공항은 민간사업자가 주도하지 않았음에도 수요예측에 실패하여 부실운영으로 이어지고 있다.(주2)

요컨대 대단위 사업에 있어 수요예측, 넓게 보아 계획의 실패는 민간투자사업이냐 정부발주사업이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계획입안 단계에서의 정밀성과 객관성의 담보의 문제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민간투자사업의 수요예측 주체는 민간이니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대개 주무관청이 요구하는 수요에 민간사업자가 미세조율을 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리고 주무관청은 사실 지을 때 크게 짓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야 때깔이 나니까.

어떻게 보면 바로 이 지점이 좌우를 막론하고 공간의 객관화를 통해 공공의 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근대합리주의의 위험성이 발현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주1) 이를 최소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 혹은 shadow toll 이라 부른다.

(주2) 그리고 사실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어 온 최소운영수입보장은 이러한 시장리스크를 민간사업자가 주무관청과 나눠서 부담한 것이랄 수 있다.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오해(?) 하나

수요추정의 실패, 과다책정된 공사비, 낮은 운영의 질,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이에 따른 재정부담 및 과다한 사용료) 등이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대안투자형태인 민간투자사업에 쏟아지고 있는 비판이다. 새사연의 ‘지하철 9호선 개통 미뤄지는 진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의 글이다.

전체적으로 보아 큰 무리가 없으나, 다만 이 글에서의 비판논리 중 재무적인 측면에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하나 있다.

지하철 9호선의 경우 총 건설비는 3조 5,000억 원인데, 이 중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부담하는 비용은 5,485억 원으로 16퍼센트에 불과하다. [중략] 그럼에도 서울시는 민자 사업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협약으로 보장하고 있다. 세후 실질수익률을 8.9퍼센트로 한다고 적시한 것이다. [중략] 민자 사업자인 사적 기업의 경영활동에 어떻게 이윤이 ’보장’될 수 있단 말인가. 간단하다. 수익이 안나면 정부가 세금을 주어서 손실분을 보전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개통 후 5년 동안은 예상 운임수입의 90퍼센트를, 6년에서 10년 동안은 80퍼센트를, 11년에서 15년은 70퍼센트를 보장해주는 협약을 서울시와 민자사업자 사이에 한 것이다. 건설비의 16퍼센트만 내면 예상수입의 90퍼센트를 보장해주겠다니, 이보다 더 좋은 사업이 어디 또 있을까? 이 정도면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쉬운 상황이다.

우선 “세후 실질수익률”은 물가상승 효과가 제거된 법인세 납부 후 수익률을 의미한다. 시중금리 역시 물가상승이 고려된 명목금리인바 만약 그 대출금리를 8%로 감안하고 연간 물가상승률을 3%로 가정하면, 거칠게 계산하여 8%-3%=5%인 셈이니 세후 실질수익률이 8.9%면 꽤 높은 셈이다.

그 다음으로 이 사업의 수익구조는 “수익이 안나면 정부가 세금을 주어서 손실분을 보전해”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요즘 들어와 말이 많은 ‘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 : MRG)’ 조항이다. 초기 민간투자사업에서 사업자 유치를 위해 예상운영수입의 일정비율을 보장해주던 제도로 많은 비판이 일자 최근 사업에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렇다. 위 문맥상으로 봤을 때 초심자들이라면 이런 오해를 할 수 있다. 즉 정부가 8.9% 수익률을 보장해주면서 운영수입까지 보장해줘서 민간사업자에게 큰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또는 운영수입을 보장해줌으로써 8.9%의 수익률이 나오게끔 하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답은 둘다 아니다.

8.9%는 정부와 민간사업자를 당사자로 하는 실시협약에 숫자로 표현되는 약정수익률, 이를테면 목표수익률이다. 이 목표수익률은 해당사업의 실제운영수입이 예상운영수입의 100%일 경우 달성 가능한 수익률이다. 만약 주요하게 사업자가 수요를 과다 추정하였을 경우, 또는 여러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운영수입이 그에 못 미쳤을 경우 수익률은 달성할 수 없다.

이는 운영수입을 보장해줘도 같은 상황이다. 사업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므로 위의 글로만 유추하여 대략 사업성을 검토해보았다. 투입비용을 5,485억원, 운영기간을 15년으로 가정하여 운영수입을 매년 같은 액수로 벌어들인다고 가정하면 연간 세후 676억원을 벌어야 8.9%의 수익이 가능하다. 이를 위와 같이 단계적으로 90%, 80%, 70%로 보장해주면 수익률은 5.7%대로 떨어진다.

결국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사업자로서도 적정하고 타당한 수요 및 예상운영수입을 통해 사업이 원만하게 가는 것이 목표 수익률의 달성에 유리하다. 그렇지 않고 수요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여 운영수입보장을 통해 사업을 이끌어가게 될 경우 수익률도 낮아지고 여론악화로 말미암아 기업의 비용도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공공의 이익 vs 사적 이익

“민자로 건설됐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던 미시령 관통도로㈜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매각된다. 이에 따라 해마다 도가 수십억원의 혈세로 적자를 보전해 주던 부담이 어느 정도 줄게 됐다. 3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는 최근 미시령관통도로㈜ 등과 ‘미시령민자터널 재정지원 개선’ 협상을 마무리, 통행료는 현행대로 동결하고, 통행량 부족에 따라 연 수십억원씩 지원해주던 도의 결손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적자’ 미시령 도로 팔렸다…강원도,수익보전 부담금 줄 듯, 쿠키뉴스, 2008년 7월 3일]

민간투자사업의 사업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 적자사업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가?
– 적자인 민자사업을 왜 국민연금이 인수했나?
– 국민연금이 인수했으면 사실상 공공시설이 된 것인가?
– 그런데 어떻게 도는 수십억원을 적자보전부담을 줄였을까?

이 의문들을 차근차근 살펴보자.

이 사업은 당초 국비로 건설될 예정인 사업이었다. 하지만 국비 지원이 늦어지자 강원도가 민자사업으로 추진하여 2006년 완성된 도로였다. 2000년대 중반까지 민간투자사업에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소위 ‘운영수입보장(MRG : Minimum Revenue Guarantee)’라는 제도가 있었다. 이는 비록 민간사업으로 시행된다 할지라도 사회간접자본의 사업자가 파산할 경우 발생할 기회비용이 더욱 크다는 점과 민간투자사업의 초기시장에서의 사업자 유인 차원에서 사업자의 예상수요의 일정부분을 정부가 책임져주는 제도였다.

그런데 막상 도로 등 민간투자사업 시설이 운영에 들어가자 실제 수요는 당초 예상에 많이 못 미치게 되었고 이에 따라 주무관청은 해마다 막대한 비용을 사업자에게 보전해주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소위 MRG가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혈세 먹는 민자사업’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그리고 미시령 터널 역시 통행량이 당초 예상의 65% 대에 불과하여 ‘혈세 먹는 민자사업’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고 이러한 이유로 기자는 “적자를 면치 못하던”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또 희한하게 그 적자사업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매각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경쟁 입찰이었다고 한다. 인수가격은 자본금만 살펴보면 코오롱 건설 등 당초 대주주들의 주식발행가인 주당 5천원의 2배인 1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소위 ‘자금재조달(refinancing)’이라 불리는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바로 해당 사업이 MRG가 있는 사업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국민연금을 포함한 입찰참여자는 주당 1만원을 주고 사업을 인수해도 MRG를 감안할 경우 현재와 같은 금융상황에서도 내부적인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해당 시설을 인수했다고 해서 소위 ‘민자시설이 공공시설이 되었다고’ 하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 어차피 해당 시설의 소유권은 원래부터 주무관청에 있고 인수된 것은 다만 시설의 운영권에 있을 뿐이다. 더불어 국민연금이 국민의 돈으로 운용되는 공공적 성격이 강한 주체이긴 하나 엄밀히 말해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민간금융기관의 펀드나 기관투자자들과 같은 수익률을 좆는 플레이어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국민연금은 뛰어난 자금조달능력(!)을 바탕으로 현재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플레이어다.

마지막 의문인 도의 예산절감에 대해 알아보자. 도는 주무관청으로서 이번에 인수된 운영권에 대한 인수 승인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도는 그 승인권과 함께 ‘자금재조달’ 시 이에 따른 수익을 공공과 민간이 50:50씩 나눈다는 민간투자사업 관련법령상의 제도에 따라 새로운 인수자와 재협상을 벌여 MRG수준을 당초 90%에서 80% 수준까지 낮춘 것이다. 이를 두고 기자는 “혈세로 적자를 보전해 주던 부담이 어느 정도 줄게” 되었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의문을 풀어주기 위함도 있거니와 흥미로운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지역적 이슈, 사업의 특성, 연금의 자본시장 내에서의 독특한 지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사례를 통해, 공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금융 플레이어가 민간투자사업 시설을 인수함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사적(私的) 이익을 위한 것인가’, 또는 ‘공익(公益)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국민의 돈을 걷어서 그들이 늙었을 때 적정수익을 합쳐 연금을 줘야 하는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기관이다. 국민연금은 그래서 마땅히 최대의 수익을 추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연금이 터널을 인수해 MRG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려고 했는데 도가 승인권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혈세”를 절감하였다. 이때 국민, 더 구체적으로 강원도민은 국민연금 편을 들어야 할까 강원도 편을 들어야 할까?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국민연금이 대변하는 이해관계자의 숫자가 강원도가 대변하는 이해관계자의 숫자보다 크다. 강원도민의 세금이 “혈세” 인만큼 국민연금 납부금도 “피의 납부금”일 수 있다. 액면으로만 보면 강원도는 세금절감이라는 이유로 보다 큰 공공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내 미래의 연금수익이 미시령 터널을 통과하는 통행자가 더 싼 값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쓰였다는 소리다. MRG가 있기에 또한 통행료 인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답은 없다. 어떻게 보자면 국민연금은 강원도와의 협상결과에도 불구하고 목표 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기에 도와 합의하였을 것이다. 시장에서의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몫을 챙긴 후 타협을 한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실물자산의 증권화 현상이 대세인 앞으로의 시장에서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미국의 공무원 연금이 케냐의 하수시설을 인수할 것이고 두바이의 국부펀드가 우리나라의 선물시장에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도대체 공공의 이익과 사적 이익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는가’라고 끊임없이 의문을 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