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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에 대해 끼적끼적

주의가 산만한 편이라(이 표현은 어릴 적 성적표 담임의견란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곤 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한 가지 일만 하지 않고 이리저리 넘나들곤 한다.

우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내놓은 ‘미국 가계부채 증가의 배경과 영향’을 읽고 있었다. 우선 말씀드리자면 혹시 이 연구소 웹사이트에 출입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쉽고 명쾌하게 잘 써놓았다.

그리고는 iTunes를 이용해 CD를 틀었다. 연주된 곡은 Crosby, Stills, Nash & Young의 Our House. “I’ll light the fire. You put the flowers in the vase. That you bought today.”라는 집에 대한 소박한 일상을 주제를 역시 소박한 멜로디에 얹힌 곡이다.

그러다 문득 경제연구소의 글을 읽다말고 RSS리더를 뒤지다가 RSS로 구독하고 있는 미국의 어느 부동산업자의 블로그에서 아래 그래프를 발견했다. 뭔가 극적인 면이 눈을 확 당기는 그래프다. 그래프는 2000년대 들어 임대료 대비 집값이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틱한 변화다. 마치 최근의 기후온난화 그래프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보고서로 돌아가서 살펴보자면 이 보고서는 현재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 원인을 금융적 측면에서 찾고 있다. 잘 아시다시피 미국은 전통적으로 고정금리 모기지론을 통한 주택구입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이 추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으나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파생 상품화시키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위와 같이 임대료에 비해 집값이 엄청 뛰는 버블 현상이 생긴다. 요컨대 보고서는 미국의 금융시장과 주택시장은 한동안의 조정 장세를 거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으로 보고서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하고 있다.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자. 2007년 3/4분기 현재 미국시장의 비율은 99.9%(!)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6년 말 현재 84.6%로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안심은 금물. 이 비율로도 충분히 높기에 미국보다 낮아서 좋아할 것 없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위험한 요소는 우리나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상품의 비율이 94%여서 그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이다. 요즘의 금리상승기의 금리리스크가 가계로 그대로 전가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참 재밌는 세상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 규제완화에 대운하 지어서 부동산 좋아질 거라고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신문은 가격폭락과 거래급감은 잘 기사화하지 않지만 조금만 가격상승세가 있어도 신나게 받아 적는다. 그래야 미분양 물량을 털어낼 테니까 말이다. 여하튼 위에서 주절거린 교과서적인 논리가 안 통하는 신비의 나라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하여튼 우리나라, 특히 수도권에는 위에 저 멋진 그래프로처럼 집값과 전셋값이 엄청 차이나는 집들이 꽤 되는 것은 사실이다.

결과는 지나봐야 아는 것이고 어쨌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상품으로서의 집들은 CSN&Y가 흥얼거린 ‘우리 집’과 같은 목가적인 집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

국내 부동산 시장 어떻게 될까

벌써 한참 전부터 계속되어 온 이야기지만 전국적으로 미분양 사태가 심각하고 이로 인해 중견 건설업체의 연쇄부도가 염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지방에서 주로 발생하였던 미분양이 점차 군포, 파주 등 수도권으로 밀려오고 있고 심지어 서울에서조차 안정적인 분양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에서 부동산 시장의 주요 참여자인 건설업체, 가계, 금융권 등의 역할 및 행동양식을 간단히 살펴보고 이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결합되어 움직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현재의 부동산 시장 침체 양상에서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진단해보도록 하겠다.

건설업체

건설업체는 – 특히 주택공급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업체는 – 사업의 특성상 현금흐름이 중요하다. 건설업이 공급하는 상품이 공급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금액이 크기 때문에 공급시점에서 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애물단지 재고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금은 확보되지 않아 하도급 업체의 결재가 지연되는가 하면 심할 경우 부도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주택공급의 특성이 대규모 공동주택을 위주로 하였고 그 판매가 주택의 완성 뒤에 되면 현금 확보가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른바 선분양 제도가 일반화되어 왔었다. 이러한 방식이 많은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원활한 주택공급에는 좋은 처방이었기에 정책당국에 의해 오랜 기간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주택가격의 폭등 등 여러 사회병리 현상은 결국 주택시장이 후분양으로 전환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추세에 부합하여 발달한 것이 바로 부동산 금융시장이다. 부동산 금융은 그동안 주로 가계에서 이용하여 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주택시장의 변화 등에 따라 건설업체가 부동산 금융의 큰 손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요즘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부동산 PF’다. PF 는 ‘ 프로젝트파이낸스 (Project Finance 혹은 Project Financing)’의 이니셜이다. 짧게 설명하자면 금융을 기업의 신용으로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개별 사업의 사업성을 근거로 일으킨다는 의미다.

우미건설 등 몇몇 중견업체가 PF를 통하여 많은 사업을 성공시켰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신용도에 상관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금융보다 높은 금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 속에 각 업체들은 각종 개발사업에 경쟁적으로 부동산PF를 이용하여 왔다.

가계

한편 전통적인 부동산 금융의 이용자 가계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거의 예외가 없다고 할 정도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다. 특히 강남과 분당 등 수도권 남부는 전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하여 왔다. 2000년 대 들어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자 가계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돈을 빌려 집을 사기 시작했다. 그것은 놀라운 가수요를 불러일으키며 집값 폭등을 불러왔다.

가계의 손익분기점(?)은 집값 상승이 이자비용과 세금 등 기타비용을 웃도는 선이다.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상승추이와 저금리의 지속으로 말미암아 주택소유자는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느긋한 마음으로 즐기기 시작했고 소비도 더불어 증가하였다. 솔직히 정책당국도 경기부양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가끔 신도시 토지보상, 제2의 강남 등의 호재를 터뜨리며 부동산 시장을 가열시켰다.

특히 우리나라는 가계가 그저 느긋한 시장관망자의 역할이 아닌 적극적인 시장참여자로 가세하는 모습을 띠기도 했다. 극단적인 모습일지 몰라도 이른바 아파트 부녀회라는 단체가 박정희 대통령 이래 우리의 고유한 전통인 반상회를 아파트 가격 협의체로 탈바꿈시켰다는 의혹이 짙다. 이를 통해 호가 조정 등의 적극적 행동에 나서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금융권

외환위기 이후 많은 은행들이 민영화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시중은행들이 외국의 투자자본의 손에 넘어갔다. 더불어 외국계 은행들도 국내에 안착하였다. 이들은 이전의 관치금융과는 다른 행태를 보였다. 괘씸하게도(!) 금융당국 등 정책당국의 정책노선을 잘 따르지 않았다. 그들이 제일 먼저 취한 행동은 가계대출의 증가였다.(주1) 어설픈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느니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더욱 알찼기 때문이다.

더불어 앞서 말한 부동산PF에도 경쟁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개별 사업의 타당성을 담보로 하는 금융조달방식이라는 특성이 얼핏 금융기관의 채권회수가 기업금융보다 어려워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사실 금융기관은 사업시행자, 시공자들로부터 기업금융에 준하는 수준의 담보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금리도 더 높다.

그렇기에 사실 부동산 PF는 ‘위험의 분담(risk sharing)’이라는 프로젝트파이낸스의 기본원리에 별로 부합하지 않는다. 얼마 전 부동산PF 사업에서 분양부진으로 피해를 본 대주건설이 대출자금 상환에 늑장을 부리다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는 등 험한 꼴을 보고는 결국 대출금을 상환하였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역시 부동산 경기 위축에 있어서 안전지대는 아니다. 채무자가 배째라고 하면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한 증권사는 7일 “금리 상승이 개인과 기업의 대출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PF 등 일부 대출의 부실 염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주는 사지 말라는 소리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이상에서 서술한 부분을 표로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결국 현재의 국내 부동산 시장을 단순히 도식화하면 가계, 금융권, 건설업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 주식펀드의 인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은행이 자금곤란을 겪고, 이에 따라 CD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금리도 더불어 상승하고 있다. 집값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이나 거래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건설업체는 미분양으로 말미암아 부동산PF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제반비용도 주택소유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상황이 만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교할 때 그나마 위안이라면 미국의 경우 부동산 채권을 각종 파생금융상품으로 전환시켜 시장참여자가 늘어남에 따라 오히려 ‘위험의 분산’이 아닌 ‘위험의 동참’의 역효과를 가져왔다면 우리는 아직 관련 상품시장의 미발달로 인해(주2) 그러한 모습의 동반자살 현상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의 미성숙이 오히려 위안이 되고 있는 셈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교훈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로 접어들 것인지 아니면 다시 폭등세로 이어질 것인지는 점칠 수 없다. 시장이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므로 섣부른 점쟁이 노릇은 금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예측을 하고 싶은 유혹은 뿌리치기 어려운데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미국과 전 세계의 부동산 시장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를 바탕으로 금융권이 개인과 기업에 신용을 창출시켜줌으로써 지탱해온 시장이었다. 사람들은 자산의 상승에 따라 소비를 늘렸고 기업은 시장에서 소화가 되는 한도까지 공급가격을 높였다. 금융권은 그런 흥청망청 파티에 뒷돈을 대주고 천문학적인 이자를 거둬들였다.

그리고 지금 그 거품이 ‘팡’하고 터졌다. 출발지점은 어딘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완만할지라도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가계와 기업을 서서히, 그러나 분명한 의지로 현금흐름 악화의 방향으로 밀어붙였다. 연체율이 급등하고 은행은 해당 채권을 악성자산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마침내 미국에서는 ‘금리 동결’이라는 초유의 反시장적인 조치를 단행하였다.

우리 부동산 시장도 이런 악순환 고리의 전형으로 접어들고 있다. 시장은 얼어붙었고 가계와 기업의 대출금 상환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금융시장 미성숙 관계로 미국보다 못한 통계치가 상황을 호도할 수는 있겠지만 은행의 악성채권이 늘어가고 있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쯤 되면 부동산 시장이 낙관적이라고 말할 용감한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좀 더 큰 그림에서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고 끝을 맺도록 하겠다.

“88만원 세대”라는 유행어가 말해주듯 소비자의 구매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들도 언젠가 결혼을 해야겠지만 월급모아 집산다는 공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빚을 얻지 않고서는 집을 살 수 없다. 그러나 그 빚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야 한다. 집값이 평당 1천만 원을 훌쩍 넘은 현재 시장에서 그렇게 구매능력이 뛰어난 미래세대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30~40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주택소유자들은 한껏 부풀려진 자신들의 주택을 누군가가 구매해주어야 할 텐데 이제 아무도 그 주택을 건네받을 여력이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계속 그 가격을 고수할 것인가.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보고 있으면 마치 폰지게임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모두가 망할 때까지 가격을 올려놓고 보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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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씨티은행은 사옥도 빌려쓰고 있다고 한다. 사옥살 돈으로 대출을 하겠다는 자세다.

(주2) 물론 우리나라 부동산PF에서도 유동화 증권을 발행한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본질과 대안에 관한 글 하나

이번 모기지 금리 동결 대책은 현재의 금융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주는 시장주의자들의 反시장적인 조치다. 한편으로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의 목적은 시장의 위기로부터 고통 받는 절대 다수의 노동계급이 아닌 기득권을 온존하려는 금융거인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World Socialist Web Site 의 진단이다. 이들의 글을 번역하여 올린다.

Bush unveils subprime mortgage scheme to bail out banks
부시가 은행들을 구제할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책을 내놓다

By Barry Grey
7 December 2007
http://wsws.org/articles/2007/dec2007/subp-d07.shtml

목요일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일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대한 금리동결 계획은 다가올 몇 달 동안 그들의 집을 잃게 될 수많은 가정들의 압류(foreclosure)을 막는 데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재무부 장관 헨리 폴슨, 주택도시개발장관 알폰소 잭슨, 한 명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감독관 및 다른 연방 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부시는 “모기지 은행 연합(the Mortgage Bankers Association)”이 전체 주택의 1.7%에 달할 정도의 많은 미국 가정이 3분기에 기록적인 수준으로 압류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발표한지 불과 수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루어진  백악관의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체납되어 있는 모기지의 건수는 5.6%로 상승하였다.

재무부장관 헨리 폴슨, 월스트리트의 주요은행들, 모기지 대출기관 및 서비스 기관, 그리고 서브프라임 대출을 통해 발행된 증권을 소유한 투자펀드들에 의해 입안된 부시 행정부 계획의 주된 목적은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와 이에 따른 신용위기로 인해 금융거인들이 감수해야 하는 손실을 축소하고자 함이다.

약 150만 개의 변동금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계좌 – 총 4천억 달러에 달하는 – 다음 18 개월 동안 더 높은 금리로 조정(reset)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수십만의 가정이 압류당하고 서브프라임 대출을 위해 발행된 소위 수많은 “자산담보부증권(CDOs)”을 소유한 가장 큰 미국의 은행들, 뮤추얼펀드, 보험회사, 그리고 헤지펀드가 더욱 불안해질 것이다.(주1)

미국의 주택시장 붕괴로 말미암아 이미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의 금융거인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계된 고위험의 투기성 자산에 속하는 수천만 달러를 상각하였다. 이러한 점증하는 자산의 붕괴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좀먹고 있으며, 미국경제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멈추게 하는 신용위험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미국경제를 급격한 후퇴로 몰아넣고 있다.

서브프라임 압류 비율이 벌써 10%에 육박하고, 금리의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자 더욱 크게 나선형을 그리며 높아지고 있어 이에 따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개입에 나선 것은 빚에 시달리는 수백만의 가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월스트리트의 위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모기지 대출기관이 자발적으로 소수의 서브프라임 변동금리 차입자(주2) 들에게 최초차입 수준의 금리로 – 이미 통상적인 주택대출(conventional home loans)보다도 몇 퍼센트 더 높은 수준 – 5년 동안 금리를 동결해주게 될 것이다. 오직 그들의 대출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 이들과 “최초” 차입 금리를 간신히 낼 수 있을만한 이들만 이 동결조치에 해당하고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하지 못할 이들은 다가올 몇 달 동안 축출 명단에 오를 것이다.(주3)

최초의 낮은 금리나 더 높은 갱신된 금리를 갚지 못할 서브프라임 차입자들은 제외될 것이다. 이는 저소득 또는 중산층의 절대 다수의 주택 소유자들이 모기지 상환을 위해 고통을 겪고 그들의 주택은 구원을 받지 못하게 됨을 의미한다.

미국 저축기관 감독청의 존 리히는 주초에 이 계획이 거리에 내몰리게 될 수십만의 – 수백만이 아니라면 – 주택소유자들 중 “수만의” 주택소유자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목요일 기자회견에서 폴슨은 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의 계획이 실패한 주택대출로부터 그들의 손실을 줄이고자 하는 모기지 대출자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모기지 조정 과정을 “조율”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계획은 2005년 1월 초에서 2007년 7월 말까지 이루어진 대출에 적용되며 2008년 1월 초와 2010년 7월 말 사이에 조정될 예정이다. 이는 자동적으로 2007년 4분기에 조정될 예정인 모기지 850억 달러는 제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계획은 또한 그들의 주택을 위해 자본을 충당했던 서브프라임 차입자 들을 위해 연방주택사업국을 통한 자금재조달(refinancing)의 촉진, 그리고 중앙과 지방정부가 리파이낸싱을 조달하기 위한 비과세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완화도 포함한다.

이 계획이 노동계급 가정, 빈 집으로 메말라갈 커뮤니티, 부동산세 감면에 시달릴 중앙과 지방정부 등이 직면한 사회적 재앙을 줄이는 데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반면에 정치인들과 금융인들은 이 계획이 신용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부식하는 것을 막고 월스트리트가 재앙적인 붕괴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충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당장 은행과 투자자들이 수백만 달러의 악성투자를 상각 처리하는 것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폴슨 재무부장관은 당초 월요일에 워싱턴에서 금융기관 감독청이 주최한 주택포럼에서 이 계획을 발표했다. 폴슨의 술어법은 고민에 지친 주택소유자들에게 제공될 구원책이 매우 한정되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예방할 수 있는(preventable)” 담보상실을 피하는 것, 도움을 “줄 수 있는 것(able)”, 그리고 “재정적으로 책임있는(financially responsible)” 주택소유자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들의 “최초 금리”도 감당할 수 없는, 그러므로써 제안된 금리 동결도 능력 밖인 가장 고통스러운 서브프라임 주택소유자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몇몇이 “다시 월셋집으로 돌아갈 것”임을 – 즉 그들의 집에서 쫓겨나는 것을 의미하는 – 인지하고 있었다.

연설 도중 그는 분투하는 서브프라임 차입자 들이 전화할 수 있는 무료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 포럼의 청중 중 누구 하나라도 거기에 전화할 지 의심스럽다고 빈정댔다. 청중은 이 농담에 실없이 웃어젖혔다.

이러한 잡담은 중요한 것이다. 이는 그들 스스로 “‘이제는 희망’ 동맹(Hope Now Alliance)”이라고 부르는 정부-재계 연합이 통째로 미국의 금융 과두정치의 창작품임을 의미한다. 폴슨 자신이 부시의 재무부에 2006년 7월 취임하기 이전에는 골드만삭스의 CEO였다. 닉슨 행정부의 존 에르히만의 조수였던 폴슨은 1974년 골드만삭스에 취직했다. 그의 순수입은 7억 달러로 추정된다.

차이를 극복하고 서브프라임 계획의 주요조건을 합의하기 위해 모인 폴슨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그리고 다른 감독기관 간부들과 함께 모인 이들은 씨티그룹, JP모건 체이스, 웰스파고, 워싱턴 뮤추얼,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미국 증권화 포럼의 임원진들이었다. 이들은 그들의 무모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의 필연적인 결과물인 주택시장 붕괴와 점증하는 경제 슬럼프의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오랜 기간 가공할 수준의 위험, 엄청난 수익과 월스트리트의 임원진들이 거둬들인 천문학적인 연봉 등으로 인한 가치의 앙등을 감추고 있는 광기어린 투기와 회계조작의 결과로부터 – 범죄에 대한 징벌을 포함하여 – 금융기관들을 보호하려는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투기와 협잡

부시, 폴슨, 그리고 기업들은 주택 담보상실에 대한 부담을 “무책임한” 차입자 들에게 떠넘겼다. 그러나 수백만의 노동계급과 중산층을 희생양으로 하여 막 터지고 있는 부동산과 신용 거품은 미국의 거대은행들과 투자자들에 의해 독려된 사기성 강하고 약육강식의 모습을 띈 대출과정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뉴욕타임스는 목요일 폴슨이 이전에 근무한 골드만삭스가 서브프라임 연체가 치솟기 시작하던 지난 해 말 모기지 및 이와 관련된 증권을 대량매각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최상위 투자은행은 2007년 첫 9개월간 60억 달러 어치의 증권을 마케팅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관된 증권들을 패키지화하고 팔아댔다.

12월 3일 월스트리트저널는 1면에 2000년 이후 2조5천 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대출되었고 “수많은 서브프라임 대출이 확산되어 그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더 나음 조건으로 전통적인 양호한 대출로 가도 충분한 신용등급의 사람들도 이 자금을 썼다”고 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리서치 회사 First American LoanPerformance가 월스트리트저널을 위해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붐의 절정에 달했던 2005년에 이루어진 서브프라임 대출의 55%가 더 낮은 금리의 전통적인 모기지의 자격요건을 갖춘 대출자들이었다. 2006년에는 61%에 달했다.(주4)

모기지 산업이 브로커들에게 대출자들이 자신들의 신용등급보다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독려한 것이 주된 이유다. 월스트리저널은 “모기지 리서치 회사인 Wholesale Access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미국의 모기지 브로커들은 전통적인 대출이 1.48%의 커미션을 받는데 반해 서브프라임 대출의 1.88%의 커미션을 받는다”고 보도하였다.(주5)

서브프라임 변동금리 대출에 끼어든 사람들은 2~3년 후에 집값이 많이 올라 그 사이 금리가 조정되기 – 보통 30%이상 더 높아지는 – 전에 그들의 대출을 재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였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붕괴와 주택가격의 폭락으로 많은 대출자들이 이제 그들의 집값보다 더 많은 대출을 꿰차게 만들었다.

금융위기와 더불어 행정부에서는 고통스러운 주택소유자들의 이해관계를 위한 겉치레의 조치가 이어졌다. 경제와 사회위기에 관한 이슈가 선거에서 주요한 의제가 되고 있고 이에 따라 압류율이 가장 높은 두 개의 주가 –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 2008년 대선에서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확산되는 압류위기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꾀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선출전에서 가장 앞선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행정부의 계획의 최소기준을 드러내놓고 넘어서는 수준의 발언을 했다. 5년 간의 금리동결과 함께 그녀는 주택 압류에 대해 90일 간의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요청했다.

이는 오직 압류 사태를 약간만 유예시킬 뿐이다. 반면 은행들에게는 자산담보부증권과 다른 희한한 증권들이 부실화되기 전에 약간 숨쉴 틈을 줄 것이다. 클린턴은 뉴욕의 나스닥 헤드쿼터에 수요일 나타나 주택시장 붕괴에서 일조했다고 자신이 비난했던 금융산업의 임원진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이러한 자세는 대중을 속이려는 목적이다. 양당의 정치가들은 더 높은 금리의 주택대출의 홍보와 다른 약육강식의 상품의 개발을 통해 그들 자신을 살찌울 월스트리트의 기업들과 백만장자 임원진들을 보호하고 있다.

민주당의 주요 선두주자들, 그리고 의회의 지도자들 중 어느 누구도 범법사실을 포함하여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한 심도있는 수사를 요청하지 않고 있다. 의회 차원에서 어떠한 진지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급과 중산층의 주택소유자들이 그들의 주택을 지키게끔 도와주는 대규모 공공 펀드의 긴급조성에 대한 어떠한 요청도 없다. 이 펀드는 부시 행정부가 민주당으로 도움 아래 취한 부자들을 위한 1조 달러 이상의 세금감면의 폐지나 매월 수백만 달러의 돈을 소비하는 이라크전의 종결로써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양당 어느 누구도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신세를 지고 있는 금융 엘리트들의 거대한 재산이나 특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어떠한 조치도 제안하고 있지 않다.

점증하는 사회적 위기는 미국과 국제적 수준에서의 자본주의의 기생적이고 부패한 본질의 소산이다. 수백만의 미국 가정이 시장의 무정부성과 그 어느 때보다 사회의 최상위층에게 더 많은 부가 집중되게 만드는 월스트리트의 광적인 이윤추구의 결과로 빚어진 사태에 고통 받고 있다.

이에 월스트리트의 힘에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노동계급의 독립적이고 정치적인 투쟁과 민주적이고 평등주의적인 노선으로 경제를 재구조화하는 사회주의 프로그램의 촉진 이외에는 이 주택위기를 해결할 다른 진보적인 대안이 없다. 이는 금융과 주택산업을 공공적 소유로 전환하고 그 기관들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며, 기업의 이익이나 기업-금융 엘리트들의 치부가 아닌 보편적 이익을 위해 계획경제로 작동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주1) 모기지 업체들은 모기지 채권을 투자은행 등 금융기관에 매각하고, 투자은행 등은 매입한 모기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다양한 주택저당채권(MBS) 또는 자산담보부증권(CDO, CLO)을 발행하여 보험사 등 금융기관과 헤지펀드 등 투자펀드들에 재매각한다. 이처럼 모기지 채권을 매개로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관계 때문에 미국 모기지대출기관협회(Mortgage Bankers Association) 조사 기준 2006년 3분기 전체 모기지의 13.6% 수준에 불과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가 미국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주2)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의 중요한 원인 역시 높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모기지는 고정금리부 대출이 주를 이룬다. 2006년 3분기 기준 미국의 전체 모기지 중 변동금리부 대출의 비중은 25%에 불과할 정도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대출이 변동금리부 조건으로 이루어졌다. 2005년 이루어진 전체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중 변동금리부 대출의 비중은 80.2%에 달했다.

(주3) 대출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아예 파산시켜 버리는 겠다는 것이다.

(주4) 결국 상당수 사람들이 그들이 내지 않아도 될 이자를 냈다는 이야기다.

(주5) 브로커들의 얄팍한 상행위에 대해서는 다음 링크를 참조할 것 http://ko.usmlelibrary.com/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