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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ughterhouse-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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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movie poster for the film Slaughterhouse-Five” by May be found at the following website: City on Fire. Licensed under Fair use of copyrighted material in the context of Slaughterhouse-Five (film)“>Fair use via Wikipedia.

Kurt Vonnegut Jr.가 썼다는 원작에 대한 사전정보도 없이 영화 첫 장면을 보는 순간 ‘뮤직박스’유의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과거와 이를 반추하는 현재가 교차되는 스타일의 영화이겠거니 생각했다. 처음 얼마간은 이러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약간 어리바리한 주인공 Billy Pilgrim 의 과거의 공간은 전쟁터 한가운데의 참호 속이었고 현재의 공간은 그러한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록을 쓰고 있는 그의 집이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교차편집이 단순히 ‘Lone Star‘에서 볼 수 있었던 솜씨 좋은 연출의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주인공 Billy 는 과거를 회상하는 게 아니라 실은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시간여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재밌는 발상을 시작으로 영화는 종반으로 갈수록 트랠파마도어라는 황당한 행성의 등장 등 처음의 전쟁영화 장르에서 블랙코미디, SF 까지 잡탕으로 섞인 다양한 장르적 실험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이미 솜씨 좋은 원작이 지니고 있었을 멋진 개성이 ‘스팅’이나 ‘내일을 향해 쏘아라’,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헨리오리엔트의 세계’를 감독했던 거장 조지로이힐의 뛰어난 연출력과 만나면서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영화의 메시지는 독일의 아름다운 도시 드레스덴에 전쟁포로로 머물렀던 Billy 의 경험을 통해 전쟁에서의 살육에는 어떠한 명분도 있을 수 없다는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제목 제5도살장(Slaughterhouse Five)은 주인공이 일했던 도살장이기도 하지만 1945년 2월 13일 연합군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고난 후의 드레스덴의 처참한 몰골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Five 라는 단어는 마치 우주선의 이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Billy 가 나중에 찾아가게 되는 – 또는 되었다고 주장되어지는 – 트래팔마도어의 달표면과 같은 거친 표면은 또 바로 폭격 직후의 이 드레스덴을 연상시킨다. 그 황량한 별에서의 Billy 의 새로운 사랑은 절망 속에서의 희망이라는 여운을 남겨준다.

굴렌굴드의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배경으로 눈길을 걸어가던 Billy 의 모습을 담은 첫 장면이 오랜 여운을 남기며, Catch 22 나 M.A.S.H 같은 영화와 잘 어울리는 삼총사가 될 것 같은 느낌의 영화였다.

2007.4.8

Kurt Vonnegut – 나라 없는 사람 (A MAN WITHOUT A 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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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nWithoutACountry” by http://pictures.abebooks.com/KLOPEZ/1077036795.jpg. Licensed under Fair use of copyrighted material in the context of A Man Without a Country“>Fair use via Wikipedia.

제목 ‘A Man Without A Country(나라 없는 사람)’을 보면 무슨 조국을 잃은 국외자의 나라사랑에 관한 책이라도 되나 싶지만 실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스스로 나라를 자신의 리스트에서 없앤 사람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2차 대전에 참전하여 악명 높은 영국의 드레스덴 공습에서 살아남은 후 이를 소재로 한 소설 ‘Slaughterhouse Five(제5도살장)’로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얻은  Kurt Vonnegut 의 자전적인 에세이집이다.

그가 왜 나라를 포기했는지 이 책을 읽어보면 뚜렷이 드러난다. 그로서는 마흔 살까지 알코올에 취해 네발로 기어 다녔지만 가족이 많아서 미키마우스식 쿠데타를 통해 대통령이 된 조지 부시가 국가의 원수로 있고, 자국의 석유확보를 위해 아랍인들을 살육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나라에 대해 일말의 애정도 없기 때문인 것이다.

자못 심각한 주제지만 촘스키처럼 정색을 하고 심각하게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유머는 두려움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라는 본인의 주장처럼 그는 제3제국이 된 미국과 망신창이가 되어가는 지구의 처지를 유머러스하게 서술하고 있다. 너무나 두렵기 때문에 유머라는 방어기제를 가동한 것이다.

저자는 무신론자이자 사회주의자이자 염세론자이다. 또 남들이 러다이트라고 부르는 사실을 제법 자랑스러워한다. 기술진보, 더 나아가 진보 자체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가보다. 사회주의자답지 않긴 하지만…. 결국 그는 휴머니스트다(드레스덴에서 그렇게 당하고도 말이다). 그래서 자신이 천당에 갔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것은 유쾌한 농담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이 책은 저자가 여든이 넘으신 나이에 써서 2005년 초판이 출간된 책이고 내가 이 책을 읽고 있는 이 시점 저자는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니셨다. 올해 4월에 돌아가신 것이다. 아마 천당에서 베드로와 농담을 주고받고 계실지도.

140여쪽의 짧은 산문집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