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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35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프랑스 사회주의의 가장 의미 있는 승리 중 하나로 간주되어 왔던 주35시간 근무가 최근 의회를 통과한 한 법률에 의해 사실상 무력화되었다고 한다.

상원과 하원은 1998년 사회주의자당에 의해 통과된 주 35시간 근무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주요목적이라 할 수 있는, “근무시간을 개혁하고”, “사회민주성을 갱신하는” 한 법을 함께 통과시켰다. 경제일간지인 Les Echos의 지난 2008년 5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동자의 79퍼센트가 35시간을 유지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공식적으로는 근무시간을 주당 35시간을 유지하는 것으로 하였지만 전체 산업 차원의 협상 대신 개별 사업장에서의 협상을 통해 초과근무를 합의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법의 취지를 제거하였다.
The National Assembly and Senate together passed a law “reforming working hours” and “renewing social democracy,” whose main function was to dismantle the 35-hour workweek law passed by the Socialist Party (PS) in 1998. According to May 2008 workplace poll for the financial daily Les Echos, 79 percent of workers supported maintaining the 35 hours. The government decided, therefore, to formally leave the working week at 35 hours, but to eviscerate the law by allowing agreements on overtime to be negotiated in each workplace, instead of in industry-wide negotiations.[End of the 35-hour week in France: Sarkozy handed victory by the unions and “left” parties, 26 July 2008, World Socialist Web Site]

노동부 장관 Xavier Bertrand 는 공개적으로 선언하였다.

“마침내 35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누가 누구로부터 자유로워졌을까? 너무 멍청한 질문인가? 어쨌든 혹자가 보기엔 배부른 소리하고 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에 35시간을 일한다면 주5일제로 가정하고 계산하면 하루 일곱 시간 근무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근무조건이다. 특히 OECD 최장의 근무시간이라는 명예를 얻은 한국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근무조건이 결코 배부른 소리라는 질투 섞인 비아냥거림을 들을 일이 아니라고 본다. 노동조건의 개선을 통한 삶의 질의 향상은 인류역사에 있어 끊임없는 투쟁의 주제였고, 수많은 피를 대가로 하여 쟁취되어 왔다. 그리고 그것은 어쨌든 선진적인 성과가 나머지 세계들로 전파되는 성과를 거두어 왔다. 아동노동의 금지가 그렇고 8시간 노동 쟁취가 그러했다. 그리고 프랑스 노동계급의 주35시간 노동은 언젠가는 한국의 노동자들이 누릴 몫이었다.

어쨌든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논리로 어쩌면 이미 프랑스내에서조차 35시간 근무라는 법적규제가 사문화되어 왔을지도 모르겠다.(십중팔구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법이 안 지켜지는 것과 법이 사문화되는 것, 나아가 온갖 예외조항으로 무력화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바로 한나라당이 지금 십자포화로 공격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법이 그런 위험에 놓여있다. 그러한 만큼 이번 주35시간 노동규정의 무력화는 프랑스 사회주의의 큰 후퇴라 할 만하겠다.

너무나 차이나는 프랑스와 한국의 우익

최근 이래저래 스캔들 메이커가 되고 있는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가히 혁명적인(!) 발언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 화요일 주 35시간 근무제를 폐지하겠다는 강경발언-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야 주 40시간 근무라 해도 부러울 판이다. – 에 따른 반발 직후인 수요일에는 기업이윤을 주주배당, 노동자, 투자에 대해 각각 1/3씩 나누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한 국내언론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매일경제는 AFP의 기사내용을 거의 번역한 것이나 진배없는 내용으로 별도의 의견 없이 기사를 게재하였다. 조선일보는 사르코지의 이러한 발언이 주 35시간 근무제 폐지에 따른 좌익과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회유책이라고 논평하였다. 지난번 프랑스 파업당시 강경책으로 일관한 사르코지에 대한 찬양에서부터 최근 그의 연애 스캔들까지 사르코지를 밀착취재하고 있는 동아일보는 굳이 이 기사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발언의 진위가 무엇이든 솔직히 부럽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사르코지가 우익에 트로이의 목마를 타고 몰래 잠입한 좌익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물론 농담이다) 적어도 노동자에게 이 정도는 베풀어야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감내하자는 발언을 할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사르코지로 비견될만한 어느 분이 비슷한 시기에 하신 말씀을 들어보자. 노동을 자원봉사 하듯이 하란다. 이른바 실용 리더십이라고 두 양반이 닮았다는 보도도 있던데 참 한숨 나온다.

어쨌든 그의 발언은 엄밀하게 말해 뭐 좌익적인 발언도 아니고 분배에 중점을 두겠다는 발언도 아니다. 그것은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곧 노동자이고 이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면 경기진작은 있을 수 없다는 자본주의 경제의 평범한 진리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회주의 블록 붕괴 이후의 자비심을 잃은 주주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유연성 증가에 따른 노동자 임금손실분을 카드론이나 모기지론과 같은 미래소득에 대한 저당으로 해소하려 하였고 그 부작용이 지금 서브프라임에서 터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의 글들은 사르코지의 해당 발언에 관한 AFP 기사의 전문번역이다. 원문은 여기를 클릭하실 것.

Sarkozy proposes companies pay a third of profits to employees
사르코지가 기업에게 이윤의 3분의 1일 종업원에게 줄 것을 제안하다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스 사르코지가 수요일 기업이윤의 1/3은 주주와 투자분으로 남겨놓은 양과 같은 양만큼 종업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그는 의회에서 “기업이윤의 1/3이 각각 주주, 종업원, 그리고 투자에 쓰이는 체제는 일관되고 논리적인 체제입니다.” 라고 발언하였다.

그는 “그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이를 분명히 말하고 무엇보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 역자주)를 말해야 할 겁니다.” 라고 덧붙였다.

중도우익 정부를 감독하는 사르코지는 프랑스의 관습과 경제를 개혁하여 성장과 삶의 수준을 촉진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당선되었다.

이미 지난해 초 대통령 캠페인 당시부터 뜨거운 이슈였던 구매력에 관한 대중적 관심은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투표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이다.

사르코지는 그의 급진적인 제안이 구매력을 촉진시키는데 일조할 것이고, 이와 더불어 그가 이행하고자 하는 노동시간 연장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윤분배가 구매력과 상관없다는 발언, (또는) 임금분배를 위해 내가 제안했던 것만큼이나 근본적인 혁명(적 조치 : 역자주)이 구매력과 상관이 없다는 발언은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하였다.

그는 “나는 소비력에 관한 이 문제를 (종업원)의 참여와 이윤분배에 대한 일종의 혁명으로 제안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화요일에 금년에 결론내고 싶다고 말한 주당 35시간 노동이라는 뜨거운 이슈로 돌아가 대통령은 이것이 분명히 소비력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분명히 주 35시간 노동은 소비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 때문에 (결과적으로) 임금인상에 급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입니다.”

주 35시간 노동을 끝내자는 사르코지의 화요일의 발언은 좌익으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샀고 우익으로부터는 찬사를 받았다.

이 이슈는 어떻게 프랑스 경제와 후한 사회복지 체제를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이견들의 피뢰침으로 제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