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CD금리

문재인, 박근혜, 헌법 등등 잡담

블로그를 여기저기 조금씩 정리했다. 배경에 이미지도 넣고, 자유게시판도 만들고, 블로그 소개 글도 좀 바꾸고(소개라기보다는 그냥 푸념), 태그 구름도 새로운 플러그인을 적용하였다. 그렇게 하니 조금 집안 분위기가 화사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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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씨가 대선 슬로건을 ‘사람이 먼저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대한민국 남자’로 정했다고 한다. 문재인 씨가 특전사 출신임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이 ‘대한민국 남자’로서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을 텐데, 그의 특전사 경력은 박정희의 학생운동 세력에 대한 강제징집 덕분에(?) 쌓은 경력이다. 이렇게 쌓은 경력으로 박정희의 시대정신을 그대로 물려받은, 그의 딸 박근혜 씨와 대항하려는 상황이니 무슨 ‘뫼비우스의 띠’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게다가 한 트위터러의 지적에 따르면 문재인 씨의 그런 슬로건들은 2012년 프랑스 대선의 좌우파의 슬로건을 모두 흉내 낸 것이라고 한다. 하나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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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근혜 씨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5ㆍ16 군사쿠데타에 대해 “선친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다만 반대 의견을 가진 분도 계시니 이 문제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하기보다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도 했는데 이미 국민과 역사의 판단은 내려졌다. 군사쿠데타 범죄로. 헌법 전문에는 “우리 대한국민은 …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쓰여 있는 바, 4.19정신을 파괴한 5.16을 “최선의 선택”이라고 변호한 박근혜 씨는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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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시장경제 덕분에 더 잘 산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각국 국민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설문만 놓고 보자면 중국은 자본주의, 일본은 사회주의 국가에 가까울 것 같다. 한편 설문에 응한 국가들 중에서 경제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크게 약화되었다고 한다. 이런 이념의 공백상태를 어떤 정치세력이 파고들 것인지가 향후 남유럽 및 전체 유럽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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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증권사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조작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사안이 서구 금융권의 라이보 조작 사건과 유사해서인지 연합뉴스 웹사이트에서도 비중 있게 소식을 다루고 있다.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 CD를 고의로 떨어트리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번엔 오히려 CD를 고의로 떨어트리지 않고 있다고 보고 조사를 하는 것 같다. 어쨌든 라이보는 직접 이해당사자인 은행권이 제출하는 금리지만 CD는 이해당사자가 아닌 증권사가 제출하는 것인지라 좀 사안이 다른 것 같고, 만약 짬짜미가 이루어졌다면 어떤 식으로 짬짜미가 이루어졌는지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언론의 호들갑에 비해 그렇게 큰 스캔들이 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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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The Ruling Class란 영국영화를 봤다. 피터오툴이 주연한 작품인데 명문가의 후계자가 된 피터오툴이 연기한 Jack이 스스로를 예수라 생각하고 있다는 설정의 풍자극이었다. 결국 가족과 친지들의 도움으로 Jack은 망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Jack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반전은 Jack이 새로 얻은 정체성은 명문가의 Jack이 아닌 Jack The Ripper의 Jack이란 사실. 좀 오래된 영화이긴 하지만 재밌는 작품이니 기회 되면 보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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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이 어서 빨리 공휴일로 재지정되길….

애꿎은(?) CD금리

CD금리는 10개 증권사의 거래 금리를 평균해 금융투자협회가 결정한다. 이렇게 하면 시중 자금사 정이 반영될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증권사들은 요즘처럼 CD 거래가 없으면 시장상황을 적당히 감안하거나 다른 증권사에 물어본 뒤 추정치를 보고했다고 한다. 담당부서에선 금리 보고를 다들 귀찮아해 말단 직원이 맡아 했다. 가계생활에 영향이 큰 CD금리 결정이 증권사엔 사소한 일로 여겨졌다면 큰일이다.[주먹구구 CD금리]

시중은행장들이 CD금리에 연동돼 있는 대출금리의 결정 방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16일 배포한 `금융협의회` 결과에서 “시중은행장들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CD금리기준 대출금리결정 방식을 개선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며 “다만, 개별은행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어려운 등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은행장들 “CD 연동 대출금리 체계 개선해야”]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한 상품인 양도성예금증서(CD)가 뭇매를 맞고 있다. CD금리가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CD금리와 연동하여 움직이는 대출자금은 약 400조원으로 가계대출의 60%, 중소기업대출의 40%의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의 64%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90%가량이 CD금리 연동대출이다. 그만큼 중요한 금리가 최근 급등하면서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위의 기사들과 같이 그것의 산정방식의 진상(?)과 그 대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엄밀하게 볼 때 CD금리는 여신의 기준금리로 적당하지 않다. 시장성 수신인 CD는 사실 은행의 총수신 중에서 불과 10~20%의 적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신에 있어서는 최근 몇 년간 급속히 그 비중을 늘리며 앞서 본바와 같이 그 비중을 초과하는 기준금리로 자리잡아왔다. 이에 따라 CD금리가 정상적인 궤도를 이탈하여 움직일 경우 은행의 수익구조는 기형화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위기 이후 CD금리의 급락에 따른 은행 수익구조 악화,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가산금리의 인상이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기형적인 금융시장이 형성된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 대출시장이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싸 보이는 착시현상 등으로 인해 변동금리, 즉 시장금리 연동대출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이중 CD금리 연동대출 상품이 추세적으로 가장 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90%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지난 2002년까지는 이 수치가 50% 미만이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 대출자들이 금리변동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실은 리스크는 수익과 손실의 변동가능성 모두를 내포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대출자는 그간 어느 정도는 인위적인 변수에서였든 아니든 간에 비정상적인 CD금리 하락에 따른 혜택도 누린 것이 사실이다.(물론 이 혜택도 ‘역마진의 공포감’에 휩싸인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으로 곧 희석되었지만) 이제는 거꾸로 CD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자는 손실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결국 사상최저의 기준금리 상황에서 CD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시장예측이 커지면서 이러한 위험은 더 커져가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안은 ‘CD와 예수금, 금융채, 차입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바스켓 방식의 금리 결정 구조’, ‘프라임레이트(고객의 신용도 및 대출기간 등을 감안해서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출한 기준금리) 방식’ 등이 있다. 하지만 쉽게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제약이 있다. 자칫 하다가는 이러한 논의가 금융기관 간의 담합으로 여겨질 소지가 있으며,(주1) 은행 수익성과 고객의 요구는 결국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사회적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준금리가 바뀐다할지라도 이는 현재의 기형적인 금융시장 구조에 대한 제한적인 대안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리 금융시장은 은행의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2008년 3월말 126%까지 상승한 점, 이 자금이 연체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가계 및 중소기업에 몰려 있다는 점, 그 자금의 상당수가 3년 이내의 단기 변동금리 상품이라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계대출의 상당수가 부동산에 몰려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기준금리 변경 논의는 그 연결고리 중에서 변동금리 상품의 기준금리만 바꾸겠다는 논의일 뿐이다. 결국 개선이 성공한다 할지라도 부실화 가능성의 이연에 불과할 뿐이다.

그간 주택담보대출의 낮은 담보비율(LTV) 규제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의 회수는 어느 정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는 있지만,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똑똑히 살펴보았듯이 결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담보력이란 것은 매우 불안정한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연체가 증가하고, 주택소유자가 대출부담으로 인해 싼 값에 부동산을 처분하고, 이 경우 담보가치가 상실되어 은행의 대출부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금리를 인위적으로 바닥에 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CD금리가 오르자 언론과 당국은 뒤늦게 그 결정방식이 주먹구구였고, 은행이 가산금리로 폭리를 취하고 있고, 기준금리를 바꾸겠다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주1) 실제로 은행들이 지난 4월 시중금리가 하락할 때는 기준금리 변경에 나섰지만 감독당국의 반발로 무산되었다가 금리가 오르자 이번에는 감독당국이 나서고 있다 한다

리파이낸스(Refinance)

리파이낸스(Refinance). 자금조달을 의미하는 finance라는 단어에 re가 들어가서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자금재조달’이 된다. 위키피디어에서는 리파이낸스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Refinancing may be undertaken to reduce interest rate/interest costs (by refinancing at a lower rate), to extend the repayment time, to pay off other debt(s), to reduce one’s periodic payment obligations (sometimes by taking a longer-term loan), to reduce or alter risk (such as by refinancing from a variable-rate to a fixed-rate loan), and/or to raise cash for investment, consumption, or the payment of a dividend.

보다시피 리파이낸스의 목적은 다양하다. 뭐 쉬운 예로 내가 집을 사기 위해 2년 만기 9%의 고정금리 대출을 받았는데 대출받은 1년 후에 6% 고정금리 대출상품이 나와서 제반비용 포함해도 8.2%라고 하면 그 상품으로 대출을 갈아타는 행위, 그것이 리파이낸스인 셈이다. 그리 어려운 개념도 아니지만 때로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이 리파이낸스는 잘만 활용하면 좋은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는 장치다. 이는 의도적인 리파이낸스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의 수익모델은 지극히 단순하다. 낮은 금리의 돈을 가져다 높은 금리로 빌려주는 것이다. 신용이 높으면 금리가 낮고 신용이 낮으면 금리가 높고, 기간이 짧으면 금리가 낮고 기간이 길면 금리가 높다. 전자의 구조에서 취하는 수익을 신용 스프레드(spread)라 하고 후자의 수익은 기간 스프레드라 한다. 그것을 섞어서 대출상품이 구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출을 할 때에 리파이낸스를 특히 기간 스프레드 극대화에 활용하면 좋다.

A기업이 100억원을 대출받아 도심에 빌딩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하자. 경기가 좋은 시절이라 싼 이자 대출도 가능하여 여러 은행에 금리를 문의했다. B은행이 경쟁적으로 시중금리보다 0.5%싼 6% 대출을 제시하여 대출은행으로 선정되었다. B은행의 영업비밀은 3개월짜리 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 ;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활용하는 것. 건설부터 분양까지 3년 예상되는 이 사업에 3년 만기 대출상품을 적용하지 않고 3개월 단기상품을 반복하여 차환 발행한다는 개념을 도입하여 금리를 낮춘 것이다.

요컨대 3개월 단기대출상품은 3년 대출상품보다 금리가 싸다. 그러므로 B은행은 싼 금리의 ABCP를 활용하여 경쟁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개발사업에 일반화된 개념이지만 선도적 도입기관은 그 특혜를 누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매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ABCP를 다시 발행하는 것이 바로 리파이낸스다. 이때 기본전제는 해당사업에 대한 대출은 사실상 사업기간 동안 계속 유지되고 리스크, 특히 시장리스크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리파이낸스 마술은 사라졌다. 자산 확장기에 급격히 늘어난 ABCP는 기준금리에 매우 저렴한 스프레드만을 붙여 발행되었다. 금융위기에 따라 건설사들의 신용이 급전직하하면서 차환 발행되는 ABCP에는 대폭 할증된 스프레드가 붙여졌고 그나마도 차환 발행되는 것이 다행이었다. ABCP의 기준금리로 대표적으로 사용되었던 CD금리는 정부의 의도적인 개입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5~6% 대에서 2.4% 대로 폭락하며 신용을 급속히 위축시켰다.

앞서 언급했듯이 더 큰 틀로 보아 금융 그 자체가 사실은 리파이낸스 성격이므로 이러한 사업구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CDO, CDS 등 여러 상품들도 큰 틀에선 리파이낸스 상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틀은 상당부분 수정이 가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기준금리, 발행조건, 사전 리스크 점검 등의 기준이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틈새를 비집고 머리 좋은 친구들에 의해 또 다른 리파이낸스 마술이 등장할 것이다.

기업은행 CD금리 깜짝쇼

지난번 정부가 의도적으로 CD금리만을 낮추고 있다고 추측한 바 있는데 정부의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린 날이고 한국은행의 금통위를 하루 앞둔 1월 8일 일어난 또 하나의 사건은 이러한 가정에 또 하나의 판단 근거로 써도 될 듯하다. 언론에 따르면 이 날 “8일 기업은행이 양도성예금금리(CD)를 2.90%라는 ‘초저금리’에 발행”했다고 한다. “전날에 비해 무려 0.67%나” 떨어진 수치다.

어떻게 이런 초저금리에 발행이 가능했을까? 머니투데이는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 본부장의 발언을 재인용하며 “이날 4개의 자산운용사에서 기업은행의 CD를 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정부의 자금을 위탁 운용한 곳에서 낮은 금리에 매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CD를 둘러싼 관치금융? 물론 기업은행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저 시장분위기였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진실은 알 수 없다. 어쨌든 같은 날 “한국씨티은행은 2000억원 규모로 3.25%에 찍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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