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게 아니야”

잡스는 창과 문서, 화면 등의 상단에 위치한 제목 표시 줄에도 똑같은 관심을 쏟아 부었다. 그것들의 디자인에 대해 고뇌하면서 앳킨슨과 케어에게 수없이 반복해서 수정하게 만들었다. [중략] 앳킨슨은 회상한다. “그가 만족할 때까지 아마 스무 개가 넘는 제목 표시 줄 디자인을 만들었을 거예요.” 어느 시점에서 케어와 앳킨슨은 더 중요한 일이 있는데 잡스 때문에 제목 표시 줄에 사소한 수정을 가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고 불평했다. 그러자 잡스가 폭발했다. “그걸 매일 쳐다봐야 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못했소?” 그가 소리 질렀다. “사소한 게 아니야, 제대로 해야 하는 거라고.”[스티브 잡스, 윌터 아이작슨 저, 안진환 역, 민음사, 2011년, pp 219-220]

가끔 스티브 잡스의 개차반 성격을 욕하면서도 그나마 그의 그러한 성격 덕분에 우리가 매일 쳐다봐야 하는 PC, 노트북, 태블릿, 휴대폰 등 전자장치의 디자인이 더 미학적으로 아름답게 구현됐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디터 람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또 한 번 ‘잡스 이 도둑놈’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쨌든 잡스 혹은 애플이 디터 람스 혹은 브라운의 디자인을 베꼈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유럽 ‘변방’의 디자인을 세계적으로 퍼뜨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게 할 수 있는 시장을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그의 공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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