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무역

펜타닐 중독보다 더 심각한 미국의 중국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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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azon.com, Inc. and NaN (typeface creator) – https://logos.fandom.com/wiki/File:Amazon2024.svg, Public Domain, Link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가장 큰 단일 기업인 아마존은 전 세계 온라인 매출의 10%에서 15%를 차지합니다. 미국 전자상거래 대기업인 아마존은 미국 시장에서 전체 전자상거래 매출의 최대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4대 주요 제품 카테고리 중 3개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경쟁사들을 큰 폭으로 앞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마존이 미국 전자상거래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반면, 중국산 제품은 아마존 시장의 핵심입니다. AltIndex.com에서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Amazon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생산됩니다. [More than 70% of Products Sold on Amazon are Made in China]

미국이 펜타닐 중독을 끊는 편이 빠를까 중국 중독을 끊는 편이 빠를까? 이미 자국의 애플, 테슬라, 월마트와 같은 기업들은 이미 제조 기능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용문은 이러한 상황은 아마존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아마존의 아마존은 남미가 아니라 중국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풀 수 있는 복잡한 다차방정식도 아니고 단순한 산수에 불과한 국제무역의 덧셈과 뺄셈을 인공지능의 최첨단 국가 미국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웃프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쇼’의 또 하나의 문제

Elizabeth Warren, official portrait, 114th Congress.jpg
By United States Senate – http://www.warren.senate.gov/?p=biography / https://www.warren.senate.gov/imo/media/image/Official_Portrait.jpg, Public Domain, Link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the 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따른 권한을 행사하여 무역 관계에서 상호주의가 부족하고 다른 국가가 저지른 통화 조작 및 과도한 부가가치세(VAT)와 같은 해로운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대규모의 지속적인 무역 적자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IEEPA 권한을 사용해 모든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Fact Sheet: President Donald J. Trump Declares National Emergency to Increase our Competitive Edge, Protect our Sovereignty, and Strengthen our National and Economic Security]

트럼프의 전 세계를 겨냥한 관세폭탄 쇼가 황당한 이유 또 하나로는 의회권력과의 협의 없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이라는, 행정부의 사실상의 ‘초법적’ 조치로 강행된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도 다른 미국 대통령에 비해 많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던 1기의 트럼프는, 올해 1월 20일 취임한 2기 이후 약 3주 만에 100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기 때 4년 동안 서명한 220건의 거의 절반이다.1 그가 취임 이래로 발동하는 허다한 행정명령이 그러하듯이 트럼프는 절대 다수 미국시민은 물론이고 입법자들도 잘 모르던 케케묵은 법률을 끄집어내어 이를 근거로 행정 독재를 감행하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지금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여도 민주당이 열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 엘리자베스 워렌 민주당 상원의원 등은 의회의 승인 없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트럼프의 능력을 억제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양당 의원의 공조 하에 만들어졌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2 이러한 상황은 결국 민주당이 굳은 결기를 다지고, 공화당도 트럼프의 전횡이 전 세계 경제를 파멸적인 공멸로 이끌 수도 있다는 개연성에 대해 공감하고 그를 끊어내어야 국내적으로 타개가 가능할 것 같다.

현대의 대의민주주의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권력을 분점 한다는 삼권분립의 원칙이 자리 잡으면서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그럼에도 행정부의 수반은 나머지 두 권력보다는 더 많은 권력을 누릴 수밖에 없다. 그에게는 경찰, 군대와 같은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법부와 사법부가 법률제정과 사법적 심판 등을 통해 이를 견제한다. 그런데 그가 노골적으로 법률을 어기거나 이를 우회하는 꼼수를 들고 나오면 그 부작용을 치유하는데 적잖은 정치적 자원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지난 3년간의 한국 정치의 모습이었고 지금 현재의 미국 정치의 모습이다.

  1. 내용도 논란이 많다.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의 시민권 부여 금지, 연방 지출 동결, 연방 기관 폐쇄 등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내용이 많다.
  2. 이러한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치열한 전투는 기시감이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결국 이 전투가 행정부 수반의 파면으로 귀결되었다.

트럼프의 관세는 진심이다

The poster caption reads "British Workman: It's no use trying to hide it, guv'ner. We are going to vote for Tariff Reform"
By LSE Libraryhttps://www.flickr.com/photos/lselibrary/3268711009/, No restrictions, Link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는 거칠게 두 가지 정도가 관찰된다. 1) 관세1로 중국을 때리겠다 2) 관세로 나머지 나라를 때리겠다. 언뜻 생각해봐도 둘을 각자 추진하기도 벅차거니와 동시에 추진하기에 만만치 않은 목표인데,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야심차게 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처음에 각국의 경제전문가들은 ‘트럼프는 협상의 달인인데 그는 관세 카드는 하나의 블러핑으로 이를 발판삼아 미국에 유리한 무역조건을 협상할 것이다’라는 의견이 적잖았는데, 이제는 ‘트럼프는 관세에 진심이다’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서 계산법이 엉터리든 아니든아름답고” 폭력적인 관세 탓에 전 세계 자산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트럼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그의 관세 폭탄이 즉흥적이라거나, 일시적이거나, 전술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전략으로 간주할 수 있는 이유는 제법 이론적 배경이 탄탄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트럼프가 대(對)중국 전략을 세우는데 기여한 이론가로는 피터 나바로(Peter Kent Navarro)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 고문이 거론되고 있다. 그는 2011년 『중국이 부른 죽음(Death by China)』라는 책을 – 제목이 내용을 말해주는 책 – 그렉 오트리(Greg Autry)와 함께 썼고,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한2 이 책은 트럼프가 ‘좋아하는 책 10권’ 중 한권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더구나 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동안 근무한 후 2기에도 발탁된 경제 관료다. 1기가 숙적 중국을 향한 폭탄을 장전한 시기라면 2기는 그걸 발사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2기는 1기에 비해 훨씬 악화된 문제가 하나 있다. 정부부채. 기축통화의 발권력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당겨쓴 빚이 이미 엄청난데 거기에다 조 바이든 시기 코로나19 대응과 집권연장을 위한 재정 퍼주기 등으로 빚을 내면서 정부부채는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이미 이자 지출로만 국방비를 초과하는 지탱 어려운 상황임에 트럼프는 또 하나의 이론가로 스티브 미란(Stephen Ira Miran)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지론을 거칠게 요약하자면 ▲ 미국의 빚, 즉 국채를 100년 무이자/저리 채권으로 리볼빙 ▲ 이 채권은 동맹국이 사준다 ▲ 채권매수의 대가는 안보 보장과 달러 스왑라인 제공 등의 내용이다. 경제이론이 아니라 동네 건달이 길가는 중고생 삥뜯는 방법 같은 가이드라인을 세웠다.3 4

사실 트럼프가 불평하는 전후 국제경제 질서를 만든 장본인은 미국이다. 전후 양극체제에서 자본주의 맏형이 된 미국은 비용적 측면과 안보적 측면을 고려하여 아시아 등 저비용 국가에게 제조업을 하청하는 국제적 분업체계를 확립하였다.5 이러한 분업체계는 소련의 붕괴와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의 “자유무역협정”으로 한층 강화되었다. 하지만 자유무역은 자연스레 미국 내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하였다. 그들의 일자리는 “중국 촌놈(peasants)”이 차지했다. 미국은 각국의 촌놈(peasants) 덕에 견실한 성장세와 낮은 물가상승이 공존하는 상태라고 불리던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를 향유하였다. 미국의 금융자본과 빅테크는 천문학적인 부를 쌓았지만,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정부는 일극체제 유지를 위한 비용으로 빚이 늘어갔다.

결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지고서야 미국은 다시 골디락스 경제의 근본적인 모순인 트리핀의 딜레마에 직면하였다. 이 용어는 1944년 출범한 브레튼 우즈 체제하에서의 미국 달러의 모순을 말한다. 즉, 준비 통화가 국제 경제에 쓰이기 위해선 준비 통화 발행국의 적자가 늘어나고, 반대로 준비 통화 발행국이 무역 흑자를 보면 준비 통화가 덜 풀려 국제 경제가 원활해지지 못하는 역설을 의미한다. 트럼프의 야심은 준비 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는 유지한 채6 무역 흑자는 달성하겠다는 모순된 목표다. 그의 세계관에서 중국과 중국의 우회로인 나머지 나라를 조지면 제조업 유치로 미국의 무역 흑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전 세계 왕따화’의 총력전은 오히려 중국의 입지를 넓혀주는 역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7

트럼프가 자신이 지향하는 이러 경제적 정체성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표방한 것은 없지만, 히틀러가 독점자본주의에 대응한 자신들의 정체성을 생뚱맞게 “국가사회주의”라고 칭한 것처럼 다소는 그간의 기득권층을 공격하는 듯 한 노동계급 친화적인 포퓰리즘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중국과 다른 나라들에 “뺏긴” 일자리는 제조업이기에 노조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관세 정책 등으로 인한 주가 하락에는 주식 보유자는 상층부이기에8 서민들에게는 피해가 없다는 식의 주장도 펼친다. 외국인 노동자 추방 시도 또한 하층백인의 외국인 혐오증에 편승한 시도다. 모든 것들이 2008년 이후 돌이킬 수 없는 금융자본주의의 파탄을 제조업 부흥으로 되살리겠다는 ‘자본주의 블록화’9 네오파시즘10의 징후다.

  1. 분명히 해두거니와 트럼프의 관세는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가 아니라 일방적인 관세다. 펭귄의 섬을 포함한 전 세계에 10% 일괄적으로 부과한 “보편관세(global tariff)”와 달리 일부 국가에 적용하는 징벌적인 추가 세율을 적용한 관세를 부르기 위해서 차별적인 호칭이 필요해서 일지라도 뭔가 주석을 달고 그 호칭을 쓰든지 다른 적당한 표현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비판의식 없는 국내 미디어는 트럼프의 호칭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2. 이 다큐멘터리의 나래이션은 흥미롭게도 진보적 성향이라는 헐리웃에서도 진보적인 배우로 알려진 마틴쉰이 맡고 있다. 그가 왜 이런 국수주의적인 다큐에 나래이션을 맡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바로 이런 국수주의가 한편으로 노동자 친화적이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레토릭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 파시즘이 그러하듯 – 오히려 진보적 성향의 인사에게 어필하는 구석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3.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 영상 참조
  4. 한편, 이 트윗에서는 애초 스티브 미란의 전략은 점진적인 관세(최대 세율 20%) 책정이었으나 트럼프의 조급증과 즉흥적인 성향 때문에 미란의 의도와 다르게 관세가 시행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5. “대만을 방어하는 데 관심이 없는 미국인들은 Texas Instruments를 방어할 의향이 있을 수 있었다. 섬(대만 : 역자주)에 반도체 공장이 많을수록, 미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많을수록 대만은 더 안전해질 것이다. 1968년 7월, 대만 정부와의 관계를 완화한 TI 이사회는 대만에 새로운 시설 건설을 승인했다.”(출처)
  6. 나중에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으로 달러의 보완재 내지는 대체재를 마련할 계획도 있는 듯 하다. 재정적자 문제 해결 방안을 위한 비트코인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7. “대규모 국내 경제를 가진 중국은 관세 충격을 견뎌낼 수 있다. 중국은 이미 국내 총 수요를 끌어올려야 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대학의 기초 과학 및 기술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 것을 횡재로 여길 것이다.”(출처)
  8.  스콧 베센트(Scott Kenneth Homer Bessent) 재무부 장관 “가계 전체 주식 보유량을 보면, 상위 10%의 미국인이 주식(equities)의 88%, 주식 시장(the stock market)의 88%를 소유하고 있습니다.”(출처)
  9. 때마침 중국도 경제권 블록화의 시동을 걸었다
  10. 트럼프의 파시즘적 성향에 대해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 글을 참조

Americexit


The Economist의 최신호 커버 이미지(출처)

내용은 아마도 미국의 어느 도시 – 아마도 뉴욕? – 인 것 같다. 막 출발한 지하철에서 승객이 아마 미처 내릴 역임을 모르고 있다가 차량이 출발한 후에 내리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문을 억지로 열고 얼마간 속도를 낸 차량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바로 승차장에 머리를 꼴아 박는 것으로 끝나는 동영상이다. 섬찟한 동영상이었다. 그 동영상을 올린 이의 의도는 십중팔구 브렉시트를 선택한 이들이 현재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비판하는 – 솔직히 조롱하는 – 의도였다. 원인과 결과를 알지도 못한 어리석은 유권자가 브렉시트라는 문을 억지로 열고 열차에서 뛰어내리자마자 머리를 땅에 찢고 후회한다는 그런 의도로 동영상을 올렸을 것이다.[Brexit 단상, 혹은 술주정]

9년 전에 썼던 글이다.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했던 당시의 상황에 대한 잡념을 적은 글이다. 누가 이런 표현을 지금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이번 미국의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가 트럼프를 선택하고 이후로 트럼프가 보이는 갖가지 기이한 행태까지 쭉 이어서의 일련의 과정도 어떤 의미에서는 ‘영국의 유럽으로부터의 탈출’, 즉 브렉시트의 미국 버전이라고 불릴만한 상황같다. 즉, ‘미국의 전 세계로부터의 탈출’, 즉 ‘아메리카 엑시트’ 혹은 ‘아메리켁시트(Americexit)’ 뭐 이런 표현을 만들어줘야 하는 국면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분명 내릴 역이 맞긴 한데 뒤늦게 이를 알아차렸지만,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억지로 상황을 모면하려다 참상이 빚어지는 그런 국면 말이다.

많은 “경제전문가”가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단순한 블러핑일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지 시각 4월 2일 그는 화려한 리얼리티 TV쇼 풍으로 연출된 행사에서 무식한 셈법으로 산출된 관세율을 발표하는 쇼의 주연배우가 되었고, 이날을 ‘해방일(Liberation Day)’라고 명명했다. 여러 가지 웃음 포인트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는 일화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 거주하는 동물은 주로 펭귄 –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는 사실이다. 이 섬들에 사는 펭귄들은 이제 난제에 봉착했다. 하지만, 단순히 웃고 지나갈 수 없는 문제인 것이 위에 언급했다시피 이는 미국판 브렉시트고 그 지구적 영향력은 영국의 뻘짓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파장이 클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인용한 구절로 돌아가서 취객 트럼프는 내릴 역을 지나치려는 순간 억지로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가 마빡이 깨졌다. 혼자 다치면 상관이 없는데 그 때문에 역장이 성급히 열차를 세웠고 트럼프라는 취객의 꼬붕들이 열차에서 자해쇼를 하는 그런 상황쯤으로 4월 2일의 해방일을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소위 “민주주의” 사회라는 현대 정치체제의 열차에서조차 피치 못하게 민의를 대변하는 “지도자”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데 그 지도자가 트럼프나 윤석열과 같은 자일 경우, 더군다나 사실 그가 단순한 취객이 아닌 열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술취한 기관사일 경우 승객들은 기관사의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는데 너무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 심지어 다른 열차 승객조차 – 난제가 있다.

트럼프의 네오파시즘적 특성은 “해방일” 이름 짓기에서도 다시 찾아볼 수 있다. 파시스트들은 스스로를 선민(選民)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다른 이에게 핍박받았다는 소수자 레토릭을 구사하곤 한다. 해방은 핍박받는 대중이 억압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대체 누가 억압하였는가? 트럼프는 미국을 무역적자에 시달리게 했던 국가들, 미국에게 방위비를 뜯어먹으며 경제를 성장시킨 국가들이라고 말한다. 이는 미국이 군사력을 유지하는 비용이 일종의 미국 패권의 유지관리비용이었음을 부인하는 단선적 사고방식이다. 우리는 네오콘의 우생학적 우월주의조차 뛰어넘는 반지성의 신고립주의 노선이 어떤 피해자 코스프레로 나타나는지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트럼프가 촉발한 신(新)군사적 케인즈주의

트럼프가 ‘관세’라는 카드를 흔들며 세계 각국 행정부 수반의 혼을 쏙 빼놓고 있고, 각국의 매스미디어가 이들의 행태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와중에 그가 판을 흔들고 있는 –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바로 군비(軍費). 즉, 그가 현재 각국의 군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다. 알려진바 트럼프는 전쟁을 싫어한다고 한다. 철저한 비즈니스맨인 그의 시각에서 전쟁은 가성비가 좋지 않은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고 미국 군산복합체와의 인연이 그리 많지 않아서라는 분석도 있다.

진실이야 무엇이 되었든 지간에 개인적으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정치인이 있다면 이것은 무조건 환영해야할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다시 돌아가 전쟁을 싫어하는 트럼프인데 왜 군비 경쟁을 촉발한다는 것인가? 요컨대, 그는 전쟁을 싫어한다기보다는 전쟁을 미국의 돈으로 하기는 싫다는 입장에 가깝다. 미국이 고립주의적 전략을 포기한 이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노력 봉사했던 – 실은 달러 패권 유지 등을 위한 비용이었지만 – 시절은 끝났고 ‘이념의 시대’도 끝났다면서 신(新)고립주의 노선을 취하면서 신(新)군비경쟁이 촉발된 것이다.1

트럼프는 유럽에게 더 이상 미국이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각국 GDP의 2%를 국방예산으로 쓸 것을 요구하고 있다.2 이는 사실 2006년 나토에서 합의된 사항이지만, 현재까지 이를 이행한 회원국은 전체의 30%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리고 사실 유럽은 이 부분에서 할 말이 없다. 그들은 그동안 국방을 미국에 의존하며 남는 예산을 다른 곳에 전용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한국은 GDP의 2.5% 수준3을 국방예산에 쓰고 있었으니 경제적인 관점에서 불공정한 게임이다.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에 의존하며 재생에너지 강조하던 페이크가 연상되기도 한다.4

Q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닌 역사학자 애덤 투즈는 2023년 말 프린스턴 대학에서 인류세에 대한 강의를 했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 패키지”에 지출을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 성장은 여전히 ​​군사 지출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 영국의 위대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경기 침체가 올 때마다 정부가 많은 돈을 지출하기만 하면 자본주의 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얻은 것은 “군사적 케인즈주의”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주요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는 군사 지출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그들은 예산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출합니다. 군대나 무기에 배정된 것만이 아니라 그러한 활동을 지원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군사 지출은 자본주의에서 성장이라고 불리는 것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습니다.[To save the environment, we must end the profit system]

어쨌든 이렇게 트럼프가 촉발한 각국의 ‘군사적 케인즈 주의’는 사실은 모든 분야에서의 대국화(大國化)를 꿈꾸는 중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화로 이미 근처의 인접국에서는 진작 시작된 기류이기는 하다.(아래 그래프 참고) 그런데 이러한 기류가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 노선 및 러우전쟁에서의 유럽 및 우크라이나 배제 방침이 노골화되면서 한층 심화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동안 유럽이 금과옥조처럼 생각해왔던 ‘자유주의 진영 블록’이 무너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미 자유무역 기조를 무너트리면서 이를 예고했다.

U.S - China - Russia, Military Spending.svg
By Kaj TallungsOwn work, CC BY-SA 4.0, Link

그렇다면 궁금한 점은 진정 트럼프는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군사적 케인즈 주의’의 시대를 연 이후에 초당적으로 유지해왔던 군산복합체와의 정경유착의 고리를 이번에 확실하게 끊어내고 각국이 군사적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시대를 열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트럼프가 이스라엘에 대해 노골적인 애정을 표하는 것만 봐도 그가 미국 정치의 아웃라이어라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군산복합체가 그가 반역을 꿈꾸는 것을 내버려두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다. 고립주의를 부르짖는 그의 의도(?)와 달리 군비 경쟁이 촉발된 것만 봐도 그렇다.

현재까지의 그의 생각을 조금 가다금어 가늠하자면, 일관된 것은 그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다. 즉,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할지라도 국방은 엄연한 공공재다. 군산복합체는 이 공공재에 상품을 공급하는 사적재 생산기업이다. 그런데 – 예산 절감이라는 미명하에 – 현재 트럼프는 머스크라는 백정을 활용해 행정부 공공서비스를 도륙하고 있다.5  관세라는 경제적 관념을 비경제적 이념으로 쓰고 있는 트럼프는6 국방도 똑같은 비경제적 이념으로 난도질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처럼 현재까지의 그는 그냥 순수하게 권력의 난도질을 통해 발생한 도파민에 취해있는 상태로 보인다.

  1. 예를 들어 독일이 그동안 철통같이 지켜오던 재정 준칙을 완화하면서까지 국방예산 증액을 예고하자 독일의 방산주가 폭등하고 있다.
  2. 그리고 일본에는 국방예산을 GDP 대비 3% 증액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양날의 검이다. 보통국가화를 꿈꾸고 있는 일본 우익으로서는 반길만한 요구지만, 팍팍한 나라 경제를 생각할 때는 만만치 않은 비용 수준이기 때문이다.
  3. 그러면서도 트럼프에게 국방예산의 증액, 보다 정확하게는 미국에게 줄 보호비의 증액을 강요받고 있다.
  4.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독일은 저렴한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도가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는데, 이는 국제법을 경시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적으로 간주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의존하는 모델이기도 했다”고 자인했다.(출처)
  5. 사적재(私的財)를 통한 이윤추구에 충실한 트럼프와 머스크의 눈에는 공공서비스라는 존재 자체가 없어져야 할 잉여물로 여겨지는 것일까?
  6. 트럼프가 관세를 사랑하는 이유는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싶어서도, 정부 재정을 채우고 싶어서도, 캐나다가 미국으로 펜타닐을 밀수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어서도 아니다. 사람들이 그에게 애걸복걸 매달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출처)

조세정의를 위한 국제자본주의인터내셔널 해체 위기

Snarkfit5-incometax.svg
By derivative work DL5MDAFile:Snarkfit5.png: Henry Holiday (File:Snarkfit5.svg also available) – File:Snarkfit5.png, Public Domain, Link

국제자본주의인터내셔널이 해체 위기다.

G7 국가들이 이번 주 콘월의 정상회담에서 서명할 협정은 두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첫째, 여러 나라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그들이 어디에서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든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국가에서 어떤 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벌지라도 그들은 그곳에서 매우 적은 세금만을 내곤 했다. 이것은 그들이 더 낮은 세율로 더 많은 이윤을 취하는 곳에 본사를 두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G7 협정에 따라 매출 대비 10%의 이윤을 취하는 어떤 나라 정부라도 이들 기업에게 과세할 수 있게 된다. [중략] 협정의 두 번째 부문은 15%의 국제적 최저 법인세율이다. [G7 tax deal: What is it and are Amazon and Facebook included?]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기업이 과세율이 낮은 국가를 찾아다니며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21년 OECD에서 합의됐고, 한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과 영국, 호주, 일본, 캐나다 등에서 지난해 1월부터 시행 중인 제도다. 이에 대해 미국 공화당은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의 공약대로 법인세율을 15%로 인하한다는 구상이다. [중략] 법인세를 공약에 맞춰 낮추면 글로벌 최저한세와 비슷한 수준이 되고, 세제혜택을 추가로 제공할 경우 기업이 부담하는 실효세율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빅테크·월가의 방패막 자처한 트럼프…“중국이 미국 악용, EU는 아주 나빠”]

2021년 G7및 OECD국가는 전 세계로 돌아다니며 낮은 세율 쇼핑을 다니던 빅테크 등 다국적기업의 발목에 발찌를 채우기 위해 위와 같이 참으로 어려운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불과 5년도 안 돼서 이런 약속이 휴지조각이 될 판이다. 물론 이러한 깽판의 주인공은 다들 짐작하다시피 취임하자마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를 놀래키는 행정명령과 언행을 마구 쏟아내고 있는 트럼프다. 인용한 위의 두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트럼프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무력화시키고자 하는 다국적기업을 – 주로 미국 출신 – 미국에 유치하는 대신 글로벌 최저한세 취지를 손상시키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글로벌 최저한세에 대한 권위를 무너트리고 과세 효과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이 조치는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AI 등을 둘러싼 중국과의 패권전쟁, 초국적 자본과의 정경유착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어깨를 견줄만한 정치·경제공동체로 우뚝 서고자 했던 유럽연합은 이유야 어떻든 자국의 하이테크 산업을 성장시키지도 못한채 미국의 빅테크(또는 기술산업복합체?)들의 소비시장감세 놀이터로 전락하고 말았고, 이렇게 전 세계에서 빨아들인 돈으로 빅테크는 AI라는 21세기 테크 레이스에 참가할 판돈을 든든히 쟁여놓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그가 아니라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었을지라도) 굳이 OECD 혹은 G7과 (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경쟁에서 뒤쳐진 유럽연합) 조세정의의 행진에 발맞출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상황이다. 첩첩산중이다.

예측컨대 향후 글로벌 최저한세 등 조세 정의 혹은 나아가 초국적 기업의 민주적 통제의 미래는 더욱 암울할 것 같다. 요며칠새 엔비디아(NVIDIA) 주가 폭락 등 미국 주식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DeepSeek 쇼크는 ‘스푸트니크 모멘트’로 불릴만큼 각국 플레이어들의 냉전적인 음습한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벌써부터 중국의 데이터 도둑질 설, 엔비디아 반도체 밀수설 등 온갖 스파이물과도 같은 소문이 횡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 최저한세의 사상적 버팀목 정도로 기능할 수 있었던 자유무역의 시대는 저물고 있고 지금은 최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 유럽연합은 ASML을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 정도를 제외하고 레이스에서 탈락한1 – 경제 블록 전쟁이 진행중이다.2 엄혹한 시기다.

  1. 이러한 상황을 풍자한 움짤
  2. 이미 DeepSeek의 창조주 량원펑은 중국 인민의 영웅이다

자유무역 시대 시즌 종료

Press conference EU-Mercosul on June 26, 2019 (VII).jpg
By Alan Santos/PR – https://www.flickr.com/photos/palaciodoplanalto/48149860167/in/album-72157709308281487/, CC BY 2.0, Link
자유무역 시대의 풍경 하나 : 유럽연합-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 조인식 장면

왜 극우파는 구미권에서 상당 부분의 민심을 얻을 수 있는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낳은 모순들이 가져다준 결과다. 1980년대 이후의 세계화는 구미권에서 시작됐지만, 그 최고의 수혜자는 이제 전세계 제조업 생산의 무려 3분의 1을 담당하는 중국 등 신흥국들이 됐다. 1973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계속 내려갔던 이윤율은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1991~2007년 사이에 반등했다가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로는 계속 내림세로 일관했다. 구미권에서는 양적 완화, 즉 추가 통화 발행과 공적 자금 투입으로 세계 금융 위기를 부랴부랴 수습했다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지속적인 생활 수준의 저하, 대중들의 빈곤화 문제에 직면했다. 스스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결과로 가난해졌다고 여기는 유권자들이 보호주의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강한 국가’를 열망하게 됐는데, 이런 요구에는 여태까지 세계화를 잘 반대하지 못했던 제도권 좌파보다 극우 정당들이 더 적합한 것이다.[윤석열 내란의 세계사적 맥락]

박노자 교수의 칼럼 중 일부다. 그의 분석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 뒤돌아보면 1980년대 이후는 신자유주의 시대였다. 지구촌은 자유로운 시장경제만이 경제발전을 가져온다는 신념하에 자유무역을 기치로 무역협정을 쌍방간 혹은 다자간으로 맺어나갔는데 이는 표방하고 있는 정치이념에 구애받지 않았다. 그 결과 중국은 신자유주의의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다. 물론 서구에게도 혜택은 있었다. 제조업을 중국 등 저임금 국가로 옮겨버렸기에 경기는 호황이면서도 물가는 상승하지 않는 이른바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의 꿀맛을 향유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제호황의 수혜자는 자본가였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뺏겨 삶의 공간은 피폐해졌고 이주노동자, 여성, 기타 소수자에 대한 배척 등 우경화 경향이 강해졌다.

즉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경향으로 ‘저축률의 증가를 통한 부의 성장’이 아니라 바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미국의 욕구를 아시아가 채워주고 대신 받아온 달러를 주체할 길이 없어 저축을 해놓을 수밖에 없었던 ‘생산-소비 연계 고리’를 먼저 짚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즉 90년대 견실한 성장세와 낮은 물가상승이 공존하는 상태라고 불리던 소위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는 실은 미국내 제조업(특히 제조업 노동계급들)의 희생, 아시아 노동계급들의 저임금, 그리고 이러한 양 대륙의 노동계급의 희생을 강요했던 자유무역론의 허구였음을 지적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는 것이다.[골디락스의 환상과 그 결과]

신자유주의가 일상화되어왔던 지난 몇십 년간 전 세계의 자유주의 “진보” 정치진영은 국내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았고 인구노령화에 대비한다는 구실로 제3세계의 젊은이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사실상 이러한 조치는 자본가들이 노동임금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 혹은 더 인하하면서도 국내 노동력을 활용하려는 속셈인데도 불구하고 대외적으로는 이른바 소수자 보호 등 노동계급(그것도 주로 남성)의 이해관계를 배제한 리버럴 들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일환인양 비쳐지는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그래서 러스트벨트는 트럼프를 지지했고, 동독지역의 노동자는 AfD를 지지하는 우경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리버럴과 좌파는 그들에게 부자들의 패션 트렌드로서의 PC함을 충족시키는 무지개 정치집단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략] 행정명령을 통해 기존의 무역협정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다. [중략] 무역협정 재검토 등을 지시한 행정명령에 한국이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에 대해 2월 1일부터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것을 보면 미·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은 물론, 상호 관세 인하와 폐지 등을 지향하는 양자 FTA의 상대국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유사한 조치를 취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중략]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이던 지난 2017년 한미 FTA 폐기를 위한 서한의 초안까지 작성했던 전력이 있다.[발등의 불 한미FTA, 경제동맹 지킬 신속 대응 절실하다]

트럼프는 공식적으로 자유무역의 시대를 끝낼 것이다. 이미 조바이든 때부터 한미FTA 등 “자유무역”협정은 휴지조각이 되었지만, 트럼프의 시대는 업그레이드된 보호무역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는 보편관세를 을러대고, 파나마 운하를 탐내고, 중국과의 무역을 금지하고, 정치적 올바름을 조롱할 것이다. 인공지능 등 미국의 혁신이 유럽, 중국 등 경쟁자를 앞서며 오만함은 더욱 거칠 것이 없을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 조선 등이 주변부 파트너로서의 자격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우리 역시 제조업의 탈국내화, 성장 동력 고갈, 정치혼란, 부동산 몰빵의 경제 시스템 등 각종 모순과 문제가 만연해있다. 더 한심한 것은 한국의 우익 테러범들은 경제에는 일말의 공명심도 없이 사적이익을 위한 정치적 우경화만 일삼고 있다는 점이다.

“치명적인 실수”를 수습해야할 한국 정부

“우리는 한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진지한 논의를 할 자세가 되어있다.” (美국무부 산하의) 경제성장, 에너지, 환경 차관 호세 W. 페르난데즈는 한 논평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다음 달에 국내 규칙제정 과정을 시작함에 따라 더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윤은 언급한 문제에 익숙한 두 번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美하원의장 낸시 팰로시가 지난달 남한을 방문했을 때에 직접 만나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만남이 있었더라면 법의 통과 전에 조율을 시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가질 수도 있었다. 그는 말했다.[South Korea Sees ‘Betrayal’ in Biden’s Electric Vehicle Push]

한국 대통령이 워라벨 추구하느라 내한중인 미국 정부의 2인자를 만나지 않아서 한국 정부가 한국의 전기자동차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인플레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1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율할 수 있었을 기회를 놓쳤다는 美국무부 관리의 주장이다. 짧은 만남을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가능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전화통화에서는 다룰 수 없었던 주제였다는 점에서는 아예 기회를 원천차단 해버린, 그럼으로써 美관리가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다”라고 주장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음은 분명하다.

This 1973 photo of a charging station in Seattle shows an AMC Gremlin, modified to take electric power; it had a range of about 50 miles (80 km) on one charge.
By Seattle Municipal Archives from Seattle, WA – Seattle Municipal Archives, CC BY 2.0, Link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한국산 차량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이 한미FTA와 WTO규정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이 법이 한미FTA의 비차별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해당법과 관련해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사전 정보나 통보를 받은 것도 없다한다.2 FTA도 맺었고 기회 있을 때마다 “동맹”이라고 치켜세우던 초강대국이 이래도 되는 건가 싶다. 하지만 동맹이고 뭐고 간에 늘 그렇듯이 미국의 자국중심주의적 행동이었을 뿐이고 우리는 뒤통수를 맞았을 뿐이다.

美정부의 유력자가 내한했어도 우리 권력자가 만나지 않을 자유는 있다. 그게 자주적(自主的) 정부의 권리일 것이다. 그래서 자주권을 가지고 FTA도 맺었고 주권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상대방이 약속을 어겼을 때는 정당하게 권리를 주장하고 찾아와야 오롯한 자주 국가라 할 것이다. FTA나 투자보호협정은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오히려 그 안의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도’ 조항 탓에 주권을 뺏긴 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처분에 따라 거액을 론스타에게 뺏기는 험한 꼴만 당한다면3 FTA의 존재의의는 도대체 무엇인가? 워라벨을 지켜낸 그 결기로 주권을 지켜야 한다.

  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미 민주당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정책 과제를 담은 인플레감축법을 제정·시행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미국산 등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만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이로 인해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판매하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은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돼 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비밀 협상을 통해 타결된 법안이므로 자동차 강국 독일과 일본도 미국 의회를 상대로 로비할 겨를이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3. 론스타가 활용한 조약은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이고, 한미FTA 관련해서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한미FTA를 위반했다고 주장하여 중재가 진행되는 등 몇 건이 진행 중이다.

아담 스미드는 현대의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데이빗 리카도와 아담 스미드는 무역협정 안에 들어 있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의 포함에 대해 어떤 말을 할 것인가? 그들은 생물학 약품의 판매에 5년 혹은 8년의 독점권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어떤 말을 할 것인가?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에게 기본적인 노동 및 환경 조건을 준수하도록 확인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환율조작은 어떠한가? 그리고 대량의 자본이동에 따른 인터넷이나 해외에서의 일자리에 대한 서비스의 거래는 어떠한가? 비교우위 이론은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아직 이것들은 현재 TPP 협정을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들이다.[Sander M. Levin – Testimony before the 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미국 국제 무역 위원회의 ‘TPP에 대한 미국경제와 특정 산업분야에 관한 영향’ 청문회에서의 샌더 레빈 미 하원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다. 레빈 의원은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기본적으로 미국에서의 노조 등 노동자 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미FTA 체결 시에는 한국이 자동차 시장을 충분히 개방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입장에서 상기 발언을 읽어보면 미국의 진보진영이 가지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일면을 관찰할 수 있다.

위에 나열한 여러 현대적 자유무역협정에서 당연시되고 있는 조항들에 대해 과연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아담 스미드는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아담 스미드가 주창한 자유무역은 기본적으로 농산물 수입 통제 등을 통해 이득을 보려던 경쟁력 떨어지는 자산가의 기득권 타파를 겨냥한 것이었다. 그런데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나 장기 독점판매권이 아담 스미드의 그런 이상과 부합하는 것일까? 오히려 기득권의 보호가 국제적으로 확산된 측면이 있다.

샌더 의원의 이어지는 증언에도 언급되고 있지만 현대적인 의미의 “자유무역”에 대한 서구의 – 특히 미국의 – 믿음은 1980년대 미국의 對일본 무역적자에 대한 경험으로 강화되어 온 측면이 있다. 하나의 신조가 된 더 적은 정부개입과 “자유”무역은 이후 NAFTA나 각종 FTA로 정당화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무역협정에서 당사국들은 어떤 교훈을 얻은 것일까? 여전히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나 독점적 판매권을 “자유”무역이라 여기는 것일까? 이 글 등을 읽어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기도 하다.

이번이 생물학 생산품에 대한 시장 독점권에 대한 조항이 등장한 첫 사례다. 그리고 이는 많은 TPP 조약국들에 대한 새로운 의무조항이다. 이 조항으로 인해 다음 개발단계에 있는 제네릭 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biosimilar)의 경쟁이 지연될 것이고, 이는 적정한 약품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 개발도상국 혹은 심지어 호주에서의 많은 시민들이 이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을 – 의미한다. TPP 의무조항은 장래에 적정한 약품에 대한 접근을 향상시키기 위해 취해질 시스템의 개혁을 어렵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현재의 지적재산권을 옥죌 것이다.[TPP Intellectual Property Chapter is “A Disaster for Global Health”]

환율방어를 위한 당국의 “실탄”은 누구의 실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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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currency exchange AIGA euro money” by CopyleftOwn wor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3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6원 내린 1018.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2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8년 8월 8일(1017.5원) 이후 5년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들이 미 달러화 매도 물량을 대규모로 내놓은 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난데 영향을 받았다. 원·달러 환율은 1020원선이 무너진 뒤 당국의 ‘실탄 개입’ 물량이 나오면서 오전 10시 30분 현재 전날보다 0.3원 하락한 1020.6원을 기록했다.[환율 1020원선 붕괴]

당국의 “실탄”은 어디서 마련될까?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을 통해 조달된다. 아래 기사를 보면 통화안정증권을 “잠재적 국가부채”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은행의 부채는 국가부채로 계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도 썼듯이 중앙은행의 부채가 정부와 관련 없는 “독립적인” 부채라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의 경우 자체 적립금으로 적자를 메우지만 이 적립금이 고갈될 경우 한국은행법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재정으로 메우게 되어 있다.

‘잠재적 국가부채’로 불리는 한국은행 발행 통화안정증권(이하 통안증권)이 급증, 연간 이자 부담만 6조원에 달하면서 국가재정을 위협하는 악성(惡性)부채가 돼가고 있다. 한은이 통화조절용으로 발행하는 통안증권은 외환위기 이후 외환보유고를 쌓는 과정에서 풀려난 통화 환수와 환율 방어에 동원되면서 발행 잔액이 급증했다. 지난 97년 23조원 수준에서 지난 9월 현재 160조원으로 8년 사이 7배 늘어났다.[‘통화안정증권 160兆’ 韓銀 사상최대 적자]

“통화안정증권”이라 이름 붙여졌지만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통화약세를 위해 개입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위해서 말이다. 다른 나라는 국채조달을 통해 정부가 개입한다면1 우리는 통안증권을 통해 개입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첫 인용기사를 보자. 월말 변수라고는 하지만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매도했을 때는 1020원 언저리에서 매도했을 것이다. 원화 가격이 하락하자, 즉 원화강세가 되자 당국이 “실탄”으로 다시 1020원을 만들어줬다. 수출업체가 달러 대량매도로 인해 지불하는 기회비용은 없다.

한국은행은 작년 말 현재 부채가 448조3천9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4천865억원(3.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5년 전인 2008년 말(307조4천445억원)에 견줘서는 무려 45.8%(140조9천548억원)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대표적인 가계빚 통계인 가계신용은 2008년 723조5천215억원에서 작년 1천21억3천383억원으로 41.2% 늘었다. 결국 한은 부채가 가계 빚보다 가파르게 증가한 셈이다.[한국은행 부채 448조원… 5년전比 46%늘어]

이로 인해 한국은행의 부채는 신용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한은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163조원(36.4%)이 넘는 통안증권이다. 지난 5년간 유동성 공급을 위한 화폐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지만 통안증권 역시 36조원 이상이 증가했다. 내수와 수출 진작을 위한 정책이 병행된 셈이다. 어쨌든 이런 수출기업에게 가장 큰 혜택이 갈 한은의 역할이 계속됨에도 지난 2월 기획재정부가 새로 편재한 공공부문 부채 산정에 통안증권이 빠짐에 따라 한국 특유의 부외금융(off-balance sheet financing)은 계속되고 있다.

국가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의 환율흐름과 영업이익률을 비교한 결과 상관관계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략]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2000억원 정도 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략] 다만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에 판매하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환변동에 따른 여파가 과거에 비해서는 줄어드는 추세다.[삼성전자·현대차, ‘원高 영향’ 덜 받는다]

대표 수출업체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이야기다. 정부가 통안증권이라는,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단을 강구해서 이들을 도와주고 있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구책을 찾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해외 제조기지 건설은 환위험 헤지 등을 위한 당연한 경영전략이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그런 전략을 구사하기에 앞서 영업을 시작한 이후2 그들을 세계적인 업체로 키우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 나아가 국민이 들인 노력과 지불하고 앞으로 지불할 비용에 대해서는 얼마나 보상했는지 모르겠다.

  1. 이런 구조라면 당국의 환율방어 개입 여력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2. 삼성전자의 탄생배경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고하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