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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the Subway be with you

어떤 기념일에 대한 괴롭힘,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하여

일제가 전쟁 준비에 광분하던 1938년 메이데이도 ‘근로일’로 창씨개명을 한다. [중략] 메이데이는 공산 괴뢰도당의 선전 도구라는 이승만의 훈시에 따라 1957년 대한노총은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생일을 바꾼 것이다. 1963년 박정희 정권은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개칭했다. 역사적으로 근로자란 지칭에는 천황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일제의 통치 음모가 배었다고 한다. [중략] 1989년 재야의 민주 노동 세력은 “민주적인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탄압의 상징인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 불명예의 날’로 규정함과 아울러 메이데이를 우리의 진정한 노동절로 엄숙히 선포한다”, 그리고 1990년 메이데이 기념 100년 만에 민주노총의 누룩 전노협이 결성된다.[정운영,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웅진지식하우스, 2006, pp22~23]

이 기념일이 뭐라고 이렇게 끊임없이 일제가, 이승만이, 박정희가 괴롭힐 일인가 싶다. 하지만 그만큼 어떠한 대상물에 – 여기서는 기념일 – 대한 호칭은 중요하다. 모욕적인 호칭은 대상물의 지위를 규정하고 많은 경우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다. 일제의 창씨개명은 조선인의 주체성을 말살했다. 우리가 건설노동자를 “노가다”로 부르고 나이 어린 편의점 서비스 노동자를 “알바”라고 부르면 그들의 노동자로서의 존엄성을 손상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더 나아가 현재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법에 의해 자영업자로 규정 ‘당하고’ 있다. “사장님”이니까 좋은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바로 실질적인 사장님이 노동자를 고용하며 응당 치러야할 노동의 대가를 회피하기 위해 그들을 그렇게 부른 것이 문제다. 호칭은 그만큼 중요하다.

‘교회주식회사’에 관해 트위터에 올린 내용

#이제 개신교 교회를 다니는 것은 신앙심의 유무가 아니라 지적(知的) 판단력의 유무에 해당한다. 노동자로 사는 것은 착취당함을 앎에도 소득이 있기 때문이라는 반대급부가 있는데, 교회에는 돈과 시간을 갖다 바치고 얻는 것은 내세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신자, 즉 소비자에게 남는 것 없는 장사다

#다만 유산계급은 여전히 교회 다니는 게 남는 장사. 교회 안에서의 네트워크를 통해 변호사나 의사는 먹거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산계급은 목사의 따까리 짓이나 하기 위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대형교회에 찾아가는 바보짓을 반복하고 있다. 교회는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 착취 체제

#교회 매물은 신자수로 계산하고 절은 기와 숫자로 계산한다는 속설이 있다. 허언이 아닌 것이 교회는 성경이라는 콘텐츠를 – 업데이트도 안 되는 후진 – 가지고 내세 장사를 하며 신자의 헌금으로 캐쉬플로를 맞추는 – 세금도 안 냄 – 프로젝트파이낸스 사업에 해당한다. 바보들이 수입원인 투자사업

#사랑제일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말고가 현재의 썩은 개신교계에서 어떤 이득이 되는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이단”으로 여겨지지도 않고, 명성교회가 세습을 정당화하고, 사랑의교회가 불법 점거한 공간을 “영혼의 공공재”라고 떠드는 개신교가 정통이라서 정상인 집단인가? 싹 골병이 든 집단

#어린 자식 둘을 데리고 “봉사”를 하러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대형교회에 가는 신도를 본 것은 내가 실제 마주친 경험이다. 그의 신앙심은 높이 살 수 있어도 그의 어리석음은 인정할 수 없는데, 이런 노동 착취가 개신교, 천주교, 불교에 만연해 있다. “성직자”의 묵인 내지는 의도적 조장 하에서.

#1990년대 말이 지나면서 교회성장론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됩니다. 그것은 마케팅과 자본주의 논리의 도입입니다. 한국 같은 경우는 소위 말하는 총동원 주일 등의 행사를 통해 경품과 많은 실적(?)을 올린 성도들에게 시상을 하는 해괴한 짓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http://economicview.net/12400/

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가 산사태를 불러왔다는 주장에 대하여

무분별한 태양광 시설이 재해를 키웠다는 주장은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최근 집중호우와 함께 산사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는데, 태양광 발전시설의 난개발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 정부가 ‘탈원전’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내세우면서 최근 몇 년간 태양광 발전소는 급증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연간 500헥타르(ha) 정도씩 늘어났던 산지 태양광 설비는 2017년 1435ha, 2018년 2443ha 규모로 신규 증축됐다. [나무 자르고 패널 놓더니 폭우에 와르르… “태양광이 산사태 피해 키웠다”]

조선일보가 현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확대 기조가 이번 집중호우에서 발생한 산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보도는 문재인 정부의 집권 시기인 2017년과 2018년에 임야의 태양광발전소가 집중적으로 늘어난 사실을 지적하며 이것이 현 정부의 잘못인양 몰아가고 있지만, 실은 사업자의 사업 준비나 인허가 일정 등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발전소의 인허가가 이전 정부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오히려 현 정부는 2018년 임야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함으로 인하여 지목의 변경이 잡종지로 변경되는 등의 부당한 이득이 있다고 판단하여 해당 발전소에 대한 규제를 실시하였다.

정부는 2018년 10월 제6차 부담금 운용심의위원회에서 산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면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대체 산림자원 조성비 감면 기간 설정 및 감면 대상 변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중략] 같은 해 11월에는 산림자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을 일시사용허가 대상으로 전환해 지목변경을 금지했다. [중략]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에 따라 산지 태양광발전시설 신규 허가 면적은 2018년 2천443ha에서 2019년 1천24ha로 58% 줄었다. 또 허가 건수는 2018년 5천553건이던 것이 2019년 2천129건으로 62% 감소했다.[[팩트체크] 산지 태양광설비와 산사태 연관성은?]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은 때로 단기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중장기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그 정책에 따라 경제활동을 하면서 그것이 경제지표로 발현되기에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5년 단임의 대통령제에서는 장기적인 정책과제를 뚝심 있게 밀고나가기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더군다나 정부의 수권정당이 바뀔 경우 정책적 연속성은 더욱더 유지하기 힘들다. 한편으로 때로 정치적 이해가 다른 집단은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이전 정부의 잘못을 현 정부를 비판하는 땔감으로 쓰기도 한다. 조선일보와 김종인처럼.

어떤 주인의식 없는 주주에 관한 이야기 (한국 버전)

지난 4월 말, 40조 원 규모의 ‘위기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중략] 코로나19 극복과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기간산업기금 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한 대주주의 책임 분담과 고용안정보장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지원대상 기업의 경영을 정부가 감독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전무하고, 고용유지 대책은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일례로, 개정안은 기간산업기금이 출자 등 자금지원으로 보유하게 된 기업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코로나19 시대, 기업 공적자금 지원에 대한 단상, 이지우 경제금융센터 간사, 참여사회 통권 276호, 참여연대, p54]

지난번 ‘재난 자본주의’에 대한 글을 쓴 바 있는데, 위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구제 금융이 ‘재난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국가와 자본가와의 결탁의 한 사례일지도 모르겠다. 알다시피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하여 산업을 영위하며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존재다. 기업의 규모가 커져온 와중에 이런저런 사유로 기업이 위기에 몰리면 실업이 증가하는 등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 악영향이 대공황이나 팬데믹 상황에서처럼 시스템을 통째로 흔들 경우 국가는 기업에 구제 금융을 실시하곤 한다. 문제는 국가가 자본가에게 통제권 및 재산권 제한 등 위기의 책임을 확실히 묻지 않을 경우, 자본가는 위기로부터 이득을 얻는 ‘재난 자본주의’ 혹은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의 수혜자가 된다는 점이다.

제29조의4(기간산업안정기금의 관리ㆍ운용 및 회계 등) ⑤ 한국산업은행과 회사등은 제2항제1호에 따른 자금지원으로 인하여 보유하는 기간산업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출자지분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아니한다. 다만, 제29조의5제2항에 따른 자금지원의 조건을 현저하게 위반하여 자금회수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2조(자금지원 등에 관한 특례) ① 제3장의2에 따른 자금지원으로 기간산업기업에 출자하는 경우 해당 기업은 「상법」 제344조의3제2항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15제2항에 따른 한도를 초과하여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개정 한국산업은행법]

위 조항을 근거로 산업은행은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게 된다. 즉,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에서는 상법자본시장법에서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이 총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일정비율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조항 등을 무력화시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금융위의 보도 자료를 봐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참여연대의 비판처럼 “고용”을 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굳이 추측해보자면 여전히 산은의 골칫덩이인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과 같은 “자회사”를 더는 늘리지 않겠다는 의중이 아닌가 한다. 관치 논란도 싫고, 혹여 골칫덩이 자회사가 되면 처치도 곤란하니 의결권 없는 주식이나 보유하겠다는 심산이 아닐까?

이렇게 관(官)이 굳이 사기업을 통제하지 않으려는 의지의 이유는 개정안 제41조의 “한국산업은행 및 그 임직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업무를 처리한 경우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면제한다.”는 조항에서도 엿볼 수 있는 데, 그 유명한 ‘변양균 신드롬’이 생각나는 조항이다. 그간의 부실기업에 구제 금융을 실시하는 목표가 기업의 재무적 위기의 해소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있었다면 이번 구제 금융의 목표에는 팬데믹으로 인하여 악화될 수 있는 고용상황의 안정이라는, 어찌 보면 재무상태 개선과 양립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는 목표가 또 하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관(官)이 의결권도 갖고 싶지 않고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도 면제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런 관치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우리나라 정부만의 두려움이 아니기는 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미행정부의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당시 그들은 씨티그룹에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를 투입한달지, 말 그대로 “국유화”한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대해 실은 정부가 “후견체제(conservatorship)”의 역할만 할 뿐이라는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대(對)기업 통제기피증은 “국유화”라는 개념에 대한 공포감도 한몫했겠지만, 결국 관료 엘리트와 자본가들의 공동운명체적 행보를 통해 “재난 자본주의” 혹은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가 구현된 전형적 사례인 것이다. 그 결과 위기는 현재까지 이연되었고 지난번 글에서 말한 것처럼 Fed는 또다시 엄청난 부실채권을 사들여 자신의 자산 건전성을 망가뜨리고 있다.

재무부는 250억 달러 규모의 정부 보유 우선주뿐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민간 주주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데 동의했다. [중략] 놀랍게도 재무부는 씨티에 자구책을 모색하라는 요구를 거의 하지 않았다. 보통주 전환을 통해 정부가 확보한 씨티 지분은 전체 주식의 3분의 1이 넘었다. 그뿐 아니라 연방예금보험공사에는 씨티그룹의 자회사이며 부보은행인 씨티은행의 영업을 정지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었다.[정면돌파, 실라 베어 지음, 서정아/예금보험공사 옮김, 곽범국 감수,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p302]

그런 “재난 자본주의”의 악몽이 산업은행에서 재연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국 금융시장의 해외자산 대체투자 모델에 대하여

현대자산운용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오피스빌딩 투자펀드의 판매사를 네 곳이나 확보하고도 판매일정을 다음달로 석 달째 연기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삼성전자가 100% 책임임차하는 미국 텍사스 달라스 오피스빌딩 투자펀드를 준비했지만 4월로 예정된 판매일정을 8월까지 미뤘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기 부진이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모집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총액인수한 증권사가 물량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수익자 모집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매도자가 딜을 깨버릴 우려도 생겼다. [공모 부동산펀드 ‘잠시 멈춤’이 옳다]

지난번 글에서도 코로나19 사태에 즈음하여 한국 IB시장에서 해외자산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는데, 더벨의 이 기사에서도 이런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어 소개한다. 그동안 해외자산에 대한 대체투자의 절차는 자산운용이 해당자산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확보하면 사업타당성분석을 거쳐 증권사에서 이를 총액인수한 후에, 이들 자산을 최종적으로는 통상 기관투자자에게는 사모펀드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는 기사에 나오는 것처럼 공모펀드를 통해 팔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최근 몇 년간 유행처럼 번져 왔던 투자모델이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간 이런 투자모델이 한국에서 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홍기빈 씨의 말처럼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라는 현대자본주의의 진행과정이 한국의 상황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도시화를 통해 전 세계의 주요도시에는 오피스 지구가 경쟁적으로 생겼고, 지구화를 통해 한국 투자자도 에든버러의 빌딩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고, 유휴자금이 풍부한 한국의 투자자가 사모펀드니 공모펀드니 하는 금융화를 통해 빠르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이다. 한국의 증권사의 IB 비중 확대는 이런 투자 과정에 가속도를 붙이는 역할을 했다. 총액인수를 통해 매도자와 최종 매수자 간의 거래의 간극을 좁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견으로는 해외자산 대체투자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면서 이미 팬데믹 이전에도 참여자들의 오버슈팅의 추세가 있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모델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팬데믹을 핑계 삼아 급격하게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당분간 참여자들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투자모델에 대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에서 이 모델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1 다만, 투자자는 여태 간과하고 있었던 새로운 리스크를 감안한 수익분석 모델의 철저한 검증과 위험분산책을 요구할 것이다. 그런 모델 구축이 가능할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 도박은 성공할 것인가?

지난 3월 연방준비제도의 의장 제롬 파월은 한 TV인터뷰에 출연했다. 질문자는 파월 의장에게 “Fed가 경제에 투입할 수 있는 화폐량에 제한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고, 파월 의장은 “우리는 계속 빚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주안점은 가계와 기업에게 경제에서의 신용의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서다”라고 발언하여 사실상 그런 제한은 없음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3월 23일 긴급성명을 통해 사실상의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선언한 이후 최근까지 파월 의장은 자신의 인터뷰 발언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Fed의 자산을 거침없이 늘려 마침내 최근 7조 달러(!)까지 자산이 늘어났다.

이는 전년도 자산 대비 약 70% 증가한 것으로 아직까지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의 151.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 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연 증가세는 2008년의 추세를 따라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혹자는 자산이 10조 달러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단순히 Fed 자체의 자산변동에서만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주요 중앙은행의 행보와 비교 해봐도 Fed의 행보는 압도적이다. 팬데믹은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다른 중앙은행의 자산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감히 Fed의 행보와 비할 바는 아니다.1

개인적으로는 제롬 파월의 그동안의 행보를 볼 때 이번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태 전까지만 해도 파월은 그를 뽑아준 트럼프의 금리인하 요구 등 월권행위와 온갖 인신공격에도 꿋꿋이 저항해왔다. 이런 희한한 정황 덕택에 나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고 있다며 초당적으로 칭찬을 들어온 터였다. 그런데, 물론 트럼프 좋으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파월은 팬데믹 사태가 닥치자 트럼프가 상찬을 늘어놓을 만큼 깜짝 놀랄 조치를 단행하였다. 나름 보수적 견지를 유지해온 그이기에 이번 양적완화가 유난히 획기적인 조치임은 틀림없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파월의 전향적인 조치의 배경으로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한 Fed의 우려를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며 MBS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해 MBS 매도가 이어졌다”고 지적하였다. 예전 글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데 MBS의 직접매입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Fed의 주업무가 된 분야다. 당시의 부동산금융시장의 붕괴로 사실상 미국의 부동산증권 시장이 국유화된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다시 그 시장이 요동치고 있기에 Fed는 신속하게 개입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2008년 당시 미국 내의 12조 달러의 모기지 시장에서 반절에 육박하는 금액을 보유하거나 보증하고 있었다. 2008년 9월 7일 연방주택금융청은 이들 회사의 실질적인 국유화를 선언했다. Fed의 MBS구입 프로그램은 이러한 배경 하에 시작되었다. 망할 회사에 정부가 주식을 취득하여 국유화시키고 그 회사의 대표적인 상품을 Fed가 구입해주는, 사상 초유의 업태가 시작된 것이다.[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는 어떤 경제 체제]

미국 채권시장 내 MBS 잔액은 약 9조7000억달러로 지난 2018년 기준 미 채권시장의 22%를 차지하며 전 세계 채권 시장에서 미국채 다음으로 중요한 채권이다. 이 채권을 Fed가 매입함으로써 미국의 집값은 안정을 찾게 되었다. 현재 Fed가 들고 있는 MBS 잔액은 전체 잔액의 1/3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채권을 중앙은행이 그렇게나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대단히 비정상적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간 서서히 비중을 줄여오던 Fed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대규모의 채권매입에 나서게 된 것이다. 늪에서 서서히 발을 빼왔던 Fed가 다시 발을 푹 집어넣은 셈이다.

2020년 5월 27일 현재 Fed의 MBS 매입현황은 1조8천5백만 달러로 연초의 1조4천만 달러 대비 무려 32% 증가한 상황이다. 즉, 전임자들이 언젠가는 청산하겠다고 했던 MBS 포지션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고, 팬데믹이 도래하자 그 자산은 일시에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번 위기의 심각성은 어쩌면 이전 금융위기에서 입은 깊은 상처가 치유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깊은 상처를 입게 된 상황이라 할 것이다. 미국에서 모기지를 갚아나가야 할 노동자들이 또 다시 대규모 실업으로 내몰리면 Fed가 사들인 증권은 다시 부실채권이 되는 악순환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 트위터 계정에서 이번 양적완화와 지난 금융위기의 양적완화에 관한 차이점을 분석한 흥미로운 트윗을 올렸는데, 이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미재무부 채권 포지션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재무부가 이 채권을 여러 프로그램에 사용하게 되면 시중에 통화량이 증가하여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지난 3월에는 이런 부양책이 당파적인 입장차이로 미의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엄청난 돈이 “재난자본주의”를 이용하려는 자본가를 위한 잔칫상에만 쓰인다면, Fed의 유례없는 자산과 자본주의의 모순은 청산할 길이 없을 것이다.2

한편 파월은 Fed의 양적완화 조치가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이 대량실업을 방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그다지 설득력있는 사례도 아니고 결국 Fed가 직접 모기지 채무자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지 않는 한에는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는 행정부와 의회의 몫일 것이다. 현재 미네소타 살인사건으로 말미암은 인종폭동까지 겹체 최악의 상황으로 몰린 상황인지라 기득권층이 혁명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에는 난국타개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불행히도 트럼프는 그 와중에 발포 운운 트윗, 골프 라운딩, 중국 때리기에나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관광

재미있는 표가 있어 하나 가져왔다. 가장 경제규모가 큰 20개국에서 관광으로 인한 수입이 GDP에 기여하는 비율에 대한 랭킹이다. 우선 당연히 상위에 자리한 나라들은 이번 팬데믹에 따른 여행객의 급감으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랭킹을 좀 들여다보면 멕시코가 1위인 것은 조금 의외인데 여하튼 상위를 차지한 나라 면면히 그동안 관광국으로 많이 알려진 국가들이다. 또 조금 의외인 나라는 관광수입 비중이 GDP 대비 9.5%인 사우디아라비아다. 아마도 이슬람 최고의 성지 메카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이 GDP 대비 비중이 7%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최근 몇 년간 일본에 몰려가 “오버투어리즘”이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일본 역시 관광국가로서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다. 제조업의 쇠퇴와 엔화의 하락, 그리고 이에 따른 아베 정권 나름의 꾸준한 관광유치 등이 그 배경이리라 짐작된다. 그리고 그만큼 이번 팬데믹으로부터의 고통도 클 것이다. 벌써 올림픽의 연기가 현재진행형의 고통이고 앞으로 코로나19 통계에 대한 세계의 불신감 등으로 인해 그 고통은 더욱 배가될 것으로 짐작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놀란 사실은 한국의 GDP 대비 비중이 2.8%로 이 랭킹에서 꼴찌라는 것이다. 한때 중국 관광객이 물밀 듯이 몰려오고, 한류니 뭐니 해서 외국인들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고 해서 관광으로 돈 좀 버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나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른 산업의 수입들이 좋아서 관광으로 인한 비중이 높지 않은, 결과적으로 이번 팬데믹으로 인한 악영향이 가장 적은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소위 국뽕을 제거해도 상당한 성과를 체감케 하는 “K-방역”으로 인한 신뢰감으로 향후 안전한 여행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Rank

Country

Travel and Tourism, Contribution to GDP

1

Mexico     

15.50%

2

Spain    

14.30%

3

Italy   

13.00%

4

Turkey

11.30%

5

China

11.30%

6

Australia

10.80%

7

Saudi Arabia

9.50%

8

Germany

9.10%

9

United Kingdom

9.00%

10

U.S.

8.60%

11

France

8.50%

12

Brazil

7.70%

13

Switzerland

7.60%

14

Japan

7.00%

15

India

6.80%

16

Canada

6.30%

17

Netherlands

5.70%

18

Indonesia

5.70%

19

Russia

5.00%

20

South Korea

2.80%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