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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그래프 하나

이 그래프를 보면 유럽이 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대해 수세에 몰려있는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EU는 총에너지 소비량 중 57.5%를 수입하는데, 러시아는 2020년 기준 EU 전체 석유 수입의 26.9%, 석탄 수입의 46.7%, 천연가스 수입의 41.1% 비중을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가스관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 AG’는 “자동화 시스템 정비를 포함한 정기 점검”을 핑계로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어지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1’을 통한 가스 공급을 통제하고 있다. 유럽의 올겨울은 매우 추울 것 같다. 그리고 신재생발전을 포함한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있을 것 같다. EU가 최근 원자력을 그린택소노미에 포함시킨 것도 이러한 고민의 일환 중 하나로 여겨진다.

에보 모랄레스, 쿠데타, 그리고 일론 머스크

한때 전 세계 좌파들에게 건강한 진보적 대안이 되리라 여겨졌던 ‘중남미 사회주의 블록’은 우고 차베스의 죽음과 베네수엘라의 처참한 경제난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물론 베네수엘라의 이러한 불행은 단순히 체제 실험의 실패로만 간주할 수 없는 보다 복잡하고 구조적인 역사, 정치, 경제적 맥락이 존재하지만, 어쨌든 베네수엘라의 난맥상은 그 지역의 좌파 블록을 주도했던 나라로서의 상징성으로 인해 많은 진보주의자들을 심난하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그로기 상태에서의 또 하나의 결정타는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前 대통령의 사임이었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前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함께 중남미 좌파 블록의 하나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사회주의자라는 이념적 지향성과 더불어 스페인이 볼리비아를 점령한 이래 470년 만에 그 나라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미국이 반대하는 코카나무 재배를 합법화시켰다는 이유로 당시에 큰 화제를 몰고 왔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4선을 무리하게 시도했다는 이유 등의 군부의 반대로 국외 망명을 하게 되자 중남미 좌파 블록의 큰 두 축이 모두 경제적 정치적으로 큰 외상을 입게 된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었다.

한편, 그의 국외망명의 원인을 두고 제기된 설 중 하나가 바로 리튬(Lithium)의 확보를 위한 서구 자본의 기획이라는 설이 있다. 원자번호 3인 리튬은 오늘날 고효율 배터리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자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처음 등장한 1991년 이후, 아직까지 리튬을 완전히 대체할 차세대 충전식 배터리 소자는 개발되지 않고 있다. 전자기기의 이동성이 계속 강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리튬은 오랜 기간 동안 미래경제를 위한 유용한 자원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볼리비아는 주요한 리튬 산지이기도 하다. 그러한 정황이 바로 에보 모랄레스 망명 음모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

모랄레스 정부는 최근 중국 및 독일회사의 총 30억 달러에 달하는 리튬 개발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그런데 작년 11월, 그는 독일과의 계약을 파기했다. 계약 파기는 개발지역인 포토시(Potosí) 지역의 저항 때문이었다. 결국 이러한 정황은 모랄레스의 사임은 다국적 기업의 이해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에 대해 포린폴리시는 리튬이 중요한 자원이기는 하지만, 석유와 같은 자원은 아니라고 말한다. 즉, 중요한 자원이기는 하나 채취보다는 기술개발이 핵심이라는 취지다. 그러니 서구가 리튬 확보를 위해 모랄레스를 쫒아낸다는 것은 좌파의 망상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이와 관련 트위터에서 지난 7월 재밌는 해프닝이 있었다. 주인공은 테슬라의 아이언맨 일론 머스크다. 지난 7월 24일 일론 머스크는 “사견으로는 다른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국민들의 최선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트윗했다. 이에 historyofarmani 라는 계정이 “국민이 최선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뭔지 아냐? 미국 정부는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를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조직했고, 당신은 거기에서 리튬을 계속 조달할 수 있다”고 그를 비난했다. 그러자 일론은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그 누구든지 쿠데타로 몰아낼 것이다. 받아들여!”라고 대답한 것이다.

지금은 그 트윗 들을 볼 수 없지만, 정부의 부양책을 비판하는 자본가의 트윗에 그의 위선을 지적하는 댓글, 다시 그것을 초강력 핵펀치로 반박하는 자본가의 대댓글은 당시 언론에 기사화될 정도로 화제를 낳았다. 이를 본 많은 이들은 복잡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괴짜로 소문난 일론 머스크이니 만큼 그의 개성을 높이 산 이도 있었을 것이고, 다국적 자본의 본질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일갈한 좌파도 있었을 테고, 농담이든 실언이든 그러한 무심함에 분노를 한 볼리비아인도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 발언은 서구 자본가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한 편린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근 그 트윗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바로 모랄레스 정부의 경제 장관을 지낸 루이스 아르세가 이번에 치러진 대선에서 54.5%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새 정부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트위터 좌파들은 다시 일론 머스크의 그 트윗을 거론하며 그를 조롱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 선거결과가 지리멸렬해가고 있는 중남미 좌파 블록의 새로운 희망이 될지 중남미 포퓰리즘의 한 사례로 남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팬데믹와 저유가 상황, 그리고 자원수탈 위주의 경제는 이 블록에게 지속적인 위협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또 하나의 거품인가?

한때 남미 사회주의 블록의 구세주였던 베네수엘라가 오늘날 저런 무정부 상태의 국가가 된 이유가 뭘까? 정치 사회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저유가를 빼놓을 수 없다. 베네수엘라는 다른 산유국의 원유에 비해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탓에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제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여왔다. 그렇다면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저유가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을까? 한동안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라는 표현이 일종의 상식처럼 자리 잡았었는데 말이다.

그 비결은 바로 ‘Fracking Miracle(수압파쇄 기적)’에 있다. 고압의 액체를 이용하여 광석을 파쇄하는 채광 방법인 프래킹이 유전에 적용되면서 주요 산유국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괄목할 만큼 늘어 왔다. 2016년 현재 미국에서의 원유 생산량 중 프래킹 기술에 의한 생산량이 51%를 차지하는 기적이 달성된 것이다. 25년 전 이 기술로 생산되는 원유는 전혀 없었다. 따라서 이 기술이 대규모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프래킹 기적은 멈출 생각이 없을 것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증가 추이(출처)

이 기적은 미국과 주변 정세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프래킹 기술에 의해 생산되는 셰일가스 덕분에 미국은 경제 호황을 누리며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더불어 ‘눈엣가시’와 같은 반미(反美) 성향 산유국들의 목덜미를 붙잡고 흔들 수 있게 되었다. 한편, 25년 전에는 적용도 하지 않던 프래킹 기술이 어떻게 오늘날 주류로 자리 잡게 됐을까? 무엇보다 기술적인 진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바로 프래킹 업체들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돈을 대주는 금융시장의 존재를 들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통적인 IB 금융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프래킹 비즈니스가 사실은 벤처 투자적 성격이 있었는데, 서서히 이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어서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금을 조달한 많은 업체가 중기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저유가 및 최근의 금리상승 기조와 이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자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또 금융회사는 더 높은 금융비용을 요구하며 추가 대출의 창구가 사라지고 있다.

요컨대, 신기술에 의한 원유 생산 증가 덕분에 미국 경제는 호황을 즐겼고, 나머지 산유국은 경제 불황에 시달려 왔던 것이 에너지 시장의 상황이다. 그런데 그러한 과잉공급을 통한 저유가는 서서히 지속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곧 그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프래킹 업체는 과잉 공급을 방지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태워 없애버리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무정부적 시장경제의 폐해를 고스란히 에너지 시장에서 재연하고 있다.

결국 흥미롭게도 이러한 상황은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닮아있다. 거칠 것 없는 낙관주의,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금융시장의 과잉 유동성 등, 그리고 가격 하락과 높은 레버리지로 인한 채무자의 지급능력 상실. 다만 전국적 규모의 주택시장과 달리 한정적인 시장이라는 점에서 그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다루는 상품이 원유라는 점에서 의외로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는 결국 또 한 번 반복하는 것일까? 희극이길 바라지만.

어떤 낸니스테이트 “산업경쟁력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Q 주택용 대신 산업용 전기요금에 과도한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닌가.
A 산업용의 원가가 더 적게 드는데 요금을 더 물릴 수는 없지 않나. 산업용 요금의 경우 지금도 원가 이상을 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산업용 요금은 76%를 올린 반면, 주택용은 11%를 인상하는 데 그쳤다. 다른 나라도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보다 싸다. 산업용 요금을 100이라고 했을 경우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으로 주택용 요금이 108이며 OECD 국가의 주택용 평균은 140을 넘는다. 산업용 요금을 올리면 산업경쟁력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산업용 요금을 원가 이하로 보급하면서 과도하게 특혜를 주고 있다면 개편을 검토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이야기다.[“에어컨 합리적으로 사용하면 ‘요금 폭탄’이란 말은 과장”]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의 일문일답중 일부다. 폭염을 맞아 사람들이 에어컨을 틀어대는 와중에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높은 누진세율 구조로 되어 있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전기요금 논쟁에 당사자가 직접 뛰어든 것이다. 산업용 전력요금이 가정용 전력요금보다 더 싸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는 채 실장은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걱정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산업경쟁력을 위해 기업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있을까?

단위 : pence per kWh


주) International Energy Agency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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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요금을 많이 올렸다고는 하나 그 요금수준은 그래프와 같이 다른 나라의 그것에 비해 무척 싸다. 우리보다 더 싼 나라는 노르웨이 정도인데, 알다시피 노르웨이는 산유국이다. 그렇다면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전자, 철강 등에서 우월한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는, 그래서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 그게 현금인지 회계항목에 불과한 지는 논외로 하고라도 –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체 언제까지 이런 혜택을 누려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1

단위 : pence per kWh


주) International Energy Agency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표 작성

첫 그래프를 보면 우리 요금은 오히려 1980년대 다른 나라보다 높았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중후반부터 요금이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이후 20여 년간 우리 정부는 “산업경쟁력”의 우위를 지켜주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왔고 아마 최근 10년간 그 요금을 일부 현실화한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은 요금을 원가 이상으로 받고 있다는데 정부는 다만 원가공개는 거부했다고 한다. 가정은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기를 요구하는 정부가 기업에게도 그렇게 하고 있는지 궁금한 지점이다.

기타 참고글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한국의 전력시장, 침묵하는 자본
한국의 전력시장 현황에 대한 전경련의 주장 톺아보기

유럽경제의 또 하나의 악재, 유럽은행들의 에너지 관련 대출

전 세계적으로 순수 에너지/발전 기업의 약 35%에 해당하는 175개의 기업이 고위험의 사분면에 놓여 있는데, 이는 높은 레버리지와 낮은 부채상환비율의 조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도합 1,500억 달러의 부채를 재무제표에 담고 있다. 이들 175개 기업 중 50개 기업이 자본잠식 혹은 100이 넘는 레버리지 상태이기 때문에 상황은 위태롭다. 이들 중 몇몇은 이미 주가가 5달러 미만으로 떨어져 휴지조각이 되었다. 이들 기업은 유가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2016년 파산할 위험이 높다.[The Crude Downturn for Exploration & Production Companies, Deloitte Center for Energy Solutions]

기록적인 저유가 시대의 지속으로 에너지 관련 기업의 재무적 위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유가가 상승하지 않는 한은 현 위기를 벗어날 뾰족한 방도가 없는 상황이지만, 유가는 당분간 현재의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러한 분석의 배경에는 ▲ 이란의 시장 가세로 인한 공급 증가 ▲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불황, 및 석유 위주의 에너지 소비 탈피로 인한 수요 감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석유수요 증가율이 과거 1990년~2013년 평균 6.2%에서 2013년~2020년 2.9%로 감소할 것이라는 IEA의 전망은 석유수요가 근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개연성을 말해주고 있다.

전문가의 가격전망은 에너지/발전 기업의 입장에서는 매우 암울하다. J.P. Morgan의 경우 2016년 국제유가를 기존의 48.88달러/bbl에서 31.5달러/bbl로 크게 낮추었다. 좀 더 장기적인 전망도 어둡다. IEA는 2015년 연차보고서에서 2020년 실질 국제유가를 표준 시나리오에서 배럴당 80달러로, 저유가 시나리오에서 배럴당 50~60달러로 전망했다. 2년 전에 쉐브론의 CEO가 배럴당 100달러가 정상적인 가격이라고 호언했었지만, 이제 아무도 100달러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업이 기술개선이나 인력감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지만 유가급등이 없이는 지속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Gusher Okemah OK 1922.jpg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652541

한편 이러한 에너지/발전 기업의 위기는 금융권으로 전이될 개연성이 크다. 인용기사의 한계기업의 부채가 1,500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한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의 관련기업들의 총부채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 많은 부채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은행들이 고유가 시절 에너지/발전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기에 발생한 것이다. 보도된 바로는 대륙으로는 유럽(분석에 따르면 전체 자산의 약 3~5% 수준), 국가로는 프랑스의 금융기관이 특히 에너지 사업에 많은 투자 및 대출을 실행하였다. 다만 이들 기관 상당수는 정확한 거래내용이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유럽의 : 역자주) 은행이 보유한 담보, 헷지가 어떠한 형태인지나 그들의 차입자의 신용상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 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유럽의 은행은 보다 통일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공개한 내용으로는 모두가 관리 가능한 이슈라는 은행의 주장을 뒷받침 할 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다른 예는 더 나쁘다. 도이치 은행은 자신들의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익스포져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그저 그 분야에 대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수준이라고만 말하고 있다.[European Bank’s Crude Awakening]

관련기사들을 종합해보면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 공히 에너지 기업들에게 많은 돈을 투자했지만(예를 들어 웰스파고는 전체 자산의 2%, 유럽은행들은 전체 자산의 3~5% 수준), 미국은행들이 비교적 익스포져를 정확히 공개하고, 이미 많은 자금이 펀딩에 성공했고, 충당금 등을 쌓아두고 있지만 유럽은행들은 통일된 기준도 없고, 많은 자금이 미인출 상태이고, 발표내용들도 은행의 주주들이 만족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경제의 침체, 이에 따른 마이너스 정책금리 등의 상황과 맞물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악순환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갈 길이 갈수록 험난하다.

초저유가 시대에 대한 단상

지난 5년간 미국의 셰일 생산이 치솟는 바람에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초과하였고 이로 인해 18개월 동안 유가는 75% 아래로 떨어졌다. 금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이벌인 이란이 제재의 해제에 따라 시장에 재진입할 준비를 함에 따라 원유가 30% 떨어지며 폭락이 가속화되었다. [중략] 미국의 셰일 생산자들은 2010년에서 2014년 기간 동안 배럴당 평균 가격이 100달러에 달했던 빠른 확장기 동안 조달한 대규모 부채를 갚기 위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여 펌프질을 해댔다. 만약 가격이 배럴당 30달러 위로 오르지 않는다면 많은 기업들이 올해 파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Saudi Arabia says $30 oil is ‘irrational’]

석유업은 최근에 들어서야 석유 메이저, 국영석유기업, 대형 석유화학 기업 등의 존재 때문에 매우 안정적인 사업 분야로 인식되는 것이지, 그 초기에는 그야말로 “돈 놓고 돈 먹기”의 투전판이었다. 금을 찾아 헤매는 황금광시대의 채굴업자처럼 석유를 찾아 헤매는 이들 역시 “검은 황금광시대”의 남루한 채굴업자였던 것이다. 다만 주요한 차이라면 원유의 발견에서 굴착, 그리고 상품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볼 때, 궁극적으로 석유생산업이 금광업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개연성일 것이다.

그래서 석유업은 진작부터 프로젝트파이낸스라는 금융기법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였다. 계속기업의 신용이 아닌 미래의 잠재적인 현금흐름을 분석하여 장기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기법인 프로젝트파이낸스는 가진 것이라고는 땅속의 원유밖에 없는 석유업자들에게 딱 어울리는 조달기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조달기법은 1930년대 미국의 유전개발에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 BP의 영국 북해 유전 개발에는 9억4천 달러의 조달을 위해 66개의 금융기관이 신디케이션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신세대 석유업인 셰일 생산에 뛰어든 업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메이저가 아닌 회사가 셰일 분야에 뛰어들려면 결국 프로젝트파이낸스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했다. 자금조달을 위해 필요한 사업성분석은 당시의 유가인 배럴당 100달러를 비용은 그들의 주장에 근사값인 배럴당 60달러 정도를 적용했을 것이다. 이 금액을 재무모델에 적용하면 자기자본을 어느 정도 투입하지 않아도 채산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어 자금조달이 가능했을 것이다. 유가가 그 가격을 유지하는 한 모두가 행복했을 시장이었다.

그러나 다른 요소들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새롭고도 중요한 요소는 최근 석유 섹터가 부담하는 부채의 현저한 증가다. 투자자들이 기꺼이 원유자산과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기 때문에 원유기업들은 부채 수준이 광범위하게 상승하는 와중에도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다. [중략] 생산자들이 변제능력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오일 섹터의 이러한 과중한 부채부담이 석유 시장의 최근의 역동성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중략] 높은 부채 수준으로 인해 유가 하락이 생산자의 재무상태표를 악화시키고 잠재적으로 원유자산 판매의 결과로써(예를 들어 더 많은 생산량이 선물로 팔린다) 가격하락을 부추기면서 신용수준을 조이게 된다. 둘째로, 낮은 유가는 현금흐름을 감소시키고 기업이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유동성 부족의 위기를 증가시킨다. 부채 상환 요구 조건은 현금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 생산을 지속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이것이 시장에서의 공급 감축을 지연시킬 수 있다.[Box: Oil and debt (February 2015)]

하지만 2014년 중반 이후 유가가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지옥도가 펼쳐졌다. 수요를 넘어선 공급이라는 매크로 환경이 이미 유가 하락의 환경을 조성했지만, 석유업 벤처들의 높은 레버리지 활용으로 말미암아 셰일 업자들은 – 파이낸셜타임스의 인용기사에서 표현한 것처럼 – 빚을 갚기 위해 전력을 다하여 펌프질을 해대야 했을 것이고 이로 인해 가격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닷컴버블에서 볼 수 있었던 버블이 석유업에서도 복합적인 요인과 맞물려 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세가 꺾인 중국과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노쇠한 유럽을 보면 가까운 미래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 같지는 않다. 공급 쪽을 보면 비록 사우디가 배럴당 30달러가 비정상적이라고 주장을 했다지만 스스로 감산 추세를 주도할 것 같지는 않다. 비록 사우디가 총대를 멘다할지라도 최근의 사우디-이란 분쟁 등을 감안할 때 산유국의 공동행동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셰일 업자들에게나, 전통적인 산유국에게나, 그리고 그들로부터 사업을 수주했던 건설/조선업자들에게나 모두 우울한 전망이다.

어떤 “부적”

그래서 우리의 공화당 예비후보들인 Ted Cruz, Rand Paul, Mike Huckabee 는 Fed가 金에 달러를 고정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실질적인 제안이라 여기는 것은 다소는 너그러운 것이다. 제안자들은 Fed가 1933년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모든 이들에게 대해 해당 가격에 금을 공급할 의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1945년과 1971년 기간에 그랬던 것처럼 외국정부에게만 그렇게 할 의무가 있는 것인지 명확히 하지는 않았다. 또한 그들은 이 의무가 이전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비상시에는 유보될 수 있는지의 여부도 설명하지 않았다. 보다 근본적으로 그들은 그 부적(talismanic)으로써의 특성을 제외하고 금이 왜 그렇게 특별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그들은 왜 Fed가 대표적인 상품과 서비스의 바스켓 가격보다는 이 특별한 금속에 가격을 안정화시켜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만약 비판자들이 전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그들은 그 제안에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그 제안을 “인플레이션 타겟팅”이라고 해도 된다.[Reforming or Deforming the Fed?]

“부적”, 적절한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