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기타

최근 본 영화 몇 편의 短評

The Hangover(2009)

라스베이거스에서 화끈하게 총각파티를 하려는 네 남자가 겪게 되는 좌충우돌 코미디. 아침에 일어났는데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간밤의 기억은 하나도 없고 신랑 될 사나이는 사라졌고 화장실에는 호랑이가 있고 생니가 빠져있고 엉뚱한 여자와 결혼식을 올려버렸고 범죄조직에게 쫓기기까지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모든 아수라장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과정의 연출력이 매력적인 작품.

Buried(2010)

이번엔 공포다. 눈을 떴는데 나무관 안에 생매장되어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어 자초지종을 따지고 휴대전화로 이리저리 구조를 요청해나가며 희망과 좌절을 느끼는 과정을 그린 영화. 정말 질리게도 영화는 끝까지 관 속에서만 진행된다. 투자자들이 관 밖의 장면도 넣어야 한다고 요청했으나 감독은 이를 거절했다는 에피소드. 주연은 스칼렛요한슨과 최근 헤어진 라이언레이놀즈.

Inside Man(2006)

월스트리트의 한 은행에 강도 4인조가 인질극을 벌인다. 인질들에게 자신들과 똑같은 옷을 입힌 강도들은 SWAT팀이 은행을 공격하려 하자 인질들을 풀어주며 자신들도 그들 속에 섞여버린다. 하지만 경찰이 조사해보니 돈을 전혀 훔치지 않았다. 살상도 절도도 없는 희한한 은행절도사건. 하지만 경찰은 희한하게 은행 내 사금고의 한 계좌만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Encounters At The End Of The World(2007)

남극기지, 대자연, 그곳의 사람들에 관해 조명한 베르너 헤어조크의 다큐멘터리. 온통 하얀 빙하인 남극은 보통의 자연과는 달리 몽상가들의 것이다. 남극기지의 사람들은 그곳에서 하는 일과 그리 어울리지 않는 제각각 이런저런 사연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이런 다양한 인간들을 모여들게 한 – 나침반도 소용없는 – 남극에 과연 어떠한 매력이 숨어있는지를 관찰한다.

Children Of Men(2006)

미래의 세계는 불임(不姙)의 세계다. 마지막 아이였던 18세의 남자아이가 죽자 전 세계는 슬픔에 빠져든다. 그 와중에 한 흑인소녀가 임신을 하게 되고 주인공 테오는 그녀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주려 목숨을 건 여행을 하게 된다. 그 와중에 전 세계는 불법이주민의 폭력적 추방을 일삼는다. 기성세대의 증오가 불임을 낳은 것일까? 소름끼치는 거리풍경 묘사가 일품인 작품.

Stranger Than Fiction(2006)

무미건조한 직장생활을 하는 국세청 직원 해롤드. 어느 날 그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어떤 내레이션을 듣는다. 자신이 한 유명한 작가의 소설 속 캐릭터라는 사실과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와중에 제과점을 하는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어 어떻게든 작가를 만나려 시도한다. 진지한 연기에 도전하는 윌패럴과 웃는 모습이 귀여운 매기질렌할의 매력이 돋보이는 코미디.

최근 본 영화 몇 편 감상문

Pretty In Pink – 80년대 틴아이돌이었던 Molly Ringwald와 Andrew McCarthy를 내세운 청춘영화. 당시 청춘영화의 거장이었던 John Hughes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작품. OMD를 비롯, 당시 유행하던 뉴웨이브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한 O.S.T.가 매력적.

Secretary – 새디즘의 성향의 변호사(James Spader)와 매저히즘 성향의 비서(Maggie Gyllenhaal)가 만나 이어진다는 줄거리. 에로스의 애정행위의 사회적 허용치는 어디까지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 Maggie Gyllenhaal의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은 귀여운 미소가 배역과 딱 어울림.

Alien – 몇 번째 보는 것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여하간 볼 때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영화. 에일리언의 겹겹이 벌어지는 소름끼치는 입이 압권.

I Love You To Death – 아내를 사랑하지만 바람기를 조절하지 못하는 이탈리아 남편을 살해하려 하는 아내와 그들의 주변인물들의 엽기행각을 다룬 코미디물. 볼 때마다 실실 웃어가며 몇 번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영화를 뽑으라면 이 영화를 뽑겠다. 배역은 나름 초호화 배역이지만 역시 최고의 캐릭터는 바람둥이 남편 역의 Kevin Kline.

A Fish Called Wanda – 역시 Kevin Kline의 코미디언적 기질이 돋보이는 작품. 하지만 막강 군단 Monthy Python의 John Cleese와 Michael Palin의 포쓰, 매력적인 여자 악당 Jamie Lee Curtis 등 주연 중 어느 하나도 연기력에서 밀리지 않는 호각지세가 이 작품을 최고의 걸작 코미디로 등극시켰다.

방자전 – 역사의 가정은 없다지만 소설의 가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법. “춘향전이 만들어진 배경이 사실은 이렇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소설 속 인물들을 이리저리 내키는 대로 배치하며 즐기는 영화. 나름의 참신성이 돋보인다. 흥행요소는 뭐니 뭐니 해도 조여정의 ‘몸 바친 열연’이 아닐까 하는.

Marley & Me – 말썽장이 개 Marley를 키우는 신문기자 가족의 희로애락을 다룬 영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지만 또 이런 유의 영화가 으레 그렇듯 적절한 시점에서 눈물샘을 자극시키는 포인트는 놓치지 않고 있음.(하지만 울진 않음) 사실 Marley가 너무 말썽을 많이 일으켜 짜증이 났고 수십 년의 기간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며 남녀 주인공(Owen Wilson, Jennifer Aniston)의 외모가 전혀 변하지 않아 – 심지어 헤어스타일마저 – 애초 캐스팅의 조건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하기도. Jennifer Aniston은 언제 봐도 여자 Dustin Hoffman.

Toy Story 3 – 무생물이 – 이를테면 인형 –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애니미즘이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었으니 영화 속의 인형은 제 활동장소를 제대로 마련한 것이지만 인간 역으로 나오는 캐릭터들은 실제 인간이 아니니 대체 어떤 존재인가 하는 근본적인 – 그러나 쓸데없는 – 의문을 잠깐 품었던 영화. 하지만 사실 그런 잡생각을 할 틈은 거의 없다. 정신없는 스토리에 3D도 아닌 4D로 사람의 혼을 빼놓는데 – 아직 4D는 가능성만 제시한 듯(아 비눗방울은 제발!) –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있을 리가.

Inception – 여기 언급한 영화들 중에서 본지 가장 오래된 영화지만 계속 걸작이라고 찬양하라는 인셉션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서 살짝만 언급.

En kärlekshistoria

요즘 즐겨듣는 음악은 Thieves Like Us라는 신진밴드의 음악. 작년에 발표된 Drugs in My Body라는 곡에 이끌려 CD까지 주문해놓은 상태. YouTube에서 뮤직비디오를 몇 편 감상했는데 특히 Shyness라는 곡의 뮤직비디오가 맘에 든다. 1970년대 프랑스의 틴무비와도 같은 분위기가 그들의 읊조리는 듯한 멜로디와 사뭇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트위터 친구들과도 공유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더군다나 어떤 트위터 친구는 화면이 정말 1970년에 만들어진 En kärlekshistoria라는 제목의 스웨덴 – 프랑스는 아니고 – 틴무비라는 사실을 확인해주기도. 영화도 급 땡기는데.. 아마존에서 지를까? 주연 여배우님도 예쁘게 늙으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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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는 영화장면들

영화에서 보면 누구나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멋진 반전(反轉)때문 일수도 있고, 여배우가 아름다워서 일수도 있고, 어떤 배우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해서 일수도 있고, 그 장면이 너무 웃겨서일 수도 있다. 심심해서 그런 장면을 회상해본다. (WARNING : 스포일러 만땅)

크라잉게임

닐조단 감독의 작품이다. 제이데이비슨이라는 미모의 배우가 출연한다. 스토리는 거의 까먹었으나 역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제이데이비슨의 성기(性器) 노출 장면. 영화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너무나 중요한 장면이라 냉엄한 우리나라의 검열당국마저 허락해주었다는 그 장면이다. 그 대신 노출시간을 줄였다나?

LA컨피덴셜

제임스엘로이의 원작을 커티스핸슨이 영화화했다. 특이하게 이 영화는 반전이 끝 부분이 아닌 중간에 일어난다. 케빈스페이시가 배역을 맡은 잭 형사의 죽음, 그리고 내뱉는 한마디. “롤로토마시” 그 놀라운 반전에 난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올리비아핫세가 출연한 1968년 작품. 단체관람을 통해 일탈의 대리만족을 느꼈던 어린 시절.(지금 생각해보면 희한한 의식이었다) 이 영화에서 올리비아핫세가 문을 박차고 밝은 표정으로 나타나는 그 장면. 사춘기 소년들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혹성탈출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도 끔찍한데 원숭이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니! 인간들은 예쁜 누님마저 뇌수술을 당해서 백치가 되어버린 끔찍한 세상이었다. 우리의 찰턴헤스턴은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떠나지만 이내 마주친 파괴된 동상 하나. 레닌의 동상도 스탈린의 동상도 아닌 바로 자유의 여신상!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 역시 사무치는 공포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OTL의 원조.

대탈주(The Great Escape)

스티브맥퀸을 비롯하여 그 당시 바닥에 침깨나 뱉고 다니던 배우들이 총출연하여 만든 탈출영화의 걸작. 온갖 고생 끝에 모두들 탈출에 성공하는 듯 하였으나 하나둘씩 다시 독일군에게 잡히고…. 우리의 스티브맥퀸은 오토바이 한 대에 의지하여 철조망으로 나눠져 있는 국경을 넘으려 한다. 그런데 결국 넘지 못하는 그 장면. 어린 가슴은 나찌를 향한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라운드훅데이

겨울철에 보면 금상첨화인 빌머레이의 코미디. 단 하루가 계속하여 반복한다는 기가 막힌 설정에 그렇지 않아도 지루한 빌머레이의 얼굴이 더 지루해진다. 하지만 점점 그 반복되는 일상에 적응하게 된 주인공이 피아노를 배워서 나중에 술집에서 공연을 하는 그 장면. 빌머레이의 멋진 연주솜씨도 놀랍지만 정말 그 자리에 잊고 싶어질 정도로 훈훈한 분위기도 인상적인 장면이다.

The Commitments

혼란스러운 도시 더블린에서 노동계급의 젊은이들이 쏘울밴드를 조직한다는 음악영화. 알란파커가 무명배우들을 모아서 걸작으로 승화시켰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밴드를 조직하기 위해 주인공 지미가 신청자들의 오디션을 보는 장면. 지원자 중 한명이 “I was looking for a job, and then i found a job. And heaven knows i’m miserable now”라는 가사의 The Smiths의 곡을 부르자 지미의 한마디. “그래 니 맘 이해한다.”

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Sex, But Were Afraid to Ask

우디알렌이 감독한 이 긴 제목의 영화는 섹스를 소재로 한 여러 편의 단막극을 묶은 옴니버스.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의사로 나온 진와일더의 당황해하는 장면. 치과의사인 그에게 난데없이 양을 안은 농부가 찾아와 양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카메라는 어찌할 바를 몰라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진와일더의 표정을 꽤나 길게 잡는다. 마치 웃길 때까지 보여준다 하는 투로. 어쨌든 같이 보던 친구들과 나는 배꼽 빠지라고 웃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

편견을 깨는 영화 포스터

사람들은 대개 디자인은 사회주의 진영 – 또는 구(舊)사회주의 진영 – 보다 자본주의 진영이 더 발달했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당연히 자본주의는 시장경제에서의 경쟁을 위해 상품의 디자인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고, 또 그 상품을 팔기 위한 광고를 찍어내야 하며, 이에 따라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디자인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 여겨지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또 한 가지 아직 현존 사회주의 국가라 불리는 북한의 왠지 모를 촌스러움도 이러한 편견에 한 몫 할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검은 백조(black swan)’라는 개념은 어설프게 알기로 검은 백조 한 마리 나타났다고 세상의 모든 백조가 검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주는 충격은 대단하다 뭐 이런 의미인 정도로 알고 있다. 이 포스터도 그렇다. 이소룡의 특징을 너무나 명쾌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바로 과거 폴란드의 영화 포스터라고 한다. 이 포스터들이 사회주의 진영 디자인의 우월성을 말해주지는 않을 것이지만 적어도 편견은 깰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한번 감상해보시길.[50 Incredible Film Posters From Po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