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이런저런

사진과 죽음에 관하여

오늘날은 향수를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이다. 그리고 사진이 이 향수를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사진은 애수가 깃들어 있는 예술, 황혼의 예술이다. [중략] 모든 사진은 메멘토 모리이다. 사진을 찍는가는 것은 다름 사람(또는 사물)의 죽음, 연약함, 무상함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런 순간을 정확히 베어내 꽁꽁 얼려 놓는 식으로, 모든 사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증언해준다.[사진에 관하여, 수전 손택, 이재원 옮김, 이후, 2012년, p35]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볼 때면 – 특히 사람을 피사체로 하는 – 거의 예외 없이 죽음을 떠올리곤 한다. 예를 들어 당시 사람들 찰나의 순간을 즐겨 찍곤 했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같은 대가의 사진을 볼 때면 예외 없이 사진 속 인물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사진에 찍힐 당시만 해도 생생했던 그의 삶, 역동적이었던 그의 삶은 수전 손택의 표현에 따르자면 사진사에 의해 “정확히 베어내 꽁꽁 얼려 놓은” 상황일 뿐이고 우리가 뒤늦게 그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그래서 청승맞지만, 아무리 유쾌한 장면을 찍은 사진이라도 그 안에는 죽음에 관한 우울함이 침잠해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정말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어드민 계정을 로그인하는 바람에 로그인 정보를 몰라서 한참 헤맸네요.
이 블로그에 글을 마지막으로 쓴 이후 꽤 많은 시간이 흘러서 거미줄도 잔뜩 처져있는 것 같고 그렇네요.
그동안 생업과 관련된 일들도 그럭저럭 정리되고 했으니 앞으로 종종 글을 올릴까 생각 중입니다.
기다리시는 분이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가장 잘한 일

별로 성과도 없이 바쁜 한해였기에 블로그에 글을 많이 남길 수 없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그저 그런 한 해였지만, 올해 그나마 성과가 있다면 칼맑스의 자본론을 3권까지 완독한 것, 그리고 그에 이어서 루돌프힐퍼딩의 금융자본을 읽고 있다는 것(자본론을 다 읽고 나면 당연히 논리의 흐름이 금융자본주의로 이어져야 할 것 같기에 읽고 있는데 그런 심증이 더 깊어진다), 비틀즈 모든 앨범을 들은 것, 롤링스톤즈의 모든 앨범을 듣고 있는 것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각각의 감상문을 올리고 싶지만, 1분기를 넘게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건이 있어 아직은 마음의 여유가 없는 편. 모두들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시기 바랍니다.

근황 및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상념

새로운 삶터가 결정됐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정신이 없는 와중에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이 사태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웬만한 전문가조차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에 트위터에 중국에서의 사태를 바라보는 유럽인의 상황이라는 설명과 함께 올라온 동영상은 저 멀리서 벌어진 눈사태를 백인들이 ‘나름 스펙타클한 광경’이라며 멍하니 바라보다 급작스레 눈이 그들을 덮치자 혼비백산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었다. 프랑스 영화의 한 장면이라는 누군가의 멘션도 있었지만, 아무튼 현재의 유럽 등 서구권의 인식이 잘 반영된 동영상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이 토니 주트의 ‘포스트 워 1945~2005’인데 요즘 상황과 여러모로 오버랩되면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토니 주트의 이념(?)은 한마디로 ‘유럽주의’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러시아의 볼셰비키 주의도 미국의 자본주의도 아닌 유럽의 ‘유럽주의’. 토니 주트는 그것을 복원하는 것만이 바람직한 이상향이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그런데 요즘의 상황을 그가 봤으면 과연 유럽 공동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까? 중국이 이탈리아에 “인도적 차원”에서 기부한 마스크를 체코가 가로채려 한 것이 아니냐는 해프닝은 – 사실은 체코 세관의 실수였다고 한다 – 실제로 무너지고 있는 유럽 공동체, 더 나아가 전 세계의 공동체주의에 대한 웃픈 해프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은 우한 사람을 조롱하고, 아시아는 중국인을 조롱하고, 나머지 세계는 아시아인을 조롱하고, 중국 정부는 코로나 19가 자국에서 비롯된 바이러스가 아닌데 자국이 슬기롭게 극복했다며 정신승리 중이다.

근황

조만간 일신상의 또 다른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은 이유가 일신상의 큰 변화로 인해 경황이 없어서였는데 이번의 또 다른 변화로 여유가 좀 생길지 아니면 오히려 더 여유가 없어질지는 현재는 미지수입니다. 아무튼 블로그 주인은 이 블로그를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정도의 생각을 남겨두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올해의 즐거움 : 食堂편

가조쿠식당
가츠돈, 함바그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일본분식을 내놓는 곳이다. 카레라이스에 함바그 등을 얹어 먹으면 할인을 해주는 것도 맘에 들고 전반적으로 깔끔한 맛이다. 이 식당에서 먹은 중 제일 감동한 메뉴는 밥 위에 얹어진 생강절임과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던 스끼야끼돈.

광화문 닭곰탕
질 좋은 닭다리가 한 개씩 들어가 있는 개운한 국물의 닭곰탕이 이집의 특기. 밥은 현미밥 등이 따로 담겨져 나와 양껏 덜어먹을 수 있다. 닭칼국수도 파는데 갈 때마다 닭곰탕만 먹어서 맛을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양질의 닭고기로 요리한 국수라면 분명 맛있을 것이다.

리틀파파포
이미 그 명성이 하늘에 닿아 갈 때마다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베트남 쌀국수집. 내 경우엔 팍치를 너무 좋아해서 같이 가곤 하는 팀 동료와 함께 팍치를 따로 달라고 해서 잔뜩 집어넣어 팍치 향을 맡아가며 즐기곤 한다. 합정동에 가야할 강력한 이유 중 하나.

무삼면옥
평양냉면 식당 중에서 가장 심심한 육수를 내놓는 것으로 명성을 쌓은 식당. 처음 먹었을 때는 정말 냉수에 면을 말아서 내놓은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기도 했다. 그 뒤로 점점 육수에 맛이 진해지더니 가장 최근에 갔을 땐 현실과 타협한 양념 맛이 났었다.

봉피양
이 식당 역시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식당이다. 물론 평양냉면도 맛있긴 한데 내가 반한 것은 엉뚱하게 막걸리와 돼지갈비. 이곳에서 내놓는 막걸리는 송명섭이라는 분이 직접 빚었다는 生막걸리. 다른 막걸리처럼 달지 않고 걸쭉한 맛이 일품이라 냉면에 잘 어울린다.

산수갑산
식당 중에서 가성비를 따져보자면 랭킹 안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짐작되는 식당. 찹쌀로 만든 순대와 맛있는 간이 듬뿍 담긴 모둠순대와 순댓국을 양껏 먹고 나서도 2~3만 원 대면 충분하다. 오늘 낮에 들른 유진식당과 함께 서울에서의 가성비 최고의 식당.

신성각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식당 33곳’이라는 포스트에서 보고 찾아간 중국식당. 메뉴는 짜장 종류와 탕수육, 그리고 군만두가 다다. 테이블이 4개여서 자칫 늦었다간 한참 기다려야 할 곳. “죽기 전에”까진 모르겠지만 한번쯤은 찾아가서 먹어볼만한 맛의 수타 짜장면이었다.

오가와
빠에 앉아서 요리사가 눈앞에서 직접 만드는 생선초밥을 한 시간여에 걸쳐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초밥집. 혼마구로, 청어, 연어 등 10여점에 이르는 수준 높은 스시로 보는 즐거움과 먹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점심은 최근 가격이 올라 1인당 4,5000원.

진진
진진 역시 이미 “지역명물”이 되어 있는지라 따로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어쨌든 ‘올해의 즐거움’ 중에 충분히 꼽을 수 있을만한 식당이다. 팀원들에게 소개해줬는데 모두들 맘에 들어 만족스러웠다. 미리 주문해야 먹을 수 있었던 대하 요리도 먹었다는 점이 포인트.

청정골
갈매기살이 실제로 어떻게 생긴 부위인지를 알고 싶으면 이 집에 가면 된다. 갈매기와 비슷한 모양의 돼지고기 부위인데 이집에서 내놓는 갈매기살은 서울 지역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수준 높은 육질의 고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주차가 어려우니 미리 감안하고 가실 것.

호미곶 : 막회물횟집
올해 먹었던 여러 음식 중에서도 이곳에서 점심에 먹은 생선구이와 저녁에 먹은 막회와 문어가 기억에 남는 음식이라 할만하다. 도미나 갈치 등 질 좋은 생선이 가득 담긴 생선구이도 일품이었는데, 산지에서 직송했다는 도톰한 문어도 술맛을 당기게 했던 별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