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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 진영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한 연기금 활용론에 대하여

향후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국민연금기금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임대형 사업은 정부가 기본 수익을 보장하므로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성·안정성·적정수익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국민연금기금이 참여할 경우 사회기반시설의 전성·건설·운영하는 과정에 지역 사회·연금가입자·연금공단이 주체가 되는 민주적 공공부문 지배 구조 모델도 만들어질 수 있다. 필요하다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연기금투자법’(가칭)을 제정하여 국민연금기금의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위한 법적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대한민국 금고를 열다, 오건호 지음, 레디앙, 2011년, p185]

거의 모든 좌익은 민간투자사업을 반대한다. 국제적으로는 PPP(Private Public Partnership)이라 불리는 이 사업방식은 도로, 철도, 환경시설 등 통상 공공재(公共財) 혹은 인프라스트럭처로 명명되며 정부부문이 공급하던 재화 및 서비스를 민간자본의 힘을 빌려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광의의 “민영화”라 하면 소비에트 사회주의 블록에서 취했던 재화 및 서비스 일반의 국유화가 아닌 모든 민영화 방식을 아우르는 것이지만 민간투자사업은 그 중에서도 상기 사업방식에 특정된 민영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PPP사업의 본격화가 이른바 레이거노믹스와 쌔처의 “신자유주의 시대”와 일치한다는 정황 탓에 앞서 말했듯이 PPP는 좌파에게 “공공재의 사유화” 수단이자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어 왔다. 진보적 성격이 강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되어오던 사업이 재정사업으로 전환된달지, 유료도로법 개정을 통해 강한 공적통제를 시도한달지,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통행료 인하를 추진하는 등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20년간의 민간투자사업의 전환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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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cuated Highway 401 Color” by Kenny Louie. Licensed under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인프라스트럭처 자금조달 수단에 대해 알아보자. 크게 두 개로 나누자면 재정사업과 민자사업이다. 두 수단을 섞는 방식도 있고, 일부 사업은 원인자부담금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두 수단을 달리 말하면 비(非)시장적 수단과 시장적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민자사업과 시장적 수단은 뉘앙스가 다른데, 연기금이 민자사업에 투자할 경우 민간자본이라기보다는 사회자본에 가까워 민영화보다는 “시장화”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전 세계적으로 각종 연기금은 이미 민자사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 시장은 전통적인 투자시장인 주식, 채권 등과 달리 Private Equity, 부동산,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시장을 말한다. 이 시장은 전통적인 투자시장의 계속되는 낮은 수익에 대한 피난처가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100개의 가장 큰 규모의 대체 펀드 그룹의 자산은 지난 해 6% 성장한 3조3천억 달러에 달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중 가장 핫한 투자자들이 바로 연기금들이란 점이다.[대체투자, 인프라스트럭처, 공익성 등에 관한 단상]

이런 상황에서 보면 오건호 씨 등의 국민연금 활용론은 순진한 측면이 있다. 그들은 민자사업 일반을 “절대악”으로 치부하면서 국유화/사회화를 주장하는데, 그 자금수단으로 이미 시장화를 통해 투자를 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활용론을 손쉽게 꺼내기 때문이다.1 이 활용론의 최신버전이 권미혁 의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국민연금은 민자사업이 목표수익률에 미치지 못하여 최근 민자사업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미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에게 공익(公益)을 위해 더 낮은 수익률로 각종 사업을 떠안으라는 복안이 타당한지 자문해야 한다.

우리 정치세력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연금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아무렇게나 꺼내 쓸 수 있는 쌈짓돈으로 여기는 것 같다.2 하지만 시장경제적 관점에서 보자면 사회적 투자의 가장 큰 돈줄인 국민연금은 정치인이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러한 정무적 관점이 시장을 교란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투자의 합리성을 저해할 수 있다. 연금의 수익률이 공익(公益)인가? 낮은 도로 통행료가 공익인가?

코레일의 공항철도 지분매각 계획에 관한 관전 포인트 하나

코레일이 경영개선을 위한 1조8000억원대 공항철도 지분매각에 본격 착수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연내 매각을 통해 지분매입 5년만에 6000억원대 차익실현을 기대하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을 오가는 공항철도 지분 88.8% 전량을 매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13일 밝혔다. 코레일은 이사회에서 이달 중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매각가치를 산정하기로 의결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공항철도는 7월까지 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할 계획이다.[코레일, ‘1.8조’ 공항철도 매각 이사회 의결]

코레일이 “공항철도 지분매각”을 결의했다고 한다. 즉, 공항철도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민간투자사업을 영위하는 공항철도주식회사(이하 ‘회사’)의 코레일 지분 88.8%를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근거로 하여 민간자본을 투입하여 철도를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그러나 2007년 3월 23일 개통한 이 노선은 이후 당초 예측수요의 6% 대의 참담한 실적을 기록하며 코레일이 2009년 9월 민간주주의 지분을 인수하여 “준공영화”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공기업이 되었던 회사의 지분을 코레일이 다시 팔려 하는 상황이다. 다시 시장에 내놓는 것이니 “재민영화”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황에 대해 벌써 트위터 등 인터넷에서는 현 정부를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부패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는 노암 촘스키의 명언이 다시 인용되기도 한다.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3628억원 매출과 1836억원 영업이익“을 시현한 우량기업이니 더더욱 비판이 거세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알짜배기 회사를 민간에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지분을 매각하려는 표면상의 배경은 박근혜 정부가 독려하고 있는 “비정상화의 정상화”, “공기업 경영정상화”다. 하지만 코레일 계열사 중 흑자를 내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경영정상화”인지는 의문이다. 다만 코레일은 당초 1조2천억 원에 매입했던 지분을 1조8천억 원에 매각할 계획이라 하니 6천억 원의 매각차익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지분매각의 원인은 다른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회사 이익의 상당부분이 국토부에서 지급하는 “MRG보전분”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MRG”는 최소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의 약자다. 우리나라에서 민간투자사업을 처음 도입했을 당시 정부는 미적거리고 있는 민간투자자를 독려하기 위해 실제 매출이 그들이 제안하는 예상매출의 일정비율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제도 덕분에 초기에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공항철도 등에 민간자본이 들어왔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MRG를 보전하겠다는 약속이 재앙이 되었다. 특히 예상수요의 6%에 불과한 공항철도의 경우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MRG 보전 때문에 천문학적인 우발채무가 발생하기 시작한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해야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를 폐지했다. 그리고 기존에 MRG를 보전해주고 있던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방식을 예상매출 전체에 대해서가 아닌 실제운영비에 대해서만 자금을 보전해주는 표준비용보전(CC : Cost Compensation)방식으로 바꿨다. 더불어 초저금리 상황에서 기존의 대출 금리도 대폭 낮추도록 민간에게 요구했다. 사실 채권으로 보자면 일종의 “헤어컷”인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의 사업방식 전환은 금융위기 이후 재정여력이 부족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었다. 2013년 부산과 경남도가 MRG 보전 주체였던 거가대교 민간투자사업이 최초로 MRG를 보전해줘야 하는 사업방식에서 CC방식으로 전환됐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안정적인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자금수요를 활용한 것이다. 서울시 역시 MRG를 보전해줘야 하는 지하철9호선을 CC방식으로 전환했다. MRG 보전으로 인한 우발채무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점에선 정부에 유리한 방식이다.

이에 국토부는 신규노선 확보 등으로 기존의 참담한 운행실적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상당액의 MRG 보전금을 지불해야 하는 공항철도 사업을 CC방식으로 바꾸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코레일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려는 계획은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 유효경쟁을 유발함으로써 매각차익 극대화와 MRG보전 최소화라는 효과를 높이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시가 지하철9호선 재구조화에서 수익률을 8.9%에서 4.8%로 낮춘 사례가 좋은 벤치마킹 사례라고 여기고 있다.

20세기 들어 체제와 상관없이 대체로 공공이 공급하던 사회기반시설은 1980년대 이후 급격히 민영화되고 있다. 이에 이 방식이 도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좌파/진보”를 자처하고 있는 이들은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에 회의적이다. 공항철도 건도 표면적으로는 “재민영화”의 길을 걸으려 하는 만큼 진보가 불만을 가질 사안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정건전성에는 분명 도움이 될 사안이다. 비록 기존 대주나 시장은 불만이 많겠지만 말이다.

인프라스트럭처에 관해 존재했던 “사회적 합의”

최근 서울시의 지하철9호선 민간투자사업이 “자금재조달”을 통해 금융비용을 크게 낮추고 요금도 현행을 유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변경 실시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로써 몇 달 전 민간사업자가 “기습적으로” 지하철 요금을 인상하려던 계획을 서울시가 저지하면서 빚어졌던 갈등이 일단락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과정에서 “시민의 발”을 민간사업자의 횡포로부터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하는 정치적 승리를 거두게 되었다.

“민영화”라는 키워드는 오늘날 진보-보수 논쟁에서 핵심적인 키워드로 등장하였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계속 진행되어 온 국유기업의 민간매각, 그리고 전통적으로 국가가 담당하였던 것으로 알려진 인프라스트럭처의 – 또는 사회간접자본 – 민영화, 즉 민간투자사업은 이전 세대가 겪어왔던 것과는 또 다른 경험을 안겨주면서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앞서 예로 든 지하철을 둘러싼 市정부와 민간사업자의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민간투자사업이 문명세계에 있어 전혀 새로운 풍경인 것은 아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아직 국가의 정체성이나 공권력이 형성되지 않았던 시기에는 오히려 민간이 오늘날 “인프라스트럭처”라 말하는 대부분의 것을 만들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인프라스트럭처”라 칭할만한 정도의 시설이 등장하는 시기와 장소는 아무래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싹을 틔우는 중세 이후의 시기의 선진국, 예를 들면 영국과 같은 나라에서다.

대량생산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영국의 자본가들은 생산지, 공장, 그리고 시장을 잇는 데 필요한 운하나 도로를 직접 건설하거나 국가가 건설하여줄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미 이 당시에 도로와 같은 인프라스트럭처가 민간 사업자에 의해 건설되고 요금을 징수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영국에는 이미 13세기 초반부터 포도세(鋪道稅, Pavage) 제도가 있었는데 민간이 도로를 건설하여도 통행자들에게 요금을 징수할 수 있었다.

이러한 민간도로가 본격화된 것은 17세기부터다. 당시엔 “유료도로 위탁업자(turnpike trusts)”가 국가의 양허권을 얻어 자신이 만든 도로에 차단기와 담을 설치하고 지나다니는 이들에게 통행료를 받았다. 오늘 날의 도로 민간투자사업의 사업방식과 별로 다르지 않다. 요금수준은 도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수준으로 한정했지만 때로는 폭리도 있었던 모양으로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두 배 이상의 요금을 받고 있다”고 꾸짖을 정도다.

이러한 민간도로는 이후 18세기 들어 국가가 직접 간선도로를 짓기 시작하고 레베카 폭동 등 요금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면서 – 다만 이 폭동은 자연재해와 학정 등 일반적으로 열악한 인민의 삶에 대한 저항이었다 – 19세기 이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특이한 것은 민간도로의 쇠퇴에 아담 스미스를 비롯한 고전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역할도 컸다는 점이다. 이들이 민간도로의 통행료를 자유무역의 걸림돌, 즉 관세로 보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자들에게는 당연한 이치인 것처럼 여겨지는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민간의 사업권이 실은 고전적 자유주의 경제학자에게는 불편한 풍경이었던 셈이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하여 “공공시설(public works)”은 국가에 의해 관장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영국정부에게 이미 프랑스와 중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훈계하기도 한다. 아담 스미스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상업 일반의 촉진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오늘 날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도로, 철도, 운하 등이 없이 상업 일반의 발전은 상상할 수 없었다. 오늘 날에는 이와 더불어 통신, 발전 등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제대로 갖춰져야 상업 일반의 발전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인프라스트럭처들이 민영화 등을 통해 시장가격化 된다면 그것은 과거 자유무역을 가로막았던 관세처럼 상업, 나아가 산업 일반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기에 고전경제학은 인프라스트럭처의 국가 관리를 지지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인프라스트럭처의 민영화가 전례 없이 진행된 요즘에도 국가는 여전히 산업과 가계의 인프라스트럭처 소비에 대해 차별적인 정책을 취하며 산업의 발전을 돕는다. 전기, 철도 등 주요 시설의 이용요금은 민영화 여부와 상관없이 가계보다 산업이 더 적은 비용을 지불한다. 이쯤 되면 결국 인프라스트럭처를 둘러싼 논의에 관리주체로 인한 정당성 논의도 필요하지만 그 소비의 차별에 대한 정당성 논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산업에 대한 특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산업이 그만큼 세수에 책임을 진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초국적으로 활동하며 특정국에서 누리는 이익에 상응하는 대가를 회피한다는 비판도 높다. 또는 세수에 있어서도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2013년 1~6월까지 우리나라의 법인세 실적은 25.6조원인데 소득세 22.8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1 사실상 가계 부담인 부가세 27.9조원을 감안하면 그 비중은 더 낮아진다.

하버드의 경제학자에서 의원으로 변신한 엘리쟈베스 워렌은 저 유명한 가정집에서의 연설에서 기업이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배려하는 배경에는 그들이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그 합의는 서명이 된 합의서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그것을 전제로 경제활동을 하였거나 또는 자신의 사상을 펼쳤을 것이다. 지금은 일상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그 합의.

인도경제의 관전 포인트 하나

그러나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권인 인도는 어느 나라보다 위험하다. 지난 2년 동안의 경제 관련 뉴스는 실망스러웠는데 성장률은 4~5%로 떨어졌다. 이는 2003~2008년의 호황기의 반절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 가격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10%로 고정되어 있다. [중략] 외국자본에 대한 인도의 의존도 역시 높은 상태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말 GDP의 7% 정도 까지 치솟았다. 금년엔 4~5%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말이다.[Why India is particularly vulnerable to the turbulence rattling emerging markets]

서양의 주요한 경제지에는 최근에 연일 인도 관련 소식이 주요기사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 언론은 대체적으로 이 나라의 경제 위기에 대한 단기적인 원인을 미국 경제지표의 호전, 이에 따른 美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기조 가능성, 그리고 연쇄적인 서구자본의 인도에서의 자금회수를 들고 있다. 이로 인해 인도 및 주변국들의 통화가 급락하는 등의 즉각적이고 심각한 부작용이 언론의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유동성이 풍부한 통화로 신흥국에 투자하는 소위 “캐리트레이드”의 주된 통화는 한동안 일본의 엔貨였다. 미국이 신용위기에 직면하여 연준이 일본 당국의 해법과 비슷한 저금리 기조와 통화팽창으로 대응하자 美달러가 새로운 캐리트레이드의 통화가 되었다. 결국 신용위기의 발단이었던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 사태가 지구적인 범위에서 확대된 셈이고 인도가 그 주요 대상국이었다.

값싼 통화가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곳으로 흘러들어가는 투자는 기발하다고 할 것도 없는 투자기법인데 역사적으로 볼 때 주기적으로 그 위험이 파괴적인 규모로 반복되고 있음에도 또한 투자자는 주기적으로 그 위험을 간과하며 그 불구덩이에 뛰어든다. 특히 인도의 경우에는 2008년 이후 성장세가 정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위험이 더한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빚의 상환재원이 빚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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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ealogic Project Finance Review(1H 2012)

이런 인도의 상황과 관련하여 한 가지 특이점이 있다. 위의 표는 최근 5년간 전 세계 민간투자사업(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의 지역별 추이다. PPP는 정부에서 필요한 인프라시설을 건설할 때 민간의 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통상 경제성장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지만 재정이 부족할 때 쓰는 방식이다. 즉, PPP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단기적으로는 단기적으로 재정도 건전해지고 경제성장률도 올라간다.

표를 보면 인도의 PPP 활용도는 워낙 압도적이어서 Dealogic이 아시아와 별개로 떼놓았을 정도다. 경제성장 여력이 있던 2008년까지 미미하던 인도의 PPP투자는 2011년에 이르러서는 압도적으로 증가한다. 역시 경제성장률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주도했던 중국이 재정을 활용한 것과 달리 인도는 민간자본을 이용했고, 이는 결국 미래의 빚으로 이연된다는 점에서 인도의 경제상황은 생각보다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박원순 시장의 경전철 공약 단상

박원순 씨가 경전철 공약을 발표한 것은 “아무 것도 안 한 시장“으로 남아서는 재선의 가능성이 떨어질 것이고, 이제 무언가는 개발공약을 발표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개발주의”는 여전히 유권자가 원하는 공약이다. 물론 하층민일수록 그 떡고물이 적겠지만 그래도 뭔가가 떨어질 것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압축성장의 역사에서 진행되어온 숱한 “개발주의”가 증명한 사실이다. 박원순 시장은 그런 상식(?)을 전복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거나 본인의 철학이 아직 부족했을 것이다. 어떤 개발공약을 내놓을 것인가? 재개발/재건축/뉴타운 등의 공약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공약이고, 도로 신설 공약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공약이다. 남은 것은 이해관계자의 반대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공교통, 특히 지하로 들어가 공공교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GTX처럼 백지에 새로 선을 긋는 것은 일정상 무리가 많이 가는 대안이다. 결국 동북선, 신림선 등 이미 사업시행자가 지정되어 있어 시간상으로 빨리 진행할 수 있는 민간투자사업과 이를 연결한 미래노선을 엮은 경전철 계획이 그나마 무난하게 내놓을 만한 공약이다. 재임기간이 정해져 있는 선출직 공무원은 그 정치적 신념을 떠나 임기 안에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개발공약에 집착하게 마련인데, 예산의 제약을 덜 받고 후대에 그 책임을 넘길 수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가장 매력적인 개발공약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MB도 처음에는 대운하 사업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물론 그것이 여의치 않자 수자원공사와 국고를 털어 땅을 파냈지만 말이다. 오세훈은 세빛둥둥섬을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는 한편, 광화문 광장과 같은 기념비적 사업을 위해 시의 곳간을 동시에 거덜 냈다.

민간투자사업이 포함된 박원순의 개발공약을 바라보는 시각은 좌우 양진영에서도 그리 곱진 않다. 조선일보중앙일보에서 딱히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두고 보겠다”는 투의 기사가 눈에 띈다. 미디어스는 노동당 간부의 입장을 실어 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은 경전철 계획이 제2의 “우면산 터널”이 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주장에서 누락하고 있는 것은 경전철은 우면산 터널과 같은 최소운영수입보장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디어스의 보도는 최소운영수입보장, 나아가 최신의 민간투자제도인 “비용보전” 방식까지 나열하고 있지만 정리되지 않은 개념을 장황하게 적용하고 있다.(이에 대해선 시간 되면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보겠다.) 이번 계획에 대해 가장 선명하게 반대할 이들은 아무래도 노동당 등의 좌파일 것이다. 우파나 중도파들은 유쾌하지 않은 시선으로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이번 공약이 현실정치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한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의 고육지책이란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안 한 것”이 뭔가 한 것으로 인정받기에는 유권자가 너무 약삭빠르다는 사실을 짧은 재임기간 동안의 현실정치를 통해 깨달은 것일까? 개인적으로 그의 정치적 실험이 박원순 시장을 좋아하지 않는 유권자들에게 먹혀들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이다. 이 나라가 어느 샌가 경제적 실질과 상관없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물들어 한쪽에서 하는 일은 무턱대고 반대하는 “귀 막고 떠드는 이들”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FTA와 MB의 FTA는 다르다”는 노무현 지지자들, 오세훈의 천문학적인 재정낭비는 모르쇠한 채 무상급식 예산에는 게거품을 물며 반대하는 이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극단주의가 일반유권자들에게도 상당히 많이 퍼져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재점화되고 있는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 : 급유시설 편

인천국제공항의 급유시설이 “민영화”된다는 소식에 올림픽을 틈타 묻어간다며 새삼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급유시설이 국가에 귀속되면 소유권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갖고, 운영권은 아웃소싱이나 민간 임대 등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 특혜 논란]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일단 인천공항의 급유시설은 이미 민영화되어 있는 시설이다. 급유시설은 민간투자법에 따라 사업자로 선정된 ‘인천국제공항 급유시설 주식회사’가 2001년 3월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이다. 이 회사는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국공항, 인천국제공항공사, GS칼텍스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민관합동법인이다.

위 인용기사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발언이나, 정치인의 발언, 그리고 노조의 성명서 등에서 한 가지 반복되고 있는 잘못된 사실관계가 있는데 바로 “기부채납”의 문제다. 기부채납이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며,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말하는 “급유시설이 국가에 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이 시설은 이미 운영개시 시점에 시설을 기부채납한 민간투자법상 BTO(Build-Transfer-Oprate)사업이다. 즉, 시설은 이미 정부의 소유이고 사업시행자는 관리운영권만을 가지고 시설을 운영해오고 있는 중인 것이다. 따라서 오는 8월 13일은 급유시설이 기부채납되는 시점이 아니라 관리운영권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요컨대 정부는 시작부터 민영화되어 운영되어오던 사업의 관리운영권이 종료되는 시점에 그 운영권을 경쟁 입찰을 통해 다시 민간에게 넘기겠다는 것이 생각이고, 이는 시설소유권을 이제야 넘겨받거나 혹은 시설소유권을 민간에게 넘기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이 점이 인천공항공사의 지분을 민간에게 넘기겠다는 민영화 시나리오와의 차이다.

인천공항급유시설의 경우에는 ‘01년부터 운영해 오던 민간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이 ’12.8월 종료됨에 따라 「민간투자법령」에 의거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새로운 운영자를 선정하려는 것으로

공항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급유시설을 정부로부터 매입하여 민간에 넘기지 않고 계속 소유하면서, 운영만 일정기간 전문성 있는 민간에 위탁하여 임대수익을 통해 공항운영에 재투자하려는 것임

이는 그간 관계기관 협의결과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정책, 집행기능을 민간에 맡겨온 공사의 경영원칙, 타 공항 급유시설 운영사례 등을 감안한 것임
* 김포․제주․김해공항의 급유시설 역시 민간에서 운영 중임
*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는 면세점, 식당 등 대부분의 수익사업을 민간임대를 통해 시행하여 높은 임대수익 창출과 운영 효율성을 제고해 오고 있음[「부실 에너지사 인수하고 알짜 넘기는 인천공항공사」 기사는 사실과 다름]

정책포탈인 공감코리아에 올라온 해명 글이다. 이 글에는 현 상황이 “민간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이 ’12.8월 종료”되는 것임을 정확히 적시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운영자를 선정하는 방식에 있어 “「민간투자법령」에 의거”라고 되어 있는바, 신규시설이 아닌 기존시설의 사업자를 민간투자법령으로 선정하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

즉, 민간투자법령은 사회기반시설을 새로 짓거나, 개보수하는 비용을 민간이 대고 그 대가로 관리운영권을 취득하는 방식만을 규정하고 있는 바, 민간투자법령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사업자 선정과정이 비교적 엄밀한 편인 민간투자법령보다 허술한 평가기준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암시한다.

언론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최고가 공개입찰을 통한 임대 방식”으로 시설을 재임대하기로 방침을 정했고, 운영기간은 3년에서 5년 사이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이는 민간투자법령이 아닌 국유재산법 등 별도의 법령을 적용 또는 준용할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이고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가 유리할 개연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대한항공 부장 출신인 인천공항 급유시설(주) 박모 상무는 지난 20일 회사 직원을 모아 놓고 “현재 국토해양부와 인천공항이 형식적인 절차를 통해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은 이미 나있고 대한항공이 계속해서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이 문제가 돼 파면됐다.[사전내정설 진원지 인천공항 급유시설(주) 추가 사과 왜?]

이쯤에서 정리하자면 요점은 ‘현재의 급유시설 운영자 선정은 신규 민영화가 아닌 기존 민영화의 연장’이며 ‘민간투자법령에 의한 운영자 선정이 아니며 여러모로 기존 사업자가 유리한 위치’라는 정도이다. 이 상황에 대한 비판은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이며, 인천공항 전체 시설 민영화의 신호탄이므로 공항공사가 직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특혜 여부는 개연성이 있다. 물론 공항을 최초에 입안할 당시에는 성공 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으므로 민간에게 리스크를 이전하는 차원에서 민영화를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그 후 급유서비스 독점의 대가는 무척 달콤한 것이었다. 특히 조양호 한진회장이 임원으로 등재돼 매년 거액의 연봉을 받는 등 도덕적 해이도 감지되고 있다.

2003년 이후 매년 수 십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다. 2006년 71억원, 2008년 75억 원, 2009년 42억원, 2010년 56억 원 등이었다. 2003년 이후 누적 당기순이익이 450억 원이며, 2010년 감사원 감사 결과 163억 원의 초과 수익이 있었다는 사실도 적발됐다.[인천공항 항공기급유 독점 회사, 막대한 이익 대기업에 퍼줬다]

최초로 사업자로 선정되었을 때에는 이른바 건설위험이 존재한다. 이 부분의 위험이 매우 크기에 사업자는 일정 정도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되며, 건설에 투입된 돈은 운영기간 동안 비용으로 인정되어 감가상각을 통해 세제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연장되는 사업기간은 건설위험도 없고 독점적 사업권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을 받은 상태다.

그러한 취지에서 2011년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수행된 인천공항 급유시설의 관리운영권 등에 대한 ‘민자시설 처분 방안 연구용역’에서는 ‘급유시설 및 화물터미널 관리·운영권을 공항공사가 인수하거나 위탁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을 것이다. 공항공사 측도 당시엔 직영을 검토했을 것이나 이제는 재민간위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알짜배기” 기업의 “민영화” 강행은 MB정부의 본능일까? 인천공항공사의 아웃소싱 원칙의 연장선상일까? 민간의 효율과 창의를 도입하려는 관료들의 의지일까? 아니면 이것들 모두일까? 확실히 급유시설에 관해서는 한진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박 상무와 서투른 공사 측의 대응으로 또다시 시계가 제로가 되었다. 최대의 피해자는 물론 박 상무다.

공공부문이 인수한 민간투자사업을 바라보는 어떤 시각에 대해서

국회예산정책처는 27일 공공 부문이 50% 이상 출자,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 관련 민간투자사업 중 공공 부문의 지분율이 50%가 넘는 사업은 부산울산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철도, 신분당선 정자광명복선전철, 수원광명고속도로 등 6개다. 올 초 산업은행이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된 것을 감안하면 4개로 줄어든다. [중략]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사실상 지배력을 갖고 있는 기관을 민간 부문으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 부문의 출자지분이 50%가 넘으면 민간투자사업 법인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안태훈 사업평가관은 “한국도로공사 및 민간투자고속도로 사업시행자들이 모두 공공기관이라면 공공기관 소유 고속도로 통행료를 동일하게 책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 보고서가 앞으로 통행료 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공지분 50% 넘는 민자시설 4곳 공공요금 수준으로 통행료 낮춰야”]

지하철 9호선으로 전국적인 이슈가 되어버린 민간투자사업에서의 공공성과 상업성에 충돌에 관한 논쟁이 또 하나의 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예산정책처가 이런저런 이유로 공공부문이 다수의 지분을 차지하게 된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때맞춰 어제 오늘 주요 언론들도 사설 등을 통해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예산정책처의 의견이나 주요 언론들의 논조는 공공부문이 사업시행자 지분의 다수를 인수하였으면 공공기관으로 간주할 수 있고, 그렇다면 이를테면 민간투자사업의 통행료도 한국도로공사 수준의 통행료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공공부문의 다수 지분 획득에 따라 해당사업은 민영화되었다가(privatize) 다시 공유화된(nationalize) 것이니 요금도 낮춰야 한다는 논리다.

우선 이러한 논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민영화(privatization)에 대한 도식적인 해석이다. 민간투자사업의 근거법인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보면 분명 민간투자사업은 “공공부문외의 자”가 시행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국민연금을 위시한 연기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등 주요공공부문은 민간투자사업 시장에서 주요하게 활동하는 플레이어들이다.

특히 국민연금은 전통적인 주식, 채권을 통한 수익창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인프라, 부동산 등 소위 대체투자 분야에서 큰 손 노릇을 해오고 있어, 유럽의 부동산 투자 전문지로부터 ‘최우수 기관투자가’ 상을 수상할 정도다. 또 한국전력과 같은 공공기관도 해외에서는 이른바 ‘독립적인 전력공급자(IPP; Independent Power Provider)’로 간주되어 해당 국가의 민간투자사업에 참여한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철도 사업과 같이 사업실적이 당초 예상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코레일이 인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국민연금과 같은 시장참여행위는 엄밀하게 보아 脫민영화라 보기 어려운 행위다. 즉 민영화라는 영역에서 좀 더 확장하여 인프라스트럭처가 공공부문도 참여하는 ‘시장화(marketization)’ 혹은 ‘상업화(commercialization)’ 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타당하다.

전후 국가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지던 공공서비스가 민영화, 나아가 시장화되고 상업화되는 과정은 알다시피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화 경향의 한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경향의 호불호를 떠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이 경향에 참여한 연기금이 공공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운영 중인 시설의 사용료를 공공요금 수준으로 내리라는 지적이 타당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민간투자사업 시장을 주식시장에 비유해보자면 초기의 사업시행자가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을 개시하는 행위는 주식시장의 발행시장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뒤에 주식이 회사의 건실한 운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어 투자자들이 매입하는 것은 유통시장이다. 국민연금은 이러한 유통시장에서 그들이 보기에 유망한 사업들을 매수한 것이다. 마치 맥쿼리가 그런 것처럼.

이들의 손에는 정부가 요금의 일정수준을 보장해주겠다는 실시협약이 있고, 은행에게 금리를 지불하겠다는 대출약정이 있고, 국민연금 수령자에게 얼마를 주겠다는 약정수익률이 있을 것이다. 액면으로는 “공공부문”이지만 이들에게는 지켜야할 약속이 있다. 특히 가장 중요하게 국민연금의 혜택을 의심하고 있는 연금수령 예정자들이 있다.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는 투자자들이다.

왜 민간투자사업의 사용료가 공공사업의 그것보다 높은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공공사업의 건설비용이 사용료 수준에 전가되는 경우가 적지만 민간투자사업은 비용이 사용료 수준에 그대로 전가되는 독립채산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그런 사업에 투자했으면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이전 사업시행자가 취하던 행동 패턴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다시 돌아가 예산정책처의 사업평가관의 의견대로 “한국도로공사 및 민간투자고속도로 사업시행자들이 모두 공공기관이라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동일하게 책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 국민연금의 고속도로의 건설비용도 도로공사의 그것처럼 별도의 예산으로 집행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 수익률의 조정을 통해서 방법을 모색한다면 그건 연금수령자들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역시 국민연금이 인수한 고속도로 케이스를 두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요약하자면, 이미 국민연금이 공공서비스의 시장화 경향에 참여한 상황에서, 해당 도로의 요금수준을 낮추는 것과 국민연금의 수익을 확보하는 것 중에 어느 상황이 공공성을 담보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바 있다. 이제 그 질문이 공론화되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