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워즈니악의 제안을 거절할 때

자신이 설계하는 새로운 컴퓨터가 애플 사의 자산이 된다는 데 동의한 이후에도 워즈는 그것을 자신이 몸담은 HP에 먼저 제공해야 한다고 느꼈다. [중략] 그래서 워즈는 1976년 봄에 HP의 직장 상사와 경영진에게 자신의 고안물을 보여주었다. HP의 경영진은 큰 인상을 받았지만 HP에서 상품으로 개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컴퓨터광이 취미 생활로 만들 법한 물건에 불과하고, 또 HP가 타깃으로 삼는 고품질 시장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워즈는 회상한다.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러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으로 애플에 합류할 수 있었어요.”[스티브 잡스, 윌터 아이작슨 저, 안진환 역, 민음사, 2011년, pp 116-117]

기업이 중요한 맥락에서 그릇된 의사 결정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순간이 있는데 HP에게는 바로 이 순간이 그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스티브 워즈니악이 HP에 근무하던 중 자신의 천재성으로 고안한 세계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를 일종의 도덕적 양심에 따라 – 심지어 직무발명도 아닌 것을 – 회사에 선보였는데 HP는 그것을 퇴짜 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제품의 권리는 스티브 잡스가 설립한 애플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다. 그 이후의 그 둘이 이루어낸 작업들은 역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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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s Vonhuben (ich selbst) – Self-photographed, Copyrighted free use,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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