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의 의사결정 과정에 관한 글

가나정부가 주산품인 코코넛을 운반하기 위해 1만6천톤급 다목적 화물선 4척을 구입하고 싶다고 요청해왔다. 借主는 블랙스타라인이라는 기선회사였다. 現代重工業이 체결한 계약서를 고문변호사인 金永茂, 申雄植 씨에게 보였더니 “계약의 절대요건조차 충족되지 못하고 있어 융자가 어렵겠다”는 견해였다. 그러나 외무부는 가나가 미수교국이므로 대 UN관계를 고려해서라도 융자해주어야만 공관설치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적극 협조를 요청해왔다. 북한은 대사관을 설치했다가 철수한 상태였다. [중략] 이 융자계약의 미비점을 보완키 위해 現代重工業 관계자들과 합동으로 차주와 교섭을 벌인 끝에 마침내 선박 수출융자가 이루어졌다. [부흥과 성장, 송인상 저, 21세기북스, 1994년, pp394~395]

한국수출입은행은 근거법인 한국수출입은행법이 1969년 7월 28일 제정·공포되었지만 정식으로 독립적인 은행이 된 것은 1976년이었다. 인용한 책의 작가 송인상 씨는 박정희 정부의 벨기에 대사로 재직하다가 재무부 장관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초대 수은행장으로 취임하였다. 은행이 발족할 당시 인원은 49명에 불과했고 전문성도 떨어져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인용한 구절에 등장하는 가나 화물선 계약은 초기에 취급했던 건이었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점은 바로 수출금융의 의사결정이 단순히 사업타당성이나 법률적 타당성에 의해서만 내려진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외교전이라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내려졌다는 점이다. “계약의 절대요건조차 충족되지 못한” 사업이었음에도 외무부의 요구에 따라 “미비점을 보완”하여 금융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수출금융의 또 다른 활용도를 알 수 있는 일화다. 어쨌든 원리금은 상환기간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꾸준히 상환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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