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권

주권 권력이란 (대부분) 국가에 독점되어 있다. 국가는 따라서 스스로가 발행한 채무 증서들, 예를 들어 통화 및 지급준비금을 그 사법권이 미치는 영역 내에서는 거의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 수가 있게 된다. 하지만 은행 및 여타 금융 기관들은 보통 자기들의 채무를 국가의 채무로 전환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우리는 은행의 당좌예금을 ‘요구불 예금 demand deposits’이라고 부른다. ‘요구하는’ 즉시 은행들이 자신들의 채무를 국가의 채무로 (즉 중앙은행권 – 옮긴이) 바꾸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균형재정론은 틀렸다, L. 랜덜 레이 지음, 홍기빈 옮김, 책담, 2017, p53]

읽는 이에 따라 조금은 헷갈릴 수도 있는 서술일 수도 있다. 이 짧은 글에서 담고 있는 요지는 이렇다. 중앙은행권은 – 또는 중앙은행권이 발행되기 이전에 각 은행에서 발행했던 은행권 – 그 발행 주체인 국가의 채무 증서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은행의 역할은 자신들의 채무를 – 예금 – 채권자(예금자)의 요구가 있을 시 국가의 채무(은행권)로 전환해주는 것이라는 서술이다. 요컨대 우리 국민들은 은행권(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한 국가에게 있어 채권자다. 은행권은 국채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발행한 채무 증서이고 우리는 그 채무 증서를 들고 있는 채권자다. 은행권과 국채 간의 차이라면 전자는 이자를 받지 못하고 후자는 받는다는 점이다. 예금으로 보유할 때는 은행의 채무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이자를 줬지만, 우리가 은행권으로 전환하는 순간 국가는 우리에게 이자를 지불하지 않는다. 조금은 억울하지 않은가?

2 thoughts on “중앙은행권

  1. dd

    중앙은행권이 국가의 채무증서라는 건 금이나 은이 화폐로 쓰이던 시절의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Fiat money 시대에는 돈 자체가 국가가 만든 fiction이고 완전히 성격이 다른 것 같습니다.현금에 대해서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 통화규모가 늘어나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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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icky Post author

      오히려 금이나 은으로 화폐를 발행하던 시절에는 실물로서의 가치가 있으니까 ‘채무 증서’의 성격이 약하다고 할 수 있죠. 실질 가치가 없는 종이 화폐가 등장하고 나서 보다 강하게 ‘채무 증서’의 성격이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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