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의 원인이 된 잘못된 외환정책에 관하여

한편 정부는 외환시장을 개방하면서 단기 해외차입은 자유화한 반면 장기 해외차입은 금액 제한 등을 규제했는데, 이는 장기차입을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단기차입금리는 장기차입금리보다 낮으므로 차환 roll-over 만 계속 할 수 있다면 돈을 단기로 빌리는 것이 유리하지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방향은 반대로 설정된 잘못된 조치였습니다. 국제금융시장의 사정이 어려워지면 단기차입금이 먼저 철수하기 마련입니다. [중략] 외환위기의 발단입니다.[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원화와 외화의 긴밀한 연결고리, 임경 지음, 생각비행, 2014, p382]

1997년 IMF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한 설명 중 일부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들이 장기차입을 제한하고 단기차입을 장려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지만 한국은행의 실무담당자인 저자의 경력으로 볼 때 틀린 사실을 기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자유화라 함은 1996년 12월 OECD가입을 압두고 이루어진 자본자유화 조치를 말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책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1993년 이후 단기상품 위주로 금리자유화를 추진했다고 한다. 지금도 기억에 선한 게 어느 날 갑자기 “세계화”를 해야 한다며 부산을 떨던 시기였다.

일부 학자는 자유화 조치가 사실 여타 국가에 비해 그 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외환위기의 원인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임경 씨는 위기를 제공하는 배경으로 취약성 vulnerability 와 기폭제 trigger 로 구분하며 자유화 조치에 면죄부를 발급하는 것은 취약성 측면에서의 책임을 면죄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실제로 단기차입을 장려하고 장기차입을 제한한, 오늘날의 기준으로 봐서는 해법이 전혀 반대되는 정책방향과 자유화 조치가 결합되었다는 정황으로 볼 때 더욱 그 책임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이 결과 우리나라는 1997년 6월말 현재 총외채 중 단기외채 비중이 67%에 달해 유사한 수준의 국가의 단기외채 비중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은행들은 단기로 빌린 이 외화를 장기로 굴리면서 상당한 금리차익을 시현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당시 외환보유액이 300억 달러쯤 되었다고도 하고 실제 가용외환보유액은 이보다 훨씬 적었다는 보도도 있는 와중에 이런 높은 비중은 외환위기의 기폭제 trigger 역할까지 한 것이다. 섣부른 개방, 잘못된 정책운용, 시장의 이윤추구가 결합되어 바닥으로 치닫고 있었던 1997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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