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2시간을 전차에서 허비하게 되면 가정생활에도 문제가”

나의 사견으로는 출퇴근 2시간을 전차에서 허비하게 되면 가정생활에도 문제가 생기는 등 좋지 않으며, 30분이 좋을 듯하다. (중략) 현재 경성시가지계획의 목표 인구는 110만이며, 인천은 20만이다. 여기에 이번에 결정한 구역(경인시가지계획구역) 목표 인구 약 100만, 경성 북부와 동부 방면에 신설할 주택도시에 목표 인구를 약 70만으로 하여, 합계 300만을 수용할 계획이다.[1939년 10월 21일 市街地計劃委員會速記錄 / 서울의 기원 경성의 탄생, 염복규 지음, 이데아, 2016년, p360에서 재인용]

일본이 우리를 강점하던 시절, 총독부의 제5회 시가지계획위원회에서 총독부 기사 야마오카 케이스케가 했던 발언의 일부다. 1919년 처음으로 『도시계획법』을 제정하여 “도시계획”이란 개념을 자기네 도시공간에 적용한 일본이 이 개념을 한국 땅에도 적용하였고, 상기 인용한 발언은 이러한 공간계획을 도시에서 더 확장하여 일종의 지역계획 내지는 광역계획의 개념으로 접근한 “경인시가지계획”의 사례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각각의 도시는 훨씬 많은 인구가 살고 있어 계획이 소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지만, 당시로서는 매일신보라는 신문에 “경인 메트로포리쓰 환상곡”이라는 제목의 2면에 걸친 특집기사를 낼만큼 오히려 약간은 무모한 광역도시권 계획에 가까웠다. 흥미로운 점은 인구와 함께 통근시간의 기준치를 제시한 것인데 이를 통해 공간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유용한 기준치일 것이다.


『매일신보』 “경인 메트로포리쓰 환상곡”

야마오카는 “출퇴근 2시간을 전차에서 허비하게 되면 가정생활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단언하였다. 현대인의 눈으로 보아도 이는 타당한 발언이다. 그때보다 노동시간은 어느 정도 줄었을 것이라 가정한다해도 출퇴근에 2시간을 허비하게 되면 소위 “저녁 있는 삶”을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경인 메트로폴리스에서는 이것이 현실이다. 서울의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은 134.7분으로 2시간이 넘는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이 약 100분(1시간 40분)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의 경우에는 2시간이 넘었다. 17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남녀 직장인 82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하루 출퇴근 소요시간이 평균 101.1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출근 시간은 48.1분, 퇴근 시간은 53분으로 나타났다. 서울 거주 직장인의 경우 이 시간이 134.7분으로 가장 길었다. 이어 기타 지역 118.8분, 경기도 거주 직장인 113.4분 순이었다.[직장인 평균 출퇴근 시간 101분… 서울은 2시간 넘어, 2017년 7월 17일, 조선일보]

이런 시간낭비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교통 인프라스트럭처의 확충이다. 현재 GTX 등 여러 교통계획이 입안되어 있기는 하지만, 재정문제 등 여러 사유로 인하여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좀 더 장기적인 프로세스로는 위성도시가 아우르는 광역도시권이랄지 용도지역을 분할하여 교통을 유발시키는 조닝(zoning)과 같은 계획기법에 대한 반성으로 직주근접 내지는 복합개발을 늘려나가는 방식이 있다.

공간계획이 아닌 대안으로는 노동시간 단축이나 재택근무와 같은 노동을 재배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대안은 노자 간의 협약이나 노동시간 단축 법안 제정 등의 방법이 있으나 장기적인 효과로 귀결될 것이기에 결국 정부 차원에서는 공간계획의 방법으로 푸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문제는 새 정부는 인프라 예산을 대폭 축소했다는 점이다. 인프라가 “건설족”의 먹거리이기도 하지만, 복지이기도 하다는 사실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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