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영화장면들

영화에서 보면 누구나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멋진 반전(反轉)때문 일수도 있고, 여배우가 아름다워서 일수도 있고, 어떤 배우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해서 일수도 있고, 그 장면이 너무 웃겨서일 수도 있다. 심심해서 그런 장면을 회상해본다. (WARNING : 스포일러 만땅)

크라잉게임

닐조단 감독의 작품이다. 제이데이비슨이라는 미모의 배우가 출연한다. 스토리는 거의 까먹었으나 역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제이데이비슨의 성기(性器) 노출 장면. 영화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너무나 중요한 장면이라 냉엄한 우리나라의 검열당국마저 허락해주었다는 그 장면이다. 그 대신 노출시간을 줄였다나?

LA컨피덴셜

제임스엘로이의 원작을 커티스핸슨이 영화화했다. 특이하게 이 영화는 반전이 끝 부분이 아닌 중간에 일어난다. 케빈스페이시가 배역을 맡은 잭 형사의 죽음, 그리고 내뱉는 한마디. “롤로토마시” 그 놀라운 반전에 난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레오나르도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올리비아핫세가 출연한 1968년 작품. 단체관람을 통해 일탈의 대리만족을 느꼈던 어린 시절.(지금 생각해보면 희한한 의식이었다) 이 영화에서 올리비아핫세가 문을 박차고 밝은 표정으로 나타나는 그 장면. 사춘기 소년들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혹성탈출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도 끔찍한데 원숭이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니! 인간들은 예쁜 누님마저 뇌수술을 당해서 백치가 되어버린 끔찍한 세상이었다. 우리의 찰턴헤스턴은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떠나지만 이내 마주친 파괴된 동상 하나. 레닌의 동상도 스탈린의 동상도 아닌 바로 자유의 여신상!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 나 역시 사무치는 공포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OTL의 원조.

대탈주(The Great Escape)

스티브맥퀸을 비롯하여 그 당시 바닥에 침깨나 뱉고 다니던 배우들이 총출연하여 만든 탈출영화의 걸작. 온갖 고생 끝에 모두들 탈출에 성공하는 듯 하였으나 하나둘씩 다시 독일군에게 잡히고…. 우리의 스티브맥퀸은 오토바이 한 대에 의지하여 철조망으로 나눠져 있는 국경을 넘으려 한다. 그런데 결국 넘지 못하는 그 장면. 어린 가슴은 나찌를 향한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라운드훅데이

겨울철에 보면 금상첨화인 빌머레이의 코미디. 단 하루가 계속하여 반복한다는 기가 막힌 설정에 그렇지 않아도 지루한 빌머레이의 얼굴이 더 지루해진다. 하지만 점점 그 반복되는 일상에 적응하게 된 주인공이 피아노를 배워서 나중에 술집에서 공연을 하는 그 장면. 빌머레이의 멋진 연주솜씨도 놀랍지만 정말 그 자리에 잊고 싶어질 정도로 훈훈한 분위기도 인상적인 장면이다.

The Commitments

혼란스러운 도시 더블린에서 노동계급의 젊은이들이 쏘울밴드를 조직한다는 음악영화. 알란파커가 무명배우들을 모아서 걸작으로 승화시켰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밴드를 조직하기 위해 주인공 지미가 신청자들의 오디션을 보는 장면. 지원자 중 한명이 “I was looking for a job, and then i found a job. And heaven knows i’m miserable now”라는 가사의 The Smiths의 곡을 부르자 지미의 한마디. “그래 니 맘 이해한다.”

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Sex, But Were Afraid to Ask

우디알렌이 감독한 이 긴 제목의 영화는 섹스를 소재로 한 여러 편의 단막극을 묶은 옴니버스.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의사로 나온 진와일더의 당황해하는 장면. 치과의사인 그에게 난데없이 양을 안은 농부가 찾아와 양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카메라는 어찌할 바를 몰라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진와일더의 표정을 꽤나 길게 잡는다. 마치 웃길 때까지 보여준다 하는 투로. 어쨌든 같이 보던 친구들과 나는 배꼽 빠지라고 웃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

13 thoughts on “잊혀지지 않는 영화장면들

  1. Odlinuf

    엄청난 댓글들이 있을 줄 알고 와보니 무플이라.. 🙂
    제 기억에 특히 남는 영화는 ‘시네마 천국’인데, 10번 정도 봤습니다.
    그때마다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는 장면은 알프레도가 토토를 위해 만든 필름을 토토가 직원에게 영사기에 걸라고 ‘명령’한 뒤 혼자 감상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인데 제가 마치 토토가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하더군요. 쓰고나니 오랜만에 한 번 더 보고 싶은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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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이 글을 무플지옥에서 구해주셨군요! 할렐루야~
      시네마천국의 그 장면 역시 잊혀지지 않는 장면 중 하나죠. 그런데 워낙에 유명한 장면이라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시네마천국은 명장면의 연속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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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재준

    블레이드러너에서 마지막 안드로이드로 분한 룻거 하우어의 최후가 생각나는군요. 비를 맞으며 고개를 떨구던…정말 평생 잊지못할 장면 중의 하나입니다.
    몇 년 후…노킹온헤븐스도어라는 영화에서 뚱뚱이 아저씨가 되어 나타났을 때..그 영화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분노가 치솟았다는…?응??

    삘 받아 몇 자 적고 트랙백으로 슬쩍 걸어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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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아~ 그 장면 정말 가슴이 메어지죠. 내 빰을 타고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안타까운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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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rince

    크라잉 게임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보려고 하는 영화중 하나랍니다. 워낙 어려서 봤던 영화이고 그때는 이해하기 힘든 영화였지요. 그때 선생님께서 나중에 나이 먹어서 다시 한번 보면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몰라…라고 이야기 하셨던게 기억납니다. ^^

    foog님…

    인사가 많이 늦었지만 즐거운 성탄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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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도 꼭 다시 보고 싶습니다. 줄거리가 하나도 생각이 안나서.. ^^; 하여튼 느낌은 좋았던 영화입니다. 선생님이 센스가 있으셨네요.

      rince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아내분의 모습과 애정을 보면 이미 받을 복은 다 받으신 것 같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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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갈리폴리의 마지막 장면도 인상깊어요.

    알비노니 아다지오가 흐르다가 돌격앞으로~

    금발청년이 달리다가 총에 맞는 순간 화면이 정지되고

    다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어릴때 그 장면에서 한대 맞은냥 멍하게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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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사춘기시절에 가슴설레였던 장면도 있었네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에서 제니퍼코넬리가 창고안에서
    발레를 하다 주인공 누들스가 훔쳐보고 있는 구멍을 향해 미소를 지을때…
    보던 제가 가슴설레였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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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Pingback: j4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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