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무지막지하게 인하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나는 글이 하나 있었다. 별다른 글은 아니고 2005년 소위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 종합선물세트라 불리던 831대책이 발표된 직후, 내가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던 글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표현으로 좌충우돌하고 있는 그 글에서 2005년의 나는 부동산 연착륙의 수단으로 금리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가정일뿐이지만 그때 적절한 시점에 금리를 조정하는 등 금융정책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풀었더라면, 지금 이런 어처구니없는 시장에로의 투항이 아닌 좀 더 바람직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참고삼아 여기 올려둔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박승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가 9월 콜금리 목표를 3.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모든 부문에서 현저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당초 예측대로 4.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경기가 기대대로 회복된다면 내달 (콜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날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게 된 배경은 831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들었다. 따라서 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다 하더라도 내년까지 현저한 경기 확장적 저금리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내년 초까지 2~3번 정도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투자증권의 전문가는 현재의 금리가 “지나친 저금리” 이기 때문에 향후 금리인상은 “적정금리로의 회귀”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하면서 금리가 ‘적정’ 금리로 회귀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여전히 경기 부양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시장에서 금리인상이 경기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보는 근거를 살펴보자. 일단 IMF 이후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기업들이 신규 설비투자를 꺼리며 현금성 자산규모는 사상최대로 높아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금리인상으로 낮아진 채권가격으로 인해 증시로 돈이 몰릴 개연성이 크고 이는 오히려 기업의 자금조달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가계대출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으나 가계대출의 상당부분이 부동산 관련 대출임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금리조절을 통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함을 이미 지난번에 언급하였다. 그러나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기업의 가처분 소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등 사회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짐에 따른 부담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가처분 소득의 불균형은 금리 때문이라기보다는 분배정책에 있음에 다른 해법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으나(사실 경제란 것이 무 자르듯이 그 원인과 효과가 선명하게 드러날 수 없기 때문에) 금리인상이 경기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은 일단 다소 과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번 언급하였듯이 미국과 남한 사이의 금리 역전 현상이 가져올 외화유출 가능성을 감안한다면 경기안정을 위해서는 현재의 지나친 저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오늘자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박승 총재가 현실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통계지표를 들어가며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경제지표인 소비자기대지수를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주류언론의 비난은 어찌 보면 아직도 자본가 계급에서는 향후 효과가 어떻던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향유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그러하다면 소비자기대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과연 금리와 깊은 상관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이는 결국 앞서 이야기했던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저하되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가처분 소득의 저하는 금리보다는 오히려 부동산 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큰 우리나라의 실정,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 기업이윤의 불공평한 분배, 사회양극화 등이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오히려 소비자기대지수의 상승을 위해서는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부동산의 거품을 빼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부동산 거품의 원인으로 여러 원인이 지적되지만 그 근본은 현금의 과잉유동성에 있다. 현재 부동산 쪽으로 몰려있는 시중 유동자금은 약 430조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그 과잉유동성은 가계대출과 무관하지 않은데 삼성경제연구소의 <가계부채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는 금리하락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 곧바로 가계대출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소득대비 대출비율은 131% 로 영국, 일본과 함께 세계적으로도 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에 가계의 금융자산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 – 우리나라는 비금융자산 비율이 전체 자산의 80% 수준 – 부동산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충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한줌도 안 되는 자산가들이 시중은행의 저금리를 노려 거칠 것 없이 부동산을 매입하여 장난질을 치고 있고, 그러한 금융버블 및 부동산버블이 꺼지는 순간 그 충격파는 예측을 불허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서민들은 이러한 투전판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해답은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투전판에서 딴 돈의 세금을 높이는 것의 선행요소로 투전판에 돈이 유입되지 못하도록 빌려주는 돈의 금리를 높이고 그 한도를 줄이는 것이 해법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1주택 소유자가 빌린 돈의 이자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1채를 사기 위해 5천만 원을 빌린 이와 10채를 사기 위해 5억 원을 빌린 이의 금리인상에 따른 체감지수는 다를 수밖에 없다. 10채를 사서 돈놀이를 하는 이의 심적 부담이 더욱 큰 것이다. 거기에다 가구당 대출한도 및 대출회수의 제한은 더욱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결국 남한의 땅과 주택을 둘러싼 투전판의 패거리들은 부동산 투기꾼, 판돈을 대준 은행 – 외국계 은행의 증가도 한몫 하는데 이들은 가계대출이외에는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듯 하다 – , 그리고 이런 투전판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해준 정책당국 들을 꼽을 수 있다. 투기꾼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은행과 정책당국은 사정의 심각성을 알고 있을 텐데 은행은 단기수익성에 매달려, 정책당국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공포심리 때문에 이를 드러내놓고 해결하려 하는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서민에게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도 고통이지만 급격한 폭락도 고통이다. 단기간의 급격한 부동산 하락은 자산의 절대감소를 불러오고 더욱 심각한 소비심리 위축을 가져온다. 그 뿐 아니라 대출금 상환에 큰 부담을 가져와 주택을 손절매하는 악순환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큰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명백히 위기상황이다. 자본주의 금융시장의 무정부성이 불러온 결과이다. 정부와 은행은 버블붕괴에 따른 경착륙을 방지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부동산의 연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그것은 분명 세금정책에 우선하여 과잉유동성을 해소하는 것이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