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야 하나 묶어야 하나

2003년 ‘카드 사태’가 터지면서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인 2.8%까지 곤두박질쳤다. 한국은행은 4.25%였던 기준금리를 3.75%까지 내렸다. 2004년 경기는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한은은 기준금리를 당시까지의 최저 수준인 3.25%까지 추가 인하했다. ‘더블딥 우려’ ‘일본식 장기불황 도래’ 등 비관적인 경제전망이 국내 금융시장과 언론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2005년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고 부동산시장이 들썩였는데도 한은은 그해 9월까지 11개월 동안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꽁꽁 묶은 ‘금리2%’…5년전 ‘자산거품’ 전철 밟나]

이 당시 내가 끼적거린 글들을 뒤져봤더니 이렇게 쓰고 있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박승 총재는 8일 금융통화위원회가 9월 콜금리  목표를 3.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경기가 모든 부문에서 현저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당초 예측대로 4.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경기가 기대대로 회복된다면 내달 (콜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날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게 된 배경은 831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들었다. 따라서 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다 하더라도 내년까지 현저한 경기 확장적 저금리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의 경제부처가 경제성장을 중심정책으로 하고 있다면 한국은행의 정책목표는 경제 안정화 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른 말로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한 본래의 목표에 비추어보자면 박승 당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그 결과도 바람직하지 않았다. 831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였고, 결과론적으로 이는 정부의 정책실패 라는 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현 정부는 이전 정부에 비해 더욱 – 게다가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 저금리 기조를 통한 경제팽창에 몰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한때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가며 – 심지어 갈등양상까지 전개하면서 –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하는 등의 유무형의 압력이 계속되자 결국 자신의 임기 안에 금리를 정상화시키려는 의지를 접고 말았다.

한편 외국계 은행 등 경제전문가들은 한국이 금리를 인상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샤론 램(Sharon Lam) 모간스탠리리서치 이 코노미스트는 10일 서울 여의도동 CCMM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을 빠른 시일내에 결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행은 출구전략이나 더블딥(경기상승 후 재하강) 등의 우려로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코노미스트 입장에서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상승하고 있는 등 경제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반면 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얘기다.[“한국은행, 금리인상 반드시 해야”-모간스탠리]

그는 금리인상이 기업의 수출이나 은행의 예금수익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입장은 현재 더 걱정해야 할 것은 디플레이션 리스크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금통위에 참석했던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는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디플레이션(경기불황으로 물가 하락)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고 어느 리스크가 큰지는 그때그때 판단해야 한다”며 “저조한 고용률 등 적어도 지금은 후자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 차관은 “우리뿐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가 모두 그렇게 판단하고 있고, 그래서 미국도 금리를 못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꽁꽁 묶은 ‘금리2%’…5년전 ‘자산거품’ 전철 밟나]

적어도 현재 상황이 정부 관료로부터 “저조한 고용률”을 현재의 저금리 기조로 땜질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솔직한(?) 발언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럼에도 그간 시중금리에 대한 행정지도(?), 정부관료의 금통위 참석 등 개발주의식의 관치금융의 칼을 빼들어 억지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 모습은 보기 좋은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그것이 한국은행이라는 견제기구를 눌러 앉혀서까지 연출되고 있어 더욱 문제다.

현 시점이 금리인상 시기나 유지시기냐 하는 문제는 어찌 보면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며 누구 말이 옳고 그르다 할수 없을 수도 있다. 또한 경기확장기에 금리인상의 시기를 놓쳐 우왕좌왕했던 2005년의 상황과는 매크로 환경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언젠가는 올려야 한다. 금리조정의 결정은 인하론과 인상론의 건전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한쪽 날개로만 날고 있을 뿐이다. 저공비행으로 말이다.

5 thoughts on “금리, 올려야 하나 묶어야 하나

  1. 박계성

    올리자니 뇌관이 터지겠고, 그냥 두자니 거품 더 커질 것 같고… 살짝살짝 올리면서 대한민국 경제를 살살 떠보는 것도…. 너무 위험한 게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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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눈팅하는사람인데요

    인용에 쓰시는 이탤릭체 글꼴이 너무 보기 힘들어요. 죄송하지만 이탤릭체를 안쓰시면 안될까요.

    눈팅하는 입장에서 이런 말씀 드리는 게 결례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들 너무 잘보고 있습니다. 다만 업무시간에 직장상사 몰래 봐야할 때가 많아서, 빨리 읽고 싶은 조급증 때문에 결례를 무릎쓰고 말씀드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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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지적 잘 해주셨습니다. 저도 별로 보기 안 좋아 고친다 하면서 여태 밍기적거리고 있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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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og

      참고로 블로그에 직접 방문하여 읽는 것이 눈치보이면 한RSS나 구글리더로 구독해서 읽으시면 왠지 딴짓하지 않는 것 같고 더 편하실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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