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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의 보도 자료까지도 멋대로 각색하는 한국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이 ‘대기업 40% “불황·규제 탓…채용 줄이겠다”’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상위 600대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2013년 신규 채용 계획에 대해 5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조사한 결과를 보도 자료로 내놓았는데, 해당 기사는 이를 토대로 작성한 기사다.

기사를 보면 응답 기업 157개 중 39.5%인 62개 기업이 작년보다 신규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따라서 달리 보면 응답 기업 중 60.5%인 95개 기업은 작년보다 신규채용을 늘리거나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기사는 톤을 바꿔 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을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채용을 늘리겠다는 응답보다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아 그 정도는 수긍할 수 있는 톤이다. 문제는 채용규모 축소 이유에 대한 분석이다. 전경련의 자료는 해당업종 경기악화, 국내외 경기악화, 기타, 회사 내부사정 순으로 그 이유를 적시했다. 하지만 한경은 여기에 하나를 추가했다.

바로 ‘규제’였다. 전경련의 ‘신규채용을 줄이려는 이유’ 항목에 ‘규제 때문에’라는 답은 어디에도 – ‘기타’에 해당할지 몰라도 –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도 한경은 기사에 난데없이 “불황보다 더 큰 문제”라며 규제를 탓하고 있다. 애초 규제를 언급하지 않은 전경련까지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전경련도 기업이 채용을 줄이려는 이유를 ‘불황’과 ‘규제’에서 찾았다. [중략] 불황보다 더 큰 문제는 ‘규제’다. 유통 등 상당수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규제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제히 고용을 줄이는 추세다. [중략] 각종 경제민주화 규제가 양산되는 흐름을 감안하면 앞으로 기업의 신규 채용은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높다. [대기업 40% “불황·규제 탓…채용 줄이겠다”]

그들이 예로 드는 대표적 규제는 ‘중소기업 보호업종 지정’, ‘정년 연장’, ‘기업 내부거래 규제’와 같은 이른바 “경제민주화 관련 규제”다. 요컨대 ‘대기업이 신규채용을 줄이려는 주된 이유가 불황’이라는 취지의 설문조사가 한경에 의해 “경제민주화가 불황보다 더 큰 문제”라고 각색된 셈이다.

애초 현 정부의 공약도 “경제민주화”라기보다는 경제구조 정상화 정도에 그치는 미세조정 성격의 공약이었고 그나마도 어느새 “창조경제”라는 정체불명의 구호에 가려 퇴색해가고 있다. 그런 슬로건을 한경은 친자본단체의 설문조사 내용과도 다른 식으로 각색해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규제에 대한 미국인의 여론분열, 그 피해자는 누구일까?

2008년 신용위기에 대한 공포감은 전 세계 모든 이들이 공유하였겠지만 특히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미국인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공포였을 것이다. 그들이 산 집은 속절없이 가격이 폭락하였고, 심지어는 살던 집을 버리고 야반도주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던 시절이다. 주요한 투자은행들이 그 본래의 모습을 버리거나 망했고, 미국의 자존심이었던 대형 자동차회사들도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하는 시절이었다.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말이 많았지만 정부의 주택소유 장려정책, 금융의 증권화/유동화, 그림자금융의 성장, 시장의 탐욕 등이 원인으로 뽑혔고 이 모든 것들이 더 큰 폭발력을 가지게 했던 요인으로 무절제한 규제완화가 거론되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 폴 볼커 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전면적인 제도강화를 주도하였고, “글래스-스티걸法의 부활”이라는 평을 받기도 하는 도드-프랭크法이 제정되기도 했다.

제도의 강화라기보다는 무지막지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가까스로 폭락세를 반전시킨 현 상황에서 미국인들은 과연 지난 십년 동안의 ‘정부의 규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통상적인 예상을 벗어나 있다. 2007년 중반까지도 정부규제가 ‘너무 많다’가 36%, ‘너무 적다’가 28%였던 상황이, 2012년에는 ‘너무 많다’가 47%, ‘너무 적다’가 26%로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출처 : 갤럽 홈페이지
 

추세적으로 볼 때에도 신용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부터 정부규제가 너무 많다고 여긴 미국인들의 비중은 크게 증가하였다. 2011년에는 그 비중이 50%에 달할 정도였다. 결국 이 수치로만 본다면 규제를 통하여 경제를 정상화시키려는 정부의 행동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행동임에 분명할 것이다. 그 이유를 짐작해보면 “독립적인” 기질이 강한 미국인들로서는 정부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리라.

그런데 특히 이 수치들을 설문자의 당적으로 구분하여 비교해보면 보다 극적인 모습이 펼쳐진다. 2006년에 정부 규제가 너무 많다고 여긴 미국인들의 당적은 공화당이 40%, 민주당이 36%였다. 2012년 이 수치는 77%와 25%로 벌어진다. 다시 말해 오바마가 집권한 이후 공화당원들은 정부의 규제, 정확하게는 ‘민주당에 의한’ 정부의 규제가 싫어진 것이고, 민주당원들은 정부의 규제를 지지하는 쪽으로 경도된 것이다.


출처 : 갤럽 홈페이지
 

이러한 여론분열의 최대수혜자는 아마도 맹목적으로 “규제완화”를 부르짖는 현실성 없는 보수주의자 밋롬니일 것이다. 빈곤층에 대해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낸 롬니의 비디오가 공개되는 등 수많은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지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 데에는 이렇게 오바마의 집권기간 동안에 쌓인 공화당원들의 반감이 고착화되어온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규제가 옳건 그르건 관계없다. 민주당의 규제니까.

그렇다면 오바마는 과연 공화당원들이 “사회주의자”라고 부를 만큼의 급진적인 규제를 시도했고, 그에 따라 위기를 초래한 거대자본들이 충분히 벌을 받았을까? 비록 탈규제 시대를 종식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美금융업 종사자들은 도드-프랭크法이 그리 위협적인 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고, 대형은행들은 전성기의 이익을 회복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자본에게 더없이 좋은 사회주의자랄까?

오히려 월街는 쓸데없는 이념적 선동을 외치고 있는 롬니가 짜증날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누가 집권하더라도 큰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이념적 순수성을 강조하는 롬니도 만약 집권한다면 금새 말을 바꿀 것이다. 큰 틀에서의 오바마의 정책기조는 오히려 부시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문제는 이데올로기적으로 분열된 여론이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경제적으로 큰 수혜를 받지 못할 99%의 어리석은 이념적 분열.

전투적인 설문조사

전경련이 “일반 국민 8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노동운동에 대한 인식 조사”의 일부다. ‘노동운동 방식’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상당수는 ‘전투적’이라 생각한다고 조사되었다. 그러면 그 반대의견은 무엇이어야 할까? ‘비(非)전투적’이라는 의견일 것이다. 하지만 전경련의 항목을 보면 그 대비되는 항목을 ‘합리적’으로 설정해놓았다. 요컨대 전경련은 ‘전투적’의 반대말을 ‘합리적’으로 설정하여 설문을 왜곡하고 있다. 응답자중 노동운동이 ‘전투적이지만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갈 곳을 잃는다.

설문조사

세월 빠르네요. 내일이면 어느새 블로그 운영 2주년이로군요. 뭐 생일상도 잘 안 챙겨먹는 마당에 특별히 부산을 떨고 싶지는 않고 작년 이맘때 했던 설문조사나 다시 해볼까요? 그간 여기를 찾아주시는 여러분들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궁금하고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