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제도에 관한 칼 맑스의 서술

그러나 결코 잊어선 안 될 점은, 첫째 귀금속형태의 화폐가 여전히 토대이고 이 토대로부터 신용제도는 본질적으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신용제도는 사회적 생산수단의 사적 개인에 의한 독점적 소유(자본과 토지소유의 형태로)를 전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신용제도 그것은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내재적 형태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 생산양식을 그 가능한 최고·최후의 형태로 발달시키는 추진력이라는 점이다. [중략] 은행제도는 자본의 분배를 사적 자본가와 고리대금업자의 수중으로부터 빼앗아 하나의 특수한 업무, 사회적 기능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렇기 때문에 은행과 신용은 또한 자본주의적 생산을 그 자신의 한계 이상으로 추진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되며 공황과 사기의 가장 유효한 매개물의 하나로 된다. [칼 맑스, 자본론 제III권(下), 1992년, 비봉출판사, pp 746~748]

신용제도에 대한 맑스의 혜안을 살펴볼 수 있는 문장이라 인용했다. 신용제도라는 것은 맑스도 자본론에서 말하다시피 금세공업자, 고리대금업자의 약탈적 금융을 자본주의 체제에 맞게, 즉 “이자 낳는 자본”을 산업자본에 종속시키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네덜란드의 발달한 금융제도를 도입하고자 했던 영국의 표준적인 개인은행업의 시조인 조시아 차일드(Josiah Child)는 고리대금업자의 독점을 맹렬히 비난하며 고리대로부터 상업, 산업, 국가를 해방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영란은행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 신용제도는 귀금속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신용제도가 탄생한 이후 각국이 금본위제 등 귀금속 연계 신용제도를 유지함으로써 금융견실주의에 충실하고자한 것을 보면, 경제 지배층도 신용제도가 “본질적으로” 귀금속 형태의 화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귀금속에 대한 믿음은 현대 자본주의에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아래 금값의 변동을 보면 경제주체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수단으로 금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알 수 있다. 이번 美대선에서 롬니는 금본위제 복귀를 고려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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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의 두 번째 강조점은 신용제도의 탄생의 기원에서 궁극적인 방향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다. 생산수단을 개인이 소유하고 있기에 그 자본 역시 개인이 소유하고 있었다. 이렇듯 발달된 생산력 체제가 사적인 독점적 소유를 기반으로 움직이기에 자본이 필요한 누군가는 다른 이에게 돈을 빌려야 하고, 이는 신용제도의 발달을 수반하게 된 것이다. 즉 자본주의의 발달이 가속화되기 위해 신용제도는 꼭 필요했고, 결국 그 신용제도는 생산양식의 최후의 형태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 된다. 맑스의 “모순의 변증법”의 좋은 사례라 할 만하다.

하지만 자유방임주의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국가라 할지라도 “자본의 분배”를 마냥 사적 자본가의 손에 맡겨놓지는 않는다. 바로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기능” 때문이다.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는 필히 중앙은행 등을 통해 신용을 통제하였다. 시장자유주의의 본산 미국조차 민간과 관이 결합된 형태의 Fed라는 나름의 독특한 제도를 통해 “자본의 분배” 기능을 통제하였다. 문제는 맑스가 예언한 것처럼 그 자본과 신용 또한 사적자본, 최근 들어 투자은행이 독점하고 그 생산을 한계이상으로 몰아붙이면서 공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짧은 문장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곤란하겠지만 19세기 후반에 쓰인 이 책이 이 정도의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것은 감탄할만한 재능이다. 가장 발달한 자본주의 국가인 영국에 살았고, 공산주의자이면서도 자본가였던 삶을 살았던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평생의 동지로 있었기에 가능한 서술이라는 특수성도 있지만, – 사실 제III권은 맑스의 원고를 엥겔스가 정리해서 쓴 것이고 – 위와 같은 송곳 같은 문장을 보면, 우리 후대들이, 심지어 맑시스트를 자처하는 자들조차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Gold
Always believe in your soul
You’ve got the power to know
You’re indestructible
Always believe in, because you are
Gold
[Spandau Ballet 의 히트곡 Gold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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