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투쟁으로 진화하고 있는 헐리웃 파업

인터넷 배포에는 땡전 한 푼 못 준다

지난번 글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이번 WGA 작가들의 파업의 핵심이슈는 ‘재방송료(residual)’을 둘러싼 갈등이다. 현재 작가들이 받고 있는 재방송료는 판매되는 DVD의 1달러당 0.03달러 내지는 0.036달러이다. 이 가격공식은 1985년에 만들어져 여태껏 유지되어 왔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을 둘러싼 갈등도 주요이슈 중 하나이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활기찬 곳은 바로 인터넷과 여타 통신수단들이다. 현재 이들 매체를 통한 영화나 쇼의 배포 시에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한 푼도 없는데 그것은 AMPTP(the Alliance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s :영화와 TV제작자 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 배포가 얼마나 이익이 날지 예측할 수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에게 보상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온라인 비디오는 아직 초기단계에 있다 할지라도 가장 유망한 산업분야 중 하나이다. 새로 런칭된 Hulu 의 경우 24나 심슨스같은 영화 등을 제공할 예정인데 오프라인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만든 가장 야심찬 온라인 사업 중 하나이다. 또 지난 주에는 헐리웃에 있는 르네상스 호텔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기술분야의 거물들이 비밀회합을 가졌는데 이날 모임의 주제는 바로 ‘인터넷에서의 비디오로 돈 벌기’ 였다고 한다.

정치투쟁으로 진화하는 파업

처음에는 경제적인 이슈였으나 작가들의 입장은 점점 정치적인 이슈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주요하게는 AMPTP의 고압적인 자세에서 비롯된 적대감에서 발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WGA의 한 조합원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광부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히 아닙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를 이용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We’re certainly not claiming we’re coal miners. But at the same time, we don’t want to be taken advantage of.)”라고 말하였다. 일종의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생각인 것 같다. “Rules of Engagement”의 작가 Sivert Glarum은 LA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파업은 중산층 대 CEO의 대결입니다.(It’s the middle class versus the CEOs)”라고 이야기했다.

한편으로 이들의 파업에 적대적인 사주(社主)와 언론에 대해 분노를 터트리기도 했다.  UnitedHollywood.com의 한 기고가는 일년에 5천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CEO가 한 조합원에게 말하기를 AMPTP의 목표는 “너희들의 조합원 자격을 까부수고, 너희들의 (요구를) 최저기본계약 수준까지 잘라내고, WGA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을 때까지 건강보험과 연금을 자근자근 씹어없애는 것이다(to winnow down your membership, to snip away at your MBA [Minimum Basic Agreement], to chew away at your health & pension plans until there’s just nothing left of the WGA)”라고 했다고 기고했다.

또 다른 기고가는 “최근 WGA 조합원의 평균 연봉이 20만 달러라는 언론의 부정적이고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There has been a lot of negative and false information fed to the press lately about how the average WGA member makes over 200K per year)”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노동귀족 운운하며 노동조합을 박살내는 스타일은 한국 언론이나 미국 언론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파업분쇄자와 지지자들

당사자인 기업들의 파업분쇄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들은 비조합원들이나 또는 파업중인 조합원들에게 끊임없이 회유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반노조 기업으로 유명한 디즈니가 소유한 ABC는 조합원들에게 일체의 벌금 없이 작업에 복귀할 수 있다는 메모를 보냈다. 이 메모에 관하여 언론의 질문을 받은 ABC의 대변인은 조합원들이 파업 중에 계속 일을 할 수 있는지 묻는 조합원들이 하도 많아서 이에 정보를 제공해준 것일 뿐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한 작가는 이에 대해 ABC와 디즈니가 우리에게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즐거워(?!) 했다고 한다.

한편 헐리웃의 몇몇 인기 방송인들이 이번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토크쇼 호스트인 Jon Stewart와 David Letterman 등은 그들의 쇼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데도 불구하고 작가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많은 헐리웃 제작자들도 그들을 지지하고 있는데 그들 자신이 부분적으로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꿈의 공장’에서 ‘현실자각의 공장’으로

전 세계 연예산업의 메카인 미국, 그리고 꿈의 도시 헐리웃이 지금 정치적 갈등으로 분열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헐리웃은 미국이라는 세계 최고의 물질문명의 아름다운 판타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며 여타 국가들의 문화적 종속을 심화시켜왔다. 그리고 작가들 또한 이러한 먹이사슬에 일조하였음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Rules of Engagement” 역시 사실 이슬람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영화였던 것이다.

그러한 이들이 이제 자신들의 처지가 수천만 불을 버는 제작자들의 처지와 같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고 또한 정치적 입장 역시 그들과 다름을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 이번 파업은 어느 CEO의 말대로 철저히 분쇄될 수도 있고 작가들의 부분적인 승리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쩌면 헐리웃 작가들의 정치의식은 어쨌거나 조금은 발전해 있을 것이고, 헐리웃에서 생산되는 영상물이 조금이나마 더 ‘정치적으로 올바른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볼만한 사건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 thoughts on “정치투쟁으로 진화하고 있는 헐리웃 파업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