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코카콜라

멜로 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린 프랑스 영화 ‘남과 여’(1966년)를 보면 주인공들이 그들의 자녀와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과 여는 각각 와인을 즐기는 와중에 남자주인공 장은 아들 앙뚜완에게 어떤 음료수를 각각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로 뭐라고 하는지를 묻고는 아이들을 위해 그 음료수를 주문해준다. 그 음료수는 바로 코카콜라. 1966년의 작품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그 당시면 이미 프랑스에 가장 미국적인 음료 코카콜라가 대중적인 기호식품으로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음을 알려주는 장면이랄 수 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음”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코카콜라의 프랑스 입성이 ‘남과 여’의 정적인 전개만큼 평화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먹을거리에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에게 있어 코카콜라는 처음에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타락한 음료였다. 1950년대 전후 미국 대중문화의 유럽으로의 유입시기에 발맞춰 진입을 시도한 코카콜라는 프랑스의 좌우를 넘어선 연합전선의 십자포화를 맞아야 했다. 와인 등 전통음료산업의 위기감, 자본주의 세계화에 대한 거부, 특히 미국식 대중문화의 거부감 등 온갖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되어 있었다.

‘나는 민주주의라는 게 뭔지, 또는 공화제의 진정한 의미가 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중국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눌 때면 우리가 미국이라는 처녀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점에 대해 모두가 의견을 같이 하곤 했다. 우리에게 그 처녀란 미국이었고 민주주의였으며, 코카콜라, 햄버거, 청결한 잠자리, 혹은 미국의 생활방식이었다.’[코카콜라의 신화, 프레드릭 앨런 지음, 현준만 옮김, 열린세상, 1996년, p63]

<신은 나의 동반자>라는 책에서 콜로넬 로버트 L. 소코트가 적은 글을 재인용한 글이다.  코카콜라를 생산하는 이들이 한때 그들의 슬로건을 The United Taste of America로 진지하게 생각한 것만큼이나 코카콜라를 소비하는 이들도 코카콜라를 단순한 음료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였음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프랑스로 대표되는 그 반대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카콜라 그 자체가 이미 1950년대에 미국적 대중문화의 대표적 코드 중 하나였음은 자타가 모두 인정하였던 셈이다.한편 프랑스와 코카콜라 간의 무역전쟁은 뇌물공세, 금지입법, 이념전 등 다양한 양상을 띠더니 급기야 양국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발전하였다. 미국언론은 프랑스를 쇄국주의라 비난했고 먀살플랜의 원조금을 삭감시켜야 된다는 주장까지 해댔고, 급기야는 프랑스가 코카콜라를 반대하는 이유는 프랑스 좌익들이 코카콜라의 나라를 좋아하지 않아서라는 매카시즘까지 동원되었다. 결국 미국 내 프랑스상품 불매운동이라는 무역전쟁으로 발전한 이 사태는 코카콜라의 프랑스 내 판매를 실질적으로 허용하는 새로운 보건법의 제정으로 막을 내렸다. 코카콜라의 승리이자 우익의 승리인 셈이다.

Coca-Cola logo.svg
Coca-Cola logo” by The Coca-Cola Company – Brands of the World.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그 뒤로 코카콜라의 세계화는 거칠 것이 없었다. 미국 대중문화는 모든 대중문화 중 선두에 서있었고 코카콜라는 그 상징이었다. 그 결과로 코카콜라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이고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200여 나라에 500여개가 넘는 브랜드의 음료를 팔고 있으며, 회사 전체로는 총 매출 약 320억 달러(연차보고서  참조, 2008년 기준)의 초국적 매머드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한 종류의 음료수 브랜드가 쌓아올린 거대한 제국의 현황이다. 한때의 적들도 이제는 코카콜라의 길들여진 입맛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앞길이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새로운 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싹트고 있다. 한때 월스트리트저널이 진지하게(!) 몸매가 너무 좋아서 인구의 반절 이상이 비만인 미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 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개진을 한 바 있는 오바마가 바로 그 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언론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탄산음료세(Soft-Drink Taxes)`를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비만 퇴치와 관련해 정크푸드와 탄산음료에 과세하자는 주장은 오래전에 제기됐으며 오바마의 이번 발언은 그러한 맥락의 연결선상에 있다.

또한 탄산음료에 대한 과세는 오바마가 현재 박차를 가하고 있는 헬스케어 시스템 개혁에 대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즉 헬스케어의 전 국민 적용에 따라 필연적으로 증가되어야 할 예산을 탄산음료세로 충원한다는 것이 그들의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기사에 따르면 현재 코카콜라, 펩시콜라, 카길 등 관련업체들이 이런 제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로비 중이라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논리가 과거 프랑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국가가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안 된다는 이념적 코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A vast majority of Americans have heartburn when the government uses the tax code to tell them what to consume, We’re going to remain vigilant.”
“절대 다수의 미국인들은 정부가 소비할 것에 대해 세금을 통해 사용하겠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속 쓰림을 느낀다. 우리는 불침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원문 보기]

아름다운 코카콜라 병 디자인, 그 유려한 로고, 하얀 수염에 빨간 옷을 입은 산타할아버지, 여유롭게 콜라를 마시는 하얀 북극곰 등. 사실 우리는 코카콜라를 마셨다기보다는 코카콜라를 둘러싼 풍경을 향유해왔다. 하지만 그러한 환상이 현실에서의 뚱뚱하고 병든 몸에 대한 대가라면 그 대가는 너무 비싼 것도 사실이다. 소비를 만끽할 수 있는 상품이 반드시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옳아야 한다는 당위는 없지만, 적어도 선후관계와 사실관계는 알고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 소비자’로서의 덕목일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코카콜라는 서둘러 환골탈태하여야할 대표적 기업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15 thoughts on “오바마와 코카콜라

  1. 라임에이드

    코카콜라 제로 등 무설탕 탄산음료에는 세금이 안붙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코카콜라를 둘러싼 분위기 말고 음료 자체를 좋아하는데다 뚱뚱한 몸이라는 대가도 치르지 않는 음료를 좋아하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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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아~ 제로는 무설탕인가요? 그래도 감미료가 들어있을텐데 어떤 감미료를 썼는지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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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edPain

    ‘탄산음료세’는 명분으로 국민의 건강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죄악세’ 논란과 같은 맥락이죠. 실제 목적은 세수 증대.

    그나저나 현재 탄산음료계(?)의 대장은 펩시 아닌가요?

    덧. 저는 콜라를 먹으면 비만보다 이가 상할까봐 더 걱정입니다.

    덧2. 금연 정주행 중 이상무!

    덧3. 코카콜라는 어짜피 초등학생을 회장으로 올려놓아도 50년은 넘게 갈 기업입니다. 그래서 변화를 싫어하는 대표적인 기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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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죄악세와 비슷한 맥락이긴 하지만 제 생각엔 정상참작도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인구의 2/3이상이 비만인 나라에서는 저렇게라도 해서 살을 빼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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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RedPain

      이건 제 추측에 불과합니다만, 담배 가격 500원씩 올려도 흡연률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듯이 왠만큼 세금을 붙여서는 비만률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50%~200% 정도 세금을 붙이기는 힘들 것 같구요.

      더군다나 탄산음료 소비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커피 등의 다른 기호 식품 소비가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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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oog

      일단 각 학교에서 탄산음료 자동판매기가 모습을 감추고 있다고 하더군요. 탄산음료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이 사실은 그리 넉넉치 않은 편이니 그들에게 가격인상은 꽤 영향이 있지 않을까요? 암튼 그리 만만한 문제가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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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RedPain

      탄산음료 자동판매기를 없애는 것은 괜찮은 방법 같군요. 학생들의 교내 탄산음료 소비를 원천봉쇄해버리면 당연히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넉넉치 않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주는 조세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부자 증세 및 부가가치세 인하/폐지’를 늘(?) 주장하고 다니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네, 국민 건강도 그렇고 조세 방식도 그렇고 만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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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oog

      글쎄요 물론 대체재가 없다면 부담이 되는 것이겠지만 탄산음료야 다른 대체재를 이용할 구석은 있죠. 물론 조세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신중하여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요. 근본적으로는 탄산음료의 판매를 더욱 까다롭게 만들 보건법 등 정책시행일텐데 그 어마어마한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로비가 장난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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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RedPain

      ‘결국 넉넉치 않은 사람들의 탄산음료 소비에 대한 자유를 제한하는 조세 방식이군…’이라는 생각이 욱하고 떠올랐으나… 이 생각은 참.. 제가 봐도 편향적이군요. ;; 머리 속에서 평등에 관한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지만 foog님의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대체제가 있다는 점, 이 법의 명분 자체가 탄소음료 소비를 줄이려 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못했군요. foog님 말씀대로 넉넉치 않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부담을 주는 조세방식이라고 정의를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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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oog

    I find it incredibly ironic that the CEO of Coca-Cola, which has immensely profited from cheap, government subsidized corn for high fructose corn syrup in soda production to only worry about the “USSR” when the idea of a tax is mentioned.
    He can’t have it both ways.
    http://ethicist.blogs.nytimes.com/2009/09/21/an-anti-tax-argument-thats-hard-to-swallow/?ex=1269230400&en=2f8ba3bee30043b5&ei=5087&WT.mc_id=GN-D-I-NYT-MOD-MOD-M115b-ROS-0909-PH&WT.mc_ev=click#comment-17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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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oog

    코카콜라와 자회사인 코카콜라 엔터프라이즈(CCE)는 10월부터 7개 대도시에서 탄산음료세 부과에 반대하는 광고전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방침 http://3.ly/Kz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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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YIM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환상이 현실에서의 뚱뚱하고 병든 몸에 대한 대가라면’
    ->’현실에서의 뚱뚱하고 병든 몸이 그러한 환상에 대한 대가라면’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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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문맥이 조금 어색한 것이 사실이로군요. ‘대가’를 일종의 ‘보상’, ‘반대급부’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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