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망하려고 신용을 조작(?)하려는 서구 금융권

금요일의 뉴욕 증시 그래프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불과 장 마감 35분 만에 저런 모습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이 기상천외한 그래프를 연출시킨 장본인은 씨티그룹과 와코비아 등 8개 은행들이 Ambac의 자본 확충을 위해 30억 달러를 보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Ambac 은 AAA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 더 폭넓게 화폐와 시장에 의해 유지되는 문명을 신용사회라고 할 수 있다. 신용(credit)이 없으면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화폐에 대해 누군가가 지불을 보증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시장에서 그 화폐는 종이 쪼가리나 다름없다. 그래서 흔히 화폐에는 고대로부터 지도자의 얼굴이나 주된 보증기관의 이름이 – 즉 지불을 보증해줄 기관 – 박혀져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화폐인 카드가 신용카드(credit card)인 사실을 상기하라. 신용이 없으면 문명은 무너진다.

금요일 미국의 경제 지배자들이 모여서 한 일이 바로 이 신용을 유지하려는 필사의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채권은, 특히 지방채나 회사채 등은 역시 화폐와는 신용수준이 비교가 되지 않으므로 이 채권이 믿을 만 하다는 제3의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의 보증이 필요하게 된 것이고(주1) 바로 Ambac 등 모노라인(주2) 업체들이 별로 어울리지 않게 그간 지방채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등을 보증하여 온 것이다. 그리고 이들 모노라인의 신용등급은 또 다시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등이 매겨주었고 그들의 실제 보증여력보다는 – 즉 자본금 규모 – 이것이 그들의 사업밑천이었던 것 같다.

이제 누가 보아도 모노라인 업체들은 그들 스스로가 AAA 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자격이 안 되는 이들이고 신용등급 하락이 임박하였는데 이로 인해 엄청난 대손상각이 불가피한 은행들이 다시 모노라인 업체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보증해서 신용등급을 유지시키려 하니 미국에 ‘고스톱’은 인기가 없어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격언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주3) 개인적으로 보기엔 ‘신용’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는 인상이다. 제대로 된 신용이 아닌 서류상의 신용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코미디가 따로 없다.(주4)

과거 물질문명 사회가 모두 그러했지만 특히나 자본주의는 ‘신용’이 추락하면 피해는 가공할 정도로 크다. bank run, fund run 과 같은 재앙들은 서류상의 신용뿐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떠한 시장의 권위에 대한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무너졌을 경우 발생하는 공포(panic)로부터 발생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회로 이해당사자들이 신용 거품의 제거, 진정 신뢰할만한 신용의 창출에 대해 고민하여야 할 때로 보이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닐 듯 싶다.

(주1)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표적으로 한국기업평가나 한국신용평가 등이 신용등급을 매긴다

(주2) 채권보증회사의 일종으로 채권 발행자에게 부도가 났을 때 채권에 대한 원금과 이자의 지급을 보증해주는 기관이다. 크게 모노라인과 멀티플라인로 나눌 수 있다. 모노라인은 주로 자본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기관이며, 멀티플라인은 부동산 등 각종 재산과 그에 대한 위험까지 보증해주는 기관이다.

(주3) 우리나라도 최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었는데 은행들이 모여서 과도한 부동산PF 대출 등으로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에 긴급자금을 융통시켜 주기로 한 사실이 그러하다. 채무자를 망하게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주4) 물론 유사 이래 이런 코미디가 다반사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9 thoughts on “안 망하려고 신용을 조작(?)하려는 서구 금융권

    1. foog

      그럴 때마다 “신용을 사랑할 뿐 조작과는 전혀 상관없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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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olarnara

    “제대로 된 신용이 아닌 서류상의 신용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도 코미디지만, 정말로 그 코미디에 반응하는 주가 그래프는 더 코미디에요. 주식시장을 훤히 꿰뚫고 있는 건 아니지만,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돈장난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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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웃고 싶은데 간지럽혀 준거겠죠. 요즘 주가 널뛰기 하는 모습을 보면 공가는 곳으로만 우루루 몰려다니는 얼치기 동네축구 보는 기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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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Jayhawk

    CNBC에 따르면( Ambac remains on “negative creditwatch,” which is worse than “negative outlook” because the time horizon for a possible downgrade is shorter.), 아직 끝난 건 아니라고 합니다. 일단 30억불은 빨리 주사해 줘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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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때마침 저도 관련기사를 다른 창에서 읽고 있었는데 글을 올려주셨군요. 🙂 여하튼 S&P나 무디스도 가관인 것이 이들의 평가도 보면 사후약방문 적인 측면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크레딧도 IMF외환위기 전까지 양호해서 전혀 시그널의 역할을 못한 것이 한 예라 할 수 있죠. 외환위기에 몰리고서야 신용등급을 강등하니 사태만 더 악화시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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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oog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 S&P(Standard & Poor’s) 및 피치(Fitch Ratings) 등은 새로운 평가기준 및 외부감시제도 도입 등 정보공시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신용등급 평가방식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음. 이러한 개선 움직임은 그동안의 책임 회피 입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대규모로 이루어진 모기지 관련 증권에 대한 기존의 신용평가 방식이 내부적으로 잠재적 결함을 안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음”

    http://www.kif.re.kr/KMFileDir/128481959246173750_17-07-s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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