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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 가이트너가 설명하는 ‘금융위기의 역설’에 대한 단상

그렇다고 해서, 나는 “정부가 금융업계에 대해 관대했다.”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근거 없다고 반박하지는 않는다. [중략] 부실금융회사의 경영진들이 저택이나 멋진 자가용 비행기를 사도록 구제금융으로 지원한 것이 아니라 금융의 재앙이 경제 전반을 망치지 못하게 막을 다른 방법이 없어서 한 것이다. 금융시스템이 정지되면 신용은 얼어붙고, 저축은 사라지며, 상품과 용역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게 되어 대량실업과 가난 그리고 고통을 초래하게 된다. [중략] 이것이 ‘금융위기의 역설’로, 우리가 적절하고 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 때로는 적절하고 공정한 결과를 낳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과 정반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책결정자들이 위기를 더욱 확대시키는 이유이며, 위기관리의 정치학이 항상 지지를 받지를 못하는 이유이다.[스트레스테스트, 티모시 가이트너 지음, 김규진/김지욱/홍영만 옮김, 인빅투스, 2015년, p591]

경제시스템의 버블이 터짐으로써 위기가 발생한다면 상식적인 대안은 내핍을 통하여 다시 재무제표를 건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일개 가계의 이야기이고 국가 차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은 여태 형성되어온 버블을 통해 국가의 각 부문이 그에 맞게 성장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국가적인 내핍을 강요하게 되면 버블로 먹고 살던 부문은 영양실조에 걸려 쓰러지거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 결국 버블의 어느 선까지가 “건전한” 버블이고 어느 선까지가 “불건전한” 버블인지 알 때까지 정책결정자는 가이트너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기 없는 ‘금융위기의 역설’에 근거한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는 억울하겠지만 대중의 분노가 폭발한다. 분명히 월스트리트는 경제위기의 방화범임이 확실한데, “월스트리트 출신”의 가이트너가1 방화범을 구제해줘서 저택과 자가용 비행기를 안겨주었다는 것이 분노의 주된 내용이다. 실제로 그의 회고록에 보면 이렇게 보일 수 있는 정황이 많다. AIG에 구제금융을 안겨주었는데, 그 와중에 직원은 이미 약속되어 있는 막대한 보너스를 받을 예정이었다. 재무부 장관으로서 그 계획을 막아보려 했지만, 법적으로 이는 불가능하였기에 수많은 비난을 들으면서도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가이트너의 회고다. 정확히 정책결정자가 방화범에게 보너스를 주는 그림이 그려진다.

한편 이 시점에서 왜 금융시스템에서 대중의 분노를 촉발하는 ‘금융위기의 역설’이 생기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 또는 서구의 선진 금융시스템 – 시장의 완전경쟁과는 거리가 먼 독점체제이다. 골드만 삭스를 비롯한 많은 투자은행이 포진해있기는 했지만, 이들은 어떻게 보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월스트리트라는 기업명의 단일 투자회사다. 세계화와 탈규제의 와중에 이들은 엄청난 금융버블을 지구단위로 키웠다. 그런 와중에도 금융시스템의 감독체계는 뿔뿔이 흩어져 있었고 후진적이었다. 가이트는 이런 상황을 “조지 워싱턴 장군의 군대로 세계 제3차 대전을 치르는 것”(602p)과 같았다고 회고한다.

결국 가이트너가 각종 경제지표를 보여주며 회고하듯이 분명 인상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경제위기는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그리고 조지 워싱턴 장군의 군대는 도드-프랭크 법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선진화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시장참여자 모두가 어느 선까지가 “건전한” 버블이고 어느 선까지가 “불건전한” 버블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고, 자신들은 처벌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고2 단지 잠시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금융의 귀재”들이 월스트리트에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신용이 얼어붙지 않게 하는 대신에 우리는 방화범인 금융독점자본주의를 보호해줄 수밖에 없었다.

가이트너는 회고록에서 월스트리트를 처단하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구약성서적인 정의”를 요구하는 근본주의자로 몰아세운다. 이러한 그의 사고방식은 ‘금융위기의 역설’에 따른 정치학이라는 케인스주의적 사고도 자리 잡고 있는 한편으로 납세자나 – 심지어 의회에게 – 금융과 같이 어려운 분야를 난도질하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엘리트주의적 사고도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이 그를 부당하게 월스트리트 출신이라고 몰아세웠지만, 그의 지사(志士)적 업무처리에는 월스트리트 편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금융시스템 고유의 – 특히 미국 Fed의 – 엘리트주의도 한몫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현상온존 위주의 엘리트주의적 관점을 제쳐두고 본다면 가이트너의 처방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불길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데 채권자에게 헤어컷을 요구하면 그 채권자는 불씨를 다른 산으로 가지고 갈 것이었다. 그래서 구약성서적 정의를 실천하기 보다는 헤어컷을 하지 않음으로써 불씨를 옮기지 말라는 신호를 주었다. 그런데 이런 처방은 여태 IMF외환위기 때 한국 등 제3세계에 취한 조치 등을 생각하면 극히 이례적인 처방이다. 명분은 그때의 위기는 국지적이고 2008년의 위기는 세계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옳은 말이고 그게 또한 월스트리트 단일기업의 금융시스템이 가지는 본질을 말해주고 있다.

바로 온 세계의 금융시스템, 또는 미국 정부조차 월스트리트의 인질이라는 사실.

우리는 또한 이 문제에 글로벌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위기가 전 세계적이었고, 미국은 국내의 실패만이 아니라 해외의 취약한 감독기준으로 인해서도 손상을 받았다.. 만일 우리가 강화된 기준을 글로벌하게 권유하지 않고 단독으로 부과했다면, 미국은 시스템 강화의 성과는 못 얻으면서 미국업계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만 감소시켰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런던 G20회담에서부터 시작하여, 바젤III라고 알려지는 체계와 파생상품 감독, 글로벌 은행의 청산 처리방식을 포함하는 국제금융 대책을 추진하였다.[같은 책, p465]

신평사의 신용은 누가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가?

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는 건설사가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GS건설이 해외 신평사의 신용등급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해외 신평사의 신용등급을 가진 국내 건설사는 포스코건설 단 1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도 국내보다 크게 낮은 탓에 해외 채권 발행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해외 신평사의 신용등급 무용론이 불거지고 있다.[해외 신평사 신용등급 무용론 대두]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고평가 현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 신평사보다 평균 여섯 등급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평가기업이 내는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인 신평사 입장에서는 경쟁사보다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국내 3대 신평사, 신용등급 ‘뻥튀기’ 심각]

같은 신문에서 같은 날짜에 보도된 두 기사다. 한쪽은 해외 신평사의 지나치게 박한 신용등급을, 한쪽은 국내 신평사의 지나치게 후한 신용등급을 비판하고 있다. 쓴 웃음이 지어지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이 초국적화되고 기업의 신용도를 바라보는 기준이 균일화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신평사와 해외 신평사의 눈높이는 사뭇 다르니 말이다.

그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두 번째 기사에서 원인으로 들고 있는 평가받는 기업이 내는 수수료가 수익원이어서 신평사의 점수가 후할 것이라는 분석은, 물론 중요한 모순이긴 하지만 절반만 사실이다. 그게 주요원인이라면 역시 평가받는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해외 신평사의 국내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이 박한 이유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 신평사가 국내기업에 대해 박한 이유로 공통적으로 들고 있는 이유는 컨트리 리스크다. 남북분단이라는 매크로 환경이 기본적으로 점수를 깎고 들어간다. 하지만 이 변수는 점차 덜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 같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더 중요한 매크로 환경은 이른바 한국 특유의 “재벌” 체제에서의 소유-경영의 불투명성에 따른 리스크인 것 같다.

흥미롭게도 국내 신평사는 오히려 이런 특수성이 높은 신용등급의 근거가 된다. 즉, 순환출자로 엮인 “재벌”社에 속해있는 계열사는 회사 자체의 능력보다 더 좋은 신용등급을 받는다. 신용 리스크 등이 불거질 경우 모기업에서 자금을 제공해줄 것이라는, 전혀 근거 없지는 않은 믿음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부실한 공사(公社)의 프리미엄도 상당하다.

국내 신평사가 외국 신평사보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신용등급을 부여하는 것도 문제지만, ‘뒷북’ 신용등급 조정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중략] 투자적격으로 분류됐던 LIG건설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에야 신용등급이 강등됐다.[국내 3대 신평사, 신용등급 ‘뻥튀기’ 심각]

이런 뒷북 신용등급은 주되게 국내 신용등급이 피평가기업이 갑인 상황에서 양산되는 “주례사식” 신용평가가 원인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계기업이 뒤를 받쳐줄 것이라는 믿음이 그 평가의 근거가 된다. LIG건설이 바로 그 대표적 사례인데, 이 회사는 그룹이 지켜줄 것이란 시장의 믿음을 근거로 법정관리 바로 직전까지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상황이니 그룹 계열사나 개발공사 등의 신용평가 레포트를 읽어보면 한심할 때가 많다. “현금흐름도 원활하지 않고, 부실사업도 많고, 우발채무도 만만치 않은데, 결론적으로는 모기업 혹은 국가의 – 암묵적이거나 명시적인 – 보증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A등급을 부여한다”는 식이다. 반(反)시장적 요소가 가장 시장적인 평가의 근거가 되는 장면이다.

알다시피 신용평가는 대공황 등 경제적 격변기를 거치며 그 평가의 객관성이 시장참여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되며 발달해 왔다. 이제 “신용”이라는 말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 어느 단어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지난 2008년의 위기를 “신용위기(credit crunch)”라 부른 사실에서도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실물의 윤활유인 돈을 은행에서 제공한다면, 그 돈의 흐름에 대한 믿음은 신평사가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신용평가의 신뢰도는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만일 은행이 제공하는 화폐가치가 신평사가 제공하는 신용처럼 들쑥날쑥하면 어떻게 될까? 아노미 상태가 될 것이다. 신평사의 신용은 누가 어떻게 유지시킬 것인가?

안 망하려고 신용을 조작(?)하려는 서구 금융권

금요일의 뉴욕 증시 그래프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불과 장 마감 35분 만에 저런 모습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이 기상천외한 그래프를 연출시킨 장본인은 씨티그룹과 와코비아 등 8개 은행들이 Ambac의 자본 확충을 위해 30억 달러를 보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Ambac 은 AAA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 더 폭넓게 화폐와 시장에 의해 유지되는 문명을 신용사회라고 할 수 있다. 신용(credit)이 없으면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화폐에 대해 누군가가 지불을 보증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시장에서 그 화폐는 종이 쪼가리나 다름없다. 그래서 흔히 화폐에는 고대로부터 지도자의 얼굴이나 주된 보증기관의 이름이 – 즉 지불을 보증해줄 기관 – 박혀져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화폐인 카드가 신용카드(credit card)인 사실을 상기하라. 신용이 없으면 문명은 무너진다.

금요일 미국의 경제 지배자들이 모여서 한 일이 바로 이 신용을 유지하려는 필사의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채권은, 특히 지방채나 회사채 등은 역시 화폐와는 신용수준이 비교가 되지 않으므로 이 채권이 믿을 만 하다는 제3의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의 보증이 필요하게 된 것이고(주1) 바로 Ambac 등 모노라인(주2) 업체들이 별로 어울리지 않게 그간 지방채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등을 보증하여 온 것이다. 그리고 이들 모노라인의 신용등급은 또 다시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등이 매겨주었고 그들의 실제 보증여력보다는 – 즉 자본금 규모 – 이것이 그들의 사업밑천이었던 것 같다.

이제 누가 보아도 모노라인 업체들은 그들 스스로가 AAA 의 신용등급을 유지할 자격이 안 되는 이들이고 신용등급 하락이 임박하였는데 이로 인해 엄청난 대손상각이 불가피한 은행들이 다시 모노라인 업체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보증해서 신용등급을 유지시키려 하니 미국에 ‘고스톱’은 인기가 없어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격언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주3) 개인적으로 보기엔 ‘신용’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는 인상이다. 제대로 된 신용이 아닌 서류상의 신용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코미디가 따로 없다.(주4)

과거 물질문명 사회가 모두 그러했지만 특히나 자본주의는 ‘신용’이 추락하면 피해는 가공할 정도로 크다. bank run, fund run 과 같은 재앙들은 서류상의 신용뿐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어떠한 시장의 권위에 대한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무너졌을 경우 발생하는 공포(panic)로부터 발생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회로 이해당사자들이 신용 거품의 제거, 진정 신뢰할만한 신용의 창출에 대해 고민하여야 할 때로 보이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닐 듯 싶다.

(주1)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표적으로 한국기업평가나 한국신용평가 등이 신용등급을 매긴다

(주2) 채권보증회사의 일종으로 채권 발행자에게 부도가 났을 때 채권에 대한 원금과 이자의 지급을 보증해주는 기관이다. 크게 모노라인과 멀티플라인로 나눌 수 있다. 모노라인은 주로 자본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기관이며, 멀티플라인은 부동산 등 각종 재산과 그에 대한 위험까지 보증해주는 기관이다.

(주3) 우리나라도 최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모습이 연출되었는데 은행들이 모여서 과도한 부동산PF 대출 등으로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에 긴급자금을 융통시켜 주기로 한 사실이 그러하다. 채무자를 망하게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주4) 물론 유사 이래 이런 코미디가 다반사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펌]신용카드로 지은 집

제가 개인적으로 자주 들르는 pokara61님의 블로그에서 저자분의 허락을 받고 퍼온 글입니다. 국내 및 세계증시의 현황 및 전망을 탁월한 안목으로 분석해주시는 분으로 이 글에서도 증시에 대한 분석을 뛰어넘어 현재의 경제체제와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 간결하지만 명쾌하게 분석해주셨습니다. 글의 원래 제목은 “해너미 고개에서 — 얼마 남지 않은 2007년”이지만 개인적으로 맘에 와 닿는 소제목인 “신용카드로 지은 집”을 제목으로 했습니다.

해너미 고개에서 — 얼마 남지 않은 2007년
원문 출처 : http://blog.naver.com/pokara61/150025601265

집 앞 보도블럭을 또 다시 뜯고 있다. 매년 일어나는 일이다. 도대체 멀쩡한 블럭을 왜 뜯는가? 쎄멘트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최소한 5년 정도는 아무 이상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거의 매년 새것으로 갈아 치운다. 이번에는 도로와 인도 사이에 작은 틈을 만들어서 거기에 나무를 심는 작업이다. 이런 광경을 볼 때 나는 이성을 잃을만큼 화가 치민다. 항상 연말에 하는 공사다. 왜?  내가 들은 바로는 책정 예산을 어떻게든 써야만 내년에 다시 예산 배정을 받을 때 타낼 수 있다는 것. 한마디로 낭비다. 물론 도로 보수업자와 유착도 있을 것이다.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낭비해서야 되겠는가? 그 돈이면 걸식아동들에게나 무의탁 노인들에게 지원해줄 수도 있지 않은가?  예산을 다른 곳으로 바꿔 사용하는게 뭐가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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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비자금 수사를 보면 정말 이 나라가 가진자들의 농단에 놀아난다는 것을 실감한다. 며칠전 금감원에서 김용철 변호사 명의로 개설한 구좌를 굿모닝증권과 삼성증권에서 확인했다고 했다. 그런데 누가 와서 구좌를 개설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고 했다. 어처구니 없어 말이 안나온다. 증권사에서 본인이 구좌개설해도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카피를 해서 첨부한다. 만일 대리인이 와서 구좌를 개설하면 당연히 본인과 대리인 신분증이 카피된다. 우리 금융시스템이 아무리 낙후 되었더라도 그렇게 허술하지는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다른 사람 명의로 와서 구좌를 개설하겠다는데 대리인 신분증도 카피하지 않고 구좌를 개설해준다?  당장 내일이라도 아무 증권사나 가서 구좌를 터보면 알 것이다. 분명 증권사는 구좌를 개설할 때 받은 대리인 신분증 사본을 폐기했을 것이다. 누가 폐기를 명령했겠는가?

신용카드로 지은 집

 <세계 체제론>의 저자 임마누엘 월러스틴은 자본주의를 역사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뭐나면 자본주의는 그동안 숫하게 명멸했던 사회경제 시스템 중에 하나에 불과할 뿐이며 그 생명력이 영구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가 바라본 자본주의 수명은 고작해야 50년 정도. 망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뒤에 오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그림은 말하지 않는다.

 요즘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이 어느 부분에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을 곰곰히 한다. 공황은 간단히 말해서 자본의 탐욕에 의해 발생한다. 제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군형점이 가격이라면 공급이 초과되거나 수요가 위축되면 가격은 하락한다. 지금 제조업은 노동자를 점점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게 자본에 이익이니깐. 무인공장이 들어서잖은가? 그럼 수요는?  노동자들이 노동의 댓가로 노임을 받아서 물건을 사줘야 하는데 실업자는 늘어나고 있다. 노동의 유연화 정책으로 월급이 적은 비정규직만 양산된다. 도처에 수요 위축 현상만 확대되는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효수요가 늘어나지 못하는 것. 빈익빈 부익부는 한마디로 수요 감소를 의미한다. 수요가 증가하려면 가난한 계층의 소득이 향상되어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돈이 있으면 곧바로 수요하기 때문이다. 돈을 가진 자들은 그들 재산의 절대규모에 비해 소비율이 저소득층에 비해 극히 낮다. 결국 가진자들은 소비를 하지 않고 저소득층은 돈이 없어서 소비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금융자본은 저소득층에 신용카드를 만들어줬다. 빚을 내서라도 돈을 써줘!!!!  신용카드는 당장 돈이 없어도 결제만 하면 물건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뒷감당 없이 소비하기엔 제격이다. 나중에 몰려올 사용 내역서는 뒷전이다. 그렇게 해서 터진 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사태라고 보면 된다. 미국은 고도로 발달된 신용사회다. 만일 단 한번만 신용이 빵꾸나면 은행에서 구좌 개설조차 힘든 곳이다. (우리 나라는 그래도 양반이다. 신용불량자도 은행구좌는 개설이 가능하니깐)  그런데 급기야 지금 미국은 모든 부분에서 신용이 빵꾸나기 시작했다.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다. 돈을 빌리면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을 통해 최소한 이자를 지불할 정도는 벌어야 신용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지금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 신용카드, 자동차 할부금융, 학자금 대출 등 모든 신용대출에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말은?  소비 위축이다.

 미국은 소비가 나라를 지탱하는 곳.GDP 성장 기여에서 소비 비중이 70%다. 나머지를 순수출과 설비투자가 차지한다. 따라서 소비가 위축되면 미국 경제는 추락한다. 빚더미 위에서 성장을 구가했던 미국이 더 이상 빚을 감당 못하고 무너지는 현실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연방준비은행은 부랴부랴 이자율을 내리고 있다. 금리인하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금리인하는 일단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것. 신용대출을 받은 소비자들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추가적인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부쉬까지 나서서 모기지 금리를 동결했다. 당장 120 만 가구가 금리 혜택을 받을 것이다. 2% 정도 더 내야 하는 금리를 지금 대출금리로 낼 수 있다. 그러나 한해에 압류되는 주택 수가 200 만가구 정도라는 점을 볼 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빚으로 집을 산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해야 한다. 그러자면 미국경제가 호조를 보여야 하는데 미국경제는 소비부진으로 죽을 쑤고 있다. 이 둘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환구조를 이룬다. 서로에게 악재로 작용한다. 지금 미국 시장을 보면 단기적인 처방만 있고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첩첩산중이다. 어떤 증권사는 금리인하 후 항상 주가가 올랐다고 분석한다. 미국 시장은 경기보다는 유동성을 더 선호 한다는 것. 따라서 금리 인하 효과가 곧 나타날 것임으로 고비는 넘겼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금리 인하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방어막이 탄탄해야 한다. 금리 인하는 곧 돈이 풀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돈이 물가를 자극해버린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돈의 값어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돈의 값, 즉 금리를 올려야 한다. 지금 미국 생산자인플레(PPI)와 소비자 인플레이션율(CPI)이 장난 아니게 높아가고 있다. 당장 내년 1월 금리 추가 인하는 물건너 갔다는 소리도 들린다. 미국 증시의 단 하나 유일한 구세주인 금리인하가 어렵다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금리를 내리자니 인플레가 걱정이고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제가 망가진다. 이것을 딜레마라고 하나?

중국과 미국 디커플링은 환상

 지난 8월 미국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공황상태에서 주가가 추락하고 있을 때 중국 상해증시는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때 “디커플링” 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툭 튀어 나왔다. “비동조화” 정도로 해석될 이 단어는 이제 누구나 입에 올릴 정도로 익숙해졌다. 미국과 중국은 다르다!!!!  중국의 경제성장율을 보라고 한다. 물가가 조금은 걱정이지만 5년연속 두자리 숫자 성장율을 기록하자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중국 증시는 풀이 팍 죽었다. 왜? 

 디커플링의 논리는 미국 경제가 소비부진이 있더라도 중국을 위시한 이머징 마켓 소비가 살아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리고 미국도 역시 이머징 마켓 훈풍으로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노 프라브럼!!!   리얼리??????      술에 취해본 남자들은 안다, 옆에 앉아 있는 여자는 다 이뻐보인다는 사실을. 환상에 젖어 있을 때, 혹은 미련을 버리지 못할 때 시장을 보는 눈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가 간단없는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조정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자 투자자들은 냉정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과연 미국경제가 부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자신있게 노프라브럼을 외치지 못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 볼륨은 미국의 20%에 불과하다. 그리고 중국은 미국에 비해 내수 비중이 극히 저조하다. 미국이 70%임에 비해 중국은 30%선 이다. 자생적 소비에 의한 경제발전은 한계가 있고 아직도 대외의존형 경제다. 요즘 순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 즉, 미국이나 유럽경제가 휘청이면 중국도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경제가 나빠지면 중국 경제가 나빠지고, 중국에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나 여타 이머징 국가들 역시 상황이 악화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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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연간 1조달러 빚을 전세계에 지고 산다.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규모가 그렇다. 지금까지 미국인들이 빚내서 흥청망청 소비한 덕분에 전세계가 성장한 것이다. 아이러니지만 미국이 더 과소비를 해줘야 우리 증시가 오른다. 지금의 신용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게 틀어 막아야 한다. 그게 희망이다. 그런데 그 희망에 기댄다는게 참으로 서글프다.

사기를 치더라도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대통령을 뽑자!!!

위장전입과 위장취업, 땅투기, 사기꾼과 동업을 했다손 치더라도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그런 허물은 눈감아주겠다!  대운하를 파서 금수강산을 다 뒤집어도 경제만 살면 된다!  지금 대선의 민심이 그렇다. 우리는 경제 상황 악화에 너무 힘들어 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민심이 그럴까?  이해되는 측면이다. 이제 우리는 지켜야할 가장 소중한 도리나 원칙 마져 경제 앞에 팽게칠만큼 절박한 것이다. 항간에 이런 소문이 있다. 이명박과 노무현, 검찰의 삼각 커넥션. 김용철 변호사가 구체적은 증거를 제시하면서 검찰을 압박했다. 지금 검찰 수뇌부 모두가 삼성의 떡을 먹었기 때문에 검찰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명박에 면죄부를 주고 몸을 의탁하는 것 밖에 없다고 한다. 노무현은 만일 정동영이 되면 노태우 당선시 전두환이 귀양간 것 처럼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명박에 대한 검찰 수사를 눈감아 준 댓가로 퇴임후를 보장 받는다. 일요신문 같은 잡지 몇개만 봐도 알 수 있는 소문들이다. 그들의 뜻대로 다들 아무 탈없이 잘 먹고 잘 살 것 같다.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까지 관망하자

지금 증시에서 기관들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외려 주식을 팔고 있다.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들아어와도 사지 않고 실탄을 비축하고 있다. 수익이 많이 난 중국관련주들을 매도하고 통신,은행,IT 등 등 소외주 일부를 편입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새해 증시가 그리 밝지 않기 때문에 추가하락시 지금보다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개인과 연기금, 기타법인만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하는 장세에서 주식을 사서는 안된다. 같이 관망해야 한다. 내년 상반기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문제가 가닥을 잡을 시간이다. 낙폭과대주나 소외주들 중에 어느 정도 수익이 날 수도 있으나 그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푹 쉬는 것도 투자라고 생각하고 관망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 동안 기업의 실적이 좋은 종목들을 계속 연구하면서 바닥 확인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실적은 항상 주가에 반영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