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의 환상과 그 결과

첫 번째 경향은 긍정적인 것이었다: 투자로 이어질 필요가 있었던 막대한 부의 증가. 연방준비은행의 이사가 되기 전에 벤 버냉키는 “글로벌 저축 과잉공급”에 쓴바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 더 나아가 지난 20년 동안 많은 나라들이 금융시스템을 현대화하고 저축이 투자로 연계되는 채널을 창출하였다. 스페인, 아이슬랜드, 아일랜드, 그리고 영국에서 부동산 호황은 전례없는 것들이었다.
The first trend was a positive one: an enormous growth in wealth that needed to be moved into investments. Before he became chairman of the Federal Reserve, Ben S. Bernanke wrote of a “global savings glut,” particularly from Asia. Furthermore, over the last 20 years, many countries have modernized their financial systems and created new channels that linked savings and investment. In Spain, Iceland, Ireland and Britain, the real estate boom was without recent precedent.

뉴욕타임스에 실린 “Three Trends and a Train Wreck”라는 글의 일부다. 열차탈선의 세 가지 전조에 대한 글로 그 분석에 큰 무리가 없는, 요즘은 대부분이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특히 이 부분을 뽑아서 되짚어보는 이유는 “particularly from Asia” 때문이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아시아가 높은 저축률을 자랑한다는 사실은 몇 십 년 동안의 아시아적 자본주의 전통이다. 그러한 근면함 덕분에 아시아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글쓴이도 긍정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거니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지만, 다만 그 글에서는 왜 아시아가 계속 저축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오늘 날의 혼란으로 귀결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는 것이 아쉽다.(지면상의 한계 때문이라 할지라도)

즉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경향으로 ‘저축률의 증가를 통한 부의 성장’이 아니라 바로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미국의 욕구를 아시아가 채워주고 대신 받아온 달러를 주체할 길이 없어 저축을 해놓을 수밖에 없었던 ‘생산-소비 연계 고리’를 먼저 짚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즉 90년대 견실한 성장세와 낮은 물가상승이 공존하는 상태라고 불리던 소위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는 실은 미국내 제조업(특히 제조업 노동계급들)의 희생, 아시아 노동계급들의 저임금, 그리고 이러한 양 대륙의 노동계급의 희생을 강요했던 자유무역론의 허구였음을 지적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의 노동계급들은 골디락스라는 환상 속에서 자신들이 일하던 일터를 멕시코나 아시아의 노동계급에게 빼앗겨버리고 줄어든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빚을 얻고, 월마트에서 중국산 싸구려 상품을 구입하는 자기 파괴적인 소비패턴으로 버텨왔던 것이다. 물론 아시아 노동계급이라고 나을 것은 없었다. 약간의 실질소득 증가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잉여는 다시 자국 내 기업의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아가거나 국가의 외환보유고에 쌓여 선진국에 재투자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것이다.

그것이 윗 글에서 설명하는 “금융시스템의 현대화”와 “저축-투자 연계 채널”인 셈이다.

6 thoughts on “골디락스의 환상과 그 결과

  1. Adrian Monk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미국의 욕구를 아시아가 채워주고 대신 받아온 달러를 주체할 길이 없어 저축을 해놓을 수밖에 없었던 ‘생산-소비 연계 고리’를 먼저 짚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부분에 굉장한 공감을 느끼는군요. 확실히 이건 동서양의 기저심리의 차이도 존재하거니와 그것이 자본주의의 성격으로 발현되었다는 느낌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짚어주시니 속이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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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요즘 유행하는 농담 하나가 ‘이제 G7이 아니라 G2의 시대’라고 하더군요. 미국과 중국, 이렇게 둘요. 🙂 중국은 생산하고 미국은 소비하고, 중국이 받은 달러는 다시 미국에 빌려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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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ingback: Periskop over Military History

  3. Pingback: 중국 부동산 시장은 안녕한가 | fo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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