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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는 14禁의 놀이터였던가?

레진님 사태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끼려다 입이 근질근질하여 떡밥을 물긴 했는데, 그나마 글 한 개로 마무리하려다 레진님이 받았다는 티스토리의 공지메일 때문에 또 다른 글을 써버리고 말았다. ^^;

회원님께서 운영중인 블로그(http://lezhin.com/)에 대해, 아래와 같이 ‘포스트비공개’ 되오니 확인 바랍니다.
티스토리는 만 14세 기준으로 운영되며, 이 기준에 위배된 포스트에 대해서는 비공개 조치되었습니다.
비공개된 포스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며, 심의결과에 따라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티스토리에서 레진님에게 보낸 메일이라고 한다. 이 메일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개인적으로는 매우 충격적이다. 여태 티스토리 블로그의 콘텐츠 제공이 만14세에게 무해한(?) 조건이었단 말인가? 그래서 이러한 기준이 약관에 있는지 한번 찾아보기로 했다. 물론 당연히 없었다. 이번 사태에 관련될만한 유일한 조항은 아래와 같다.

제 11 조 (회원의 의무)
(1) 회원은 아래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됩니다.
7. 공공질서 또는 미풍양속에 위배되는 내용의 정보, 문장, 도형, 음성 등을 유포하는 행위
(2) 회사는 회원이 제1항의 행위를 하는 경우 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거나 일방적으로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레진님에게 보내온 위의 저 내용은 약관 중 “제1항의 행위를 하는 경우 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거나”에 대한 일종의 세부시행규칙을 이번에 알려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약관의 미풍양속은 14세의 미풍양속이다. 여하튼 실제로 티스토리 운영진이 위와 같은 내부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블로그 생활이 참 피곤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14세를 훌쩍 뛰어넘은 티스토리 블로거들이라면 앞으로 ‘과연 14세 때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하며 살았었는지를 반추하며’ 글을 써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상황은 여태 티스토리가 정말 14세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 같지도 않고 – 정말 그렇다면 티스토리 블로그 포스팅의 한 1/5는 날릴 수 있을 것 같기도? ^^ – 대충대충 자기검열 하다가 이번에 레진님 블로그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칼을 빼내들었는데 그 칼끝에다가 ‘14금’이라는 표시가 찍혀있었던 것 같다.

이 상황에서 생각나는 점은 1) 그렇게까지 무리한 세부시행규칙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2) 조숙한 14세의 기준인가 순진한 14세의 기준인가 3) 통상적으로 성인용이라 생각했던 블로그 서비스가 그 정도로 엄격한 심의기준이 있었다면 약관에 명시했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등등의 점이다. 음.. 어쩌면 하나마나한 요구일지도 모르겠다.

방통위에 해당 포스트를 보내는 문제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든다. 자체판단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니 상위기관의 판단에 맡기겠다 뭐 그런 생각이니까. 방통위의 현명한 판단을 바라본다. 음.. 너무 무리한 기대인가?

내 귀에 미디어제국

벌써 쓴지 10개월쯤 된 글 하나에서 일부분을 인용하도록 한다.

그동안 신문, 방송 겸영 사안은 한나라당이 이종매체간의 교차소유를 허용하는 신문법 개정 법안을 제출했는가 하면 조선일보가 신문법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보수세력과 신문사의 지속적이고 주요한 현안과제였다. 이들이 이러한 주장을 하는 디딤판이 위 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바로 ‘선진국’ 미국의 언론환경의 변화다. [중략]

우리나라에서 신문이 방송을 소유하거나 또는 방송이 신문을 소유하는 것이 조선일보가 말 한대로 “뉴스품질”이 높아지는 좋기만 한 일일까?  신문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 시장은 소위 조중동 3개 사가 전체 시장의 70%를 점하고 있고, 방송의 경우 지상파 방송이 전국 가시청 가구 점유율이 50%를 훨씬 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언론환경은 어느 나라 못지않은 독과점 시장이다. 이런 상태에서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허용한다면 엄청난 미디어제국이 탄생하는 것이다.[중략]

지상파의 중간광고에는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신랄한 비난을 해대는 한편으로, 신문사의 방송사 소유와 경영에 대해서는 뉴스의 품질을 높이는 시도로 칭송하는 모습이 현재 우리 언론의 상황이다.

그리고 아래는 오늘자 동아일보 기사의 일부분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한국은 방송시장의 엄격한 소유 겸영 규제로 신규 투자 및 인수합병(M&A)에 의한 성장이 제한돼 왔다”며 “선진국처럼 M&A를 통해 종합 미디어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미디어 간 교차 소유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시중씨는 이름을 잘 지은 것 같다. 현재 하는 일과 딱 어울린다.